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한 게 더 낫다?”…‘비만의 역설’이 무릎 망가뜨리면
노년 건강의 진짜 해답은 ‘관절 건강’과 ‘근육 적금’
발행 2025.08.12 07:00 / 코메디닷컴
“너무 마르셨어요. 살 좀 찌우셔야 해요. 오히려 건강에 안 좋아요.”
노년층 환자들이 병원에서 종종 듣는 말이다. 실제로 체중이 적당히 있는 쪽이 건강 예후가 더 좋은 경우가 많다. 심장질환, 고지혈증,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에서는 특히 그렇다. 이를 ‘비만의 역설(Obesity Paradox)’이라 부른다.
‘비만의 역설’이란?
일반적으로 비만은 건강에 해롭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부 만성질환자나 고령층에서는 오히려 체질량지수(BMI)가 높을수록 생존율이 높은 경향이 나타난다. 심부전,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만성신부전 환자에서 관찰됐고, 폐경 이후 노년 여성에게서 두드러진다.
체중이 적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되면 급성 질환 시 쓸 수 있는 에너지를 비축할 수 있고, 염증 회복에 필요한 영양을 미리 보충할 수 있다. 노쇠(frailty) 예방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통통할수록 정말 건강할까?
이 ‘역설’ 속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 또 다른 진실이 있다. 무릎과 허리, 즉 관절과 척추는 체중이 늘어날수록 더 큰 하중을 받는다. 체중이 1kg 증가하면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이 3~5배 정도 늘어난다. 반대로 체중을 1kg이 줄이면 무릎 관절이 받는 하중이 약 4kg 줄어든다.
운동 부족, 근육 감소, 체중 증가가 겹치는 노년층에서 비만은 일부 내과 질환에는 도움이 될 수 있어도, 관절과 척추에는 위험 요인(risk factor)이 된다. ‘비만의 역설’이 관절 건강에는 전혀 다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얘기다.
“혈압은 좋아졌는데, 무릎은 망가졌어요”
부산에 사는 73세 이모 씨는 평소 저혈압으로 고생했다. 병원에서 “체중이 너무 빠지면 안 된다”는 조언을 듣고 식사량을 늘려 체중을 3~4kg 높였다. 몸이 통통해지자 어지럼증은 줄었지만, 무릎이 점점 아팠다.
처음엔 시큰거림 정도였지만, 시간이 지나 계단 오르기도 힘들어졌다. X-ray 검사 결과, 양쪽 무릎 관절 간격이 좁아진 골관절염 3기. 결국 ‘HTO’(근위경골절골술) 수술을 받았다. “혈압은 좋아졌다는데, 무릎은 걷기조차 힘들어졌어요. 체중을 유지하는 건 좋은데, 방향이 잘못됐던 것 같아요.”
체중보다 중요한 건 ‘체성분’
부산큰병원 윤명수 병원장은 “나이 들수록 중요한 건 체중이 아니라 체성분”이라며 “근육은 건강 재산이고, 살면서 꼭 적립해야 할 건강 적금”이라고 강조한다. 근육이 적으면 같은 체중이라도 관절과 척추를 지탱하기 어렵다.
같은 BMI 25라도 근육이 많은 사람과 복부지방이 많은 사람의 건강 상태는 전혀 다르다. 체지방률이 높을수록 염증 반응이 커지고, 관절과 척추 손상 위험도 증가한다. 최근에는 인바디(InBody) 등 체성분 분석기를 통해 근육량, 지방량, 내장지방지수를 측정하고 생활습관을 조정하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근육 적금, 어렵지 않다
그런데, 근육 적금을 쌓는 방법은 복잡하지 않다. 의외로 간단하다. 단백질 섭취, 가벼운 웨이트, 일상적인 걷기만으로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하루 30분 이상 걷기, 계단 오르기부터 식사에 단백질(계란, 콩, 생선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도 ‘근육량’은 줄지 않거나 늘어난다. 거기에 밴드 운동, 스쿼트, 벽 밀기 등 가벼운 저항 운동이나 가벼운 웨이트 트레이닝으로도 근육 적금을 늘려갈 수 있다. 정기적인 체성분 검사까지 덧붙이면 금상첨화.
부산 연세척병원 이남 병원장은 “나이 들어선 살이 좀 있는 게 좋다는 말이 무조건 맞는 건 아니다”라며 “관절과 척추가 아프고 움직이기 힘들어지면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진다”고 말했다.
