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봄꽃 여행
제주도, 거제도, 진도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큰 섬인 남해도는 그 둘레에 일흔 세 개의 크고 작은 섬들을 거느리고 있는 아름다운 섬입니다. 치자와 비자 그리고 유자를 꼽아 ‘남해 3자’라 하고, 거지와 문맹자와 도둑이 없다는 ‘3무’와 합쳐 ‘삼자삼무’의 섬이라 일컬어집니다. 푸르디푸른 물결은 비단결 같고, 그 비단 물결에 수를 놓은 듯 점점이 떠 있는 크고 작은 섬들-. 그 너머 끝없이 이어지는 수평선 위로 바닷새가 한가로이 노니는 모습은 한 폭의 산수화입니다. 이처럼 수려한 풍경이 쉼 없이 펼쳐지는 남해 일주의 여로는 가히 환상적이라 할 만합니다.
남해 섬은 산세가 뚜렷하고 기운차며 바닷물이 맑고 따뜻하여 예로부터 ‘산 좋고 물 좋은 곳’으로 이름이 높았습니다. 남해군은 군내의 수려한 절경 12곳을 ‘남해 12경’으로 선정했는데, 남해 12경은 제1경 금산과 보리암, 제2경 남해 대교와 충렬사, 제3경 상주 은모래 Beach, 제4경 창선교와 원시어업 죽방렴, 제5경 이충무공 전몰유허, 제6경 가천 암수바위와 남면 해안, 제7경 노도 서포 김만중 유허, 제8경 송정 솔바람 해변, 제9경 망운산과 화방사, 제10경 물건 방조어부림과 물미해안, 제11경 호구산 용문사, 제12경 창선 ․ 삼천포대교 등입니다.
가천 다랭이마을
바다를 끼고 있지만 배 한 척 없는 마을입니다. 마을이 해안절벽을 끼고 있는 탓입니다. 방파제는 고사하고 선착장 하나도 만들 수 없다보니 주민들은 척박한 땅을 개간해 농사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한 층 한 층 석축을 쌓아 만든 다랭이논(명승 제15호)은 그렇게 태어났습니다. 경관적 가치가 뛰어나고 매우 아름다워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의 하나로 CNN에 소개된 바 있습니다. 다랭이마을의 명물인 암수바위(경남민속자료 제13호)와 밥무덤, 구름다리, 유채꽃밭 등 볼거리도 많습니다.
남해바래길 2코스(앵강다숲길)
‘바래’는 옛날 남해의 어머니들이 바다를 생명으로 여기고 가족의 생계를 위하여 바다가 열리는 물때에 맞추어 갯벌에 나가 해산물을 채취하는 일을 말하며, 그때 다니던 길을 ‘바래길’이라 합니다. 앵강다숲길은 앵강만을 중심으로 어촌의 삶과 애환을 간직하고 있는 길이며 방풍림을 조성하여 농토 보호와 쉼터로 활용하는 선조들의 지혜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마음의 고향 같은 길입니다. '꾀꼬리가 우는 만'이라는 뜻의 앵강(鶯江)만은 해안 절벽, 모래사장, 몽돌해안, 갯벌 등 우리나라 해안 지형의 특징을 두루 가지고 있는 곳으로 걷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가천다랭이마을에서 홍현해라우지체험마을까지 3.5km의 하이라이트 구간만을 걷습니다. 가천다랭이마을의 오래된 팔각정을 지나 3.5㎞를 더 걸으면 홍현해우라지마을이 나옵니다. 바닷가에 큰 돌이 많은 이 마을에서는 원시어로의 한 형태인 석방렴을 볼 수 있습니다. 석방렴은 바닷가에 돌로 담 모양의 울타리를 만든 것으로, 옛 사람들은 밀물 때 물고기가 들어와 웅덩이에 갇히면 맨손이나 뜰채로 잡았습니다. 앵강만에서는 봄철부터 조상의 지혜가 빛나는 석방렴에서 고기를 잡는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드무개(두모포) 유채꽃밭
유채꽃 풍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마을입니다. 마을 곳곳마다 한가득 피어난 유채꽃 풍경은 남해에서 단연 으뜸입니다. 원래 이름은 "드므개"로 마을 모습이 궁궐 처마 밑에 두는 큰 항아리인 "드므"를 닮았다 하여 지어진 이름입니다. 4월이면 다랭이논에 유채꽃이 만발합니다. 마을 입구에서부터 2km 정도 이어진 길을 걸으면 남해의 잔잔한 바다와 아름다운 유채꽃을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봄에는 유채를 재배하고, 가을에는 메밀을 재배하여 계절마다 색다른 농촌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두모포는 성씨별로 4개의 집성촌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먼저 초등학교가 있는 중심 마을인 박촌(朴村)을 지나고 그 아래 바닷가 쪽에는 손촌(孫村)이 있습니다. 다시 도로 왼쪽에 김촌(金村), 조금 더 가서 오른쪽에 정촌(鄭村)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매년 봄 다랑논에 만발한 유채꽃이 장관을 이룰 무렵이면 ‘유채꽃 개막이 축제’를 개최하는데, 관광객들에게 조류를 따라 들어온 물고기를 가둬 맨손으로 잡는 전통 어법인 ‘개막이’(개매기) 체험 기회를 제공합니다.
