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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번트리더십훈련원(대표 협성대학교 유성준교수)의 핵심사역인 서번트리더십스쿨의 제1기 수료자들을 중심으로 미주 대안공동체 탐방 프로그램이 6월21일(화)-7월2일(토)까지 12일간 진행되었다. 이 기간 동안 와싱톤 디시의 세이비어교회와 펜실베니아의 브르더호프 공동체, 아미쉬 공동체, 메노나이트 공동체, 아펜셀러 파송교회와 뉴욕의 플러싱교회(김정호목사 시무)와 137년 된 뉴욕 만하탄의 노숙인사역인 보우리 미션(The Bowery Mission)과 지역의 여러 명소들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다. 한국교회의 미래사역의 대안이 될 수 있는 공동체들을 탐방한 경험들을 참석자들의 기고를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
(박영훈목사, 오산 예수향교회)
세이비어교회 탐방은 늦은 밤 이곳 미국 메릴랜드주 저먼타운에 위치한 세이비어 교회의 잘 알려진 웰스프링 수양관(Wellspring Retreat Center)에 도착하며 시작되었다. 200에이커 이상 되는 넓은 숲속 한가운데 고즈넉한 이곳은 마치 고요한 수도원 같다. 작년에 다녀온 프랑스의 떼제의 풍광을 연상시키는 분위기이다. 예배장소로 사용한 야곱의 우물(Jacob’s Well)은 세이비어교회의 설립 당시부터 저술가로 활동한 엘리자베스 오코너(Call to Commitment와 Journey Inward, Journey Outward의 저자)가 기증한 가구들을 비치 사용하고 있어 모임 때 마다 영적인 분위기가 고양되는 감동을 받았다. 세이비어교회의 설립자인 고든 코스비 목사님도 소천하신 후 화장하여 이곳 수양관 연못에 뿌려 졌다고 한다.
▲ 웰스프링스 컨퍼런스 센터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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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한국서번트리더쉽훈련원에서 준비하는 세이비어교회 방문 계획을 제1기 한국서번트리더십스쿨에 참여하며 알게 되었다. 개척교회를 준비할 때 특별한 영감을 받았던 교회가 세이비어교회였기 때문에 마치 성지순례하는 마음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순례가 몸으로 하는 기도인 만큼 기도하며, 주님을 내면의 동반자 삼아(Inward Journey) 출발한 미국으로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첫날 둘째 날을 와싱톤 디시의 대표적인 교회들, 건물로서 교회를 상징하는 성공회 대성당과 구도자(Seeker)중심의 예배 공동체인 멕클린 바이블교회와 국립공원인 The Mall과 유대인학살박물관 등을 방문하였고 셋째 날 드디어 사역중심의 공동체인 세이비어교회의 사역들이 진행되고 있는 워싱턴 디시의 아담스 몰간(Adams Morgan)에 도착했다.
▲ 페스티벌 센터 |
▲ 가르치시는 예수님 |
세이비어교회 사역여행(Outward Journey)의 첫 방문지는 서번트리더쉽스쿨이 있는 ‘축제센터’(Festival Center)였다. 차량에서 내리자마자 눈길이 닿은 ‘가르치시는 예수님’(Teaching Jesus)의 동상은 눈빛과 손짓으로 먼 길을 달려온 우리에게 "여기까지 잘 왔다" 하며 맞이하는 것 같았다. 로비로 들어서자 왼쪽에 위치한 작은 채플이 눈에 들어온다. 요나가 갇혔던 고래 뱃속을 연상케 하는 진한 파란색 스테인 그래스로 장식된 이 공간엔 이 공동체의 영성을 보여 주듯 고요함이 머물고 있다. 담당자인 죠셉 댁(Joseph Deck)목사의 진심어린 환영인사와 함께, 교회를 소개하는 영상을 시청했는데, 설립자인 고든 코스비 목사님의 생전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이후 교회의 역사, 사역에 대한 소개를 들으며 9개의 각자 독립된 신앙공동체(Faith Community)와 45개가 넘는 비영리단체 봉사기관으로 이루어진 이 교회의 핵심가치인 서번트 리더십이 어떤 의미인지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 페스티벌 센터 기도실 |
