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유서님께서 주신 수면유도제를 먹었음에도 잠을 깊게 들지 못했네요.
3시 반쯤... 4시에 운해를 보러 가자고 했으니 기척도 낼겸 창밖을 내다보았는데.... 세상에나.... 별들이 정말 하늘 한가득입니다.
고비사막에서... 남반구의 어느 캠핑장에서... 이런저런 곳에서 본 인상깊은 별들보다도 더 영롱한 별들이 창 밖에 있었던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별들이 저렇게 총총이 떠있을 정도면 운해를 보기 힘든 거 이닌가? 하는 의구심이 살짝 들더군요.
살그머니 방을 나와 1층을 내다보니 조용.... 만디님도 안 일어나신 듯하네요.
어제 운전하시느라 너무 무리해서 못일어나시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되고 다른 분들 역시 하루종일 강행군으로 체력적으로 힘드신 건 아닌지...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집니다.
'휴~ 그래 운해를 꼭 봐야하는 건 아니지...' 반쯤 포기하고있는데 4시가 얼마쯤 지났을까 밖에서 노크소리가 납니다.
"일어났어요?" 만디님이십니다.
"예. 일어났어요."라는 제 대답에
"그런데 왜 안 나와? 운해보러 안 갈거야?"
헉!!!! 알고봤더니 만디님은 벌써 일어나셔서 4시가 되기만을 기다리고 계셨던 것입니다. 세상에나...
어제 저녁식사를 함께했던 프랑스 사람이 너무 코를 심하게 골아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세우셨다는군요.
우리방도 다들 깨어계셨던 듯... 초스피드로 옷을 입고 추위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섭니다.
결국 저 혼자 속으로 북치고 장구치고... 제멋대로 생각했던 거네요.
모두를 태운 차는 바람처럼 달려 순식간에 비호로도게에 도착.

우리가 비호로도게에 도착했을때 눈 앞에 펼쳐진 광경입니다. 이런 행운이...

운해를 볼 수 있으려면 일교차가 크고, 고기압의 맑은 날씨 ,바람이 거의 없을 때 동트기 직전에 볼 수 있는데 이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기란 쉽지않은 건 당연한 이치.
그런데 우리는 그 조건을 충족시키는 날에 이 곳에 온 것입니다.

조금만 더 일찍 올라왔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하지만 이 숨 막히는 장관에 감탄사가 먼저입니다.

어느 순간 부터인지 모두들 말이 없어집니다. 그저 묵묵히 해가 솟아오르는 순간을 눈이 아닌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듯합니다.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그저 감사한 마음입니다. 아마도 대자연 앞에서 느껴지는 겸허함 때문이겠지요.

아마도 이번 여행에서 잊지못할 순간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관유서님과 유리알님은 그 와중에도 뜨거운 물을 담아오셔서 모닝커피를 돌립니다.
향긋한 커피가 한모금 들어간 순간 추위는 사라지고 온 몸 구석구석 온기가 퍼지네요.

30분의 환상의 세계에서 벗어나 현실 세계로 돌아옵니다.
운해는 츠베츠도우게에서 보는 것이 더 좋다는 글을 봤는데...
비호로도게는 해발 525m인데 비해 츠베츠도게는 해발 947m니 아무래도 좀 더 광활한 스케일을 느낄 수 있었을 것 같네요.
* 츠베츠도게 맵코드 : 739 837 589
어차피 아침 일찍 일어난 거 다시 또 주무시기도 그렇고...
코탄온천에서 족탕을 하는 것으로 모두의 의견을 모아 다시 코탄 온천으로 갔습니다.

겨울같았음 온천 앞에 백조들이 유영을 하고 있을 코탄온천입니다. 마침 아무도 없군요.
호수와 붙어있는 무료 노천온천이라니.... 정말 멋지지 않나요? ^^

아침 일찍 일어나 힘들어하시지나 않을까 걱정했던 제가 무색하리만치 다들 환한 모습입니다.

