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바쁜 토요일이었습니다. 지나고 보니 진짜 행복한 하루였지만, 순간순간 힘들 때도 있었습니다. 아침 여덟 시에 일어나 어머니 깨워 정신 차리시게 하고 아침 먹으러 갔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가는 콩나물국밥집. 이어 어머니께서 1년에 한 번씩 받으시는 검사-보험 때문에 수시로 받을 수는 없답니다- 받는데 한 시간, 결과 얘기 듣고 약 받고 본가에 돌아오니 11시 10분. 어머니 드실 약, 일주일 아침저녁 분 정리하고 나니 11시 반. 어머니와 점심 먹고 가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요즘 컨디션 안 좋은 아내를 챙기는 일 또한 제 몫입니다. 아쉬워하시는 어머니 마음 알지만, 어머니는 누나, 동생이 식사 때마다 전화로 일일이 챙기고 있고, 아내는 제가 안 챙기면 대충 때우는 걸 알기에 그냥, 갔습니다. 그렇게 집으로 와서 아내와 점심 챙겨 먹고 센터로 갔습니다. 겨울 채비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거든요. 온풍기 세팅하고, 커튼 설치하고 문풍지 달고 물걸레청소하고... 그 와중에 제 시간이 40분여 있었습니다. 아니, 만들었지요. 요즘 배우는 악기 연습에 잠시 몰입했습니다. 그리고 귀가하려는데, 아이들이 온답니다. 손자들 간식 사러 마트 세 곳을 돌아다녔습니다. 아이들 온 후 두 시간여, 참 즐겁게, 행복하게 보냈습니다.
애들이 제 집으로 돌아갈 즈음, 시간을 보니 9시 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밀 13시간여, 나를 위해 쓴 시간이 얼마였나... 그런데 이런 질문, 바로 지웠습니다. 순간순간이 행복한 시간의 연속이었기 때문입니다. 아흔 넘기신 어머니께서 이리 건강하게 우리 옆에 계신 것만으로도 행복이란 걸, 아내가 내게 도움을 요청하고, 제가 기꺼이 함께 할 수 있는 것도 즐거움이 크기 때문입니다. 거기다가, 손자들은 더 말할 게 없습니다. 아들, 며느리는 1박2일 여행에 피곤할 터인데도 여행지에서 먹었던 맛있는 음식을 추가 주문하여 가져왔습니다. 그렇게 함께하는 식탁은 풍성하고 행복이 넘칠 수밖에 없습니다. 선대의 건강한 일상, 아랫대의 즐거운 삶, 여기에 제가 더 무얼 바랄까요? 마냥 행복합니다. 권력도, 부도 없지만 소확행 하나만큼은 저 따라갈 이 많지 않을 거란 생각을 하니 더 행복해집니다. 이런저런 상념 중에 문득 떠오르는 한 가지, ‘다른 이들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데 왜 그렇지 못할까?’, 제 답은, ‘상대방을 수용하지 못하고, 나 자신이 가진 것의 크기를 인식, 만족하지 못하는 것’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냥, 제 생각입니다만, 곱씹을 필요가 있단 생각은 분명히 듭니다. 그리고 제 40분 연습, - 요즘 매일 합니다만- 다음 주말 어르신 봉사 때 다른 이들과 수줍게 발표할 겁니다. 이 또한 설렘, 행복 큽니다. 그래서 늘 행복할 수 있나 봅니다. ‘범사에 감사하라’, 다시 한 번 새깁니다. 아래 모셔 온, ‘아홉을 가진 사람’은 저이기도 하고, 대다수의 주변 분들이라는 생각입니다. 다만 자각을 못하고 있을 뿐.
지난 수요일, 금오산올레길을 산책하며 가을의 끝을, 겨울의 시작을 즐겼습니다.
https://blog.naver.com/bornfreelee/223678589103
아홉을 가진 사람(모셔 온 글)===========
틴틴파이브로 잘 알려진 개그맨 이동우 씨는 결혼을 하고
100일쯤 지난 뒤 '망막 색조 변성증'이라는 불치병으로 시력을 잃게 되었는데..
그 사연을 들은 천안에 사는 40대 남성이 눈을 기증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기쁜 마음으로 한걸음에 달려갔지만
동우 씨는 눈을 기증 받지 않고 돌아왔다.
"왜 그냥 돌아오셨나요?"
"이미 받은 거나 마찬가지 입니다.
그분은 저에게 세상을 보는 눈을
주셨기 때문입니다."
눈을 기증하겠다는 그 남자는 '근육병' 환자였다.
사지를 못 쓰는 오직 성한 곳은 눈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동우 씨가 말했다.
"나는 하나를 잃고 나머지 아홉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
그분은 오직 하나 남아 있는 것 마저
주려고 합니다.
어떻게 그걸 달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심승현의 ‘파페포포 기다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