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진하다는 것과 정직하다는 것의 차이가 있는 것일까요?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이라 설명할 수 있을까요? 정직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해고합니다. 그리고 부정직한 이유를 설명하지 못합니다. 아니, 하지 않습니다. 그만한 이유를 짐작하는 사건이 있기는 있습니다. 그 사건은 상대방에게 자존심 상하는 일이기에 드러내지 않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소위 ‘내가 어때서?’ 하는 마음이 숨어있습니다. 상대방이 나이는 젊다 해도 내가 꿀릴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하는 마음이지요. 글쎄, 나이가 그렇게 중요한 몫을 차지할까요? 그야 사람마다 다르기는 해도 일반적으로 나이 든 사람보다는 젊은 사람을 선호합니다. 특히 미안스런 이야기지만 여성에게 해당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한 번의 실수라고 넘어가기에는 남은 상처가 큽니다. 결국 그 이유로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여 분풀이를 한 셈입니다.
이유를 설명한 것이 바로 순진과 정직의 미묘한 차이입니다. 순진하다 곧 정직하다, 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순진해서 고용을 했고 그것을 믿어서 5년 세월 같이 탈 없이 일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대놓고 해고 통보를 하는 것입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도 이해하기 힘든 일이지요. 당사자로서는 황당한 일입니다. 그렇다고 먼 타국에서 대처할 방법은 없습니다.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싶은 마음도 없을 것입니다. 사장이 그렇게 판단한다면 어른의 생각도 존중해줄 줄 알아야 하겠지요. 요즘 통상 말하는 ‘갑질’일 수도 있지만 개인 사업이니 자기 사업의 권한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일단 나오기는 했으나 금방 귀국할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여행 계획을 잡아야 하니까요.
해변을 거니는데 한 이국 여성이 다가옵니다. 그녀에게도 이국 여성인 이 여자가 특이하고 예쁘게 보였던 모양입니다. 말을 걸다 가까워집니다. 직업이 선생인데 친구 따라 칸에 와서는 여기저기 다니며 사진을 찍습니다. 이야기하다 한국 음식을 먹고 싶다기에 자기 거처로 안내합니다. 그곳에는 한식당이 없지만 손수 만들 수는 있기에 대접하겠다는 것이지요. 그렇게 두 사람은 가까워집니다.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이런 저런 사진을 찍는 ‘클레어’는 이국인이면서 또한 생각이 다릅니다. 말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고 생각도 다릅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것을 서로 나누다 보면 우리는 서로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혼자서 보고 경험할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을 통해서 경험할 수도 있지요.
칸으로 구경을 온 클레어는 호기심이 많은 사람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전혀 다른 문화의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 큰 관심을 가질 수도 있겠지요. 보는 것 이상의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또 다른 두 사람을 만납니다. 영화감독과 영화 해외배급사 대표입니다. 역시 독특한 사람들입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겠지만 역시 관심을 가지고 사진을 찍습니다. 본인이 달라고 하면 선뜻 내줍니다. 구태여 자기가 소지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또 다른 곳에서 찍은 것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자기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두 사람이 함께한 자리에서 클레어는 말합니다. ‘내가 당신을 찍고 난 후에는 당신은 더 이상 같은 사람이 아니거든요.’ 알듯 모를듯 하지요. 소 감독은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워합니다. 그러나 여자는 감을 잡은 듯합니다. 어쩌면 남녀의 사고차이에서 나올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개념으로 보느냐, 관계로 보느냐 차이일지도 모릅니다.
클레어는 이 사람들을 다 만납니다. 하기야 세상은 이런 우연으로 이어질 때도 있기는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객관적으로 모으면 하나의 이야기가 생겨나지요. 각 개인으로 보면 우연한 사건일 수 있지만 그것을 모을 수만 있다면 독특한 이야기가 만들어진다는 말입니다. 영화감독, 영화 해외배급사 대표 그리고 그 대표와 함께 일했던 직원, 그들 사이에 프랑스인 클레어, 이렇게 4 사람이 조합됩니다. 각자의 삶은 다릅니다. 그러나 그들의 삶이 어떻게 엮이느냐 하는 것은 공통된 어떤 사건으로 말미암아 일어납니다. 우리네 인생이란 것이 대형 사건들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그런 사건이 삶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뒤트는 경우도 있겠지만 많은 경우 소소한 일상들로 꾸려져 갑니다. 중요한 것은 그 속에서 각자의 감정이 어떻게 형성되느냐 하는 것이지요.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남들처럼 철학적 또는 전문적인 시각에서 가릴 능력은 없습니다. 그저 저 개인적으로 쉽게 생각해봅니다. 첫째, 어려운 장면들이 별로 없습니다. 소위 대단한 장면은 없고 그냥 일상의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둘째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몇 사람이 나와서 주로 이야기하는 가운데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속사정이 전달된다고 보면 됩니다. 셋째 반드시 술과 담배가 따라다닙니다. 개인적으로는 달갑지 않지만 그 사람의 특성입니다. 어쩌겠습니까? 때로는 불편해도 단지 일상 속에서 의미를 찾아보는 맛은 있습니다. 영화 ‘클레어의 카메라’를 보았습니다.
첫댓글 즐감하고갑니다.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입니다. ^&^
감사
시원하고 좋은 날씨입니다. 복된 하루를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