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거둠달 초열흘, 흙날, 맑음.
새벽에 『생명과학』을 읽다가 눈물이 펑 하고 쏟아졌습니다.
지난 맺음달(6월)에 읽기 시작하여
틈나는 대로 조금씩 읽어오던 이 책은
생명의 시작이라고 하는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원소,
그렇지만 거기에 끊임없는 활동이 있었고
그것이 얽히고 뭉치면서 단백질과 효소 그리고 힘(에너지)를 모으면서
존재가 의지로 바뀌는 과정에서부터
모든 것들이 가슴에 크고 작은 울림으로 다가오곤 했습니다.
물리학에서 ‘흰자질’이라고 우리말로 말하는 ‘단백질’의 구성,
그것들이 원핵생물과 진핵생물을 이루고
거기서 생명의 세계를 펼쳐가다가
마침내 인류가 생겨나게 된다는 이야기는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장엄한 대서사시(大敍事詩)였는데
인류로 진화되는 과정을 보면서 ‘사람’이라고 입속말로 중얼거리는 순간
눈가가 시큰거릴 새도 없이 눈물이 쏟아진 겁니다.
‘사람이 되었다’는 것과 ‘사람이 된다’는 것의 차이가 어떤 것인지
그리고 ‘사람’이라고 하는 말이 지니고 있는 무게와 깊이도
엄청난 울림으로 밀려들어왔습니다.
내가 스스로를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흔히 ‘아이스맨’이라고 말하는 ‘얼음사람’의 존재 의미는 무엇이고
‘루시’는 또 누구인지
‘호모사피엔스’라고 말하는 이 존재 중의 하나로서의 나 자신에 이르기까지
짧은 순간 결코 간단치 않은 수많은 것들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그동안 작은 헤아림으로 자신을 규정하던 것들에서
사람으로서의 내 정체성을 그만큼 더 확보한 것이
또 하나의 숙제로 다가오는 것도
벅찬 설렘이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일상은
전과 크게 다를 바 없이 또 하루를 살았지만
오늘 새벽의 눈물은
내 삶의 또 다른 전환점이 될 것임에 틀림없으니
오늘은 내가 또 하나의 큰 재산을 얻은 중요한 날
중국에서 크게 치른다는 ‘쌍십절’은
내게는 또 다른 기억으로 두고두고 남을 듯 싶습니다.
날마다 좋은 날!!!
- 키작은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