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엘리야가 아합 왕을 피해 그릿 시냇가에 머물도록 하셨는데, 그릿 시내의 물도 가뭄으로 인해 말라버렸습니다(7절). 그러자 하나님은 엘리야를 시돈(Sidon)에 속한 사르밧(Zarephath)으로 보내셔서 그곳의 과부에게 찾아가게 하십니다(9절). 시돈은 지중해 연안에 있는 항구 도시로 두로(Tyres)와 더불어 상업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돈은 우상 숭배의 온상입니다. 아합 왕의 아내인 극악(極惡)한 이세벨의 출생지이기도 합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우상 숭배의 죄악을 범하고 있는 아합과 이스라엘 백성을 향해 하나님의 경고와 징계를 전한 엘리야가 우상 숭배의 온상인 시돈으로 가라고 하신 것은 의외(意外)입니다. 더구나 엘리야가 그릿 시냇가에 피신했을 때에도 율법에서 부정한 새로 규정한 까마귀를 통해서 먹이셨었는데, 이번엔 우상을 숭배하는 지역으로 가서 가난하고 소외된 과부에게 가서 양식을 얻으라고 하십니다. 하나님은 천하만물을 주관하시는 전능자, 창조주이십니다. 그 어떤 것도 하나님의 통치가 미치지 않는 것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부유한 어떤 사람에게 도움을 얻게 하시는 것이 아니라, 그들도 먹을 것이 없어 죽게 될 지경에 놓인 과부를 통해 하나님의 일하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르밧은 히브리어로 차르파트(צרפת)인데, 이 단어는 물들이다 염색하다의 의미를 가진 단어로 신약에서는 사렙다(σαρεπτα)라고 소개되고 있습니다(눅 4:26). 이 사르밧이라는 마을에 가서 나뭇가지를 줍고 있는 과부를 만나 물을 조금 가져다가 마시게 해달라고 요청합니다(10절). 그 당시 근동 지역에서 나그네가 물을 달라고 하면 거절하지 말고 주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과부도 엘리야에게 물을 가져다주려고 합니다. 그런데 엘리야는 한술 더 떠서 떡 한 조각을 가져다 달라고 요청합니다(11절). 14절을 보면 하나님께서 북왕국 이스라엘에 내리신 가뭄이라는 재앙이 그 근처의 시돈에게도 동일하게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렇다면 물을 달라는 요청도 거부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먹을 것도 달라는 엘리야의 요청은 대단히 몰염치한 일입니다. 물론 나그네를 대접하는 것은 근동 지역의 일반적 관례이긴 했어도 부유한 가정이 아니라 소외된 계층인 과부에게 양식을 달라고 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러자 이 과부는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합니다. 떡은 없을뿐더러 곡식 가루도 한 움큼밖에 없고, 기름도 조금밖에 없다는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지금 나뭇가지를 줍는 것은 이것으로 음식을 만들어 자기 아들과 함께 먹고 죽을 것이라고 말합니다(12절). 음식을 먹고 죽을 것이라는 말은 의지적으로 죽겠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이젠 더 이상 먹을 것이 없으니 꼼짝없이 굶어 죽게 되는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엘리야는 이 과부에게 다시 한번 떡을 만들어 자기에게 먼저 주고, 그 후에 그 과부와 과부의 아들이 먹을 것을 만들라고 말합니다(13절). 벼룩의 간을 빼먹겠다는 심보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엘리야는 이 말을 하면서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걱정하지 말라는 말입니다. 그러면서 엘리야는 하나님께서 다시 비를 내리실 때까지 곡식 가루가 떨어지지 않을 것이고, 병의 기름도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합니다(14절). 엘리야는 하나님께서 보내신 명령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기에 매우 확신에 차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엘리야에게 “내가 그 곳 과부에게 명령하여 네게 음식을 주게 하였느니라”(9절)라고 말씀하셨었습니다. 엘리야가 만난 과부는 엘리야에게 양식을 제공할 상황이 전혀 아니었지만, 엘리야는 하나님께서 하신 말씀을 그대로 믿고 이 과부에게도 확신에 찬 모습으로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 것입니다.
이 과부는 엘리야가 요청한 대로 하였고, 엘리야가 이야기했던 대로 이 과부의 집에 있는 통에는 곡식 가루가 떨어지지 않았고, 병에는 기름이 없어지지 않았습니다(15절, 16절). 순종하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공급하심이 함께합니다.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아도 하나님께서 말씀하셨다면, 하나님께서 그 모든 상황을 뛰어넘어 역사(役事)하실 것입니다.
