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시장이 2009년 제주올레를 만나 되살아났다. 제주의 길을 걷고, 제주 사람을
만나고, 제주의 먹거리를 즐기기에 이보다 좋은 곳이 없다. 근래에는 제주 '먹방' 여행의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
했다. 오메기떡부터 귤하르방까지 전통과 현대를 넘나든다. 상가와 상가 사이 통로가 넓고, 주차 시설도 넉넉
하다. 하물며 서귀포 시가지 중심에 있다. 매일이 '올레'다!
좌)물건과 사람들로 복잡한 서귀포 매일올레시장 안 풍경, 우)한글, 영어, 중문, 일본어로 옵데강 고맙수다란
글귀를 적은 파란색과 붉은색 현수막
시장, 제주올레를 만나다
쇠소깍에서 출발한 제주올레 6코스는 서북전시관부터 길이 해안 올레와 시장 올레로 갈린다. 시장 올레는
서귀포매일올레시장과 서귀포칠십리시공원을 지나 삼매봉으로 향한다. 제주올레에서 사람 냄새 풀풀 나기로
소문난 구간이다.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은 동홍동의 서귀포향토오일시장과 달리 날마다 열리는 서귀포 시민의
생활 장터다. 제주올레 완주를 목표로 삼는 올레꾼이 아니라면 어김없이 다녀간다.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은 1960년대 서귀포 시가지의 중심인 중앙동에 문을 열었다. 이전부터 서귀포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장을 이뤘고, 부산 국제시장을 오가던 도매상들이 가세했다. 여느 시장과 마찬가지로 농축
수산물, 잡화 등을 팔았다. 감귤 산업이 호황을 누리며 관광객도 일찌감치 찾아들었다. 하지만 감귤 산업이
하향세로 돌아서며 시장이 쇠퇴하기 시작하고, 1990년대 이후에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형 마트가
등장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아케이드를 설치하며 시장 내부를 단장했다.
전환점은 역시 제주올레다. 2009년 제주올레 6코스가 시장을 가로질렀다. 마침 문화 관광형 시장으로 변모
하던 시기와 맞물려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이 생겨났다. 서귀포매일시장이나 매일시장으로 불리다가, 이름이
바뀐 뒤에는 올레꾼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근래에는 제주올레와 상관없이 여행지로 시장을 찾는
여행자도 부쩍 늘었다.
좌상)한라봉, 천혜향 등 다양한 감귤, 좌하)소쿠리에 많은 과일을 담아 진열한 시장안 과일가게,
우) 서귀포매일올레시장 입구의 야경
제주 '먹방' 여행의 진수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은 현재 710m에 달하는 아케이드 상가다. 시장 안쪽은 '王' 자형이다. 공영주차장 쪽은
장 먼저 꽁치김밥이 시선을 끈다. 시장 입구 우정회센타에서 곁들이로 내던 게 시장의 명물로 자리매김했다.
꽁치 한 마리를 통째로 넣어 김밥을 싼다. 오메기떡은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을 알리는 데 일조한 제주 전통
음식이다. 제주 차조를 익반죽해서 팥소를 넣고 겉에 통팥으로 버무린다. 쫄깃하고 달콤한 맛에 반해 육지에서
택배로 주문할 정도다. 시장 대다수 떡집에서 맛볼 수 있다. 보리떡이나 빙떡 등도 제주 전통의 맛을 더한다.
요즘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은 갈치나 옥돔 같은 수산물, 한라봉이나 용과 같은 과일 쇼핑뿐만 아니라 제주를
대표하는 '먹방' 투어 코스로 각광 받는다.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을 찾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1)시장 천장에 물고기를 끌어안고 있는 사람 조형물이 걸려 있는 시장 풍경, 2)손님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는 떡집,
3)매대에 진열된 옛날 보리빵을 보고 있는 주인, 4상)고등어와 붉은 생선 4하)팥 오메기떡과 씨앗 오메기떡
몇 년 사이 제주의 특징을 살린 새로운 간식이 가세했다. 우정회센타를 지나 아케이드 안으로 들어서니 감귤
냄새가 향긋하다. 과일이 아니라 간식이 풍기는 향이다.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의 대세로 등극한 귤하르방이다.
귤 반죽에 귤 커스터드 크림을 넣었다. 오메기떡의 투박한 모양과 달리, 한입에 쏙 들어가는 돌하르방 모양이
앙증맞다. 한라봉이나 천혜향을 갈아 넣은 주스와 곁들여 먹어도 좋다.
