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속에 그리움의 땅으로 남아있던 히말라야에 다시 입국하였다
2013년 안나푸르나와 2015년 에베레스트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히말라야의 추억은 삶이 쓸쓸하고 권태로울 때마다 새로운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장엄한 설산, 아이들의 맑은 눈동자. 룽다와 타르초, 심지어 고소증까지도 에너지의 원천이었다
40년의 교직생활을 마감하고 생활이 무기력해질 무렵 과감하게 삶터를 떠나왔다.
고해성사 하는 마음으로 길을 걸으며 지나온 삶을 뒤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카트만두는 2076년 설날을 맞이하여 도시 전체가 들떠있었고, 축제 분위기에 취해 있었다
인천-상하이- 쿤밍(1박)-카트만두(2박)-트리슐리 바자르(540m)-둔체(1,950m)-샤브루베시(1,460m)1박
2019년 4월 12일부터 5월 1일까지 20일 일정으로 히말라야에 입국하였다
항공편은 여러날을 검색한 끝에 왕복 50만원짜리 중국 동방항공을 택하였다
중국 동방항공(China Eastern Airlines)은 중국의 주요 항공 회사의 하나로 상하이에 기반을 두고 있다.
운행승객 수 기준으로 중국 내 2위 항공사이며, 시장가치 기준으로 세계 3위 항공사이다.
동방항공의 로고는 지구를 형성한 둥근 모양에 대지를 상징하는 빨간색과, 바다를 상징하는 파란색이 상하에 위치하고 있다.
중앙에는 예로부터 길조로 불리었던 제비가 있으며, 전세계의 모든 곳에 행운과 행복을 가져다주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가격이 싼 항공편으로 네팔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험난하였다
인천공항에서 14시 20분에 이륙하여 상하이 푸동공항에 17시 30분에 착륙하였다
상하이 푸동공항에서는 센서가 예민하지 못해 외국인인 우리들의 지문 등록이 잘 안돼서 애를 먹었다
다시 푸동공항에서 21시 05분에 출발하여 쿤밍공항에 다음날 0시 20분에 내렸다
환승하기 위한 대기 시간과 불편한 기내 생활로 인하여 히말라야에 닿기 전에 지쳐버렸다
중국 쿤밍공항은 곡선으로 이루어진 철골 구조가 매우 독특한 모양을 이루고 있었다
‘봄의 도시(春城)’라고 불리는 쿤밍은 윈난성의 성도이자, 중국인들이 살고 싶어 하는 도시다.
윈난성의 성도인 쿤밍은 해발 1,890m에 위치하지만 연평균 기온이 약 18도로 365일 봄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몽둥이를 든 경찰과 장갑차까지 배치된 공항의 풍경은 매우 살벌하였다
새벽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방글라데시인이 운영하는 호텔 지배인이 마중나와서 호텔로 이동하였다
일본에서 4년 일하고 귀국한다는 네팔 청년과 함께 허름한 Xin Yuan Hotel에 묵었다
쿤밍에서 달밧과 찌아차, 찐 감자로 아침식사를 하고 14시 20분에 이륙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카트만두 국제공항은 속터지는 입국 수속과 희미한 조명, 후텁지근한 공기가 4년 전과 똑같았다
우리들의 카고백을 택시에 실어주는척 하고 Korean Money를 요구하는 남루한 사람들도 여전하였다
차선도 없는 도로를 난폭하게 달리는 자동차와 오토바이, 지독한 매연, 표정 없는 사람들로 인해 도시는 침울하였다
공항 청사를 빠져나오니 날씬이의 오래된 가이드 비제이가 마중나와 있었다
비제이는 우리들의 목에 카타를 걸어주며 격하게 환영하였다
먼길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안녕을 기원하며 카타를 걸어주는 것은 네팔의 오래된 관습이다
우리가 묵은 호텔은 카트만두의 번화가 타멜의 중심에 있는 Hotel Thamel Park
백영도 솔로몬의 단골 호텔이라서 친밀감이 들었고, 지배인의 한국어 실력이 매우 뛰어나 편안했다
히말라야 트레킹의 성수기라 방이 모자라는 바람에 옆에 있는 호텔의 객실을 빌려 썼다
호텔에는 이미 많은 수의 한국인들이 묵고 있었으며, 로비에는 트레커들의 카고백들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4월 14일은 네팔력으로 2076년 설날이라고 신문과 텔레비전은 축하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네팔에서는 서력 이외에도 비크람력이 공식적인 달력으로 사용되고 있다.
일본에서 말하는 연호와 같은 감각이다.
네팔에서 사용되는 캘린더에는 아라비이 숫자가 아닌 데바나가리 문자의 숫자로 비크람력이 표시되어 있다.
