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었던 옛 추억이 어린 청평역에서 첫 전철을 내려 국도를 건너서 청구아파트를 지나 산행 안내도가 서 있는 계곡 삼거리에서 조금 더 가루게 임도를 따라가다 등 로로 들어가야 했는데 비닐 끈이 막고 있는 능선으로 바로 붙었다가 쓰러진 나무들을 이리저리 건너며 가시덤불 숲을 한동안 뚫고 힘겹게 반질반질한 산길과 만난다.
덕현리 갈림길을 지나 통신 시설물이 있는 깃대봉(x623.6m)에 올라 데크 전망대에서 운해에 가린 북한강을 바라보며 막걸리 한 컵 마시고 으슬으슬한 추위를 느끼며 일어나 멧돼지들이 갈아엎은 낙엽 길을 연신 크게 헛기침을 하며 따라가면 도망친 돼지들이 멀리 가지 않고 사면에서 으르릉거리는 소리를 내어 머리가 쭈빗 선다.
공터에 깃대봉 정상 석이 두 개나 서 있는 643.5봉을 넘어 한얼산 기도원 갈림길을 지나 은두산(x686.3m)에 올라 헬기장에 퍼질러 앉아 예전의 힘 좋았던 때를 회상하며 다시 막걸리를 마시고 4km 남은 축령산으로 향한다.
잔 너덜이 덮여있는 급사면을 미끄러져 내려가 흐릿한 사거리 안부인 파위고개를 건너고 된비알을 힘겹게 통과해 작은 정상 판이 걸려있는 오독산(x614.7m) 암 능으로 올라가면 박무 속에서도 깃대봉에서 이어온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부드러운 낙엽 능선을 뚝 떨어져서 임도로 내려가 수레넘어고개에서 산으로 들어가 가파른 능선을 한동안 지나서 밧줄 난간들이 줄줄이 쳐진 거대한 바위를 오른쪽으로 돌아서 녹아가는 진흙으로 자칫 잘못하면 밑으로 구를 수도 있는 급사면을 나무뿌리들을 잡고 안간힘을 쓰며 통과해 남이바위에서 오는 주 능선으로 붙는다.
해빙기 산에서 예상보다 시간을 많이 쓰며 정상 석과 돌탑이 서 있고 태극기가 휘날리는 축령산(887.1m)에 올라가 삼각점(양수25/1983재설)을 알현하고 한편의 바위에 앉아 오독산을 바라보며 빵으로 요기를 하고 넘어져 바지를 버리지 않게 잔뜩 긴장을 하며 녹아가는 눈과 진흙으로 질척거리는 지저분한 능선을 타고 휴양림 안부로 내려간다.
인적 끊어진 한적한 산길을 타고 나지막해 보이던 서리산(x832.0m)에 올라 축령산 못지않은 높이에 놀라고는 벤치에 앉아 주금산을 바라보며 한동안 쉬다가 가지치기를 하는 휴양림 직원들을 지나쳐 막 산객 한 분이 힘겹게 올라오고 있는 불기고개 능선으로 꺾는다.
밧줄 난간들을 잡으며 눈으로 덮여있는 미끄러운 급 비탈 바위지대를 조심스레 내려가 지나온 능선을 되돌아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고 부드러워진 완만한 산길 따라 이정표에 화채봉이라 쓰여있는 651.5봉으로 올라가니 공터에 이정 판만이 서 있다.
가까운 내방리로 길이 갈라지는 사거리 안부의 보호수 데크에 앉아 다시 다리 쉼을 하고 387번 지방도로가 넘어가는 불기고개로 내려가 천막 휴게소에서 막걸리와 물을 보충해 짙은 구름에 가려있는 시루봉(x662.4m)으로 올라가 공터의 벤치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애초 계획대로 천마산과 백봉을 넘어 새벽녘에 금곡으로 내려가 찜질방에서 잠깐 쉬든지 아니면 바로 첫 전철을 타고 돌아갈 것인지를 곰곰이 따져본다.
