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 임대 많고 보증보험 의무 가입자라고 속인 탓
집주인 동의없이 체납세금 열람 가능...전세사기 차단
빌라와 오피스텔 1139채를 보유했던 '빌라왕' 김씨가 숨지자 대부분 세입자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생겼다.
김씨가 등록임대사업자로 임대보증금 보증보험에 가입한 주택은 44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25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11월 기준 김씨가 임대인으로 가입한 임대보증금 보증보험은 44건이었다.
김씨는 세입자들에게 자신이 등록임대사업자이기 때문에 보증보험에 의무 가입해야 한다고 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대보증금 보증보험은 집주인이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HUG가 대신 지급하는 보험이다.
임대보증금 보증보험 보증료는 집주인이 75%, 세입자가 25% 나눠 낸다.
2020년 9월 '민간 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모든 임대 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이 의무화된 바 있다.
기존 임대 사업자에게 1년 유예 기간을 부여했던 것을 감안하더라도 김씨는 작년 8월 해당 보험에 가입했어야 한다.
김씨가 보증보험 가입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임대주택으로 등록되지 않은 주택이 많고
보증보험 가입 의무를 지키지 않은 주택도 다수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세입자가 이 사실을 모른 채 계약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김씨가 스스로 보증보험 의무 가입 대상자라며 세입자들과 전세 계약을 했다는 것이다.
공인중개사에게 보증보험으로 보증금 전액을 보호받을 수 있다고 안내 받았지만
확인해 보니 보증 비율이 40%에 불과했다는 피해자도 있었다.
김씨는 올해 1월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 대상자에 올랐다.
2월에 보증채무를 상환하고 해제됐지만 4월에 다시 등록됐다.
김씨가 집중관리 대상자에 오르면서 세입자들이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 보험 가입을 시도해도 거절되는 일도 있었다.
임대보증금 보증보험은 집주인이 우선 납부하고 세입자에게 청구하는 방식이다.
집주인이 보증료를 청구하지 않거나 납부 고지서가 없다면 가입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렌트홈(임대등록시스템)' 홈페이지를 활용하면 등록임대주택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국회는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23일 국세징수법 개정안을 처리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집주인의 동의가 있어야 미납 국세를 열람할 수 있었던 현행에서 임대차 계약을 한 임차인이 임차 개시일까지
임대인의 동의가 없어도 미납 국세를 전국 세무서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개정으로 임차인이 집주인의 세금 체납 내역을 확인해 전세 사기 피해를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한 일정 보증금 이하의 전세 물건은 열람 대상에서 제외된다.
전세 임차인이 거주하던 집이 경.공매로 넘어갈 경우 현행법으로는 주택에서 발생한 세금을 먼저 뺴고 남은 돈으로 임차인의
전세금을 돌려준다.
하지만 앞으로는 전세금을 우선 줄 수 있도록 했다.
한편, 23일에는 아파트와 빌라 등 2700여 채를 차명으로 보유한 건축업자가 260억 원대 전세 보증금을 뺴돌린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범행에 가담한 공인중개사 임대업자 등 공범 46명도 함께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작년부터 아파트나 빌라가 경매에 넘어갈 수 있음에도 세입자들을 속여 전세 계약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전세 계약을 할 떄는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통해 관리관계를 확인해야 하고 담보대출 등으로
선순위 근저당이 설정된 집은 향후 경매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건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