▲ 요셉의 집-에이즈 및 말기암환자 호스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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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쥬빌리 잡 하우스 - 희년 취역사역 장소 |
이후 일행과 더불어 노숙자들을 위한 무료병원시설인 ‘그리스도의집’(Christ House)으로 향했다. 그곳 입구에서는 치료중인 한 무리의 노숙인들 사이에 있는 ‘섬기는 예수상’(Serving Jesus)을 볼 수 있었다. 서번트 리더십을 가장 잘 말해주는 이 예수상 앞에 서니 시야에 담긴 발 씻기시는 예수님의 모습이 오늘도 여전히 우리를 섬기시고 계시며, 우리가 섬겨야 할 이들이 누구인지를 직관적이고 선명하게 가르쳐 주는 것 같았다. 책임자인 목사님이 우리를 맞이하며 시설을 소개해 주었는데, 34개의 병상을 가지고 24시간 운영되는 이 병원은 20프로의 정부의 재정지원, 30 프로의 재단 및 기업의 지원, 50 프로의 개인 기부자들의 기부로 운영된다고 한다. 쉽지 않는 재원 마련을 위트 있게 설명해 내는 이분의 태도에서 이들이 누리고 있는 평화를 볼 수 있었다. 워싱턴 D.C. 안에서만 일년에 만명의 노숙인이 생겨난다고 한다. 이곳에는 의사, 간호원, 사회복자사, 진로상담사 등의 스텝들과 다수의 자원봉사자들이 사역하며 매 식사 때마다 지역의 기관과 개인들이 참여하여 입원하고 있는 환자들과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노숙자들을 섬기고 있다고 한다. 그들이 섬기는 그리스도, 그를 따르고자 하는 헌신된 사람들을 모습을 보고 있으니 설명하기 힘든 따뜻함과 더불어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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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을 떠나서 찾아간 곳은 ‘토기장이의 집’ 카페였다. 오산에서 카페를 통해 목회를 하고 있는 나에겐 선교형교회로서 교회개척의 틀거리를 제공한 곳이 토기장이집이였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그곳 문을 열었다. 작년에 리모델링이 되면서 책에서 보던 1960년대 카페의 모습 그대로는 볼 수 없었지만 세련된 분위기에 이전부터 있었던 테이블이 주는 빈티지한 느낌이 편안하게 다가오는 공간이였다. 바리스타의 숙련된 솜씨로 만들어진 라떼 한잔을 받아들고 일행과 함께 앉을 자리를 찾았다. 이미 카페 안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멋쩍게 서있는 이 동양인들에게 누군가 자리를 양보해 주더니, 이내 자신은 사람들 사이 좁디좁은 무리 속 한자리를 비집고 들어가 앉는다. 자연스런 배려와 분위기를 보며 이 곳 사람들이 이 공간을 얼마나 편하게 여기는지 볼 수 있었다. 테이블에서 이번 방문의 인솔자인 유성준목사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이민목회 중 이곳을 종종 찾았는데, 이곳에 들를 때마다 고된 이민교회 사역 가운데 쉼을 찾을 수 있었고, 이 자리에서 고든 목사님과의 자주 대화하며 길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 토기장이의 집 - 왼쪽 건물이 토기장이집이고 오른쪽 건물이 콜롬비아로드 진료소이다. 토기장이집과 콜롬비아로드 진료소는 가장 오래된 세이비어 사역기관이다. |
▲ 토기장이의 집 -지역주민을 위한 북카폐이다 |
▲ 씨타 - 청소년 예능교육 센터 |
희년주거사역, 취업사역, 노인사역, 에이즈환자를 위한 호스피스 등 다양한 사역을 방문하며 알게 된 사실은 1947년에 세이비어교회가 시작되었는데 교회 최초의 지역사회사역인 ‘토기장이의집’ 사역은 1962년에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교회가 주님이 주신 긍휼의 마음으로 지역사회를 적극적으로 섬기기 시작하기까지 사역 (Doing) 이전에 하나님 안에서의 삶을 (Being) 긴 시간 준비했던 것이다. “사역 이전에 삶”이라는 가르침을 얻으며 나 역시 스스로 무엇을 할까 조급해하지 말고, 나는 어떤 부름 앞에 서 있는가를 충분히 기도하며, 때로는 인내하고 삶을 가꾸고자 다짐했다.
