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탤런드 김희선 열풍이 중국 대륙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데 이어 최근 중국 TV들이 방영한 '가을동화'가 대박을 터뜨리면서 이번에는 송혜교.’
중국 TCL 집단이 이번에는 탤런트 송혜교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하이얼(海爾)과 더불어 중국의 대표적 종합가전그룹인 이 집단은 지난해 한국의 인기 탤런트 김희선을 자사 휴대전화 광고 모델로 기용해 화제를 모았다. TCL은 당시 김희선에게 2년 계약조건으로 6억원을 지급했는데, 송혜교에게도 이에 뒤지지 않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TCL이 송혜교를 주목하는 것은 KBS TV 드라마 ‘가을동화’가 중국에서도 대박을 터뜨렸기 때문. ‘란써성쓰롄(藍色生死戀)’이라는 중국 이름으로 소개된 이 드라마는 올초 베이징 TV 등을 통해 방영되면서 또 한번 중국 안방을 강타한 한국드라마가 됐다.
드라마가 성공하면서 중국어로 번역된 소설(제목:란써성쓰롄)도 역시 대박을 터뜨려 이미 30만부 이상 팔렸다.》
▽‘안방드라마의 위력’〓중국에 처음 상륙한 한국 드라마는 97년의 ‘사랑이 뭐길래’다. 우리말 제목을 직역한 ‘아이칭스선머(愛情是什멳)’라는 이름으로 CCTV에서 방영된 이 드라마는 중국 TV 프로그램 사상 역대 3위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어 ‘목욕탕집 남자들(開얐堂的男人們)’과 ‘별은 내 가슴에(星夢奇緣)’, ‘해바라기(妙手情天)’도 CCTV 등을 통해 방영돼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중국 전역에 ‘드라마 한류(韓流)’ 열풍을 몰고 온 것.
이제 드라마에 관한 한중(韓中)간 국경은 없어졌다. 한국 드라마는 거의 모두 중국에 수입되고 있다. ‘안녕 내 사랑(泡沫靑春)’ ‘청춘의 덫(靑春的陷穽)’도 대히트를 했고, ‘모델(靑春風雲)’ ‘초대(最愛是誰)’ ‘도시남녀(都市男女)’ ‘이브의 모든 것(女主播故事)’ 등도 중국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드라마들이 연달아 히트하면서 한국 탤런트들의 인기도 치솟았다. 김희선과 안재욱은 중국 언론이 일거수일투족을 소개할 정도로 젊은 팬들의 우상이 됐다. 김희선 열풍은 ‘김희선 성형’으로 이어질 정도다. 칭다오(靑島)의 한 병원은 ‘김희선처럼 만들어달라’는 중국 젊은이들을 상대로 16건의 성형수술을 해줬다고 신화통신이 최근 전했다.
▽‘한국음악도 매일 방송’〓드라마가 안방에서 중국인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면, 젊은이들의 귀를 빼앗고 있는 것은 음악이다.
중국 중앙인민방송은 지난해 9월부터 한국음악 전문프로그램 ‘한국을 들어보세요(聆聽韓國)’를 내보내고 있다. 이 방송은 CCTV와 더불어 유일하게 전국을 커버하는 방송이다. 이 프로그램은 중국 126개 주요도시에서 동시에 방송된다. 방송시간도 황금시간대인 매일 저녁 6∼7시.
‘한국을 들어보세요’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 중앙인민방송에 공급하고 있는 베이징 우전소프트의 김윤호(金允皓·43) 사장은 “방송국으로 오는 팬레터가 매일 400∼500통이 넘는다”며 “최근엔 드라마 ‘가을동화’ 주제곡을 들려달라는 엽서가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정도의 팬레터라면 최고 인기 프로그램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사장은 96년 중국에 진출해 한국가수들의 음반을 60여장이나 낸 ‘음악 한류’의 개척자다.
소후(sohu.com.cn)나 시나(sina.com) 등 중국 포털사이트에는 강타 등 한국 인기가수들의 뉴스가 넘치고 있다. HOT NRG 베이비복스 등은 팬클럽까지 결성돼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인기에 편승해 한국가수들의 무분별한 공연이 기획되면서 이미지를 흐리는 일도 빈발하고 있다. 2000년 HOT와 안재욱의 중국 공연이 성공하면서 불기 시작한 공연바람으로 작년에는 베이징 상하이 등에서 무려 20여회의 공연이 추진됐다. 그러나 흥행을 노린 벼락치기 공연이다 보니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중국언론으로부터 혹평을 들었다. 이로 인해 올 들어서는 한국가수들의 공연은 주춤해졌다.
▽‘생활 속의 한류’〓드라마와 음악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붐’도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한국을 좋아하는 ‘하한쭈(哈韓族)’들도 대거 생겨났다.
