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제의≫
..
........
조용했다.
아까까지만해도 난동을 부리던 윤청하도 조용해졌고.
서진도 입을 떡 벌린채 날 바라봤다.
..
난 아무말없이. 숨소리만 내고..
"뭘 데려가달라고?"
".....나.."
"..겁대가리 없냐 너?"
쿵-
무거운 돌덩이로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
뭐..뭐..?!
겁대가리..?!
하아.
그냥 충동적으로 느껴졌어.
갑자기 니가 날 데려가줬으면 좋겠다고..
그런 생각이 들었을 뿐이야.
"..거..겁대가리라니..?!"
"난 너 몰라. 너도 나 모르고."
"..나..난너 알아..!! 넌 강신결이고..밴드에서 기타담당이잖아..!"
"그거 말고는 없잖아."
"...뭐?"
"모르는놈한테 데려가달라고 하는건 병신짓이야."
..
병.신.짓.?
그러니까..
지금 내가 니옷자락 붙들고 이러는건..
한마디로 병신짓이라 이거지..
스륵-
내손에 붙들려있던 놈의 옷자락을 재빨리 놓아버렸다.
그러자 한순간의 머뭇거림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녀석.
서진과 윤청하는 어쩔줄 몰라하며 나와 녀석을 번갈아보고..
"니..니가 그렇게..잘났냐?!!!!!!!!"
그리고 난..
결국 참고있는 울분을 터트려버렸다.
엄마에게 터트려야했을 분노와,
나 자신에게 쏟아내야했을 욕들을
모두 이놈에게 던져버리기로 결심한채.
"그래 나 집나왔어!!!!!!!! 집나와서 지금 잘데도 없어!!!!!
그래서 나 지금은 아무나 붙잡고 데려가달라고 하는거야!!!!!!
근데 넌 뭐가 그렇게 잘났는데?!!!!!! 맞아 난 너 몰라!!!!!!!!!
몰라도 길가에 엎어져 자긴 싫어서 이런 병신짓한다 왜!!!!!!!!!!!!!!!"
........
...
.........하아..하아....
...시원해.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한번도 이런적 없었어.....
누군가에게..이렇게 말해본적 없었어.
항상 난, 로봇처럼 시키는일 다하고 말잘듣는 꼬마나 다름 없었으니까.
...
녀석은 걸음을 멈춘채 뒤를 돌아봤다.
어느새 목이 메이고..
코가 찡해지면서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고...
"..시..신결아..잘데가 없대잖아..너네집에 방하나 비었으니까 거기서.."
"싫어. 그렇게 불쌍하면 윤청하 니가 데리고가."
"..야!!!! 우리집엔..그여자 있잖아..진이네는 부모님 계시고.."
..
.......
짐가방 하나만 옆에둔채 서있는 나를..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하는 윤청하.
서진은 말없이 한숨만 쉬고..
강신결은 그런 나를 바라보더니.
다시 등을 보이며 말한다.
"..다락방이야. 다리 뻗기도 힘드니까 알아서해."
...
......예스!!!!
비굴하지만. 많이 비참하지만..
어쨌든 길거리에서 자는것보단 나으니까.
놈을 잘 알지 못한대도..
절대 이상한짓 할놈 아니란거 느껴지니까.
괜찮아 신채은.
괜찮아.
"내일 해뜨자마자 나가라."
달칵.
녀석이 좁은집의 다락방을 열어주며.
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흥.
나는 해뜨는지도 모르고 자는사람이야.
"우와..다락방 되게..더럽다.."
"그럼 나가던지."
"아냐아냐. 더러워도 참고 자야지 뭘."
큭큭.
고소하다 이놈아.
내말에 인상을 쓰며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곧 방문을 쾅 닫고 나가버리는 놈.
..
.......근데 사실.
되게 깔끔하다..
남자가 혼자 사는집 치고..뭐..
정리는 잘 하는 편이네.
..방에 놓인건 오로지 기타들뿐.
갈색기타 검은색기타 회색기타 빨간색기타 등등등.
뭔놈의 기타들이 이리 많은거야.
"..정말 작긴 작다.."
한눈에 쏙들어오는 방을 둘러보며..
짐가방에 들어있던 얇은 이불을 꺼내 누웠다.
근데 이거 정말..
다리뻗기도 힘드네.
에이 아무렴 어때.