세이비어교회 방문 둘째 날은 1960년대 와싱톤지역 흑인폭동의 진원지인 샤(Shaw)지역에 있는 세이비어교회의 신앙공동체 가운데 한 곳인 새 공동체교회(New Community)를 방문하였다. 이곳에서 사역하고 있는 미국연합감리회 소속인 짐 맬슨(Jim Melson)목사를 만나 그의 목회철학과 사역에 대해 나누며 빈민사역에 관한 큰 도전을 받게 되었다. 그는 교외지역의 부유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도와서 자신이 백인으로서 흑인 빈민지역에서 경험한 그리스도의 부요함을 그들이 경험케 하는 것을 소명으로 사역하고 있다고 하였다.
▲ 뉴커뮤니티교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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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맬슨은 하나님이 자신에게 주신 소명을 처음 이방인에게 복음이 전해진 사도행전 10장에 나오는 백부장 고넬료에게서 해답을 찾고 고넬료 군단(Conelius Corps)사역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1세기에는 이방인과 유대인의 장벽이 있었다면 21세기 미국에서의 가장 큰 장벽은 경제문제에 대한 것이고 그것은 인종 간에 더욱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고넬료군단 사역을 통해 연관되는 와싱톤 지역 교외의 부유한 교회와 빈민지역 교회의 방문 프로그램, 세미나 프로그램, 자원봉사 프로그램, 함께 참여하는 공동 프로잭트들을 진행하고 있으며 계속해서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교회들과 소명을 나누며 함께 사역하고 있다고 한다. 하나님이 주시는 소명을 위해 생애 드려 헌신하는 멜슨 목사님의 모습이 감동이 되고 한국교회도 이러한 모델들이 상황화 되어 어떤 방법으로든지 부유한 교회와 어려운 상황 가운데 있는 교회가 연대하여 함께 사역하는 것은 미래목회에 중요한 대안이라는 깨달음을 받게 된다.
▲ 노숙자병원 주일예배 |
주일아침은 노숙자병원인 ‘그리스도의 집’의 주일예배에 참석하였다. 식당을 예배실로 사용하고 있는 예배실은 80여명이 참석하였고 예배는 1시간 30분 정도 진행되었다. 찬양은 흑인 찬송가를 사용하여 빠른 탬포의 찬양곡들이었고 예배순서는 전통적인 예배형식을 따라 진행되었다. 특별한 것은 한분의 간증순서와 죄의 회개에는 시대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 가운데 미국의 1900만이나 되는 수입의 80% 이상을 주거비에 사용하고 있는 저소득층과 노숙인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지 못하는 죄를 회개하는 내용이 감동적이었고 ‘거절 또는 수용’이라는 제목으로 침례교 출신 에릭 베버목사가 설교하였고 엄숙하지만 예수님의 구속의 은총에 초점을 맞춘 축제 분위기의 성찬식이 이어졌다. 노숙인들을 상대로 진행되는 예배이지만 예전을 잘 갖춘 예배가 인상적이었다. 대부분의 참석자는 흑인 노숙인 입원환자들과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이었고 작년에 한국에도 방문하여 잘 알려진 살렘영성훈련원의 책임자이며 세이비어교회 교인인 마가렛 베네피엘(Margaret Benefiel) 박사와 고든 코스비 목사님의 사모인 메리 코스비(Mary Cosby)여사도 함께 예배에 참석하여 만나게 되어 큰 기쁨이었다. 메리 코스비 여사는 우리와 함께 이 땅에서 마지막 주일예배를 드리셨고 이 예배 후 7월3일 소천하셨다는 소식을 나중에 귀국하여 듣게 되었다.
워싱턴 D.C. 아담스 몰간 지역에 위치한 세이비어 교회를 방문하여 지금에 이르기까지 역사와 사역의 모습을 살펴보며, 오늘도 그곳에 함께 계신 하나님을 만날 때 조급함은 사라지고, 한결같은 그분의 손길이 여전히 오늘 이곳에 머물고 계신다는 안도감이 마음속 잔잔한 울림으로 다가온 일정들이였다. 이곳에서 며칠간 함께 예배하고, 이야기 나누고, 사역을 돌아보며 깨닫고 결단하며 이곳까지 이끄신 주님의 크신 사랑과 은혜에 감사기도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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