좌)감귤주스와 귤하르방 빵, 우)손님에게 시식용 귤을 주고 있는 상인과 외국인 관광객
꼬치구이나 크로켓 역시 제주답게 변신했다. 흑돼지로 만든 흑돼지꼬치와 흑돼지고로케다. 특히 흑돼지꼬치는
줄 서서 먹는다. '순한 맛'에서 '아주 죽을 맛'까지 단계별 양념에 가츠오부시(가다랑어 포)를 얹었다.
제주 흑돼지를 즐기는 색다른 방법이다.
제주 이민자들이 시장 나들이하며 재발견한 음식도 있다. 시장에 통닭집이 많은데 대부분 마늘통닭을 판다.
마늘 양념으로 숙성한 닭고기를 감자와 함께 튀긴 뒤 다진 마늘을 뿌려 낸다. 푸짐한 양에 제주 인심을 실감
한다. 시장 분식집에서 파는 모닥치기도 빼놓을 수 없다. 모닥치기는 '여럿이 힘을 합친다'는 제주 방언으로
떡볶이와 튀김, 김밥이 섞여 나온다.
좌)꽁치 머리와 꼬리가 보이는 꽁치김밥, 우)떡볶이와 김밥이 섞여 나오는 모닥치기와 어묵
서귀포 여행의 '올레'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이 문화 관광형 시장으로 성공한 원인이 하나 더 있다. 넉넉한 쉼터와 쾌적한 환경이다.
시장 중앙로에 잉어 떼가 유영하는 생태 수로 110m를 설치했다. 그 사이에 화분을 두고, 분수대와 물레방아
등을 갖춰 아기자기하다. 수로 가장자리에 울타리 대신 벤치를 놓아 쉼터도 넉넉하다. 시장을 구경하다가
물소리를 들으며 숨을 고른다. 여유롭게 간식을 먹으며 시장 풍경을 감상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또 상점과 상점 사이 통로가 넓고 평탄해서, 휠체어나 유모차가 이동하기에 불편함이 없다. 스마트폰 세대를
겨냥해 시장 전 구역이 와이파이 존이다. 국내 최초로 지정된 K-Smile 특구니 상인들의 미소는 말해 무엇 할까.
좌)과일을 파는 좌판과 상점 앞에서 물건을 고르는 관광객들, 우)시장 중앙에 놓인 벤치 옆으로 오가는 행인들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은 여행 코스로도 장점이 많다. 시장 남쪽 입구는 이중섭문화거리와 맞닿는다. 주말이면
아트 마켓이 열리고, 이중섭미술관이 거리에 위치한다. 그 남쪽은 서귀포항, 천지연폭포, 서귀포조가비
박물관과 연결된다. 새연교 건너 새섬까지 연결하면 서귀포 시내 하루 여행 코스가 알차다.
서귀포 시가지 여행의 마지막 코스로 삼는다면 다음 여행지로 옮기기에 유리하다. 버스 노선이 모이는
중앙로터리까지 500m 거리다. 올레는 본래 '거리에서 마당에 이르는 골목'을 말한다던가. 서귀포매일
올레시장은 서귀포 여행의 올레로 삼기에 안성맞춤이다.
좌)벽에 그림이 걸려 있고 작은 매대에 상품을 진열한 이중섭문화거리 아트마켓 거리 풍경, 중)세계조가비박물관의 입구, 우)세계조가비박물관 명 갤러리 간판이 붙어 있는 벽
<여행정보>
서귀포매일올레시장 여행정보
주소: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중앙로62번길 18(서귀포시매일올레시장 공영주차장)
문의:064-762-1949
※식당※
우정회센타(본점) : 꽁치김밥 / 서귀포시 중앙로54번길 32 / 064-732-0303
마농치킨(구 중앙통닭) : 마늘통닭 / 서귀포시 중앙로48번길 14-1 / 064-733-3521
새로나분식 : 모닥치기 / 서귀포시 중앙로42번길 24 / 064-762-3657
할머니떡집 : 오메기떡 / 서귀포시 중앙로42번길 24 / 064-732-6210
※숙소※
베니키아크리스탈호텔 (베니키아) : 서귀포시 중정로 16 / 064-732-8311
제주R호텔서귀포점(굿스테이):서귀포시중정로 14 /064-733-5477/ http://www.rgeho.com
올레스테이 : 서귀포시 중정로 22 제주올레여행자센터 3층 / 064-762-2167
♣여행 팁:올레꾼은 이중섭문화거리 쪽에서 올라와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의 남쪽 입구로 들어온다.
하지만 시장을 목적지로 삼은 여행자는 북쪽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남쪽으로 이동하며
시장 구경을 즐기는 게 편리하다. 주차장은 처음 30분이 무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