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름다운 죽음을 맞으려면 유언장을 쓰자
재산 상속을 놓고 가족 간 분쟁이 크게 늘고 있다. 민법에 규정된 자기 상속분을 받게 해달라고 가족들을 상대로 법원에 낸 유류분(遺留分) 반환청구 소송이 6년 사이 4배나 늘어났다. 재산 상속에 대한 유언장을 미리 써놓지 않고 사망하는 바람에 홀로 남은 부모의 한쪽과 자녀 간에, 또는 형제자매 사이에 볼썽사나운 재산 다툼을 법정까지 끌고 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유언장은 재산 상속은 물론 장례 절차, 시신 기증 등 삶을 다하고 나서 남게 될 문제를 분쟁 없이 매듭지어줄 법적 보호장치다. 그런데도 우리는 사망자 가운데 유언장을 남기는 경우가 고작 3~5%라고 한다. 아직 살 날이 많이 남았다는 막연한 믿음 때문이거나 남겨줄 것이 없다며 유언장을 쓰지 않는 사람이 많다.
민법은 유언장이 없을 경우 상속 재산을 배우자 1.5, 자녀 한 명당 1로 쳐서 분배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아직 장남이 제사와 산소 관리 등을 책임지는 관습이 상당 부분 남아 있고 부모 생존 시 형제자매 중 특정인에게 재산 일부를 앞당겨 물려주는 일도 적지 않아 유언장이 없을 경우 재산 분배를 둘러싼 다툼으로 고인(故人)의 명예나 가족의 화목이 산산조각 나는 경우가 흔하다.
요즘 잇따르고 있는 대기업 상속분쟁도 대부분 그래서 빚어진다.
1960년대 이후 개발 연대(年代)에 청·장년기를 보낸 세대가 은퇴 시기를 맞고 있다. 60세 이상 고령자들의 금융자산은 400조원에 이른다. 유언장 얘기를 들먹이면 사신(死神)이 닥쳐온 것처럼 불쾌하게 여기는 게 우리 정서지만 자신이 세상을 떠나고 난 뒤 남은 가족이 추한 다툼에 휘말려 들지 않게 하려면 유언장을 남기는 방법보다 좋은 게 없다.
죽음은 예기치 않은 사고나 질병으로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
그러기에 미리 재산 상속은 물론, 장례 절차와 시신 기증, 연명치료 여부 등과 주소, 작성연월일, 성명,
서명까지 꼼꼼히 법적 요건에 맞춰 준비해야 한다. 미성년 자녀를 둔 부모라면 부부가 한꺼번에 떠날 경우를 생각해 사후에 자녀를 돌볼 후견인도 지명해 둬야 한다.
유언장은 언젠가 다가올 죽음에 대한 준비이고, 지나온 삶을 반성하는 기회이며, 사후 가족 화합을 위한 안전판이다. 유언장 문화가 확산되면 우리의 허약한 기부 문화도 더욱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 & Chosun.com
유언장 쓰는 방법과 유언장 양식 알아보기
날짜·내용·주소 다 쓰고 도장 찍어야 진짜 유언장
분쟁 피하는 유언장 작성법
유산의 규모가 큰 편 아니라면 변호사 없이 작성해도 되지만
법원이 제시한 형식 갖춰야 효력 발휘 가능하다.
유언자가 직접 손으로 쓴 것만 유효하며,
제일 중요한 것은 도장 찍는 것… 유서에 날인 없어 무효된 판례 있어
최근 유언자의 진심이 담겼더라도 주소가 빠진 유언장은 무효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김모씨가 새어머니 박모씨 및 이복남매를 상대로 낸
상속재산 분할 청구 소송에서 유산을 나누도록 판결했다.
재판부는 "유언의 내용과 작성 연월일, 주소, 성명, 날인 중 하나라도 빠진 유언은 무효이므로
주소가 빠진 김씨 아버지의 유언은 효력이 없다"며
"유산의 7분의 2가량을 김씨에게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유언'이라고 하면 외국의 영화에서나 볼 수 있거나 재벌 같은 자산가들에게만 필요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산규모와 관계없이 노년기에 접어들고 자녀들이 장성하면서
자필로 유언장을 미리미리 작성해 놓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그런데 애써 작성한 자필 유언장이라도 형식에 맞게 잘 써놓지 않으면 가족 간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유언은 공증인인 변호사가 작성해야 하는 '공정증서방식 유언'에 국한해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재산 규모가 크지 않거나 분쟁 우려가 적다면 '자필증서 유언'으로도 해결할 수 있다.
증인이 없어도 되고, 작성 비용도 들지 않고, 만 17세 이상이면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혼자서 작성하기 때문에 유언내용을 비밀로 할 수 있다.
그러나 자필 유언장은 증인이나 제삼자가 관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위·변조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 때문에 법원은 유언자의 진의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엄격한 형식을 갖출 것을 요구한다.
유언장을 쓸 때 주의해야 할 4가지 포인트를 소개한다.
◇손으로 직접 써야 한다
자필증서 유언은 유언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전문, 작성 연월일, 주소, 성명을
직접 스스로 쓰고 날인하는(도장을 찍는) 방식으로 성립된다.
다섯 가지 필수 요건(전문, 작성 연월일, 주소, 성명, 날인)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
특히 유언의 전문 모두 자필로 해야 하기 때문에 유언자가 구술해주고 타인이 대신 필기해 준 유언,
타자기나 컴퓨터로 작성하여 프린터로 출력한 것,
복사기로 복사한 것, 일부라도 다른 사람이 작성한 것 등은 모두 무효다.
