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만상관(萬象關)은 독특한 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만상관으로 들어선 순간 천우는 일순 망망대해(茫茫大海) 속으로 빠져든 듯한 착각을 느꼈다.
쏴아아--!
산처럼 거대한 파도더미가 그를 향해 덮쳐왔다.
'진법(陳法)!'
천우는 내심 부르짖었다.
그렇다.
그는 하나의 진(陣) 속에 갇힌 것이었다. 눈 앞에 벌어지는 현상은 일종의 환상이었으며 그것은 하나의 기기묘묘한 진세에 의해 펼쳐지는 것이었다.
천우는 흡사 바다 위에 떠 있는 착각을 느끼면서 앞으로 걸어 들어갔다.
이번에는 풍경이 싹 바뀌면서 그는 끝없는 사막 한가운데로 들어섰다. 시선 닿는 곳에는 가이없는 지평선 뿐.......
열사(熱砂)의 사막은 끝이 없었고 무릎까지 푹푹 빠져드는 모래는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머리 위에는 태양이 이글이글 불의 혓바닥을 토했으며 그는 갈증을 느꼈다.
삽시에 전신이 땀으로 목욕을 한 듯 푹 젖어들었다.
천우는 이마에 진득하게 흐르는 땀을 닦으며 중얼거렸다.
'대단하군. 천기(天機)의 현상을 진세에 담는 진법은 아무래도 자연의 지형지세(地形之勢)를 이용하기 마련인데 이렇게 완벽하게 펼칠 수 있다니.......'번-- 쩍--!
번개가 치고 벽력음이 울렸다.
천지간에 사위는 칠흑이 되고 뇌성벽력으로 천지사방이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 진동했다.
천우는 잠깐 동안에 열 번이나 진세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아마 보통 사람이라면 벌써 넋이 빠졌거나 판단력을 상실한 채 기열이 역류하여 쓰러졌을 것이다.
'십방풍운연환대진(十方風雲連環大陣)이로군. 거기에다 정반구궁(正反九宮)과 천문금로(天門禁路)... 역팔상교(逆八相交)까지 가세되었다. 후후... 누군지 대단히 교활하군. 만일 수순을 하나라도 잘못 짚거나 거꾸로 밟으면 대뜸 진세는 마흔 여덟 가지 변화를 일으키며 혼란에 빠지게 되지.'천우는 눈을 감고 앞으로 전진했다.
'좌삼보(左三步)... 우칠보(右七步)... 전팔후삼(前八後三).......'그는 정확히 보족(步足)의 간격으로 걸었으며 이따금 수를 계산하고는 다시 전진했다.
진법을 통과하자 그는 하나의 넓은 광장에 이르렀다.
더 이상 환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광장을 살펴 본 그는 콧등을 가볍게 찡그렸다.
바닥.
바닥은 온통 바둑판처럼 가지런히 금이 그려져 있었다. 또한 바닥에 깔린 돌의 색이 전부 틀렸다.
흑백청록황자적회... 각각 틀린 색의 석판(石板)이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마구 뒤섞여 깔려 있는 것이 아닌가?광장의 넓이는 방원 오십여 장에 달했으며 그밖에 아무런 것도 보이지 않았다. 사방은 막혀 있었고 문이나 통로도 보이지 않았다.
천우는 투덜거렸다.
'만지화(萬智花)는 정말 의심이 많군. 그건 그렇고 이 기관(機關)을 설치하기 위해 돈 꽤나 들였겠는 걸?'천우는 바닥의 형형색색의 석판들을 내려다 보며 중얼거렸다.
'보보(步步)마다 살기가 중첩되고 삼천 육백 개의 기관함정이 도사리고 있군. 후후.......'그러나 이 기관은 오백 년 전 기관술의 대가인 천장옹(天匠翁)의 솜씨인 것 같군. 그러나 한 가지 생각지 못한 것이 있지.'천우는 슬쩍 손을 뻗었다.
슉!
소매 속에서 무언가가 전광석화같이 발출되어 한 가운데 검은색 석판에 적중했다.
펑!
이 순간에 석판은 폭발하여 수천 개의 날카로운 파편으로 화하여 터졌다.
실로 가공할 기관장치였다.
만일 잘못 그 석판을 보았다면 전신이 걸레짝이 될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었다.
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내 판단이 맞았군.'
그는 히죽 웃으며 앞으로 걸어갔다.
'천장옹이 고금제일의 기관대가인 줄 알지만 그에게 사제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가 않지... 그의 사제는 얼굴이 극히 추악하여 사람들을 사귀는 것을 싫어했다. 그러나 그의 지략과 두뇌는 오히려 천장옹을 능가하고 있었지. 후에 그가 남긴 금천신해경(禁天神解經)에는 이 기관장치가 서열 열 한 번째로 기록되어 있거든. 후후... 만지화, 그대는 괜히 심력만 허비했군, 그래.'천우는 처음에는 적판(赤板)만 골라 밟고 나갔다. 그리고 아홉 개를 연달아 밟은 뒤 이번에는 청판(靑板)을 그리고 백판(白板), 자판(紫板)의 순으로 계속 밟아 나갔다.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것은 기관의 변화가 고정적인데 흠이 있지. 만일 기관의 중심 기관에 몇 가지 변화를 준다면 기관의 수준은 시(時)에 따라 변화할 수가 있을텐데 거기까지는 미처 깨닫지 못했군.'천우.
대체 그의 능력은 어디까지란 말인가?
그는 보통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수련 과정을 제왕곡에서 거쳤다. 그의 능력은 그 자신조차도 잘 모르고 있었다.
특히 그의 머리 속에 들어 있는 만(萬)의 지혜와 잡학 따위는 가히 천문학적인 것이었다.
그는 지장서고(地藏書庫)의 모든 것을 익혔다. 그것은 세상의 악이란 악, 그리고 기기묘묘한 모든 것이 비장되어 있었다.
과거 마왕성(魔王城)에 가입했던 수많은 마두(魔頭)들의 모든 것이 들어 있었다.
마도의 수법들... 흑도의 사계(邪計), 심지어 하오문(下午門)의 비열한 수법까지도 집대성(集大成)되어 있는 곳이 바로 지장서고였다.
각종 진법, 기관은 물론 환술(幻術)에서 속임술... 어디 그 뿐인가?독(毒)의 이용법(利用法)에서 미환술(迷幻術)과 각종 화기(火器)에 대한 방법 및 심지어는 배교의 사술(師術)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없는 것이 없었다.
천우는 그 모든 것을 통달했다. 그런 그였기에 만상관의 진법과 기관쯤은 눈을 감고도 통과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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