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계륵대통령’ 관련 청와대 대응을 보며 느낀 점입니다. 한가지만 더 첨가하면 배웠더라도 더욱 지저분하고 저질적으로 배웠다는 것입니다. ‘계륵’이란 어휘는 좀 고약해 보여도 어쨌건 핵심은 잘 짚었습니다. 청와대에서 문제제기를 하려면 말장난이 아닌 사실로 했어야 합니다. 틀린 말이 없으면 말꼬리 잡기보다는 반성하고 자신을 바꾸어갔어야 합니다.
집권초부터 경제, 안보, 외교, 교육, 부동산 등 제대로 된 정책하나 내놓지 못하고 언론탓만 하며 군기잡겠다고 설쳐대는 꼴들이 군부독재시절 언론에 재갈물리려던 꼴들과 다른게 없어 보입니다.
멀쩡한 사람에게 병신이라 하면 피식 웃지만 정말 병신보고 병신이라 하면 발끈하지요. 지금 청와대가 발끈하는 이유가 바로 그런 것인 듯 합니다.
루이 나폴레옹이 보블전쟁에서 포로 신세가 되어 비참한 종말을 맞기 몇해 전, 프랑스의 번영과 위세를 온세계에 뽐내기 위해 만국박람회를 개최했을 때의 일입니다. 당시 프랑스는 세계에서 가장 좋은 질의 철강생산국이었다고 합니다. 루이 나폴레옹은 이 점을 자랑하려고 매우 특별한 지시를 내렸습니다. 순전히 강철만으로 만든 아름다운 탑을 세우도록 한 것입니다. 수많은 응모작 가운데 이미 철도교량건설로 명성을 떨치던 에펠의 작품이 당선되었고 그래서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것이 파리의 명물 에펠탑입니다.
당시 이 박람회에는 일본도 참여했습니다. 출품작이라야 고작 수공예품 몇 가지밖에 없었으나 후일 일본재계의 대부가 되었던 시부자와 에이이치도 수행원 자격으로 그곳에 갔었습니다. 그에게는 이제 막 솟아오르는 에펠탑의 위용도 구경거리였으나 일본에서 귀하기 짝이없는 강철을 그토록 아무렇게나 써제키는 그들의 국력이 더욱 놀라웠습니다. 말하자면 에펠의 정교한 공학적 설계 그 자체보다도 어마어마한 강철을 그런 용도에 써제킬 수 있는 물질적 기초가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는 뜻입니다.
에펠의 설계가 쓸모가 있었던 것은 프랑스의 강철생산 능력이 그만한 물량의 좋은 강철을 공급해 줄 수 있었던 덕분입니다. 설계가 아무리 좋았다 하더라도 그것이 프랑스 아닌 당시의 일본이었다면 한 갓 공상에 지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지금껏 노대통령은 “반미면 어떠냐?”, “조중동 죽이기”, “강남불패면 대통령도 불패” 등 화려한 선전문구, 설계도는 난무했지만 실제는 북한 미사일속을 민항기가 날게끔 했고, 경제, 인구가 집중된 수도 서울을 수시간내에 폐허로 만들 수 있는 북의 장거리포들이 휴전선에 배치되어 졌고, 부동산 폭등으로 서민만 죽어나게 만들었습니다. 기업가는 모두 나쁜 놈들이라고 각인시켜 공장들을 중국, 인도, 베트남으로 다 내 몰았습니다. 철탑설계도 자랑하기에만 바빴고 제철소를 세우는 일에는 아예 관심도 능력도 없었던 것입니다.
정권은 막강한 권력을 남용 오용하면서 부패할 수 있기에 언론의 정부 비판은 헌법이 부여한 국민의 기본권이자 언론 본래의 소명입니다. 그걸 청와대가 나서서 자꾸 자신을 아름답게 포장해 달라고 하는 것은 참 팔불출에 꼴불견입니다.
언론은 매일 매일 독자로부터 검증을 받습니다. 만약 한 언론이 공정하지 못하고 시대의 방향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다면 당연히 영향력이 떨어지고 외면당할 것입니다. 즉, 언론에 대한 비판, 감시는 청와대가 아니라 국민이 하는 것입니다.
언론의 감시를 받고 겸허해야 할 청와대가 오히려 언론을 재단하겠다고 설쳐대는 것 자체가 그들의 빈곤한 철학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자주국방’이니 ‘시민혁명‘이니 온갖 미사여구 듣기좋은 말은 다 입발림 해 주었지만 그 모든 것이 결국은 제철공장 하나 만들어 놓지 않은 에펠의 설계도, 말짱 뻥으로 판명이 났습니다. 그걸 언론에 재갈을 물려 숨겨 보려고 하는 얄팍한 술수입니다.
일본사람이 우리에게 식민지 운운하면 기분나쁘고 발끈합니다. 그러나 영국인이 미국인에게 당신은 과거 우리의 식민지에 불과했다고 하면 미국인이 어떤 반응을 보이겠습니까?
실력이 있으면 당당해 질 수 있습니다. 자존심을 지키고 참으로 승리하는 길은 실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노정권이 경제, 안보, 교육 등 멋진 꿈들을 실현했다면 그리고 국민의 전폭적 신뢰를 받고 있다면 조선일보가 과연 ‘계륵’이란 말을 할 수 있었겠습니까? 또 그랬던들 청와대가 발끈할 필요가 있었겠습니까?
이제 청와대는 ‘계륵’같은 말장난, 낙서같은 에펠의 설계도로 국민을 현혹하는 짓거리를 그만두고 양질의 철강을 생산하는 실제적 방안들을 강구해 주었으면 합니다. 그게 그간의 죄악을 보상하는 마지막 기회일 듯 싶습니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그들에게도 한가닥 양심이 있기를 또 지혜로운 결단을 하기를 간곡히 기대해 봅니다.
첫댓글 좋은글이......너무나 좋은글......^^
이미 이 정부로는 아무것도 할수없습니다. 너무 빨리 레임덕에 봉착했기 때문입니다. 혹시 대통령 본인은 빨리 임기를 마치고 싶을지도 모르지요. 그동안도 아무일을 못했는데 남은 임기동안 무엇을 하겠습니까?
동감입니다. 좋은글 잘 읽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