길바닥에서 웅크리고 자는것보단 백배 천배 만배 낫지.
약간 불편하지만.
다리를 오므리고 팔베개를 한채 눈을 감았다.
이 좁은 방에 보일러가 잘도 들어온다는 생각과..
내일이 되면 또 어디로 갈까..하는 생각과..
오늘은 무슨꿈을 꿀까..하는 생각을 하며.
어느새 잠에 빠져버렸다.
다음 날 아침.
"...뭐야..너 안나갔냐..?"
빙긋.
부엌 창문으로 비쳐오는 햇빛에 눈을 찡그리며
내게 말하는 녀석에게 웃어보였다.
후라이팬에 계란을 톡톡 터트리면서.
"방값으로 아침해주고 갈게. 근데 니네집엔 김치 없어?"
"..쓸데없는짓 하지마. 난 아침밥 안먹어."
"무슨소리야!! 아침밥이 제일중요한건데. 다되가니까 좀만 기다려."
짜식.
감동했냐?
하긴 뭐..
남자혼자 사는데 아침밥같은거 제대로 챙겨먹었을리 없지.
놈은 한참이나 제자리에 서있더니.
내가 눈으로 식탁을 가리키고 나서야 귀찮다는듯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곧.
식탁에 턱을괸채 내가 차린 반찬들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빨리 안먹고 뭐해?"
"아침은 왜 한건데."
"말했잖아. 방값이라고. 양심이있지 어떻게 해뜨자마자 나가겠어?"
"아침먹으면..배아파."
"니가 습관이 안되서 그런거겠지. 계속 먹다보면 괜찮아질걸?"
..
으엑.
이거 무슨 부부같잖아.
나를 까만눈동자로 한동안 바라보다가..
이내 젓가락을 들고 반찬을 깨작거리는 녀석.
"..너 이름 뭐냐."
..
여전히 젓가락으로 반찬만 깨작거리며 묻는다.
하아. 그래.
얘는 내이름도 모르고 있었지.
"신채은. 이름에 복이 없나봐. 되는일이 한개도 없어."
"신채은."
"어?"
"다락방 좋았냐?"
"..그냥..지낼만은 하던데."
깨작 깨작.
아 저소리 거슬린다.
도대체 언제 먹겠다는거야?
정말 몇분동안이나 그상태를 유지하던 놈.
그러더니 젓가락질을 멈추곤..
또다시 까만 눈동자로 나를 응시하며 말한다.
..내 심장을 놀라게 하는.
"그럼..다락방에 계속 있어. 니가 나가고 싶을때까지."
.
.
.
.
.
.
.
있잖아 신결아.
나는 아직도 모르겠어.
니가 왜 날 받아들였었는지.
왜 마음이 바뀌었었는지..
너는 사랑받지 못하고 자라서
내가 해준 밥이 따뜻했던 거라면.
그래서 날 받아들였던 거라면..
그 밥..매일매일 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
지금은..
해줄수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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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비
▶오호호홍 .. 주인공은 신결이가 아니었던거야요 ? <-; .. .. 여튼 재밌다 T T !!!!!!!
너닮은나
▶잼써요,, 진짜로 날아라 갱이님 잘 하시는거 가터요.. 저한테도 남겨주셔요.. 꼬릿말, 코멘트 히히 저 너닮은나 그 뭐시냐? 집에선 귀염이 섹시 왕자님 학교에선 세계일진?! 그거니까 코멘트 달아주세요..
월하비님 너닮은나님 모두 감사드립니다. ^ ^
월하님 주인공 신결이 맞아요오 ! 흐흐.
아, 그리고 소설 준비한다고 하셨는데. 언제 한번 꼭 읽을게요. ^ ^
그리고 너닮은나님,
칭찬 너무 감사드립니다. (__)(--)
님 소설도 꼭 읽어볼게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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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동 거 인 [同 居 人]● -4- ≪동거제의≫
날아라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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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14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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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히히 고맙슴다.. 더 재밌는 소설 쓰시길 바라며.. 날아라갱이님은 항상 잘 쓰실테지만...
히히 고맙슴다.. 더 재밌는 소설 쓰시길 바라며.. 날아라갱이님은 항상 잘 쓰실테지만...
갱이님 소설 정말 죽입니다 ㅜㅜ !! 힛 , 하비 소설 .. 기대하지 마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