◇작성 날짜는 연월일(年月日) 정확하게
'작성 연월일'도 반드시 유언자가 직접 써야한다. '2011년 0월 0일'이라고 써도 되고,
'환갑일에' 또는 '50번째 결혼기념일에'처럼 써도 된다.
즉 유언 작성의 날짜만 명확히 알 수 있으면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연월만 있고 일자가 없어 무효가 된 판례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주소와 이름 빼놓지 말아야
'주소'는 유언장의 작성지가 아니라, 유언자가 살고 있는 곳을 적어야 한다.
주소는 주민등록상의 주소가 아니어도 되고 생활의 근거가 되는 곳이면 된다.
주소는 유언서 전문에 적어도 되지만, 그 전문을 담고 있는 봉투에 기재해도 된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
될 수 있으면 전문에 함께 기재하는 게 좋다. 유언자의 성명 역시 자서로 해야 하는데,
'홍길동'이라고 이름을 직접 써도 되지만, 호나 예명을 사용해도 본인을 정확히 알 수 있으면 된다.
◇도장이나 서명은 반드시
가장 중요한 것이 날인(捺印), 즉 인장 또는 도장을 찍는 것이다.
실제로 날인을 하지 않아 유언장이 무효가 된 사례가 있었다.
한 사회사업가가 모 대학에 123억원을 기부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사망했는데 유서에 날인이 빠져 있었다.
유족은 "뒤늦게 발견된 이 유언장에는
민법이 유서의 요건으로 규정한 도장이 찍혀 있지 않다"며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학교 측은 "유언자의 의사가 중요하다"며 맞섰지만
법원은 현행 민법을 근거로 들어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오래전의 유언내용을 바꾸기 위해 새로운 유언장을 작성한 경우에는
새로운 유언장이 유효하고 기존 유언장은 철회된 것으로 간주한다.
만약 새로운 유언장을 작성하지 않고 기존의 자필증서에 문자의 삽입, 삭제, 변경을 할 경우에는
이 부분에 자필 서명하고 그 위에 날인해야만 효력이 인정된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법적으로 인정 받을 수 있는 유언장 양식은?
법률상 유언은 엄격한 방식에 의하여 하여야만 법적 효력이 있습니다.
우리 민법에는 아래와 같이 5가지 방식에 의한 유언을 인정하고 있는데,
굳이 설명을 붙일 필요도 없이 상세하게 조문화하여 열거하고 있습니다.
유언의 방식은 아래와 같이 자필증서, 녹음, 공증증서, 비밀증서, 구수증서 등 5가지 방식만 인정되고,
그 방식도 아래에서 규정하고 있는 바와 엄격한 요건과 절차가 준수되어야 하며, 그중 하나라도
결여하거나 위 5가지 방식 외의 유언은 법적 효력이 없습니다.
<참고:민법 조문>
제2절 유언의 방식
제1065조 (유언의 보통방식) 유언의 방식은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와 구수증서의 5종으로 한다.
제1066조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 ①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그 전문과 연 월일, 주소, 성명을 자서하고 날인하여야 한다.
②전항의 증서에 문자의 삽입, 삭제 또는 변경을 함에는 유언자가 이를 자서하고 날인하여야 한다.
제1067조 (녹음에 의한 유언) 녹음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 그 성명과 연월일을 구술하고 이에 참여한 증인이 유언의 정확함과 그 성명을 구술하여야 한 다.
제1068조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증인 2인이 참여 한 공증인의 면전에서 유언의 취지를 구수하고 공증인이 이를 필기낭독하여 유언자 와 증인이 그 정확함을 승인한 후 각자서명 또는 기명날인하여야 한다.
제1069조 (비밀증서에 의한 유언) ①비밀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필자의 성명을 기입한 증서를 엄봉날인하고 이를 2인이상의 증인의 면전에 제출하여 자기의 유언 서임을 표시한 후 그 봉서표면에 제출연월일을 기재하고 유언자와 증인이 각자서명 또는 기명날인하여야 한다.
②전항의 방식에 의한 유언봉서는 그 표면에 기재된 날로부터 5일내에 공증인 또는 법원서기에게 제출하여 그 봉인상에 확정일자인을 받아야 한다.
제1070조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 ①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은 질병 기타 급박한 사유 로 인하여 전4조의 방식에 의할 수 없는 경우에 유언자가 2인이상의 증인의 참여로 그 1인에게 유언의 취지를 구수하고 그 구수를 받은 자가 이를 필기낭독하여 유언 자와 증인이 그 정확함을 승인한 후 각자서명 또는 기명날인하여야 한다.
②전항의 방식에 의한 유언은 그 증인 또는 이해관계인이 급박한 사유의 종료한 날 로부터
7일내에 법원에 그 검인을 신청하여야 한다.
③제1063조제2항의 규정은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에 적용하지 아니한다.
제1071조 (비밀증서에 의한 유언의 전환) 비밀증서에 의한 유언이 그 방식에 흠결이 있는 경우에 그 증서가 자필증서의 방식에 적합한 때에는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으 로 본다.
제1072조 (증인의 결격사유) ①다음 각호의 사항에 해당하는 자는 유언에 참여하는 증인이 되지 못한다.
1. 미성년자
2. 금치산자와 한정치산자
3. 유언에 의하여 이익을 받을 자, 그 배우자와 직계혈족
②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에는 공증인법에 의한 결격자는 증인이 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