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의 어깨는 분필과 같아서, 쓰면 쓸수록 닳는다'는 말을 저는 거의 전적으로 신뢰합니다.
야구를 꽤 오래 봤지만, 연투 잦은 불펜 투수가 구위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경우는 못 봤거든요.
철완 돌직구 오승환도 '안식년'이 있었고
정우람을 제외하면 불펜으로 '롱런'하는 투수들이 많지 않은데
그나마 정우람도 최근 몸 상태는 예년만 못합니다.
경기 끝나면 아무것도 안하고 새벽 2시까지 회복운동과 마사지만 받고 잔다는 그 지독한(?)정우람도 말입니다.
불펜 투수가 연투를 하는 건 대개 2가지 경우입니다.
우선 팀이 잘 나갈때, 그러니까 연승가도를 달릴 때의 승리조 불펜
그리고, 투수진이 무너져 피처별 '이닝분담률'이 낮아 경기마다 많은 투수가 투입되는 약팀의 경우.
지금 우리는 두번째 경우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투수도 없는데, 그 선수들이 매일 나오니까 정작 필요할 때 못 쓰고 자꾸 지죠.
투수력 자체가 아직 타팀 대비 약한데, 시즌 초 선발카드 2장이 부도났고
불펜이 양적으로 부족한데 앞선 투수들이 자꾸 주자를 내보내고 위기에 빠지니까 등판이 잦아집니다.
실점 위기에 빠졌는데 바꿀 투수는 없고
손놓고 있을 수는 없으니 누구라도 내보내는데 자꾸 맞고
박정진 송신영 부진하니 자꾸 바티스타 내보내는데
바티스타 볼질하니 마일영 안승민도 자꾸 쓰고
투수진이 지쳐 뒷심이 달리니 이기던 경기도 역전당하고
만만한(?)투수는 선발과 불펜을 왔다갔다 하니 컨디션 조절도 안돼고
그러다 에이스까지 아프니 투수진이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이럴 때 감독이 좀 여유를 가지면 좋은데
사실 모기업이 구단에 투자를 늘리기 시작하면 감독은 대개 조급해집니다.
투자를 했으면 성적이 나와야 되고
그 성적이 안나오면 결국 자기 자리를 지키기 어려우니까요.
가뜩이나 투수가 없는데 부진과 부상이 겹치고
감독은 초보에 타자출신이고,
심지어 옆에서 보좌하는 투수코치도 초보 지도자입니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세련된' 투수진 운용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우선 자원이 많아야 '운용의 묘'가 가능하다고 보고요.
자원이 없어도 나름의 운영능력을 보여주려면,
그 운영자의 경험이 풍부하거나
아니면 결정을 돕는 사람이 노련해야 됩니다.
하주석이 변화구를 못 치는 게 당연하다면
한대화 감독이 투수 운용을 잘 못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할 수 있습니다.
물론 '3년이나 기회를 줬는데...' 하겠지만,
사실 따져보면 3년은 짧을 수도 있는 시간이거든요.
하다 못해 김혁민도 그나마 잘 던지기 시작한 게 몇년 만인데요.
투수 운용 잘 한다는 경험많은 감독들은 대개 기본 15년 이상의 구력을 가진 분들입니다.
김인식-최일언 라인의 투수진 운용으로도, 핵심 중간계투 혹사가 종종 문제 됐는데
한대화-정민철 라인으로 허약한 투수진을 운용한다는 건 사실 처음부터 불가능에 가까웠는지도 모릅니다.
오늘 송창식-션헨-정민혁-박정진-마일영-안승민을 쓰고 졌는데
현 시점 이글스에서 저런 투수진이라면
그건 점수가 2:1이거나 아니면 12:11이거나 그런 경기여야 정상이겠지요.
팬들도 이상하다 하는데 그들은 왜 모르냐 하겠지만
모르는 게 아니라 자꾸 지니까 그들도 급해졌다고 봅니다.