베이징(北京)의 중산층들이 모여 사는 왕징(望京) 아파트단지촌의 화룬(華潤)슈퍼마켓에선 포장김밥이 인기다. 김치는 2년 전 슈퍼마켓이 개점할 때부터 진열대에 올랐고, 매출도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게 지배인의 얘기다. 한국음식의 인기는 드라마 인기와도 관계가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드라마 속의 음식점 풍경이 한국음식에 대한 관심을 자극했을 것이란 얘기다.
휴대전화 등 한국제품들도 호평을 받고 있고,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등 간단한 한국어들을 할 수 있는 중국인들도 많이 늘어났다. 드라마와 음악에서 출발한 ‘한류’가 중국인들의 생활 속으로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한국드라마 인기 비결▼
한국 드라마가 중국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은 중국의 ‘한류 열풍’을 이해하는 단서가 된다.
상하이 문회보(文匯報)는 지난달 26일 ‘한국 드라마가 (중국인의) 눈길을 사로잡다’라는 제목 아래 한국 드라마의 매력을 분석하는 기사를 실었다. ‘가을동화를 통해 본 한국 드라마의 발전궤적’이 기사의 부제. 이에 따르면 한국 드라마의 매력은 크게 3가지다.
하나는 섬세한 터치다. 일본 드라마들은 동화적 색채가 짙은데 비해 한국은 보통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소재를 잡으면서도 섬세하게 터치하며 점입가경으로 끌고 가는 기술이 있다는 것.
또 하나는 우상을 만들어내는 능력. ‘별은 내가슴에’에서의 별을 쫓는 안재욱, ‘해바라기’에서 우정을 지키려고 온갖 노력을 다하는 김희선의 심금을 울리는 미소, 한국의 ‘무공해 미녀’를 형상화시킨 ‘가을동화’에서의 나이 어린 송혜교 등 출연진 선정에서 정교할 뿐만 아니라 이를 우상으로 띄워내는 능력도 탁월하다는 것.
선정성도 중국측에서 보기에는 큰 매력이다. 비가 쓸쓸히 내리는 해변가나 공원에서 젊은두 남녀가 껴안거나 입을 맞추는 선정적인 장면들을 매끄럽게 만들어낸다는 것. 사회주의 나라인 중국의 드라마들이 따라하기 쉽지 않은 부분들이다.
이 신문은 그러나 한국 드라마는 여자주인공은 청순가련형으로 처지도 불우한데 비해 남자주인공은 잘생기고 능력있는 형이 대부분이라며 한국 드라마는 남성중심적이라고 소개했다. 이 때문에 은연중 남성중심주의를 조장하는 부정적인 면이 있다는 것.
이 신문의 분석과는 별도로 중국인들은 한국 드라마에서 개방적이고 쾌활한 개성, 창조적 생활 등에 흥취와 함께 동경을 느낀다는 지적도 많다. 한국 드라마를 통해 자유분방함과 윤택한 생활에 대해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것이다.
▼영화 인기도 동반상승▼
한국 영화에 대한 인기도 급상승하고 있다.
‘친구(朋友)’ ‘쉬리(生死諜變)’ ‘동감(通感)’ 등 한국 영화 DVD들을 베이징의 음반 비디오가게들에서 찾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비천무’ ‘무사’ 등 무술영화 불법복제판도 나돌고 있다. 최근엔 ‘엽기적인 그녀(我的野蠻女友)’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다.
중국에 한국영화가 소개된 것은 불과 2년 전이다. 2000년 5월 베이징영화대학에서 한국영화제를 개최한 것이 그 계기다. 이 영화제는 중국 당국이 행사 이름을 둘러싸고 민감한 반응을 보여 자칫 불발될 뻔했는데, 학생들이 쉼표 하나를 삽입하는 기지를 발휘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른바 ‘쉼표사건’이다.
당시 한국측은 ‘한국영화제’라는 이름을 달기를 바랐다. 그러나 베이징영화대학측은 “반드시 학술대회여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허락하지 않겠다”는 완고한 입장이었다는 것. 밀고 당기는 실랑이 끝에 학생들이 ‘한국영화, 학술회’라는 제목으로 쉼표 하나를 삽입함으로써 영화제를 성사시켰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초록물고기’ ‘주유소 습격사건’ 등 한국영화 12편이 처음으로 중국에서 상영됐다. 1주일간 열린 이 영화제는 중국 언론과 영화계의 큰 관심을 모았다. 중국의 세계적인 감독 장이머우(張藝謀)는 상영된 12편의 영화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모두 봐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영화제가 한국영화 붐을 일으키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아직도 중국 영화관들은 한국영화를 공식 상영하지 못한다. 그러나 불법 복제판 테이프나 DVD들을 통해 어렵지 않게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