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여기도 번쩍... 저기도 번쩍......!
온통 황금만으로 축조되어 있는 구조물을 본 적이 있는가? 만일 보았다면 두 가지 경우일 것이다.
그대의 눈이 잘못 되었거나, 아니면 그대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런 구조물이 이 세상에 존재할 턱이 있는가? 더구나 그 구조물이 거대한 대전(大殿)임에는 더욱 말할 나위가 없다.
천우는 처음에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두 눈에 가린 검은 천을 떼어냈을 때, 그는 잠시동안 강렬한 광채에 시야를 트지 못했다. 그러다 눈이 익자 그는 그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황금! 온통 황금 덩어리였다.
바닥도, 천장도, 벽도, 기둥까지도 모두... 심지어는 탁자나 의자 따위의 기물도 온통 황금만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천우는 멍청해졌다. 그러나 곧 그는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정말 멍청한 사람이군. 이 정도의 황금이면 나 같으면 나라를 세울텐데 고작 집을 짓는데 허비하다니......'이때 괴상한 음성이 들려왔다.
"사람에겐 모두가 그 지닌 바 뜻이 다른 법이지. 자네의 생각만이 최선이라고 볼 수는 없지 않은가?""......?"
천우는 소리가 들린 곳으로 몸을 돌렸다.
대전의 한쪽 벽, 황금벽이 회전하면서 그곳으로부터 일단의 여인들이 줄지어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녀들은 한결같이 인세의 인간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의 미녀들이었다.
각각 홍(紅), 청(靑), 황(黃), 백(白), 흑(黑), 자(紫), 남(藍) 색의 궁장을 걸쳤으며 하늘거리는 몸매와 얼굴은 가히 절세우물들 이었다.
그녀들은 제사장 뒤로부터 기러기 날개 형상으로 걸어 나왔다.
드르르.......
앞으로 가벼운 바퀴소리와 함께 황금의자가 굴러왔다.
바퀴달린 의자에는 한 명의 얼굴에 금색면구를 뒤집어 쓴 인물이 앉아 있었다. 면구는 평범한 모양이었고 일신엔 화려환 금의를 입고 있었다.
천우는 그를 보자 눈을 껌벅이며 중얼거렸다.
"당신이 제사장이오?"
금면인은 두 개의 눈구멍으로 그를 주시했다.
그 눈빛은 지극히 담담했다.
"그렇다네, 젊은이."
천우는 혀를 찼다.
"쯧쯧... 안됐소, 노인장."
"......?"
"아무리 황금과 절세우물에 파묻혀 있다 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소? 나처럼 다리가 있어 이 넓은 천하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도 없을 것이 아니오?"그 말에 금피면구의 눈구멍에서 섬뜩한 광채가 피어 올랐다.
"자네는 노부를 놀리는 것인가?"
천우는 천부당 만부당 하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원, 천만에요. 그저 노인장이 안됐다는 생각이 들어서요."금면인은 두 눈에서 형형한 신광을 내며 말했다.
"듣기에 자네는 노부의 귀여운 아이를 그 동안 수없이 괴롭힌 모양인데 이제는 노부의 재산까지 들어먹을 참인가?"천우는 히죽 웃었다.
"낭자들이 이곳의 오화가 아름답다고 선전을 하기에 오게 되었소이다.""허허... 말리지 않겠네. 노부의 주인어른은 재주 많은 젊은이를 사랑하시니 말씀이야."천우는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당신의 주인은 이미 백골이 되지 않았소?"
"경고하겠네, 젊은이. 주인 어른에게 불경하게 군다면 결코 가만 두지 않겠네."금면인의 음성에는 은은한 노기와 살기가 깃들어 있었다.
천우는 머리를 긁적였다.
"나는 당신의 주인에게는 관심이 없소. 그건 그렇고 오화는 대체 어느 낭자이오?"그는 눈을 거슴츠레 뜨며 금면인의 좌우에 서 있는 여덟 명의 절세우물들을 바라보았다. 그 중 녹의녀에게로 가 멎었다.