이런저런 상념에 젖어 대형 벙커들이 있는 안부로 올라가 약한 빗방울과 함께 몰려오는 비구름을 보며 실행할 명분도 없는 무리한 강행군을 취소하고 전망 바위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서리산을 기웃거리다 공터에 두 개의 정상 석이 놓여있는 주금산(x813.6m)에 올라 낡은 삼각점 옆에 앉아 남은 술을 벌컥거리고는 떨어지는 비를 맞으며 베어스타운으로 향한다.
완만한 산길를 한동안 떨어져 훤하게 불이 켜져 있는 스키장으로 향하다가 계곡을 건너고 베어스타운 둘레길을 따라 웬일인지 텅텅 비어있는 콘도 촌으로 내려가 찬바람을 맞으며 썰렁한 리조트를 빠져나와 바로 내촌으로 나가 외국인 노동자들이 큰소리로 전화질을 하는 소란스러운 의정부 버스를 탄다.
첫댓글 홀로먼길 걸으셨네요.ㅎ
수레넘어고개에서
축령산 오르기가 퍽퍽했던 기억인데..
비도오는데
주금산에서 접기를잘하신것 같아요
밤엔 빗줄기가 제법 굵었어요.
진흙이 녹아서 평소에는 아무것도 아닌 사면이 위험하더라니까...원래는 새벽 두세시에 천마산 도착하면 시간이 남으니 백봉을 넘어 첫 전철 탈려고했는데 한두번 간 곳도 아닌데 왜 무리를 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비는 뿌리고 길은 미끄럽고...
@킬문 원래는
첫전철 타고 산행 퇴근이라~
그것참 뜻깊은 추억거리가
될 이벤트성 산행계획이었네요.ㅎㅎ
포기 잘하셯어요.
저도 근 50일 만에 칠봉산
갔다오니 얌얌해서 다시
소요산으로 갔더니
입산통제 하기에 옆구리로해서
한바퀴 돌았더니 다리가 뻑적지근한게~ㅋ
소요산은 왜 입산 통제야...?
@킬문 자재암에서 땡중들
코로나 감염될꺼봐
통제 한다고 그런것 같더라구요~
@ddc. 땡중들...맞네유...ㅠㅠ
남양주 6산하려다 접으셨네여~
예전 sbb와 화채봉 알바하고도 그시간이믄 화현사거리까지 갔는데~
주금에서 천마 백봉이믄 20키로를 더가야하는데 잘 접으셨어요
차라리 불수도북이 야경이라도 있으니 할만하죠.
핑계지만 비도 오고...이젠 힘이 다 됐습니다.
냠냠하게 백족산 백번에 도전하고 있네요. 임도도 돌고 뒤로도 돌고 앞으로도 돌고 그러니까 좋더라고요
매일 새벽마다 올라가. 백족산 산신령 되게...
@킬문 그러고 있어요. 오갑산은 갈래도 시간이 마니 걸려서
의정부버스타면 온갖 외국어가 다 들려요 우리나라 버스아닌것 같아요 ㅎ
내촌에서 의정부 가는 33번 버스 타면 나 빼놓고 다 외국인들입니다...한국 사람들도 그렇지만 큰소리로 쉬지않고 몇십분을 전화로 떠드는 사람들...오죽하면 기사분이 운전하면서 떠들지 좀 말라고.^^
@킬문 그 33번 버스에는 기사와 킬문 님, 두 사람만이 외국인이셨네요ㅎ
사람이 밤까지 불 켜고 산길 거닐면 멧돼지 외 동물들은 스트레스 가중일 터인데
나중 멧돼지들이 변호사 선임, 님에게 청구서 내밀 수도ㅋ.. 대단하십니다!
요새 멧돼지들이 사나워졌습니다. 도망도 안가고 근처에서 으르릉거리고 있으니...ㅠㅠ
호명산 운해가 끝장입니다. 와우~
진부로 오시는줄 알았는데요. 눈이 좋았는디.. ㅋㅋ
첨 25% 디씨에서 15%로 바뀌어서리...^^
@킬문 있는 분들이 더 하시네유 ㅎㅎ
엄청나네요..나 같으면 어떻게 가까스로 블기고개까지 간다고해도 더이상 아무 생각이 없을텐데
비온다고 그나마 줄인것이 주금산을 넘어간것이니...수고 많으셨습니다.
다 낯익은 길인데요,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