족탕만으로도 아침 일찍 일어난 피곤이 조금은 풀리는 듯합니다.
마을 주민들이 꾸준히 관리를 하기 때문인지 자연 노천탕 치고는 상당히 깨끗한 편이에요.

그런데 호수에 들어갔던 유리알님께서 뭔가를 들어올리더니.... 어머나!! 가재랍니다.
어렸을 때 개울에서 작은 바위를 들춰 가재를 잡았던 추억 이후로 직접 가재를 잡아보기는 처음이니 다들 신이 났습니다.
그런데 얼마나 가재가 많은지 금세 다들 한마리씩 잡아 올리시네요.
호수의 물이 정말 맑긴 맑은가 봅니다. 가재는 맑은 물에만 사는 거 맞죠?

물 위에 떠있는 컨셉.... 실은 가재 잡는 중...
하지만 잡은 가재를 쪄 먹을 수도 없고... 결국은 잡는 손맛으로 만족. 다시 풀어줍니다.
생각지도 못한 가재잡기 체험이었습니다. ㅎㅎ

이른 아침 속세를 떠난 분위기 속에서 잠시 시간을 잊고 있었네요. 그런데 저 배는 용도가 뭘까요? 그냥 분위기상 연출? ^^;;

숙소로 돌아와 아침 식사를 합니다. 7시 반부터라더니 정작 식사는 7시 50분이 다 되어서야 이루어집니다.
간단한 뷔페식으로 차려지는데... 집밥이라 그런지 푸짐하진 않더라도 역시 맛있습니다.

비록 하룻밤 잠시 머물다가는 숙소였지만 금액도 저렴하고 식사도 맛있고 근처를 돌아보기에 위치도 좋습니다.
유스호스텔이라기엔 꽤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었던 곳이네요. 사요나라~~
http://www.gogogenya.com/
예정으로는 스나유를 거쳐 이오잔 - 마슈 제3전망대- 마슈 제1전망대 순으로 돌아보려했지만
일단 주유부터하고 돌아보는 순서를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약 15분 정도 달리니 데시카가 마을이 나타나고 길 모퉁이에 주유소가 있네요 셀프 주유...
셀프면 새벽에 나왔어도 되는 거 아니었을까요? -_-;;
어쨌든 기름을 가득 채우니 이제사 마음이 놓입니다.

마슈 제 1전망대 입니다. 와~ 마슈 블루가 제대로 그 빛을 발하네요. 멀리 샤리다케까지 보일 정도로...
정말 최고의 마슈를 만났습니다. 하늘과 구름이 호수 안으로 풍덩~~

혹시 호수 안의 작은 섬... 가무잇슈에 얽힌 전설을 아시나요?
아주 옛날 아이누 부족끼리의 전쟁에서 패한 한 부족의 할머니가 손자를 데리고 가까스로 탈출을 했는데 그만 도중에 손자를 잃어버리고 말았답니다.
할머니는 겨우 마슈다케에 도착해 손자를 잃은 슬픔에 비통해하며 손자를 기다리다가 그만 호수 안의 섬이 되고 말았다고 하네요.
주위에 자주 끼는 안개는 할머니의 눈물이라고 하고요.

마슈호는 물이 들어오는 곳도... 나가는 곳도 없는데 언제나 같은 수위를 유지하며 물고기도 살지 못할 정도의 투명도로 신비의 호수라고도 불립니다.
수 년전에 인공적으로 물고기를 풀었는데 그로인해 투명도가 약간 저하되었다는 소문도...

휴게소에도 들어가 돌아봅니다. 메론을 파는 아주머니가 싹싹하게 말을 걸어오네요.
그런데 메론 한조각에 원래 200엔짜리가 세일이라서 100엔? 팜토미타의 경우 300엔인데 비해선 정말 저렴합니다.
우리 멤버들... 메론 맛 좀 보시라고 하나씩 샀습니다.

