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찾아서] 이 땅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를 찾아 산을 올랐습니다
우리 땅에 살아있는 나무 가운데에 가장 오래된 나무는 몇 년이나 됐을까요? 백 년도 채 살지 못하는 사람으로서는 감히 상상도 하기 어려운 긴 수명을 가진 나무의 세계가 궁금합니다. 산림청의 보호수 목록에는 울릉도 도동 향나무의 나이를 2,000년이라고 돼 있습니다. 그리고 문화재청의 천연기념물 목록을 기준으로 하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는 강원도 정선 두위봉 정상 부근에 서 있는 주목입니다. 지난 주 《나무편지》에서 얼핏 말씀드린 것처럼 바로 그 〈정선 두위봉 주목〉을 만나고 왔습니다. 오늘 《나무편지》에서는 〈정선 두위봉 주목〉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우선 알려드릴 이야기부터 전하고 나무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 나무와 호랑이가 백두대간수목원으로 초대합니다 ○
먼저 국립 백두대간수목원의 북스테이 소식입니다. 지난 오월에 정식으로 개장하며 호랑이와 함께 주목받는 국립 백두대간수목원에서 일박이일에 걸쳐 《자연의 품에 안겨 책을 읽다》 라는 제목으로 진행하는 《북스테이》 행사입니다. 참가비는 숙박비 포함해서 31,000원이며, 선착순 100명으로 마감할 예정이라 합니다. 여름을 맞이한 나무들과 또 백두대간수목원의 명물 호랑이와 함께 이 여름을 시원하게 맞이하실 좋은 기회이지 싶습니다.
http://bit.ly/2KIHxbi<== 백두대간수목원 북스테이 신청 페이지
○ 2018 후반기 상동도서관 《나무강좌》 에 초대합니다 ○
올 후반기 부천 상동도서관의 《나무강좌》 소식도 아울러 알려드립니다. 이번 주 수요일에 시작하게 될 상동도서관의 2018년도 후반기 《나무강좌》에도 많은 신청 부탁드립니다. 후반기 나무강좌 대강의 계획은 위의 그림표를 참고하세요. 지난 120명까지 참가 신청을 받을 예정입니다. 올 후반기에도 그 동안 그러셨던 것처럼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합니다.
http://bit.ly/2KmszE0 <== 상동도서관 《나무강좌》 신청 페이지
○ 돌과 바위로 이어지는 쉽지 않은 등산로를 지나야 ○
이제 나무 이야기입니다. 〈정선 두위봉 주목〉을 만나기 위해서는 숲 깊이 들어가, 정상 가까이까지 높이 올라가야 합니다. 두위봉 주목을 찾아가는 길은 여러 코스가 있겠지만, 대개는 도사곡휴양림에서 출발하는 코스를 이용합니다. 비교적 평탄한 편이기는 해도 쉽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는 길입니다. 등산로 초입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크고 작은 바위와 돌로 된 길이 이어지는 때문이지요. 처음에 식수 보호구역 주변의 평탄한 오솔길을 오르다보면 곧바로 나타나는 돌 길이 세 그루의 천년 주목이 서 있는 자리까지 이어집니다. 경사가 급하거나 험한 길이 아님에도 돌로 이어지는 길을 걷는 건 생각보다 피로도가 높습니다. 금세 지칠 뿐 아니라, 자칫 발목이 꺾여 다치기도 쉽습니다.
등산로 초입인 도사곡휴양림에서 3km 남짓, 두 개의 샘터를 지나며 두 시간 쯤 오르면 주목군락지에 이르게 됩니다. 주목군락지가 시작되는 첫 자리에서 바로 우리의 천년 주목 세 그루를 만나게 됩니다. 하늘을 가린 울창한 숲길을 걸어 오르다가 화들짝 푸른 하늘이 열리는 자리에서 만나는 세 그루의 노거수 주목은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감탄사를 내놓게 합니다. 이 자리에서 무려 1,400년을 버텨왔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놀랍고 신비롭습니다. 등산로 가운데를 떡허니 버티고 서서 나그네의 걸음을 멈추게 하는 주목의 위용은 우리나라의 여느 나무를 능가하는 자태입니다.
