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는 이건영 시인의 시와 출발은 비슷합니다. 이건영 시인이 문장을 의도적으로 비틀어 사용했다면, 김민정 시인은 ‘시발’점으로 삼습니다. 된소리로 발음하는 ‘시발’이 아니라 ‘시발(始發)’입니다. 마치 ‘이제니가사람된다’는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와 같은 왜곡을 가진 문장입니다.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바뀌게 됩니다. 물론 왜곡에는 의도가 있을 수 있고, 그 의도에 따라 띄어쓰기가 달라집니다.
실은 왜곡이 일어날 수 없는 문장입니다. 왜냐하면, 보통의 문장은 ‘문맥’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그 문맥에 따라 의미를 해석하게 됩니다. 문맥에 따라 읽을 수밖에 없는 까닭은 한국어가 ‘표음문자’이기 때문입니다. 표음문자란 사람이 말하는 소리를 기호로 나타내는 문자입니다. ‘알파벳’을 사용하는 국가가 표음문자를 사용하는 곳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개념이지만, 한글도 알파벳의 일종입니다. ‘ABCD…’와 같이 영어만 알파벳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라 표음문자의 자·모음을 알파벳이라고 총칭합니다.
한글 알파벳이 특징적인 것은 특정한 의도로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보통의 알파벳이 자연스럽게 생성된 것이라고 볼 때, 한글은 인위적입니다. 우리는 누가 한글을 만들었는지, 어떤 의도로 만들어졌는지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보통의 알파벳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특별합니다.
표음문자는 문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표의문자는 문자 그 자체로 의미를 이해할 수 있지만, 표음문자는 아니기에, 적당하게 추론할 수 있는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문맥’입니다. 아버지가 가방에 들어가는 경우라면, 그 문장의 앞뒤에 가방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예시되고 정리되어야 합니다. 이제니가사람된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이제니가 등장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이제니가’ 아니라 ‘이제 니가’가 되어야 맞죠.
이렇듯 문장은, 언어는 끈질김이 중요합니다. 대충 훑어봐서는 덜 이해하거나 또는 이해하지 못하는 문장이 생길 수 있습니다. 또는 완전히 오역을 해버려, 다른 뜻으로 이해하거나, 반대로 이해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죠. 모든 문장은 천천히, 자세히 읽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멀쩡한 아버지가 방이 아니라 가방에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 시 읽는 아침, 주영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