‘진짜 건강’은 체중계 숫자만이 아니다
결국 노년기 건강은 BMI 하나만으로 다 설명할 수 없다. 같은 BMI 25라도 근육량 많은 사람과 복부 지방이 많은 사람은 건강 상태가 전혀 다르다. 체지방률이 높을수록 염증 반응이 높아지고, 관절은 물론 척추 손상 가능성까지 함께 커지는 것은 그런 때문.
그래서 ‘비만의 역설’은 주로 ‘내과’적 관점에서 나온 개념일 수 있다. 반면, 정형외과나 척추외과에선 체중이 늘어날수록 무릎, 허리, 고관절 등에 가해지는 나쁜 영향을 더 우려한다. “무릎, 허리 등 뼈마디와 척추가 건강해야 그게 진짜 건강”이라는 얘기다.
결국 나이 들수록 혈관과 관절, 내과와 외과적 지표를 균형 있게 챙기는 맞춤형 관리가 필요하다. 건강의 저울은 체중계 숫자만이 아니라, 일상 속 가벼운 발걸음과 자유로운 움직임에도 숨어있기 때문. 그렇다면, 당장 지금부터라도 노년기 건강 위한 '근육 적금', '관절 적금'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출처: https://kormedi.com/2739934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노년층 비만 문제가 새로운 보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대한비만학회가 발간한 비만병 팩트시트 2024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체지방률 기준 비만 유병률은 52.8%로 노인 2명 중 1명이 비만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질병관리청의 2023 국민건강통계 자료에 의하면, 70세 이상 여성의 복부 비만 유병률은 57.2%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노년기에는 근육량이 줄고, 복부 지방이 늘어나기 쉬워 전반적인 건강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특히 이러한 변화가 비만으로 이어지면, 근육 감소를 가속화하고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은 대사 질환의 위험까지 높일 수 있으므로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노년기 비만은 구체적으로 어떤 위험성을 갖고 있으며, 건강하게 체중을 관리하기 위해 기억해야 할 원칙은 무엇일까.
비만은 체지방이 과다해 이로 인해 건강상의 문제가 생기는 상태를 말한다. 나이에 관계없이 발생하지만 청장년층과 노년층에서의 비만은 그 특성과 관리 방식이 다르다. 청장년층에서는 주로 과도한 칼로리 섭취, 운동 부족, 스트레스, 수면 부족, 호르몬 변화 등이 비만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로 인해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지방간 등 다양한 대사성 질환의 발생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질 위험도 커진다. 아직은 기초대사량이 상대적으로 높고, 근육량이 어느 정도 유지되기 때문에 식이 조절과 운동을 통해 체중 감량이 비교적 잘 이뤄지는 편이다.
하지만 노년기에 접어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노년기에는 기초대사량이 낮아지고, 근육량도 함께 감소해, 체중은 쉽게 늘고 감량은 더욱 어려운 체질로 변하게 된다. 보통 근육량은 40대 이후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70대까지 10년마다 약 8%씩 감소하며, 이후로는 10년마다 최대 15%까지 줄어든다.
특히, 하체 근력은 70대 이후 10년마다 적게는 25%, 많게는 40%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겉으로 보기에는 날씬하거나 정상 체중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근육량이 적고, 체지방만 많은 마른 비만의 고령자도 적지 않다.
노년기에는 기초대사량이 감소하고, 근육량이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근감소증이 흔해진다. 이 상태에서 비만이 동반되면, 근감소성 비만이라는 위험한 조합이 만들어진다. 근감소성 비만은 체력이 전반적으로 약해지는 노쇠를 유발하고, 여러 만성질환이 동시에 생기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또한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이고, 사망률 증가와도 연관이 있는 중요한 건강 위험 요인으로 지목된다. 노년기 비만은 근육량이 줄어드는 특성상 만성질환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노인의 비만 관리는 단순한 체중 감량이 아니라, 신체 기능과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한 건강한 체중 유지가 목표다. 노년기에는 잘 먹고, 잘 움직이며, 잘 자고, 잘 생활하는 것, 이 네 가지가 곧 비만 관리의 핵심이다.
식사는 지나친 열량 제한보다 양질의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는 균형 잡힌 식단이 중요하다. 생선, 달걀, 두부, 살코기 등 단백질을 매 끼니 포함시키고, 채소와 통곡물을 중심으로 식단을 구성하는 것이 좋다. 유제품도 적절히 포함하고, 당분과 포화지방은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체중 관리에는 운동이 동반되어야 한다. 적절한 운동이 동반되지 않은 체중 관리는 오히려 근감소성 비만을 만들거나 골다공증을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 체력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저 강도의 유산소 운동(걷기, 수영, 자전거 타기 등)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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