어떻게든 불을 끄려고 자꾸 무리수를 두는 케이스.
저는, 이걸 무능이라고 단정짓고 싶지는 않습니다.
팀 상황이 어려운데다 성적이 나쁘니 스탭들도 조급증을 겪고 있는데 경험까지 없으니 끝으로 치달은 거겠죠.
정민철 코치가 요즘 욕을 많이 먹는데요
이것도 저는 '경험'차이라고 봅니다. 정범모-양성우-하주석이 시즌 초반에 겪은 문제와 똑같은.
사실 정민철은 코치로서 성공할 수 있는 요인을 갖고 있습니다.
최고와 최악을 다 겪어봤거든요.
6년 동안 리그 최고투수였고, 8년 동안 팀 에이스였으며 소속팀을 우승 시켰습니다
그러나 해외 진출 후 부상 때문에 고생했고
복귀 후 구위가 무너져 2군을 넘나들었는데 보란 듯 부활한 경험도 있죠.
그저 엘리트 코스만 밟은 덕에 "아니 쟤는 왜 저게 안돼?" 하며 답답해하기 보다는
투수의 기술적인 부분은 물론이거니와, 잘 안풀릴 때의 심리적인 부분까지 잡아줄 수 있는
그럴만한 현역 경험과 자질을 가지고 있을겁니다.
문제는, 그가 은퇴 후 바로 1군 투수코치가 됐다는 겁니다.
그게 아니라 지도자 수업을 먼저 받앋어야지요.
2군에서든 아니면 외국의 하위리그에서든 말입니다.
송진우와 한용덕은 은퇴 후 바로 1군에서 투수진을 운용하지 않았습니다.
2군에서, 재활군에서 후배들의 기술적인 부분을 코칭하고 젊은 선수들의 상태를 먼저 파악했죠
어린 투수를 키워 1군으로 보내는 역할을 하거나
상대적으로 성적 부담이 덜한 2군에서, 투수진을 운용하는 연습(?)을 먼저 했다는 얘깁니다.
정민철 코치 역시 그랬어야 됩니다.
원래 '경험 부족'이라는 건, 잘 나갈 땐 드러나지 않습니다.
위기가 왔을 때 그 차이가 나타나죠.
그냥 고속도로를 달리는 건 초보자나 모범택시 기사나 똑같이 문제가 없는데
갑자기 뭐가 튀어나왔을 때 대처하는 건 기사와 초보운전자의 차이가 크다는 얘깁니다.
최근 한화가 베테랑감독-초보감독-베테랑감독-초보감독을 차례로 선임했습니다.
초보 감독이 왔는데 코치만 선배급 베테랑이 올 수는 없었겠죠.
하지만 적어도 투수코치 경험이 좀 더 있는 사람이 옆에 있어야 감독의 경험 부족을 메울 수 있었는데 그 부분이 아쉽습니다.
하다못해 한용덕 코치만 해도 한대화 감독 부임할 때 이미 지도자 6년차였는데
한감독 부임 직전까지 현역으로 뛰었던 정민철 코치가 1군에 있었던 게 좀 무리한 선택 아니었나 싶습니다.
다른 구단은 어떨까요
비룡_ 감독 : 이만수 (55년생) / 투코 : 성ㅡ준 (62년생) *투수코치 13년차
엘지_ 감독 : 김기태 (69년생) / 투코 : 조계현 (64년생) *투수코치 12년차 + 타코 김무관 55년생
두산_ 감독 : 김진욱 (60년생) / 투코 : 정명원 (66년생) *투수코치 12년차
삼성_ 감독 : 류중일 (63년생) / 투코 : 김태한 (69년생) *투수코치 9년차
기아_ 감독 : 선동열 (63년생) / 투코 : 이강철 (66년생) *투수코치 7년차 + 7년차 조규제도 1군코치
롯데_ 감독 : 양승호 (60년생) / 투코 : 주형광 (76년생) *투수코치 5년차
넥센_ 감독 : 김시진 (58년생) / 투코 : 정민태 (70년생) *투수코치 4년차
한화_ 감독 : 한대화 (60년생) / 투코 : 정민철 (72년생) *투수코치 3년차
투수코치의 연차 순서대로 나열해봤습니다.