그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아가씨의 목에 난 점은 매력적이구료."
그 말에 녹의녀의 얼굴에는 당황기가 스쳤다. 그녀야말로 일전 금란하에서 유선을 타고 온 철당주라는 작자와 은밀하게 정보를 주고 받던 여인이었던 것이다.
이때 금면인이 입을 열었다.
"자네는 서두를 게 없네. 물론 차례로 만나게 될 것이네. 그러나 과연 몇 번이나 만나게 될지 모르겠군?"천우는 빙긋 웃었다.
"기왕이면 모두 만나봐야 겠소이다."
"허허허... 과연 그렇게 되길 바라네. 노부 역시 기대하겠네."이어 금면인은 손뼉을 쳤다.
"녹상(綠桑), 그를 데려 가거라. 순서는 천문(天文), 만상(萬象), 십전무(十全武), 욕망관(慾望關)의 순으로.......""네, 제사장님."
다소곳이 대답하며 여덟 명의 여인 중 녹의여인이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바로 목에 점이 난 그녀였다.
이때 문득 천우가 이의를 제기했다.
"어째서 네 가지 뿐이오? 듣기로는 다섯 가지라던데 말이오?"금면인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자네는 마치 사관 모두를 벌써 통과한 것처럼 얘기하는군. 물론 사관문을 통과하면 마지막 관문도 만날 수 있네."천우는 싱긋 웃었다.
"알겠소이다, 노인장."
그는 녹상이 다가와 나긋하게 절을 하자 추근거리듯 말했다.
"가까이서 보니 더욱 아름답구료, 낭자."
녹상의 눈꼬리가 고혹적으로 눈웃음쳤다.
"상공은 행운아예요. 앞으로 차례로 절세미녀들을 만날 테니까요.""오화가 모두 아름답소?"
야망주가 촘촘하게 박힌 지하통로를 나란히 걸으며 천우가 물었다.
"그녀들은 미녀 천 명 중에서 한 명 뽑은 천하절색이예요.""후후... 하지만 낭자도 아름답소."
"과찬이세요."
녹상은 유혹적인 웃음을 지었다. 천우는 은근히 그녀의 손을 잡았다. 녹상은 뿌리치지 않았다.
"언제고 시간을 낼 수 있겠소?"
"왜죠......?"
"낭자와 함께 금란하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 아니겠소?""금란하......!"
녹상의 안색이 가볍게 변했다.
"특히 금란하 강변의 갈대 숲은 일품이오. 그곳에서 밀회를 즐기기엔 정말 적당한 운치있는 곳이오, 안 그렇소?"녹상은 가슴이 뜨끔했다.
"글쎄요. 소녀는 가 보지 않아서......."
"하하... 그럴 것이오. 낭자같이 순결한 여인이 갈 곳은 못되는 것 같소."녹상은 고개를 숙였다. 순간적으로 그녀의 눈에서 한 가닥 광채가 솟았다가 재빨리 사라졌다.
"이곳이예요. 상공께서 혼자 들어가셔야 해요."
천우는 하나의 석문 앞에 서 있었다.
- 천문관(天文關).
석문에는 그런 글이 새겨져 있었다.
"천문지화(天文之花)와 문(文)을 겨루는 관문이예요. 그녀는 천재예요. 상공은 그녀가 내는 문제를 모두 풀어야 해요."천우는 중얼거렸다.
"영리한 여자치고 골치 아프지 않은 경우가 없는데 첫 번째 꽃은 머리깨나 썩히겠는 걸."그는 석문에 손을 댔다.
그그긍......!
석문은 기관장치가 되어 있는지 왼편 벽 속으로 천천히 밀려 들어갔다.
그는 녹상에게 찡긋 눈짓을 하며 말했다.
"녹상 아가씨, 금란하의 갈대 숲을 잊지 마시오."
"......!"
녹상의 얼굴이 종이장처럼 구겨지는 것을 보며 천우는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들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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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란하의 갈대숲을 기억하시오 녹상~~~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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