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로 전국민이 비통한 가운데 정부여당 고위관계자들이 공개행사장에서 대중가요를 부르는가 하면 4대강사업 홍보교육을 강행하려 한 사실이 드러나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주호영 특임장관은 천안함 침몰 다음날인 지난 27일 오후 대구 수성구 수성못 상단공원에서 진행된 수성구 개청 30주년 기념 KBS '전국노래자랑' 녹화에 참석해 '대지의 항구'를 불렀다. 대구 수성구는 한나라당 의원인 주 장관의 지역구이다.
주 장관은 노래를 부르기 전 "천안함 침몰사고로 인한 희생이 최소화됐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 장관은 노래를 부르게 된 경위와 관련, "참석자로 소개될 줄 알았는데 끝 무렵 사회자 송해씨가 요청했고 주민 6천여 명의 흥을 깨는 것도 예의가 아닌 듯해 노래를 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KBS는 파문이 일자 본방송때 주 장관의 노래 장면을 방송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주 장관이 부른 ‘대지의 항구’는 일제강점기 때 일제가 조선인의 만주 이민을 장려하는 내용의 친일영화 ‘복지만리’(1941)의 삽입곡으로, 만주를 ‘꿈에 어리는 항구’, ‘유자꽃 피는 항구’로 미화하는 가사를 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같은 한나라당 소속인 김동성 충북 단양 군수도 같은 27일 오후 단양역 앞 광장에서 경기도 수원에서 열차를 이용해 이 지역을 찾은 450여명의 관광객들에게 인사와 함께 태진아의 ‘잘 살거야’를 불러 눈총을 사고 있다.
앞서 같은 날 전남 순천에서 열린 MB최측근 김대식 전남지사 예비후보의 선거사무실 개소식에도 이명박 대통령 형인 이상득 의원을 비롯해 홍준표 전 원내대표 등 한나라당 친이계 의원이 26명이나 대거 참석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 와중에 4대강사업 홍보교육을 강행하려 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31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환경부 산하 한강유역환경청은 지난 26일 서울 27개, 인천 11개, 경기 32개, 강원 19개 기관 등 89개 지자체의 담당 실·국장 및 부단체장 등에게 4월1일 환경청 대강당에 모여 ‘4개강 살리기 친환경적 추진방안’이라는 제목의 교육을 받을 것을 통고했다.
이는 천안함 사고 발발 직전에 보낸 통지이나, 문제는 천안함 사고후에도 예정대로 교육을 강행하려 했다는 사실이다. 이같은 내용이 기사화되자 환경부 관계자는 <경향>에 전화를 걸어와 “오늘 행사를 취소했다”고 밝혔으나 확인결과 참석 예정자들은 아직 취소 통보를 받지 못한 상태였다.
보수신문들이 천안함 침몰과 관련, 북한 연루 가능성에 점점 무게를 실으며 강경대응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고, 이에 비례해 야당들의 우려와 반발도 점점 커지고 있다.
보수신문들 "확고한 결단 내리고 행동할 준비해야"<조선일보>의 김창균 정치부장은 31일자 칼럼을 통해 "한가지 분명한 것은, 청와대의 사고원인에 대한 판단은 '가급적 북의 직접 개입 가능성을 줄이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점"이라며 "혹시라도 천안함 사고를 다루는 이명박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정상회담을 포함해서 남북 관계를 개선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강박으로 자리잡은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청와대를 정조준했다.
<조선일보>는 더 나아가 이날자 사설을 통해 "정부는 이제 천안함 침몰 원인이 드러날 경우에 취해야 할 국제적·국내적 조치들에 대해서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천안함 관련 후속 조치는 때론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비상(非常)한 결단을 요구할 수도 있다"며 "대한민국은 천안함 침몰의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즉각적이고 확고한 결단을 내리고 행동할 준비를 갖춰야 한다"며 전쟁 불사까지 독려했다.
<중앙일보><동아일보> 기류도 오십보백보다.
앞서 <중앙일보>의 문창극 주필 같은 경우는 30일자 칼럼을 통해 "북한의 짓이라고 가정해 보자. 지금 북한은 일체의 반응이 없다. 정규전투가 아니고 일종의 테러이기 때문에 은밀하게 했을 것이다. 북한에 특이 동향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조사 결과가 그렇게 나와도 북한은 부인을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겠는가"라고 물은 뒤, "상대가 부인하는데 우리가 보복할 수 있을까? 만약 보복한다면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런 사태가 겁이 나 청와대가 앞장서 북한 연계성을 축소하는 발언을 하는가? 사실이 그럴 때 북한은 이 정권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더 나아가 글 말미에 "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아야 한다. 그 길은 우리가 원인을 둘러싸고 분열해서도, 꽁무니를 빼서도 안 된다. 단합해야 한다"며 "한 걸음 더 나아가 북한을 빨리 통일시키는 것"이라며 뜬금없이 북한 통일을 주장하기까지 했다.
강기갑 "MB, 보수언론 압력에도 잘하고 있다"이같은 보수언론의 북한 연루 의혹 드라이브에 대해 야당들은 바짝 긴장하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30일 "어제부터 진행되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며 긴장감을 나타냈고,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31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보수언론 움직임에 대한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박영선 의원은 "당초에 정부 당국에서는 북한 연루 가능성에 대해서는 매우 낮게 보고 오히려 안전사고 내지는 외부 충격에 의한 것 이런 쪽으로 더 강하게 봤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언론 보도를 봐도 그렇고 북한 연루 가능성 쪽으로 지금 보수 언론 쪽이 무게를 두고 가고 있지 않냐"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내가 정보위 간사위 입장에서 도스(DDoS)가 해킹을 당했을 때에도 어떤 북한 가능성에 대한 것이 확진이 없는 상태에서 일부 언론에서 흘려가지고 기사를 굉장히 크게 키운 적이 있다. 이후 모든 것이 흐지부지됐다"며 " 이번 사고 같은 경우는 인명피해가 워낙 크기 때문에 이것이 흐지부지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만에 하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장기 미제로 흘러가면 어떡하느냐는 우려도 상당히 커지고 있는 그런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도 이날 같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연계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은 오히려 책임 회피일 뿐만 아니라 위험천만한 일"이라며 "남북 관계가 악화일로에 있는 이런 상황에서는 섣부르게 북한을 연계시킨다는 것은 오히려 다른 더 큰 문제를 발생시킬 일일 수 있기 때문에 특히 보수언론들에서 이런 행태를 지적하는 것도, 몰아간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보수언론을 비판한 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그런 보수언론들의 그런 주장에 대해, 또 요구에 대해서도 좀 신중한 그런 자세는 잘하고 계신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다"며 이례적으로 이 대통령을 극찬하기도 했다.
반면에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는 KBS가 연일 '암초설'을 제기하고 있는 데 대해 31일 '오늘도 KBS는 국군을 씹고 북한군을 감쌌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등, 천안함 사태를 둘러싼 혼란은 극으로 치닫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