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10년만에 이룬 값진 성과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바이애슬론 종목에 '푸른 눈'의 에이스들이 등장한 게 2016년 말이었다. 대한바이애슬론연맹이 바이애슬론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러시아로부터 남녀 선수 각 2명씩 모두 4명을 받아들인 것이다.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한국선수들/사진출처:아시안게임조직위 홈페이지
압바꾸모바 선수의 평창올림픽 출전 모습/사진출처:metaratings.ru
그중의 한명인 예카테리나 압바쿠모바(35·전남체육회 Екатерина Аввакумова, 등장 초기에는 예카테리나 에바쿠모바로 표기했다/편집자)가 11일 한국 바이애슬론 역사를 새롭게 썼다. 2025 하얼빈 아시안게임(AG) 바이애슬론 여자 7.5㎞ 스프린트 경기에서 22분 45초 4의 기록으로 우승, 한국 바이애슬론 사상 첫 AG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선수단의 12번째 금메달이다.
바이애슬론은 우리에게는 아주 낯선 스포츠다. 하지만 러시아에서 낯선 종목이었던 쇼트트랙이 러시아로 귀화한 빅토르 안(안현수)이 2014소치동계올림픽에서 3관왕을 차지하면서 널리 알려졌듯이, 압바쿠모바의 AG 금메달로 바이애슬론이 우리에게 좀 더 가까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북유럽의 노르웨이와 스웨덴 군대에서 유래된 바이애슬론은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사격이 결합된 경기다. 그래서 동계올림픽 근대2종 경기로 불린다. 우리나라에서는 1998년 대한바이애슬론경기연맹이 창설되었으나, 선수층과 경기력이 취약해 그동안 비인기 종목으로 분류됐다.
압바꾸모바 선수/사진출처:위키피디아
하얼빈에서 금메달을 딴 압바쿠모바는 러시아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으로, 2014년 그라나다 동계유니버시아드 개인경기 은메달, 2015년 하계세계선수권대회 혼성계주 금메달을 따냈다. 그녀는 동계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2017년 1월 한국 국적을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15㎞ 개인전에서 한국 여자 바이애슬론 역대 최고 성적인 16위(44분 25초 3)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평창올림픽 폐막 1년도 채 안돼 러시아 귀화선수 4명 중 압바쿠모바와 알렉산드르 스타로두베츠(부상 이유)가 한국을 떠났다. 특히 압바쿠모바는 대표팀 합류 초기부터 적응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온 개인 코치와 대표팀 코칭스태프 사이에 불협화음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바이애슬론연맹측과 갈등을 빚었던 그녀는 2020년 베이징동계올림픽을 겨냥해 다시 복귀했으나 기대했던 여자 15㎞ 개인전에서 52분 31초 4의 기록으로 87명 중 73위에 그쳤다. 4년전에 비해 기록도, 순위도 크게 떨어진 것. 그러나 거의 3년만에 그녀는 하얼빈 AG에서 한국 바이애슬론의 숙원이었던 금메달을 따냈다.
연맹측과 관계는 이제 괜찮을까?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한바이애슬론연맹 관계자는 "압바쿠모바 선수가 한국을 굉장히 좋아한다"며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센터 쪽에 있는 소속팀 숙소에서 지내는데, 우리나라가 훈련하기에 환경이 정말 좋다고 한다"고 말했다. 또 "각종 국제대회에 태극마크를 달고 나서는 일을 평소에 굉장히 마음에 들어 했다"고 전했다. 진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