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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정봉황성(大正鳳凰城)은 봉황성주 무황(武皇) 신단기성(神壇奇聖) 단목신수의 회갑으로 인해 축하객들로 만원을 이루었다. 봉황성 인근의 작은 현과 마을은 이미 하객들로 성지를 이루었다.
당금 정도무림의 살아 있는 거목인 무황의 회갑연은 전 무림의 축일이나 다름이 없었다. 십대문파(十大門派)를 비롯한 천하 각 대문파에서는 대표자를 파견하거나 또는 장문인이 직접 예물을 가지고 찾아 들었다.
일반고수들도 평생에 한 번 볼까말까한 무황 알현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수없이 몰려 들었기에 부득이 봉황성은 초청첩을 발부했다.
그것은 금황첩(金黃帖), 청첩(靑帖), 백첩(白貼)의 세 가지였다.
금황첩은 무림의 최고 원로(元老)나 지고무상한 신분의 고수들에게만 발부되었다.청첩은 일반 문파의 대표 하객들에게, 백첩은 각 지방의 영향력 있는 인물들에게 발송되었다.
최소한 그 세 종류 중 하나의 첩지를 지녀야만 봉황성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므로 배첩을 받지 못한 수많은 무림인들은 봉황성 외곽에 머물 수 밖에 없었다. 봉황성에서는 그들을 위해 차일과 천막을 따로 마련했다.
그야말로 봉황성 주위는 인산인해(人山人海)였다. 봉황성이 있는 안휘성(安徽省) 합비(合肥) 남동 쪽의 성제산(聖帝山) 기슭은 무림인들로 장사진(長蛇陳)을 이루었다.
봉황성의 성문은 활짝 열려 있었으며 온갖 축등과 깃발이 걸려 있어 한껏 회갑의 축제 분위기가 풍겼다.
거대한 성문 양쪽으로는 봉황무복을 입은 무사들이 질서있게 서 있었고, 성문 옆에 방명부를 놓은 탁자에 줄을 이어 많은 하객들이 방명록에 서명을 하며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들의 표정은 밝았고, 성문으로 들어서며 존경의 표정이 떠오르고 있었다. 무황의 존재는 절대적이었다. 일찍이 단목신수만큼 위대한 무인이 있었던가?회갑연은 사흘 동안 계속되었다.
봉황성은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아 휘황찬란한 불야성(不夜城)을 이루었고, 호탕한 웃음 소리와 주악소리, 왁자지껄한 소음은 연일 계속되었다.
성 밖에 운집한 군중들에게도 음식과 술이 제공되었기에 태호가와 성제산은 온통 축제였다. 무황은 매일 저녁 연회상에 나와 군웅들과 어울렸다.
그도 세월은 어쩌지 못하는가? 일세를 풍미했던 대영웅도 어느덧 초로(初老)의 용모였다. 평소의 담백하고 검박한 인품과 달리 그는 화복(華服:색이 선명하고 화려한 의복)을 입은 모습이었다.
둥글면서 약간 사자형의 얼굴, 눈은 길어 관자놀이까지 뻗었고 눈썹은 길게 뻗쳤으며 턱에는 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그의 음성은 부드러우면서도 만인을 위압하는 힘이 있었고, 언변은 감동을 자아내는 마력이 있었다. 너그러운 성품과 소탈함은 존경과 추앙의 대상이었다.
"허허헛...! 이렇듯 이 노부의 보잘 것 없는 생일에 먼 길을 마다 않고 축하해 주러 오신 분들께 감사드리오.""축하드립니다--!"
"와-- 아--! 백세축원--!"
군웅들은 환호했다.
그들은 무황이 일일이 인사를 하고 몸소 술을 비워내는 소탈함에 감격했다. 단목신수가 앉은 단상에는 십대문파의 장문인들이나 장로(長老)급 원로들이 배석했다. 단지 그들만으로도 회갑은 대성황이었다.
그런데 최소한 십대문파의 원로 이상만이 앉을 수 있는 상석에 유독 병약해 보이는 약관도 채 못미쳐 보이는 소년문사의 모습이 있었다. 이에 군웅들은 크게 의아해 하고 있었다.
