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희 회장님과 대자봉 가족은 오늘 의왕시에 있는 고봉중고등학교(구 서울소년원)를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강남구청 이동호국장님, 개원중 나승표 교장선생님, 대명중 안종애 교장선생님, 봉은중학교 양덕희 교장선생님께서 귀한 시간을 내셔서 함께 해주셨습니다.
화요 정례 회의를 마친 후 대자봉 가족들은 강남구민회관으로 떠나서 교장선생님들과 이동호 국장님을 만나서 고봉중고등학교로 향했습니다. 손경희선생님과 저는 후발대로 맥도널드에서 햄버거 300개와 음료수, 프렌치프라이를 찾아 뒤따라갔지요. 대치2동 주민센터의 주임님께서 직접 트럭을 몰고 동행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봉중고에 도착하니 운동장에서 우리 아들 또래의 건장한 소년들이 땀 흘리며 운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담한 산에 둘러싸인 널찍한 운동장. 오전에 내린 비에 씻긴 맑은 가을 공기 속에서 아이들의 첫인상은 건강하고 행복해보였습니다.
조금 늦게 도착해서 들어서니 회의실에서 고봉중고 교장선생님 설명이 진행되고 있었어요. 인상 좋으신 교장선생님 말씀이 끝난 후 시설과 학생들의 생활모습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먼저 요리실습을 하는 학생들. 커다란 손으로 당근을 실처럼 가늘게 썰고 고기를 얇게 저미는 그 아이들은 얼마 후 조리사 자격증 시험에 도전할 예정이라 했습니다. 쑥스럽지만 순해보이는 얼굴로 우리와 인사를 나누었지요.
그 다음 안내된 곳은 고봉엔터테인먼트(?)의 마술쇼였습니다. 동전 마술, 꽃과 손수건 마술, 공 마술, CD 마술, 상자 마술, 텅 빈 종이봉투에서 커다란 물건 따위를 끝없이 꺼내는 마술 등등 신기한 마술이 한껏 펼쳐졌습니다. 저는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진짜 마술을 본 것이 처음이었어요. 고등학생이나 갓 대학에 진학한, 아직은 아마추어인 어린 청년들의 마술이었지만 어설프지 않고 정말 대단했습니다! 트릭의 비밀을 찾아내려고 뚫어지게 손동작 하나하나를 지켜봤지만 찾을 수 없었어요. 진심으로 힘껏 박수를 치느라 손바닥이 아플 지경이었습니다.
그 다음 제과, 제빵 실습중인 학생들을 만나고 갓 구운 맛있는 쿠키를 선물 받은 후 바로 옆 바리스터 교육실에서 둘러앉아 향긋한 커피를 마시며 쿠키를 맛보았습니다. 바리스터 교육을 해주시는 선생님을 학생들이 ‘아버지’라고 부르며 따른다는 교장선생님 설명이 있으셨고, 선생님이 다치셔서 입원했을 때 한 학생이 보낸 글과 그림 편지를 슬라이드로 보여주셨습니다. 여학생보다 예쁜 글씨체와 보통 솜씨가 아닌 그림으로 학생은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놓았습니다. 가난하고 배고파 도둑질을 하게 되었고, 소년원에 들어갔으나 마음을 잡지 못하고 잘못을 되풀이해서 여러 차례 벌을 받다가 이곳 고봉중고에서 만난 선생님으로부터 감명을 받아 열심히 살게 된 학생의 이야기.
우리에게 향긋한 커피를 추출해준 학생의 이야기도 감명 깊었어요. 그 학생은 법무부에서 주관한 29초 영화제에서 법무부장관상을 받은 학생인데, 대회의 주제가 “법은 나에게 ○○○이다”였다고 합니다. 그 학생은 “법은 나에게 그.림.자.이다”라는 주제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법은 아무리 도망가려해도 늘 자신을 쫓아다니며 발목을 잡는 그림자였고, 그래서 그 그림자를 피하려고 어두운 곳으로만 도망 다녔는데 학교에서 한 선생님이 학생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네요. 네가 있고 빛이 있기 때문에 그림자도 있는 거라고. 그 말의 속뜻이 학생의 마음에 가서 닿았고, 학생은 그 다음부터는 그림자를 발목을 잡는 괴로운 존재가 아니라 자신을 비추는 일부라고 생각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학생도, 선생님도 철학자이고 예술가죠?
그 다음 넓은 교실에서 고봉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김명희회장님이 강연을 하셨습니다. 강연 도중 아이들에게 퀴즈를 내셨어요. “행복과 불행이 있었어요. 행복은 불행을 멀리하고 떼어내고 싶은데 어딜 가나 불행이 꼭 자신을 따라다녔어요. 그러다 결국 어느 한 곳을 발견해서 그 곳으로 가니 불행이 더 이상 쫒아오지 못했어요. 그 곳은 어디일까요?”