바로, 2019년 4월 13일에 비크람력으로 2076년이 시작되는 날이다
거리에는 잘 차려입는 젊은 남녀들이 넘쳐나고, 신의 길을 밝히는 불빛과 흥청대는 분위기로 가득 찼다
우리가 묵은 호텔에 딸린 식당에는 이처럼 한국 음식을 소개하는 간판이 걸려 있다
이것만 보아도 한국인들이 히말라야에 얼마나 많이 오는지 짐직하고도 남는다
첫날 저녁식사로 김치찌게를 시켰는데 아무리 뒤져봐도 돼지고기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주방에 항의했더니 나중에 돼지고기만 따로 볶아 내오는 바람에 한참 동안이나 웃었다
김치와 버섯볶음, 김치찌게, 밑반찬들은 한국의 정서와 맞아떨어져서 그런대로 괜찮았다
다음날 한나절은 빈둥빈둥 놀고 나서 카트만두의 대표적인 명소 타멜시장을 구경하였다
배낭여행자들의 천국이라는 타멜시장은 조금이라도 싸게 사기 위해 흥정하는 각국의 트레커들로 북적였다
골목마다 레스토랑, 환전소, 라이브 클럽, 기념품점이 즐비하게 늘어서서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상야릇한 향내와 복잡한 골목, 무질서한 사람들로 넘쳐나지만 이것 또한 타멜의 매력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트레킹에 필요한 침낭을 빌리고, 스틱과 몇 가지 소품들을 구입하였다
설날을 맞이한 타멜거리는 곳곳에 새로운 타르쵸를 걸어놓아서 더욱 화려하였다
타르쵸는 네팔의 모든 것을 빛나게 변모시켜주는 신의 손길같은 존재이다
대개 암갈색의 침울한 네팔의 조형물들은 타르쵸와 룽다가 합쳐짐으로써 새로운 생명력을 잉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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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멜시장의 복잡한 거리를 헤매이다가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패밀리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오늘의 메뉴는 텐뚝(Thenthuk)과 모모(MoMo)...
텐뚝은 우리의 수제비와 비슷한데 닭고기, 버팔로 고기, 야채를 섞어 만들어서 입맛에 잘 맞았다
우리가 주문한 모모는 닭고기 만두인데 모양이 C자를 닮아서 '모모C'라고 부른다
여기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산미구엘 맥주 3병을 곁들이니 황제 못지 않은 성찬이 되었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트레킹을 앞두고, 저녁에는 근사한 레스토랑을 찾았다
설날을 맞은 타멜거리는 노래와 축제가 끊이지 않았고, 여기저기서 우리를 유혹하였다
격조있는 레스토랑에서 비프스테이크에 독일맥주를 곁들이며 출정 전날의 여유를 즐겼다
도중에 갑자기 비가 쏟아져서 처마 밑에 있는 식탁으로 옮겼지만 우리들의 흥을 깰수는 없었다
4월 15일. 새벽 5시에 기상하여 5시 40분에 호텔을 출발하였다
호텔측에서 아침 식사로 사과와 바나나, 쥬스, 빵이 들어있는 도시락을 만들어 주었다
택시를 대절하여 트레킹의 출발지 샤브로베시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터미널로 이동하였다
버스터미널은 트레커들과 손님을 태우려는 안내인과 현지인들로 매우 복잡하였다
버스터미널 부근의 시장은 아침장을 보러나온 주민들과 상인들로 매우 분주하였다
시장에 있는 물건이라야 보잘것 없는 야채들뿐이지만 사람들의 표정은 건강해 보였다
척박한 이 땅에서 행복을 누리는 법은....바로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버스표를 예매하고 가이드와 포터를 만나 출정식을 가졌다
앞으로 14일 동안 히말라야의 안에서 함께 고생을 하게될 우리들의 가슴 안에는 이미 히말라야로 가득 찼다
포터는 카트만두에서 3일을 가야 하는 오지에서 왔는데 둘이 형제간이라고 한다
트리슐리 바자르 Trisuli Bazar (540m)
트레커들의 카고백은 25인승 버스의 지붕에 싣고, 사람들만 버스 안에 탔다
버스 안내인은 유치한 뮤직 비디오와 인도의 황당한 영화를 계속 틀어 주어서 눈과 귀가 피곤하였다
버스에는 Super Bus 또는 Deluxe Bus라고 큼지막하게 씌여 있었지만 조소를 금치 못했다
제대로 닫히지도 않는 창문, 때가 더덕더덕 묻은 소형 선풍기, 누더기 같은 의자...
