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년 2 월 1 일 월요일 맑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풀향기 아내가 또 일감을 가득 내온다.
엿기름이 너무 잘됐다며 호들갑을 떨면서
얼른 널어야 되니 뭉쳐있는 것들을 풀어 달랜다.
아점을 먹고 재홍이를 데리고 서까래 나무를 사러 가기로 하였다.
봉화 나가는 길에 비슷한 규모의 쉼터가 보여
구경이나 하고 갈까 하여 들른 곳이 하필 장례식장이었던 모양이다.
줄자까지 대가며 쉼터를 살펴보는 풀천지 부자를 보고
장례식장 주인이 허겁지겁 달려오더니
무얼 검사하러 나온 사람들인줄 알고 경계하다가
오해가 풀리자 그때부터 장례식장 홍보를 하기 시작하는데
근 30 분 동안을
장례식장의 단골로 만들기 위해
물어보지 않은 말까지 온갖 설명을 해가며
어찌나 자세히 이곳저곳 데리고 다니며 설명을 해주는지
매정하게 거절할수도 없고 듣다보니
비로소 봉화 장례식장의 허실을 낱낱이 알수 있게 되었다.
근 10 억을 들여 장례식장을 만들기 까지
나름대로 애환도 많았던 모양이다.
재미난 이야기는 나중 풀천지에서 즐거이 나누게 될것이다...^^
지나치게 친절한 장례식장 주인의 소개로
오던길을 돌아 봉화 목재소에 들렀는데
그곳은 또 어쩐 일인지 남자 직원들 사이에서
여염집 주부같은 차림새로 중년 여자직원 두명이
풀천지를 반색하며 장례식장 주인과 경쟁하듯
재홍이 보기에 민망할 만큼 지나친 친절을 또 베풀어 준다...^^
가격도 잘 해주고 친절한 서비스는 철철 넘치는데
정작 나무의 질이 별로 좋아보이지 않는다.
갈망하는듯한 아줌마의 눈빛엔 미안했지만
다른곳도 둘러보려고 그냥 나오고 말았다.
영주 가는길 봉화 산림조합에 들러 알아보니
나무의 질이 아주 마음에 든다.
두말없이 계산을 하려는데
노처녀 인듯한 적당히 생긴 처자가
웃지도 않고 상냥하지도 않고 친절하지도 않길래
풀천지가 대뜸 원래 웃지도 않는 성질이냐며 짐짓 나무라자
화들짝 놀라며 그때부터
활짝활짝 웃어대며
무척이나 상냥하게도
지나치게 친절을 베푼답시고
가격까지 알아서 막 깎아준다...^^
어차피 재홍이를
이런저런 경험시켜주려고 데리고 다니는 것인데
아빠를 따라다니다 보면
어쩔땐 가슴을 조마조마 조이면서도
항상 재미있게 귀결되는 모습들에 무척이나 즐거워한다.
기분좋게 서까래 나무를 사다 놓았으니
내일은 쉼터 작업이 급 진척 될것이다.
저녁엔 또 컴이 말썽을 부린다.
접촉 불량인지 모니터가 되다 안되다 하는 것이다.
컴이 안되니 책이나 볼까 하였는데
때를 놓치지 않고 탁구를 배우고 싶어하는 재홍이가
탁구치러 가자며 자꾸 풀천지를 조른다.
서울에 있을때 재현이는 탁구 강습을 조금 받은적이 있어
제법 흉내는 낼줄 아는데
재홍이는 어려서 탁구를 배워본적이 없어
형아에게 지기만 하니
학창 시절 적수가 없었던 탁구실력을 가지고 있는
풀천지에게 탁구를 직접 배우고 싶어하는 것이다.
컴이 안된김에 실로 모처럼
마을회관 2 층에 마련된 탁구장에 가기로 하였다.
무려 3 시간 남짓
풀천지의 특훈을 받고 나니
세시간 전에 형아에게 꼼짝 못했던 탁구가
세시간 여만에 비슷해지니
어린애처럼 껑충껑충 뛰며 좋아 어쩔줄 모른다.
기분이 좋은채로 돌아와서
안되던 모니터까지 이리저리 만지더니 고쳐놓는다.
오늘은 또 너무너무 반가운 소식이 전해왔는데
며칠 후 아름답게 소개될 것이다.
내일은 하루종일 쉼터작업을 끝마치려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되는데
풀천지 일기를 쓰다보니 또 밤이 깊어간다.
풀천지 일기는 어느덧
풀천지의 연인이 되었다...^^
첫댓글 두 분 모습이 너무나 아릅답습니다.
예은님의 아름다운 마음이 함께 하니 더욱 좋은것 같습니다...^^
재작년부터 조금씩 심은 밀을 가지고 엿기름을 길러(친정엄니께 위탁) 어제는 식혜를 만들었지요 생강을 넣어서......엿기름이 참 순결해 보입니다. 표현이 적절하든 안 하든 내 맘이니까~!
표현이 너모나 적절합니다 ~ 순결한 잎새님...^^
엿기름이 아주 이쁘게 되었네요. 순결한 식혜생각도 나고..ㅎㅎ 탁구가 생각보다 기운이 많이 필요한것 같더군요.. 조금만 해도 헐떡이게 되고.. 도시만큼의 문화적인 혜택보다 더 신선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요님도 소녀시절에 탁구를 잘치셨던 모양이군요.
숨이 헐떡거릴 만큼 칠수 있으니 말입니다...^^
예은님도 탁구를 아주 잘치신답니다 ~
함께 모여 즐거운 시간이 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탁구장을 가끔 가보긴 했지만 전 운동신경이 아주 둔하고 체력이 안되어서
포기하고 말았답니다. 탁구를 잘치는 남햑생들이 멋지다고 생각했던 시절이었지요..^^
재주를 좋아하는 풀천지가 방과후만 되면 탁구장으로 달려가 탁구는 치고 싶고 탁구칠 돈은 없어서 탁구장 청소도 해주고 혼자 탁구치러 오는 사람들 상대도 해주며 악착같이 탁구를 남에게 지지 않을 만큼 배웠던 생각이 납니다. 다시 그시절로 돌아간다면 고요님처럼 멋진 여학생을 놓치지 말았을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