이제까지의 메론은 잊어주세요~^^ 덕분에 여행 내내 메론사랑은 계속되었다는....
마슈호 레스트하우스 015-482-1530
마슈블루 아이스크림이 인기 / 08:00~18:00 / 무휴 / JR 마슈역에서 차로 20분 / 주차비 410엔 (이오잔과 공용)

제 3 전망대로 이동. 전체적인 풍광은 이곳이 더 좋은 듯합니다.

멀리 유황산 (이오잔)이 보이네요. 구름이 한 몫하는 풍경입니다.

혼자서 뚜벅이 여행을 하는 걸로 추측되는 저 여행자까지... 모두 한 폭의 그림입니다.
그런데 저 분... 제 3전망대에 카메라 렌즈 뚜껑과 케이스를 놓고 가셨어요. 이미 어딘론가 가버려서 찾아줄 수도 없고... 혹시 찾으러 올지도 몰라 그냥 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망대 오르는 길...

자연이 만든 예술작품....

마슈호 제3전망대입니다.

너무나 투명해 그대로 빨려들어갈 듯한 파란색입니다.
전면에 마슈다케가 보이네요.
제 1전망대에서 마슈다케까지 트레킹 코스가 있어서 계획 세우며 마슈YH로 숙소를 정하고 아침 일찍 트레킹을 하는 것도 고려했더랬지요.
그래서인지 마슈다케가 훨씬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마슈다케가 카무잇슈를 보듬고있는 듯한 풍광은 오히려 마슈 제1전망대보다도 더 신비롭고 감동적이기까지 합니다.
이것이 바로 마슈 블루~~
摩周湖 (마슈호)
둘레 : 19.8km, 면적 19.1㎦의 칼데라호로 일본 홋카이도의 아칸 국립공원 안에 위치해 있다.
마슈라는 이름의 유래는 명확하질 않고 호수 가운데에 있는 작은 섬은 카무잇슈라고 부르며
할머니가 손자를 기다리다가 섬이 되었다는 안타까운 전설이 전해지고있다.
호수 내부는 아칸 국립공원의 특별 보호지구로 지정되어있어 개발이나 우마차 배의 승선및 출입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유입및 유출 하전이 없으며 주 수원은 강우에 의한 빗물로 토양에 함유된 유기물의 유입이 없어 세계적인 투명도를 자랑한다.
늘 안개에 싸여있어 그 투명한 마슈블루를 보기 쉽지않아 신비의 호수로 여겨지고 있다.
* 휴게소 : 015-482-1530 / 08:00~18:00 (겨울 ~17:00) / 무휴
http://www.masyuko.or.jp/pc/sightseeing/masyuko.html
굽이굽이 산길을 내려갑니다. 위에서 보았던 유황산... 이오잔을 갈 거예요.
10년전 처음으로 딸과 함께 렌터카로 도동을 여행할 때 비바람 속에 찾았던 곳입니다.

이곳은 여전히 한산하군요. 만만디님은 멀리서 봤을 때 이곳에 웬 채석장이 있나... 하셨답니다.^^;

입구에서 단체사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합니다. 그쵸? ㅎㅎ

굿샤로 칼데라에 의해 융기된 표고 512m의 화산이랍니다. 유황 냄새가 그야말로 코를 찌르는군요.

마법사 버전인데... 괜찮나요? ^^;

예전에는 자유롭게 올라갈 수 있었는데 유황을 집어가가서 그런건지.... 위험해서 그런건지... 이젠 못들어가게 막아놓았네요.

샛노란 유황 덩어리들이 봉우리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분연을 볼 수 있는 곳은 별로 없지요.

언제라도 터져나올 듯 부글부글 끓고있는 땅 속의 불덩이들을 무시할 수만 있다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노란 유황 바위들과 하얀 연기들이 신비롭기 그지 없습니다.

마법사 버전 2... 땅 속에서 쉭쉭 소리가 나는데 금방이라도 저 곳이 터질 것만 같아 좀 무섭더군요.