카트만두를 출발한지 3시간 20분 만에 우리의 면소재지쯤 되는 소도시 트리슐리 바자르에 도착했다
트리슐리 바자르는 상당히 큰 마을로, 여행객들을 위한 호텔과 찻집 그리고 가게들이 많이 있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내려 허름한 식당으로 들어가서 홍차를 시켜놓고 소박한 아침 식사를 하였다
둔체 검문소 (1,950m)
둔체 입구 검문소에서 또 다시 많은 시간을 지체했다.
트럭과 버스, 그리고 각종 차량들이 줄을 이어 기약 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군인들은 우리들의 카고백을 일일이 열어보고 이상유무를 확인한 끝에 통과시켜 주었다
이곳은 중국과 네팔의 국경이 가까운 곳이라 경계를 엄중히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
둔체 Dunche (1,950m)
둔체는 상당히 큰 마을로 마을 입구에는 타르초가 화려하게 나부끼고 있어 활기가 넘첬다
랑탕계곡과 고사인쿤드 모두 카트만두에서 출발하며 주변에 공항이 없기 때문에 차량으로 접근한다.
도로는 포장도로와 비포장도로의 비율이 5:5 정도로 비포장도로에서는 상당한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우리가 탄 버스는 달리는 것이 아니라 스멀스멀 스며드는 느낌이었다
요리조리 길을 찾는 뱀처럼, 돌 사이를 흐르는 물처럼, 혹은 골목을 돌아가는 바람처럼...
샤브루베시 Syabrubesi(1,460m)
카트만두에서 샤브루베시까지 가는 길은 한마디로 고행길이다.
직선도로로 120km정도 되지만 꼬불꼬불한 험난한 길 때문에 8시간 정도가 걸리는데 오늘은 1시간이 단축되었다.
가드레일도 없는 왕복 1차선의 길로 가다 반대편에서 오는 차량을 만나면 오싹하다.
이런 경우 한쪽 차량은 멈추고 다른 차량은 슬금슬금 비켜간다.
가드레일이 없는 바깥 길을 이동할 때는 약 2천 미터의 낭떠러지가 보여 식은땀이 흐른다.
샤브루베시는 우리나라 면소재지 정도 규모의 마을로 랑탕 트레킹 코스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근처 마을주민의 생필품을 비롯해 등산에 필요한 것들과 관광 기념품들까지도 팔고 있었다.
샤브루베시(Shyabrubesi)는 티벳 말로 ‘함께 모여 춤추고 노는(샤브루) 평지(베시)’라는 뜻이다.
이곳은 그 이름 만큼이나 애환이 서린 곳이다.
티벳이 1950년 중국의 침략을 받아 그 지배하에 놓이게 되자 많은 티벳 사람들이 탄압을 피해 험준한 히말라야를 넘고 넘어 네팔 땅으로
들어섰고, 마침내 해발 1,460m의 샤브루베시에 도착하였다.
비록 그다지 넓지 않은 평지이지만 그들에게는 마음껏 춤추고 놀 수 있는 평화의 땅이었다.
우리의 숙소는 3층으로 된 Yala Peak Guest House
앞으로는 보데코시와 랑탕콜라의 두 강이 만난 트리술리강이 흐르고, 뒤로는 이름모를 설산이 우뚝 서있었다
점심식사는 면과 닭고기가 섞여진 치킨 뚝바로 해결하였다
그러나 우리의 식욕을 채워주지 못해서 숙소에서 한국라면을 끓여서 보충하였다
저녁식사는 네팔의 대표적인 음식인 달밧을 시켰다
달(녹두죽), 밧(밥), 떠르까리(야채볶음)을 접시에 담아 놓고 손으로 비벼먹는 요리다
우리나라의 쌀은 찰기가 있어서 숟가락으로 먹어도 잘 흘리지 않는데, 이곳의 날림쌀은 찰기가 없기 때문에 흘리기 쉬워 손으로 먹는다.
그러난 관광객들에게는 숟가락을 주기 때문에 우리 식으로 먹는다
뜨거운 물을 수통에 가득 담아서 침낭 안에 넣고 내일의 트레킹을 꿈꾸며 깊이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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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山行을 다녀와서
랑탕 히말라야(1) - 카트만두에서 2076년을 맞이하다
나마스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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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02 14:4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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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다시 돌이켜보니....그 때 그 감흥이 솔솔....우리 모두 고생했지요.
카트만두 타멜시장에는 없는 것 없이 모두 다 있습니다
세계적인 유명 메이커 용품들이 넘쳐납니다
노스페이스, 라푸마, 컬럼비아, 마모트, 아이더...
하지만 모두 짝퉁입니다
가격도 매우 싼데... 그렇지만 물건은 쓸만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