○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의 주목의 특징을 살펴야 ○
잔뜩 기대를 품고 산을 올라 만난 나무를 만나는 순간에 “에계!” 하며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그건 이 나무가 주목이라는 사실을 잊은 탓입니다. 주목은 우리 땅에서 자라는 나무 가운데에 자람이 매우 더딘 나무입니다. 규모로 보아서는 여느 오래 된 노거수에 비해 작아 보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더디게 자라는 나무라는 특징은 〈정선 두위봉 주목〉이 천 년 넘게 깊은 숲에서 살 수 있었던 유리한 조건입니다. 나무들이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 숲에서는 나무가 가지를 넓게 뻗으며 자랄 수 있는 일정한 영역을 확보하기 어려워 수명이 짧은 편입니다. 생존 영역이 비좁아, 나무는 스트레스를 받고 제풀에 꺾여 수명을 마치기 십상입니다. 까닭에 깊은 숲에서 자라는 나무는 평균적으로 2백 년 정도가 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건 일반적인 경우일 뿐, 나무에 따라 온갖 비바람 눈보라, 생존 스트레스까지 다 이겨내고 살아남는 나무가 있습니다. 자람이 더딘 주목이 그렇습니다. 더디게 자라는 탓에 주목은 온갖 시름과 풍진을 가만가만 이겨내며 살아오는 데 유리합니다. 가지를 뻗는 속도도 여느 나무에 비해 매우 느렸겠지요. 자기 본성이 품고 이겨내야 할 스트레스조차 속으로 씹어 삼키며 오래 버틸 수 있었던 것 아닌가 생각하게 합니다. 그러고보면 이 깊은 숲에서 〈정선 두위봉 주목〉이 살아온 1,400년 세월은 그야말로 세월의 모든 고통과 시련을 이겨낸 결과입니다. 인고의 세월을 버텨온 고맙고 장한 나무인 겁니다.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이라는 주목의 별칭을 온몸으로 증거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노거수입니다. 나라 안에 살아있는 모든 종류의 나무를 통틀어서도 최고령의 나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 세월의 풍진에 찢기며 하늘로 솟아 올라 ○
비탈에 줄지어 서 있는 세 그루 중 가장 크고 오래 된 나무는 중간에 서 있는 나무인데, 1,400년 쯤의 오랜 세월을 살아온 나무로 추정합니다. 아래 위의 다른 두 그루 역시 큰 차이는 없어 보이지만, 언뜻 보아도 중간에 서 있는 나무의 수령에 비해 조금 덜 돼 보입니다. 세 그루의 나무가 보여주는 세월의 깊이가 비슷해 보이기는 하지만, 곰곰 살펴보면 줄기 안쪽이 썩어들어간 중간의 나무가 아무래도 가장 오래 된 나무이지 싶습니다. 다른 두 그루는 그보다 조금 적어서, 아래 쪽의 나무가 1,100년, 위쪽의 나무가 1,200년 정도 된 것으로 봅니다. 얼핏 보아 미미한 차이로 느껴지지만, 무려 삼백년이라는 엄청난 시간의 차이입니다. 사람의 세월로는 느끼기 어려운 나무의 세월입니다.
중간에 서 있는 나무의 줄기는 가운데가 오래 전에 썩어 비었고, 그 동공 부분을 외과수술로 메운 흔적이 뚜렷합니다. 줄기가 뿌리 부분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살짝 비틀리고 꼬이며 하늘로 치솟아 올랐어요. 보는 방향에 따라서 춤을 추는 듯도 하고 혹은 천 년 된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하는 형상이기도 합니다. 이 굵은 줄기를 사람 가슴 높이 쯤에서 잰 둘레는 4.36m 정도 됩니다. 세월의 풍진에 찢기고 뚫린 중심 줄기는 7m 쯤 높이에서 둘로 갈라졌습니다. 갈라진 두 개의 줄기 중 하나는 얼마 쯤 허공을 더듬어 오르다가 다시 둘로 갈라지며 전체적으로는 큰 줄기가 셋으로 나눠져 뻗었습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나뭇가지의 맨 끝 높이는 땅에서 17m쯤 높은 지점입니다. 이 정도 규모라면 우리나라의 모든 주목 가운데에 가장 큰 주목임에 틀림없습니다.