첫째날 그가 단목신수에게 예를 취할 때, 군웅들은 비로소 고개를 끄덕였다.
"삼가 천기보(天璣堡)의 말학(末學) 우문천릉, 부친을 대신하여 백부께 축하 드리옵니다."군웅들은 모두 경이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말로만 듣던 무림성자 천기보의 소가주 우문천릉이 처음으로 군웅들 앞에 일신을 드러낸 것이었다.
'오... 과연...! 소문대로 병서생이로군.'
'쯧쯧...! 불행한 일이로다. 천기세가도 이젠 끝인가......?''만일 무공만 익혔다면 천기세가를 크게 일으킬 인재 같은데 아깝군......!'군웅들은 저마다 천릉에 대해 비아냥과 염려의 시선을 보냈다.
단목신수는 우문천릉이 인사하고 예물을 바치자 손수 내려와 그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오! 자네가 바로 조카인가? 그래, 우문동생의 건강은 요즘 어떠신가?"마왕성을 공략할 때, 단목신수와 우문학은 서로 의형제의 계를 맺었다. 그들의 형제지계는 만인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아버님께서는 아직 와병 중이십니다."
"저런...! 헛헛... 노부가 무심했군. 언제고 한 번 들린다는 것이 그만... 그건 그렇고 종질을 보니 마치 우문아우를 만난 듯 반갑군."그는 흡사 친 아들을 대하듯 부드럽게 말하며 우문천릉의 손을 잡아 이끄는 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아......!"
문득 군웅들의 눈에 우문천릉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리며 고통스런 신음과 함께 비틀하는 것이 아닌가? 저렇게 유약한 이가 당금무림 성지라고 불리는 천기세가의 소전주란 말인가? 군웅들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아...! 허헛...! 이런 미안하게 되었군. 현질이 무공을 익히지 않았다는 것을 잠시 잊었네."단목신수는 급히 손을 놓으며 염려스럽게 우문천릉을 부축했다.
우문천릉은 한숨을 쉬며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백부님. 소질이 불민하여......."
"허허헛... 노부의 불찰이네."
단목신수는 직접 우문천릉을 부축하여 자신의 옆자리에 앉혔다. 그 광경은 다시 한 번 군웅들을 감동시켰다.
그날 이후, 단목신수는 특별히 우문천릉을 위해 안락한 별실을 마련해 주었으며 그에게 다섯 명의 시녀와 호위무사들을 내주었다. 그것의 일종의 보호조치였다.
그는 줄곧 우문천릉을 자신의 옆자리에 앉혔으며, 또한 각별히 그를 배려하는 듯한 기색이었다. 그 광경은 군웅들에게 더욱 깊은 존경심을 불러 일으켰다. 대인의 풍모를 다시 한 번 천하무림 앞에 과시한 것이었다.
우문천릉은 연회 내내 줄곧 병약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고작 두 잔의 술을 억지로 마시고는 군웅들이 보는 앞에서 토했으며 술을 못이겨 쓰러졌고 줄곧 창백한 안색으로 가쁜 숨을 쉬기도 했다.
단목신수는 그런 그를 위해 특별히 자령선지초(紫靈仙芝草)라는 희귀 영약을 하사하기도 했다.
회갑연은 칠일 간이나 계속되었다. 그 동안 군웅들의 무황에 대한 존경심은 더욱 깊어만 갔고 무림정도의 기치는 하늘을 찌를 듯 했다.
그리고 천기세가의 병서생(病書生) 우문천릉은 군웅들의 기억에서 밀려나 있었다.
- 침향원(枕香院).
봉황성 내성에 위치한 고급스럽고 평온한 별원은 귀빈에게만 특별히 제공되는 별원이었다.
침향목으로 둘러싸인 아늑한 건물은 단사(丹砂)로 마루를 입히고, 벽엔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한 용사(龍蛇)가 새겨져 있었다.
부용(芙蓉)과 자색 줄기의 수규(水葵)가 피어있는 인공연못과 정자, 잘 가꾸어진 화원과 옥빛의 나무울타리는 아늑하고 서로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어우러져 있었다.