이렇게 문제없이 엘리야가 사르밧 과부의 집에서 머무는가 싶었는데,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 과부의 아들이 병들어 심하게 앓다가 죽게 된 것입니다(17절). 양식의 문제도 매우 큰 문제이지만, 아들의 죽음은 더 큰 문제였습니다. 이 과부의 아들이 병이 들고 죽게 된 것이 엘리야와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이 과부는 엘리야에게 항변합니다. 자기의 아들이 죽게 된 것은 엘리야가 자기 집에 왔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18절). 아들을 잃은 여인이 그 슬픔을 참지못해 원인을 엘리야에게 돌리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사르밧 과부에겐 엘리야가 자기 민족이 아닌, 이방인이고, 엘리야가 믿는 하나님은 이방 민족의 하나님이라 여길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이방 민족의 하나님을 믿는 선지자를 집에 들여서 발생하는 징벌이라 여겼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 당시에는 어떤 재앙을 맞이하면 자신의 어떤 죄 때문에 그 재앙이 닥쳐온 것이라고 믿기도 했기에 이 과부는 원망을 섞어 엘리야를 탓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이 과부에는 엘리야는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고 아들을 달라고 하여 자신이 거처하는 다락에 올라가 과부의 죽은 아들을 침상에 누인 후에 하나님께 이 아들을 살려달라고 간절히 부르짖으며, 그 아들의 몸 위에 세 번 엎드리며 기도합니다(19절~21절). 그 당시 근동과 중동의 다락방은 가장 좋은 방에 속하는 곳입니다. 엘리야가 이 과부의 집에서 통풍이 잘 되고 좋은 방을 제공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 방으로 가서 하나님께 기도한 것입니다. 아이의 몸 위에 세 번 엎드린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어떤 학자는 아이의 몸 위에 엎드려서 아이의 체온이 돌아오게 하려고 했다고 해석하기도 하지만, 17절에서 이 아이는 이미 숨이 끊어졌다고 기록하였기에 이미 죽은 상태였다는 감안(勘案)하면 그렇게 타당한 이유는 안 될 것입니다. 아마 하나님의 능력이 자신을 통해 아이에게 전해지길 원하는 엘리야의 간절한 마음 때문에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엘리야의 기도를 들으시고, 이 아이의 생명이 다시 돌아오게 하였고, 아이가 살아났습니다(22절). 엘리야는 이 아이를 다시 안고 내려가서 과부에게 건넵니다(23절). 그러자 이 과부는 “내가 이제야 당신은 하나님의 사람이시요, 당신의 입에 있는 여호와의 말씀이 진실한 줄 아노라”(24절)라고 고백합니다. 물론 이미 곡식 가루가 떨어지지 않고, 병에 기름이 없어지지 않는 기적을 통해 엘리야가 범상(凡常)치 않은 사람인 줄을 알았겠지만, 하나님께서 생명까지도 주관하신다는 것을 보고 여호와 하나님의 위대함을 고백한 것입니다. 물론 이 과부가 하나님을 유일한 하나님으로 받아들였는지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12절에서는 “당신의 하나님 여호와께서”라고 표현했었던 이 과부는 죽은 아들을 살리신 하나님을 경험하면서 하나님을 향한 믿음이 더욱 견고해졌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상황은 엘리야를 향한 하나님의 훈련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릿 시냇가에서 까마귀들을 통해서 양식을 공급받고, 이방 지역인 사르밧에 와서 가난한 과부를 통해서 양식을 얻는 것을 통해 하나님께서 보호하시고, 돌보신다는 것을 깊이 경험했습니다. 더 나아가 사르밧 과부의 아들을 다시 살리시는 하나님을 경험하면서 모든 생명도 하나님의 손 안에 있음을 경험했습니다. 이런 경험들은 엘리야가 아합 왕 앞에 담대히 나서서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고, 바알과 아세라를 섬기는 선지자들과 맞설 수 있는 용기를 갖게 했을 것입니다. 때로는 고난과 역경을 통해서, 그 고난과 역경 속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을 경험하게 된다면 우리의 믿음은 더욱 견고해질 것입니다. 그 고난과 역경 속에서 하나님을 온전히 신뢰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믿음은 자라지 못하고 오히려 실족(失足)하여 믿음이 더욱 연약해지기만 할 뿐일 것입니다.
지금 주어진 상황에서 하나님을 신뢰하면서 믿음을 잃지 않고 있는지 자신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만약 지금 고난과 역경 속에 있다면, 이 상황에서 하나님을 끝까지 바라보며 신뢰한다면 우리의 믿음이 더욱 견고해지게 될 것이고, 더 놀라운 하나님의 역사(役事)를 우리의 삶 속에서 누리게 될 것입니다. 할렐루야!
(안창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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