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를 처음 배울 때 제일 골치 아픈 것이 한자 읽기였다.
우리의 경우 한자를 음독으로만 발음하기 때문에
발음이 거의 한 가지고, 가끔 두 가지 정도의 발음이 눈에 뜨인다.
그런데 일본의 경우 음독(音讀)과 훈독(訓讀)이 같이 사용되고 있다.
음독에 있어서도 한(漢)나라식 발음과 오(吳)나라 식의 발음이 있고,
또 글자의 위치에 따라 탁음으로 발음되는 경우도 있어
웬만한 한자는 음독만 대여섯 가지는 된다.
그리고 훈독에 들어가면 그야말로 읽은 방법이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또 음독도 훈독도 아닌 정체불명의 읽는 방법도 수없이 많다.
특히 인명, 지명 등
고유명사 일수록 읽는 방법이 괴괄한 경우가 많다.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한자만을 보고는 그 사람 이름을 알 수 없는 경우가 적지 않아
일본인들은 명함에도 꼭 이름의 발음을 영어 알파벳이나 히라가나로 적어놓는다.
일본어 한자 가운데
읽는 방법이 가장 많은 한자는 무엇일까?
바로 날 생(生) 자라는데 의견이 접근하는 것 같다.
생(生)자의 읽는 방법은 160가지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한다.
그 다음으로 윗 상(上), 아래 하(下), 밝을 명(明) 등도
읽는 방법이 100가지가 훨씬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한다.
일본어를 좀 배우다 보면 의외로 한자가 재미있다.
내가 일본어에 재미를 붙인 것은 한자 때문이다.
한, 중, 일이 한자를 매개로 공통적인 정서, 미묘한 느낌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잘 사용하지 않는 한자,
순수 일본식 한자 등을 발견할 때 느끼는 재미도 있다.
같은 한자를 여러 가지로 발음하는 것이야 말로
일본어가 갖는 매력 가운데 하나로 여겨진다.
처음으로 일본에 갔을 때
거리의 광고에서 자주 눈에 뜨이는 한자가 유(濡) 자 였다.
궁금증을 못 참아 다음날 옆자리의 여직원에게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 여직원 얼굴이 빨개진다.
요즘은 단풍철이다.
일본에서는 단풍을 보통 홍엽(紅葉)이라 쓰고,
"코요" 혹은 "모미지"라 읽는다.
우리나라에서는 단풍을 두가지 뜻으로 사용하고 있다.
하나는 단풍나무라는 뜻이며,
다른 하나는 나무 종류에 관계없이 잎이 누르거나 붉게 물드는 것을 말한다.
앞에 것이 "모미지"이고 뒤엣 것이 "코요"이다.
또 단풍을 뜻하는 풍(楓) 자를 "카에데"라고 읽는다.
역시 단풍(나무)이란 뜻이다.
그럼 모미지와 카에데의 차이는 뭔가?
단풍 잎을 보면 잎사귀의 골이 급한 것이 있고,
좀 얕고 뭉툭한 것이 있다.
앞엣 것이 모미지고 뒤의 것이 카에데이다.
또 모미지를 한자로 "椛"라 쓰기도 한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일본에서 만든 한자이다.
나무와 꽃을 합쳐 만든 글자라 그럴듯해 보인다.
그 외에도 카바(樺), 나기(梛)도 모미지와 같은 뜻이다.
이런 식으로 한자와 단어를 하나 하나 찾아가면 재미있다.
한자가 골치 아픈 것은
글자가 많은데다 너무 복잡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획수가 많은 한자는 읽기는 물론 쓰기도 어렵다.
옥편을 찾아보면 거의 30획에 가까운 글자도 있다.
일본에서 가장 많은 획수 한자는 1,024획이라고도 하고,
1,032획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일본한자연맹에서는
"999획까지의 한자만을 글자로 인정하고,
그 이상이면 그림"이라는 원칙을 만들었다고 한다.
999획의 한자라.... 평생을 걸려 쓰는 법을 익힐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래 글자는 중국에서 만든 "번뇌"라는 글자인데,
108획이라 한다. 음은 모르겠다.
보기만 해도 108 번뇌가 생길 것 같다.
첫댓글 삿가스님 일어방을 찿아주시고 좋은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저도 한자가 너무
어렵습니다.
종종 들르시여 공부에 도움되는
말씀 해주세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