그는 무황의 배려로 그곳에 머무르고 있었다.
몸이 불편했기 때문에 연회 오일째 부터 연회에 참가하지 못했다. 하루종일 정자에 나가 창백한 얼굴로 연못 속의 고기들을 들여다 보거나 가끔 책을 읽고, 간간히 금(琴)을 타기도 했다. 그래서 이렇다 할 행동을 하지 않는 그를 수행한 두 명의 천기보 무사들은 할 일이 없었다.
다섯 명의 아름다운 봉황성 시녀들이 그들의 소주인을 빈틈없이 보필했기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열 명의 절정고수 중의 호위무사들이 침향원을 굳게 호위했다.
그는 이제 군웅들에게 관심 밖이었다. 군웅들은 비록 그의 준미한 용모와 지혜에 끌렸으나 그의 병약함을 내심으로는 비웃었던 것이다.
"연회는 언제쯤 끝날까...? 빨리 돌아가서 쉬고 싶구나......."우문천릉은 연못 위 정자의 난간에 기댄 채 힘없이 중얼거렸다. 이때 후면에 나란히 서 있던 두 명의 시비 중 뺨에 홍점이 있는 향아(香娥)라는 시비가 문득 물었다.
"공자님께서는 이곳이 즐겁지 않으신가요?"
우문천릉은 그녀를 돌아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솔직이 말해 나는 괴롭소. 낭자."
"왜요?"
"나는 오직 빨리 집으로 돌아가 마음껏 책이나 읽으며 쉬고 싶을 따름이오.""호호...! 공자님두, 대 천기세가의 소가주로서 어찌 그런 나약한 말씀을 하세요? 이번 기회에 영웅호걸들과 사귀어 두는 것이 남자다운 일이 아닌가요?"우문천릉은 짐짓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홍아낭자, 난 무(武)에는 관심이 없소. 그저......."
"호호호... 그저 책벌레가 공자님의 꿈인가 보죠?"
옆의 청아(靑娥)도 간드러지게 허리를 흔들며 웃었다. 명백한 비웃음이었으나 우문천릉은 얼굴을 더욱 붉혔다.
"그게 어때서 웃는 것이오......?"
그에게는 조금도 남아의 기백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는 자신을 철저하게 변용(變容)시키고 있는 것이었다.
"호호호... 아니예요. 그럴 거예요. 천릉공자님에게는 검보다는 책과 꽃 따위가 더 어울릴 거예요.""호호호홋... 맞아요!"
홍아, 청아는 무엇이 그리 우스운지 연신 허리를 잡고 깔깔거렸다.
"......!"
우문천릉은 어색하게 웃으며 입을 닫을 뿐이었다.
'후훗... 계집애들아, 마음껏 웃어라. 이 천릉의 깊은 뜻을 너희들이 어찌 알겠느냐?'그가 내심 이런 생각을 하며 몸을 돌리는 순간, 막 월동문(月洞門)을 통해 한 아름다운 소녀가 들어오고 있었다.
일신에 눈이 부실 정도의 순백색의 교의를 입은 소녀, 그녀는 속세의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는 여지껏 느껴보지 못했던 신비한 감정에 휩싸였다.
"아......!"
정자를 향해 오르던 한 소녀는 그를 바라보다 눈이 마주쳤다. 그녀의 추수같이 맑고 투명한 동공에 격렬한 파문이 일어났다. 두 남녀는 한동안 서로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소녀는 십육 세쯤 되어 보였고 옥같이 투명한 살결과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룬 조각처럼 선명한 화안(花顔)이었다.
그녀의 시선은 우문천릉의 눈과 맞붙은 채 마치 피할 수 없는 강력한 운명의 자력에 사로잡힌 듯 파르르 떨고 있었다.
'......!'
심장이 까닭없이 쿵쾅거렸고, 금방 숨이라도 멎어버릴 듯했다. 그의 빙심(氷心)이 걷잡을 수 없는 열화(熱火)에 끓어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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