SK는 메이저리그에서 오랫동안 코치생활을 한 이만수 감독에 13년차 투수코치, 그리고 본문에 없지만 외국인 투코가 있고요
초보 감독을 내세운 LG는 감독보다 선배인 12년차 투수코치,
역시 초보 감독을 내세운 두산은 감독보다는 후배지만 투코 경력은 12년차인 베테랑 코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두산에는 8년차 권명철 코치도 있고요.
젊은 감독으로 우승까지 한 삼성도 프랜차이즈 출신 9년차 코치
투수 출신 감독으로 능력 인정받은 선동열의 KIA도 7년차 코치를 내세웠습니다.
롯데와 넥센도 투코 경력이 상대적으로 짧지만 그나마 감독이 투수 출신이죠.
정민철 코치가 비슷한 연배의 다른 팀 코치들보다 더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하며 좋은 기록을 남긴 건 칭찬할 일이지만
다른 팀 코칭스태프와 비교할 때, 현재 우리팀 투수진 운용 능력이 비교우위를 보일 확률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선수의 경험이 중요하다면 스태프의 경험도 중요합니다.
이글스 유니폼을 입은 정민철 코치와 또 만나고 싶습니다만
좀 더 준비된 상태로 1군 코치 역할을 맡기는 게 현재로서는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몸 덜 풀린 불펜투수의 등판이 위험하다면
스태프의 경험 부족 역시 팀에는 위험할 수 있으니까요.
첫댓글 공감! 코칭스텝의 변화가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는 정답은 아니겠죠. 하지만! 성적에 대한 책임을 묻고저 한다면 가장 먼저 문책해야 할 사람들이 그들이라는 건 명백한 사실이지 싶어요.ㅠ.ㅠ 가슴아프네요~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당..(-_-+)
이젠 많이 느끼고 있을겁니다 자신의 역량이 부족하고 아직은 좀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는것을 자각하고 있을겁니다 다만 팀이 이상황에 처했을 때는 스스로 물러날줄 아는 판단도 필요하다고 생각돼네요 어울리지 않는 옷만큼 우스꽝스러운 것도 없습니다 옷이 크다면 좀더 성장한 후에 다시 입어야겠죠
공감합니다만 연배와 경험이 꼭 비례하다고만 할수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언급하다시피 정민태 코치 사례도 있습니다. 반대로 코치 경험이 많아도 안되는 사례도 있을거구요,,,요는 코치의 능력과 선수 장악력입니다. 김혁민 그나마 투수 구실한건 작년 송진우 코치덕이란 얘길 했었죠,,,정민철 코치는 글쎄요,,,선수들 인터뷰 들어보면 박찬호 선수 말곤 정 코치에 대해 언급한 사례가 많지 않은 거 같습니다. 비단 코치의 경험보단 능력이 맞겠죠,,,또한 코치가 능력이 없다면 이를 선출한 감독의 문제라고도 봅니다. 삼성에서 수석코치로도 있어봤고 재임당시 투수왕국 삼성에서 보고 느낀바역시 많았을텐데 이러면 의미가 없지 싶네요.
결국 경험이 적어 능력이 안되는 둘에게 투수운영을 맡견단 거죠!!! 되고나선 조급함이 컸고... (그럼 그런 조합을 찾은 구단 잘못이라해도) 그러니 물러나야 하는거 아닌가요? 지금이라도 경험많은 투코 찾아 전적으로 맡기는것도 감독사퇴전 할 방법이라 생각되구요..
정민철 코치는 연수받기 바라구요.
