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오피니언
[광화문에서/김지현] 이재명이 반격에 나섰다 “진짜 내홍은 이제 시작”
김지현 정치부 차장
입력 2023-06-05 21:30업데이트 2023-06-06 00:10
김지현 정치부 차장
“(뭐만 잘못하면 당 대표가 책임지고 내려오라고 하는데) 그런다고 안 내려가니까 걱정하지 마라.”
5월 24일 저녁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당원과 진행한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당 대표 사퇴 의사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개딸’ 등 강성 지지층이 ‘김남국 코인’ 사태를 비판한 대학생위원회 등 청년 정치인들에게 집단 린치를 가해 논란이 된 가운데, 보란 듯이 강성 지지층을 불러 모아 다독인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방송에 ‘꼼수 탈당’ 후 복당한 민형배 의원을 초청해 “특별희생을 당했을 경우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줘야 정상적 공동체가 된다”고도 했다. 민 의원의 탈당을 ‘특별희생’이라고 추켜세운 것. 민 의원도 방송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이다 이재명’의 컴백 선언”이라며 화답했다.
이 대표가 지명한 서은숙 원외 최고위원도 이 방송에 출연해 ‘대의원제 폐지’를 주장했다. 그동안 친명(친이재명) 의원들과 강성 권리당원들은 “당내 선거에서 권리당원과 대의원이 행사하는 표의 가치가 달라 당내 민주주의가 왜곡되고 있다”며 대의원제 폐지 또는 축소를 요구해 왔는데, 이 대표가 직접 힘을 싣고 나선 것이다. 서 최고위원은 방송에 앞서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선 “최근 의원총회장에서 한 의원이 ‘지도부가 (김남국 사태에) 손 놓고 아무 대응도 하지 않았다’라고 한 건 허위사실 유포”라며 비명(비이재명) 현역인 홍기원, 이원욱 의원을 공개 저격하기도 했다.
이 대표와 친명계가 일제히 ‘반격’에 나선 것을 두고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최근 의총장에서의 ‘내부 반란’에 놀라 움찔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5월 14일 국회에서 6시간 반 넘게 비공개로 진행된 ‘쇄신 의총’에선 20여 명의 의원들이 이 대표와 지도부를 향해 책임론을 쏟아냈다. 박용진 의원이 “당이 다 죽게 생겼으니, 대표가 쇄신의 칼을 들고 휘둘러라”고 포문을 열었고, 일부 비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 면전에서 재신임까지 요구했다. 같은 달 25일 열린 의총에서는 친문(친문재인) 홍영표 의원이 현역 의원 28명의 서명을 모아 “당이 직접 나서 개딸의 내부 공격을 막아야 한다”는 결의문을 제안하기도 했다.
비명계 의원 A는 “이 대표가 심상치 않은 당내 여론을 직접 마주한 뒤 개딸과의 결별은커녕 동맹 강화에 나선 것”이라며 “‘비명계 소탕’을 통해 자신에게 등 돌렸던 중도 성향 의원들에게도 ‘아직 내가 당 대표다’, ‘공천권은 나에게 있다’라고 경고하는 셈”이라고 했다. 비명계 B 의원은 현 상황이 과거 마오쩌둥이 1966년 중국 문화대혁명 시절 ‘사령부를 포격하라’는 대자보를 내걸고 홍위병을 동원해 정적(政敵)을 제거했던 것을 연상시킨다고 했다.
비명계는 마지막 ‘보루’로 현역 의원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의총을 꼽고 있다. 이들은 같은 비명계 출신인 박광온 원내대표에게 “친명 일색의 최고위원회의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으니 주요 현안에 대해 의총을 상시적으로 열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A는 “이제 비로소 진짜 집안싸움이 시작된 것”이라며 “이제까지의 내홍은 예고편에 불과했다”고 했다. 민주당 내 파워게임이 얼마나 더 이어질지, 총선 전에 제대로 마무리는 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