자 글을 읽는 여러분들께서도 퀴즈의 답을 생각해보셔요.
아이들이 한두 명씩 손을 들고 답을 말하더니 나중에는 여러명이 서로 “저요, 저요” 하면서 답을 맞추기 위해 열띤 경쟁을 벌이더군요. 얼마 전 가서 본 저희 아들 학교의 공개수업 분위기보다 훨씬 더 집중된 경청과 열성적인 참여가 이루어졌어요.^^ 덩치는 산만하지만 표정은 아이같이 순수하고 착해보이는 학생들.......그 아이들이 말한 답에 마음이 뭉클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지더군요. 꽤 많은 아이들이 “가족” “부모님” “행복한 가정” 등을 답으로 말했어요. 불행을 쫓아줄 수 있는 안식처로 그 아이들이 그리워하고 선망하던 것이 바로 따뜻한 부모의 품, 행복한 가정이었던 거죠.
회장님께서 말씀하신 정답은 “마음”이었어요. 여러분의 마음먹기에 따라 불행을 쫓아버리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셨던 거죠. 비록 따뜻한 부모의 품이나 행복한 가정은 그 아이들에게 주어지지 못했을지 몰라도, 그들이 이제 그곳에서 단단하고 바른 마음을 스스로 길러내 사회에 나와서 행복하게 살기를 진심으로, 진심으로 기도하고 응원하고 싶어요.
오늘 만나본 아이들......결코 이상하거나 사납거나 나쁜 아이들이 아니라 사람의 인정에 따뜻하게 반응하고 예의바르고 귀여운 우리 아이들이었습니다. 이 아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고 발이 안떨어졌지만 한편으로 그곳에서 진심으로 학생들을 존중하고 사랑하시는 교장선생님 이하 여러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되고 감사했습니다.
솔직히 고봉중고를 방문하기 전에는 소년원에 대한 선입견도 없지 않았습니다. ‘환경이 어렵다고 모든 아이들이 다 잘못된 길로 빠지진 않을텐데’라는 생각도 들었구요. 그런데 사람이 눈으로 보면 정말 가슴으로 느끼고 생각이 바뀌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그 아이들이 뭔가 잘못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환하게 웃고 인사하고 손들고 발표하는 그 아이들은 결코 나쁜 아이들이 아니라는 것. 누구보다 관심과 애정에 목말라 있고, 그것이 주어진다면 열심히 꿈과 희망을 갖고 살아갈 아이들이라는 것을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끼고 왔습니다.
언제가 되든 다시 또 그 아이들을 찾아가보고 싶네요!
첫댓글 선생님의 글을 읽으니 다시한번 그곳에서 느꼈던 감정이 살아납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봉 중.고 아이들도 곧 우리 아이들입니다 . 오늘본 우리 아이들은 아주 희망차보였고,활기차 보였습니다. 그런 우리 아이들이 잘 자랄수있도록 정기적으로 방문했으면 좋겠습니다. ~ 그느낌 그대로 적어주신 총괄팀장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대추 한 알 -장 석 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애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서서 붉게 익히는 것일게다.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게다.
대추나무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대추나무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저녁내내 장석주 시인의 시가 생각났습니다. 오늘 만난 그들모두 검붉은 한알의 대추로 익어가는 과정에서 만난 천둥, 번개, 비바람이 좋은 양분이 되어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앞으로의 모습들이 무척 기대됩니다. 덕분에 행복한 기운 잔뜩받고 돌아와 감사합니다♥ 역시~임작가님~\(^o^)/
언젠가는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우리 옆으로 돌아오길 기원합니다.
어제의 소중한 순간들이 다시 마음으로 들어오네요.
죄를 지은 행동만 탓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다시 새로운 기회를 가질 수 있게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네요. 우리가 작지만 한줄기 빛이 되어줄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마음이 느껴지는 글. 감동적입니다.
덕분에 그 마음들을 만난 듯 해요.
그 마음 나누러 다음 기회엔 함께 하고 싶어요.
내일부터 추워진다네요.가을이 폭 익는 걸 느끼기도 전에 겨울이 올 것 같아요.
시월의 마지막 밤에도 쓸쓸하지 않도록 마음 간수 잘해야겠습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온기있는 글,
감사합니다.
덕분에 세상이 살만해집니다.
회장님과 대치동자원봉사센터 선생님들의 응원에 힘입어 청소년들이 좋은마음으로 사회에 적응할수있기를 희망해봅니다
사회에서 소외된 학생들까지 품으시는 회장님과 선생님들에게 또 배우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