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를 믿는 사람이나 믿지 않는 사람이나 가릴 것 없이 ‘십자가를 진다’는 의미를 잘 알고 있습니다. 이처럼 희생과 헌신을 상징하는 십자가는 자원해서 지는 경우도 있지만 원하지 않았음에도 주어지는 경우 또한 있습니다. 어쨌거나 누구든 각자의 십자가를 가지고 인생을 살아가게 됩니다. 그 십자가는 내가 도망친다고 피할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닙니다.
십자가는 예수님에게도 너무 큰 짐이었기에 겟세마네 동산에서 땀방울이 핏방울이 되기까지 기도하셨습니다. 십자가를 피하고 싶으셨지만 그 마음을 다잡으면서 오히려 십자가를 질 수 있는 용기를 간절히 구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잡히시던 날 제자들이 모두 도망갔던 이유도 그들 역시 십자가의 길이 너무도 어렵고 힘든 길임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성경학자들은 예수님을 잡으러 온 로마의 병사들의 숫자는 약 600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예수님 한 사람을 잡기 위해 이 정도의 인원을 동원한 것을 보면 종교지도자들 역시 십자가의 길을 걷게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모두가 어려워하던 그 십자가를 대하는 예수님의 관점은 조금 달랐습니다. 비록 예수님 자신은 힘들지라도 그 십자가를 지는 것이 아버지의 뜻이고 또 아버지를 영화롭게 하는 일임을 아셨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지는 수동적인 순종이 아니라 기꺼이 적극적으로 순종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잡으러 온 군병들에게 “내가 그니라”고 드러내시면서 체포당하는 일에도 적극 협력하셨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접하게 되는 다양한 십자가에 우리는 어떻게 반응하고 있습니까? 피하려고 애쓰고 있지는 않습니까?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대하시는 태도를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십자가를 내게 주신 목적과 의미를 찾아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두렵고 불안한 십자가의 아픔을 견디고 버티는 것들이 하나님께 영광이 됩니다. 이것이 예수님께서 십자가의 길을 자원하여 걸어가실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여호와께 돌아오지 않으면 심판이 있을 것임을 선포해야 했던 이사야 선지자의 길은 존경과 영광이 아니라 돌을 맞거나 심하면 죽임을 당할 수도 있는 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주님 내가 여기 있나이다 나를 보내소서.”라고 고백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예수님의 그것과 같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늘상 기도하는 힘과 능력에 대한 간구의 이유 역시 내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기 위함이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제자들은 무사히 풀어줄것을 요구하셨습니다. 이미 “내가 그니라”고 두 번이나 밝히시면서 신적 권위로 군병들을 엎드리게 하셨기에 그들은 예수님의 요구를 감히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성경은 이에 대해 아버지께서 예수님에게 주신 자 중에 하나도 잃어버리는 자가 없다는 말씀을 이루게 하려 함이라고 설명합니다. 이처럼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단 하나도 잃지 않으십니다. 버리거나 홀로 두시지도 않습니다. 온 몸으로 십자가를 지면서까지 자기 사람들을 지켜내십니다. 그렇게까지 우리를 지키신 이유는 우리를 살리기 위해서입니다. 그런즉 십자가를 진다는 것은 나의 희생으로 누구를 살린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나의 순종으로 나의 가정과 교회가 살아나고 하나님의 나라가 확장될 것입니다. 십자가를 결코 내려놓지 마십시오. 분명 십자가는 큰 짐이며 많은 수고를 요구할지라도 말입니다.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칼을 칼집에 꽂으라고 하셨습니다.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일은 힘과 주먹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순종으로 하는 것임을 분명히 하셨습니다. 혹시 누군가를 향해 마음에 칼을 품고 있습니까? 말이나 눈빛으로 누군가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있지는 않습니까? 칼을 칼집에 다시 꽃아넣기를 바랍니다.
“내가 그니라”라고 말씀하신 예수님처럼 십자가로 한 걸음 더 가까이 나가는 것이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며 내 주변을 살리는 일입니다. 십자가의 피흘림은 그 자체로 끝나지 않고 우리를 살려냈습니다. 이 땅을 지키기 위해 흘린 조상들의 피가 오늘의 우리 나라를 있게 했습니다. 십자가의 길은 죽음의 길이었지만 알고 보니 영광의 길이었습니다.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말고 우리의 피가 우리의 십자가가 어떤 열매를 맺을지 기대하며 용기를 내십시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에게 하나님의 힘과 능력이 충만하여 주신 십자가를 잘 감당할 수 있기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