경기도 임진강변에 있는 양아리 사람들이 맨 처음 이곳으로 옮겨와 살았다 하여 양아리(良阿里)라 불리어졌다고 하는데, 정촌을 지나 먼저 만나는 마을이 양아리의 작은 마을이기에 소양아(小良阿)라는 뜻의 소량마을이고 그 아래 큰 마을 대량마을이 있습니다. 물감을 풀어 놓은 듯 물빛이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들을 뒤로 하고 조금 더 가면 다시 19번 국도로 나오게 되고 3분 후 상주해수욕장에 도착하게 됩니다.
장평저수지 튤립축제
일명 다초지로도 불리는 이곳은 남해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유채 2000여 평, 오색 튤립 1400평을 심어 볼거리를 조성했습니다. 이국적인 아름다움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꽃, 튤립은 전 세계에서 장미 다음으로 가장 많이 심어지고 있는 꽃입니다. 튤립(tulip) 꽃 이름은 머리에 두르는 '터번(turban)' 을 뜻하는 터키어(Turkey)에서 유래했는데, 튤립꽃을 자세히 살펴보면 터번처럼 생겼습니다. 꽃송이는 왕관 같고, 잎은 칼과 같은 튤립의 꽃말은 '박애'와 '명성' 그리고 '사랑의 선고'입니다. 최초의 튤립은 파미르 고원에서 처음 꽃을 피웠고 지구상에서 가장 환경이 나쁘다는 톈산산맥의 구릉과 계곡에서 번성했습니다. 튤립은 투르크족 유목민들에게 생명과 다산을 상징했으며 불운을 막아주는 신성한 꽃으로 여겼습니다.
창선ㆍ삼천포대교(남해 제12경)
창선 ․ 삼천포대교는 남해군과 사천시 사이 늑도, 초양도, 모개도 등 4개의 섬을 6개의 다리로 세트처럼 연결한 총 연장 3.4km, 너비 14.5m의 교량입니다. 사천시 대방동에서 출발하면 접속교-삼천포대교(사장교)-초양대교(스틸 아치교)-늑도대교(PC박스 상자형교)-단항대교(스틸 아치교)-엉개교(상자형교)를 한달음에 통과합니다. 1995년 착공하여 2003년 4월 개통한 이 다리는 전문 학계로부터 21세기 교량공학의 걸작이란 찬사를 듣고 있습니다. 다리마다 각기 다른 공법으로 시공되어 일반인들에게는 교량 전시장으로서의 역할을 하며, 주변의 한려수도 경관과 조화를 이루어 관광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있습니다.
다리를 걸어 건너면서 한려수도 바다 풍경을 바라다보면 쪽빛 일렁이는 바다와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이 한 폭의 산수화 같습니다. 늑도대교가 섬의 중앙부를 지나는 늑도(勒島)는 말 굴레(재갈)를 닮아 ‘굴레섬’(늑도)이라 이름 붙여진 곳입니다. “이 섬에서 청동기문화가 발아했고, 2000여 년 전엔 중국-낙랑-일본을 잇고 엮는 중계무역이 이뤄졌다. 고고학 자료들은 그 이상을 말해 준다. 패총과 무덤 유구, 주거지, 토기 가마, 한․중․일의 각종 토기류, 반량전, 오수전 같은 고대 동전까지 엄청난 유물이 출토됐다. 이로써 한반도 초기 철기시대가 되살아났다. 말하자면 선사 ․ 고대사의 타임캡슐 같은 곳이 늑도다.”(박창희 ․ ‘나루와 다리’)
“늑도의 북서쪽 해안에는 무게 2-4톤씩 되는 돌덩이가 거대한 석성(石城)처럼 돌무더기를 형성해 삼천포 쪽으로 놓여 있다. 이 중 큰 돌 하나가 ‘마부할매’가 빨래할 때 쓰던 '서답돌'이라고 한다. 마부할매가 늑도-삼천포를 잇는 징검다리를 바다에 놓으려 했다는 것이다. 전설의 조화인가 싶게, 창선-삼천포대교는 지금 늑도 중앙부를 지난다."(박창희 ․ ‘나루와 다리’) 2002년 사천 8경의 제1경으로, 2006년 건설교통부의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중 으뜸(대상)으로 꼽힌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입니다.
초양도 유채꽃밭
삼천포대교는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길’ 중 하나로 선정되었을 정도로 차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황홀한 느낌이 드는 곳입니다. 삼천포대교의 끝인 초양도는 봄이면 노란 유채꽃이 가득 피어나는 곳입니다. 푸른 바다를 가로지르는 붉은 색의 삼천포대교를 배경으로 섬은 동쪽 사면이 온통 유채꽃으로 가득해 바다와 유채꽃을 즐길 수 있습니다. 노랑, 파랑, 빨강의 색채 대비가 절묘해 말 그대로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자아냅니다.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가볍게 산책을 즐기며 돌아보기에 좋은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