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월요일, ‘쓰레기 버리는 날’이다.
한 주의 시작을 알리는 작은 의식처럼, 나는 분리수거를 하고 묵은 것들을 내어놓는다.
분명히 버렸는데도 양은 좀처럼 줄지 않는다.
겨울이라 그런지 방 안에는 물건이 더 쉽게 쌓인다. 두툼한 옷, 한 번쯤 더 읽어보겠다며 꽂아 둔 책들, 언젠가는 쓰겠지 하며 남겨둔 자잘한 물건들….
오늘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책장을 정리했다.
헌 옷도 봉투에 담았다.
버리는 손길이 잠시 망설였지만, 봉투 입구를 묶는 순간 이상하게도 마음이 가벼워졌다.
오늘은 ‘미니멀 라이프’의 날이다.
미니멀 라이프(minimal life).
최소한의 삶, 단순함을 추구하는 생활.
필요 이상의 소비를 줄이고,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어, 정작 중요한 일에 집중하는 삶의 방식이다.
단순히 물건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소유욕에 매인 삶에서 벗어나,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태도다.
물건뿐 아니라 소비 습관, 시간 사용, 인간관계까지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어쩌면 삶 전체를 다시 정렬하는 일이다.
은퇴 이후의 삶에는 특히 더 절실하다.
남은 시간이 무한하지 않다는 사실을 몸으로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내가 줄이고 싶은 것들이 있다.
첫째, 지나치게 큰 집과 큰 자동차.
넓기만 한 공간과 과한 외형은 마음까지 부풀리지만, 결국은 관리의 짐이 된다. 삶의 크기는 평수로 재는 것이 아니다.
둘째, 불편한 만남.
모든 사람에게 잘 보일 필요는 없다. 만나고 돌아오면 마음이 무거워지는 관계라면, 이제는 조용히 거리를 둘 줄도 알아야 한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셋째, 사물에 대한 집착.
행복은 물질의 많고 적음에 있지 않다.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욕망보다, 이미 가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훨씬 깊고 단단하다.
넷째, 고정관념.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내 생각이 늘 옳은 것은 아니다. 한 발 물러서서 상대의 자리에 서 보는 일, 그것이야말로 노년의 품격일지도 모른다.
이 밖에도 줄여야 할 것들은 많다.
자존심, 허영, 지나친 걱정,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
인간은 누구도 예외 없이 생로병사의 흐름을 따른다.
노화도 피할 수 없다. 나 역시 그 길 위에 서 있다.
그래서일까.
요즘 들어 마음 깊은 곳에서 작은 음성이 들린다.
“가볍게 살아라. 준비하라.”
그것은 두려움의 메시지가 아니다.
오히려 자유를 향한 초대처럼 느껴진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다.
창밖은 아직 겨울의 빛을 머금고 있지만, 내 마음은 벌써 꽃밭에 가 있다.
세상적인 욕심을 하나씩 내려놓고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으며
단순하게, 가볍게, 그러나 깊이 있게 살아가고 싶다.
비우는 만큼 마음은 넓어지고
덜어내는 만큼 영혼은 밝아진다.
오늘도 나는 조금 더 가벼워지기를 바라며
조용히 봉투를 들고 집을 나선다.
첫댓글
경칩을 앞두고 비가 내리니 개구리가 미리 나올 것같습니다.
늘 맞은 봄이지만 올봄은 또 그 감회가 다릅니다.
나이가 드니 노화의 소리가 내면에서 들려옵니다.
이제
미니멀 라이프스타일로 살아가야 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빈 몸으로 왔으니 빈 몸으로 떠나야만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