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이야기다.
망망 대해를 항해하는 선박의 지도에 알파벳 T 자가 자주 나타나는 것을 보고
무슨 뜻이냐고 항해사에게 물었더란다.
섬(島)의 표시라는 항해사의 대답에 왜 하필 T 자냐고 재차 물었다.
항해사는 영어 단어 WATER(물)를 써보이며 물로 둘러싸인 땅이 섬 아닌가.
T 자가 바로 물 한 가운데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더라나.
그렇다.
배를 타고 건너야 섬이다.
그렇다면 완도는 이미 섬이 아니다.
완도대교를 질주한 차량들이 쪽빛 바다 위로 길게 떠있는 저 신지대교(아래
사진1)를 달린다.
어디 완도만 그런가.
진도, 신안군의 여러 섬, 인천의 강화도와 경남 거제도 등등...
목포의 삼학도는 아예 뭍이 돼버렸고 서해의 여러 작은 섬들도 간척사업으로
그리 되어 지도 그리기가 편해지지 않았는가.
다도해일출공원(아래 사진2)에서 해맞이 하려는 뭍의 사람들은 차를 탄채로
달리기만 하면 된다.
완도민들도 배타는 번거로움이 없어서 뭍나들이가 이웃 마실가듯 자유롭다.
날로 좋은 세상이 돼가고 있다는 말은 이곳 주민들의 소회다.
여객선터미널(아래 사진3)이 사라지고 말 날도 오지 않을까.
장보고 (張保皐)는 완도의 자랑이다.
완도의 자부심이다.
기릴만도 한 인물이다.
장보고 드라마세트장, 청해진유적지, 청해진수석공원, 장보고기념관 등 관광지와
장보고장학회까지 있다.
연안여객선터미널 앞에 장보고장군 기념상(아래 사진1)도 있다.
그런데 三藏法師 一鵬(徐京保)의 통일기원 시비(아래 사진2)가 여기 까지?
팔도 곳곳 찾아다니느라 고생 많이 하셨겠다.
영국과 프랑스간의 해협을 연결하는 유로터널은 1994년 6월 5일 개통되었다.
영국에서는 도버, 프랑스에서는 깔레라고 부르는 해협이다.
영국의 포크스턴(Folkestone)과 프랑스의 깔레(Calais)를 연결하는 약 55km의
해저터널이다.
나는 새 밀레니엄의 해, 2000년 5월에 런던 워터루(Wateloo)역에서 유로스타의
(Eurostar) 떼제베(TGV)로 파리에 간 적이 있다.
시속 300km로 달리는 해저에서 심심찮게 나오곤 하는 대한해협(부산~쓰시마)의
해저터널 건설 이야기가 생각났다.
섬나라 영국과 프랑스가 설왕설래 끝에 긴장관계를 극복하고 터널에 착공하는데
1세기가 걸렸다.
우리와 일본의 숙명적 관계에 비춰 보면 기술 외적 문제가 더 큰 장애일 것이다.
그렇다면 제주도는 어떨까.
천혜의 관광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특별자치도>로 지정까지 한 판인데.
그러면 내가 타고 가는 이 훼리호(아래 사진1)도 강제 퇴역당하고 말 운명이겠다.
내가 너무 무료했는가 이런 황당한 상상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겨우 3시간의 항해인데 무료라니?
작년의 목포에 비해 반 남짓 할 뿐인데.
추자도와 관탈섬을 살피려 나왔으나(아래 사진2) 바람이 워낙 세어 들락거려야 했다.
그러기를 반복하는 새에 일몰 시간이 다가왔다.
그러나 이 무슨 훼방?
거센 바람이 구름들을 잔뜩 몰아오고 있지 않은가.
해가 포즈(pose)를 취하려 할 수록 심술은 더욱 완강했다(아래 사진3~5)
새벽에 찜질방을 나설 때 한파가 물러가고 쾌청하겠다는 예보를 분명히 들었다.
새로 지은 사라악대피소에 도착한 시각까지도 예보대로 였다.
나무가지 사이를 뚫고 한라산 정상이 선명하게 다가왔다(아래 사진1)
그러나 일기예보는 여기까지만 맞췄다.
이후로는 방종(放縱)상태였다(903번 2009년 한라산 정상 참조)
진달래대피소를 목전에 둔 지점쯤에 내려왔을 때 잠시 성판악 길 건너의 사라봉이
모습을 드러냈다.
누구에게 한 컷 부탁하는 사이에 눈보라가 다시 초를 쳤다.
그래도 희미하나마 윤곽은 확인되는 듯.(아래 사진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