주변으로는 고산식물들이 군생을 하고 있습니다. 가와유온센 마을근처에서부터 이곳 이오잔까지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도 상당히 괜찮아보이더군요.
잠시 휴게소에 들러 유황 증기로 쪄낸 온센다마고를 두 세트 사가지고 나왔습니다. 5개 400엔
硫黄山 (이오잔)
지구의 심장소리를 뿜어내는 유황산으로 데시카가초에서는 마슈호에 버금가는 관광명소.
아이누어로 아토사누푸리 (알몸산)라고 하며지금도 유황 연기가 쉭쉭 소리를 내며 곳곳에서 분연이 솟아오르는 활화산이며
메이지시대에는 유황을 채취해 본토로 올려보내기도 한 곳하다.
주차장 한켠으로 휴게소가 있어 유황증기로 쪄낸 달걀 등을 판매하고 있으며 잠시 쉬어 갈 수 있다.
* 휴게소 : 015-483-3511 / 08:00~17:00 / 주차비 410엔 (마슈호와 공용) / JR가와유온센역에서 도보 20분
호수가의 모래를 파내면 온천수가 나오는 스나유는 패스를 하고 마슈온천 (데시카가초)으로 나가기로 했습니다.
스나유는 신기하기는 하겠지만 굿샤로호는 이미 코탄온천에서 충분히 즐겼고
스나유의 분위기가 조금 유원지 분위기라서 서정적인 굿샤로호의 분위기만 깰 것 같았거든요.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그렇게 한바퀴를 돌다보면 시간이 적어도 40~50분은 소요되기 때문이지요.
이오잔에서 바로 마슈온천 마을까지 나가는 것도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습니다.

아까 주유를 했던 사거리에 '마슈코노 아이스'라는 아이스크림집이 있습니다.
북해도 아이스크림 맛집에서 빠지지않을 만큼 유명한 곳이랍니다.

전국의 내노라하는 가게들과 경쟁해 당당히 수상을 한 푸딩도 먹어봤어야 하는데...

우리는 기본에 충실했답니다. 마슈 밀크 아이스크림!!! 매일 아침에 근처 목장에서 공수해 온 우유로 만든답니다.
우리가... 아니 제가.... 그렇게 섬세한 입맛을 가진 건 아닙니다만 정말 맛있어요.

잘생긴 쥔장입니다. 그리고 옆에는 쥔장이 직접 찍은 홋카이도의 영상이랍니다. 정말 환상이에요. 감탄!!!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을 뿐이지만 뭐랄까... 자기 삶에 충실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음에 마슈를 찾는다면 꼭 다시 가보고 싶은 가게예요.
摩周湖のあいす (마슈호의 아이스) 015-482-2500
09:00~18:00 (11월~4월은 ~17:00) / 휴무 : 화요일 / 주차 무료 / http://ice1.sakura.ne.jp/

첫댓글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하지요?
홋카이도 다녀온지도 어느덧 7개월이 지나가는군요~~
굿샤로호, 마슈호, 유황산, 고탄온천 등등 다시보고 또 보아도 어느 곳 하나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하늘과 구름과 산 바람까지 지상의 모든 것들을 물속에 풍덩 빠뜨린 후 포근한 모습으로 품고있는 마슈호의 광경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답니다
굿샤로호의 새벽아침 붉은 태양아래 물속에서 피어오르는 아침 운해의 율동은 헉! 소리와 함께 말을 잊어버려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
홋카이도 한겨울의 백색 세상도 좋다지만 가을의 멋진모습 진짜 강추합니다...............가시는 방향은 북동쪽 끝자락 시레토고!!!
많이 많이 많이 ..............♡
. 여행이 기획자의 의도와개념에 따라 참~
다릅니다.파워님 ♡ 멋진 여행기획자이 싶니다.
만만디님, 관유서님 감사해요~♡
모두가 함께 예쁘게 그린 그림을 전 여행기라는 액자에 넣을 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