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협 부회장 양준혁(32)의 별명은 ‘위풍당당’이다. 188㎝의 장신에 떡 벌어진 어깨를 지닌 양준혁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위압감까지 느끼게 할 정도로 강인한 인상을 준다. 강한 것은 인상뿐만이 아니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일을 위해서는 좀처럼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는 굳은 소신은 지금까지 양준혁을 지탱해 준 버팀목이었다.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전세살이를 하고 있는 양준혁은 요즘 홀로 남은 밤이면 남 몰래 눈물을 훔치곤 한다. 선수협을 주도한다는 이유로 ‘목숨’같이 여기는 야구판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는 등 끝없는 가시밭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를 믿고 따르는 후배들 앞에서만이라도 강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중압감은 양준혁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한다.
어려운 살림 속에 젊었을 때 고생을 많이 한 탓에 퇴행성 관절염을 앓아 거동이 불편해진 어머니도 양준혁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병상의 어머니를 보면 혹여 마음이 흔들릴까 두려워 친형의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않았을 만큼 모진 마음을 먹은 양준혁이지만,아들이 걱정을 더할까봐 전화도 하지 않는 어머니의 애틋한 마음을 떠올리면 가슴이 천갈래 만갈래로 찢어진다.
양준혁이 선수협 창립을 위해 동분서주하지 않았다면 그에게는 장밋빛 미래가 보장돼 있었다. 해태 소속이던 지난해 초 양준혁에게 최고액의 연봉을 보장해 준다는 약속을 한 현대로의 이적이 확실시됐지만 선수협 사태가 터지면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다. 또한 데뷔 이래 8년 연속 3할타율과 100안타,두 자릿수 홈런,80타점을 기록한 양준혁은 두 시즌만 더 뛰면 FA 자격을 얻어 수십억원대의 ‘비싼 몸’이 될 게 분명하다.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기에 두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하는 양준혁은 “선수들의 호응이 없을 때는 스스로 힘든 길을 선택한 것에 대해 자책하기도 했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하지만 양준혁은 “대화를 통해 선수협 문제를 원만히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나의 숙명이라 생각한다. 진심은 반드시 통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숙연한 자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