○ 우리나라의 모든 나무를 통틀어 가장 오래된 나무 ○
주목이 아니라면 이 정도의 높이와 굵기를 가진 나무는 적지 않습니다. 주목의 특징을 감안하지 않는다면 큰 나무라 할 수 없겠지요. 하지만 자람이 더딘 주목 가운데 이 정도까지 큰 나무를 찾아보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현재 산림청 보호수로 지정한 주목 가운데 가장 오래 된 나무는 강원도 춘천의 오래된 절집 청평사 뒷숲에 서 있는 800년 된 나무입니다. 청평사 주목도 처음 보았을 때에는 팔백 년이라는 세월을 믿기 어려웠습니다. 크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청평사 주목은 높이가 고작 10m 밖에 안 되거든요. 생육 환경이 사뭇 서로 다른 두 그루의 나무를 절대비교하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청평사 주목의 두배 가까이 되는 크기의 두위봉 주목의 나이를 1,400년으로 잡는 건 결코 무리가 아닐 겁니다.
말없이 깊은 숲에서 묵묵히 세월을 견디며 살아온 〈정선 두위봉 주목〉은 긴 세월 동안 사람의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산길을 지나는 사람들의 눈에 띄었다 하더라도 주목의 특징을 가름하지 못한 탓에 오랫동안 그의 가치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산림청 보호수 목록에도 빠져 있었지요. 나무의 가치가 제대로 발견된 건 1990년 후반, 산림청 동부지방산림관리청에 의해서입니다. 산림청 임업연구원에서는 주목 세 그루의 나이를 정밀 조사한 끝에 우리나라의 모든 나무를 통틀어 가장 오래 된 나무로 결론지었습니다. 긴 세월 동안 누구의 보살핌도 없이 잘 살아온 나무의 생명력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정선 두위봉 주목〉은 마침내 2002년 6월 29일에 천연기념물 제433호로 지정되어 국가적인 보호를 받게 되었습니다.
○ 장맛비 맞으며 기차를 타고 맑은 도시로 떠납니다 ○
장맛비가 다시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 경북의 깔끔하고 작은 도시, 영천으로 떠나는 길입니다. 지난 주에도 영천시에 들렀지만, 비 때문에 별다른 답사를 하지 못하고 그냥 돌아왔기에 이번에는 영천과 대구 주변의 나무까지 찾아보려고 별렀는데……. 비교적 많이 내린다는 장맛비 소식에 오늘도 다시 또 기차를 타고 다녀와야 하겠습니다. 이번 주 중에는 제주에 가야 하니, 경북의 나무들과는 다음 주 쯤 다시 만날 기약을 남기겠습니다. 다녀와 소식 전하겠습니다.
오늘 《나무편지》의 사진설명 덧붙입니다. 맨 위의 사진은 주목을 찾아 오르는 산 길 풍경이고, 알림 그림 아래의 9장 사진 중 위의 석 장은 정선 두위봉 주목 가운데에 가장 나이가 많은 1,400년 된 주목이며, 그 아래로 다음 석 장은 세 그루 중 위쪽에 서 있는 1,200년 된 주목이며, 마지막 석 장은 아래 쪽의 1,100년 된 주목입니다.
고맙습니다.
- 장맛비 맞으며 기차를 타고 남녘 아름다운 마을로 떠나며 7월 9일 아침에 ……
솔숲(http://solsup.com)
○●○ [솔숲의 나무 이야기]는 2000년 5월부터 나무를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
첫댓글 나무편지 몇년째 받고 있는데,....처음과 달리 촘촘이 읽지 못하고 있어서
막연하게,
뭔가....
아쉽고 그런...
덕분에 촘촘이 읽었네요.^^
사실은 저도 그렇습니다.^^*
두위봉철쭉제산행을 자미원역에서 시작하면 두위봉정상거처 증산역으로하산하는 중간지점에서 위의주목나무를볼수있습니다
보고 오신 적이 있군요.
너무 멀어서 저 녀석만 보러 가기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기회가 생기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