리빌딩하기엔 3년이란 시간이 분명 충분한 시간은 아니지요. 하지만 누구도 3년 안에 우승을 바라지는 않았습니다. 3년 내내 하위권에 맴돌아도 리빌딩 과정이니까.. 하고 기다렸습니다. 아니 올해도 꼴찌해도 좋습니다. 다만... "조짐"조차 안보인다는게 문제입니다. 내년부턴 치고 올라갈 "조짐" .. 뭔가 내년쯤엔 구색이 맞춰질 "조짐"... 조짐이 보여야 희망이 있고 희망이 있어야 리빌딩 아닙니까? 오히려 내년 후년 김태완 송광민 등이 제대하기만 기다리는 팬들도 많습니다. 그들이 돌아오면 한대화감독 취임당시의 멤버입니다. 3년을 리빌딩 작업을 했는대 팬들은 리빌딩 이전의 맴버들을 목빼고 기다리고 있다는게 모순이죠.
솔직히 3년 동안 스스로 발굴해서 키워낸 선수가 제 눈엔 왜 하나도 안띄는지 모르겠네요. 어떤 분들은 김혁민 양훈 등 토종 선발진 말씀하시는데 저 그 선수들조차 현 지도부가 발굴해서 키운선수들로 보이지 않습니다. 이미 가능성은 인정 받은 선수들이었고 송진후 구대성 정민철 등 노장 선수들이 줄줄이 은퇴수순을 밟으니 궁여지책으로 등판기회를 줄수밖에 없고 그 만큼 발전이 이루어진거라 생각합니다. 아마 현 지도부가 발굴한 선수가 있었다면 지금 혁민 선수나 훈 선수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어야 맞다고 봅니다.
앞을 내다보지않고 오늘경기만 보는 투수교체 올해만 그런게 아닙니다.
첫해인 10년도 때부터 선발-중계 번갈아가면서 썼던 적 많았습니다.
또한 10년 박정진, 11년 박정진,바티스타 필승계투조를 이기고 있을 때만 쓰지 않았습니다.
지고있을 때, 비기고 있을 때 마구잡이로 나왔죠.
적은 점수차로 지고있거나 비기고 있는 경기 모두 두선수에만 의존해 던지게해도 거의 항상 잘던져줬으니 버텨줬는데
올해는 다 부진하니 결국 무너져벌이고 말았죠.
시즌운영/투수교체는 아마추어팀 감독출신의 안좋은점을 아직도 그대로 하고있고
무사 1루 무조건 번트 + 1사 1루 무조건 런앤히트
이런 눈에 보이는 작전들은 삼성 수석코치시절 선동렬감독이 하던 야구를 그대로 하고 있습니다.
삼성이야 계투가 강하니 저렇게 점수를 적게 내도 지킬 수가 있으니 선감독이 한거였는데..
초보감독을 선임하고 초보코치를 선임하여 팀을 운영한 이유가 있을껍니다. 당연히 경험은 부족하다는 가정이고 다른 시너지를 만들고 싶었겠죠.. 하지만 성적이 말해주듯 실패라고 단언할 수 있겠네요.
그럼 방법은 뭘까요? 초보감독,투코에게 경험을 쌓게 하면서 계속 팀은 꼴찌로 남는걸까요???
경험과연륜이쌓이게되면성적으로나오겠죠.열정을가지고응원하며기다릴께요.우린이글스팬이잖아요.
경험과연륜이쌓이게되면성적으로나오겠죠.열정을가지고응원하며기다릴께요.우린이글스팬이잖아요.
정민철 코치는 경험만 더 쌓으면 진짜 훌륭한 지도자가 될 것 같은데,, 좀 길게보고 연수받으며 더 연구하고 경험을 쌓을 기회를 주는게 좋은거 같아요,,
동감합니다!! 성적이 좋을땐 티가안나지만 그 반대일땐 결과가 난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정코치와 한감독의 결단이 필요한 시기 입니다.
롯데는 감독이 투수출신 아닌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