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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꽃들은 스스로 높이를 낮추고, 크기를 줄였다
한결같이 작고 소박하며 땅에 납작 엎드린채 피어 있었다
그건 바로 히말라야의 신성한 기운을 조금이라도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 내린 결단이 아닐까?
림체 Rimche (2,440m)
이곳에서 0.95km를 올라가면 라마호텔이고, 갈림길로 3.7km를 가면 굼나가 나온다
롯지는 한 채 밖에 없었지만 고도를 높이느라 지친 트레커들이 쉬어가기 안성마춤인 곳이다
우리가 조금 오래 앉아 있었더니 손님을 받아야 한다고 불평해서 곧바로 일어서서 출발하였다
라마호텔 Lama Hotel (2,480m)
밤부에서 계곡을 따라 급한 오르막을 올라서 우리가 묵어갈 라마호텔에 당도하였다.
해발고도보다 더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것은 '라마호텔'이라는 지명이다.
라마는 인도 신화에 나오는 비슈누신의 일곱 번째 화신이다.
고대 인도에서 미와 윤리의 상징이었던 그는 지금도 민중들에게 높은 존경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신성한 이름인 라마와 자본주의를 가장 잘 드러내는 호텔이라는 단어가 만나 마을의 새로운 이름이 됐다니…??
라마호텔의 원래 이름은 '창탕' 즉 '강변마을'이란 뜻이라고 한다.
랑탕의 유려한 계곡물이 트리슐리강을 향해 아래로 한참 흐르다 슬쩍 거쳐 가는 작고 아름다운 마을이 바로 창탕이다.
랑탕히말 트레킹 코스가 개발되면서 열 가구가 채 안 되는 마을의 살림집은 모두 롯지로 변모했다.
마을 사람들은 보다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하여 마을 이름을 바꾸기로 전격 결정했다고 한다.
우리는 라마호텔 마을의 Origin Lama Hotel 에 여장을 풀었다
아주 큰 롯지들이 많았지만 빈 방이 없어서 겨우 숙소를 구할 수 있었다
베니어판으로 얼기설기 칸막이를 하였는데...옆방의 말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워낭소리가 그대로 전해졌다
부엌에는 반질반질하게 닦은 식기들이 나란히 놓여 있었고, 나무 화덕에 있는 두 개의 불구멍에서 요리를 하고 있었다
어린 아들이 후라이팬에서 짜빠티를 굽고 있었으며, 엄마는 그 옆에서 면을 볶고 있었다
저녁 식사가 끝나자마자 엄청난 폭우가 쏟아져서 히말라야가 무너지지나 않을까 걱정하였다
히말라야의 음식이 낯설었는지 한밤중에 설사가 시작되었다
비는 억수로 쏟아지고, 어둠 속에서 예티의 눈동자가 보이는 것 같아 저으기 긴장하였다
다행히 아침이 되자 비가 개고 설사도 개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롯지를 출발하였다
우리의 포터들은 처음으로 일을 나왔다는데 매우 힘들어해서 맛사지크림을 주었는데 잘 갈지 걱정되었다
길가의 나무 위에서 원숭이가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었다
몸길이가 50-65cm이고, 꼬리 길이는 18-30cm인데,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멍굴 멍키'라고 한다
몸무게는 4-10kg이며, 털은 흐릿한 노란색 또는 갈색이다.
땅 위와 나무 위에서 5-100마리씩 무리를 지어 살며, 새싹·과일·곤충·나뭇잎·나무 뿌리·곡류, 작은동물을 먹으며 잡식성이다
리버사이드 River Side (2,769m)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여 배낭 속에서 우의를 꺼내서 입었다
랑탕콜라 바로 옆에 위치한 리버사이드 마을은 만개한 랄리구라스에 둘러싸여 꽃대궐을 이루고 있었다
랑탕계곡은 꽃의 계곡, 천상의 계곡으로도 불린다.
그 누구도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골짜기라는 명성에 이의를 달기 어렵다.
만년설의 흰 산과 초록의 들녘, 풍성한 물줄기, 한대와 열대를 오가는 깊은 수림, 그 사이사이를 물들이는 꽃들... 랑탕엔 그 모두가 있다.
네팔의 국화는 '랄리구라스'란 꽃인데, 해발 2,000m이상 고산지대에서 자생한다
3월~4월이면 마치 우리나라의 진달래꽃처럼 네팔의 전역에서 산야를 뒤덮는 광경을 볼 수가 있다.
꽃은 한 송이 한 송이가 진달래처럼 다발로 피는데, 꽃 색깔은 주로 빨강색이지만 드물게는 핑크색이나 흰색, 노란색, 보라색도 있다.
하지만 빨간 꽃이 네팔의 국화로 제정됐으며, 랄리구라스라는 명칭에서 '랄리'는 '붉다'는 뜻이라고 한다.
길이란 길은 광야 위에 있다
길 위에 머물지도 말고 길 밖에 서지도 말라
길이란 길은 광야의 것이다
삶이란 흐르는 길 위의 흔적이 아니다
일렁이어라 허공 가운데
끝없이 일렁이어라 다시 저 광야의
끝자락에서 푸른 파도처럼 일어서는
길을 보리라...............................................백무산 <길은 광야의 것이다> 부분
고라타벨라 Woodland Hotel의 한글
탕샵마을 바로 직전에 작은 롯지 한채가 나타났는데 재미있는 한글이 눈에 띄었다
막걸리, 소주, 어세 오세요.^_^ 감자전도 있어요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다녀갔으면 이런 간판이 설치되었을까?' 하고 미소를 지어보았다
정상을 친다는 것, 정복한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미친 말, 지옥 같은 말
도전하거나 오르는 것도 산은 아니다
풀꽃같이 작은 신 앞에 더 낮게 엎드리듯
생의 끝에서 감각 없이 떨리는 손을 내밀듯
그렇게 모시는 것이 산이다
온몸 떨리는 첫 사랑 고백처럼
내 마음의 산 또한 당신의 산을 모시는 것이다.........................박신규 <히말라야의 염주> 부분
고라타벨라 Ghoratabela (2,970m)
고라타벨라 지역은 넓은 개활지로 몇 개의 롯지와 군부대가 상주하고 있다.
여기서부터는 풍광이 일변하여 나무가 사라지고 계곡 폭이 넓어진다.
아래쪽이 강물의 침식으로 생긴 깊숙한 V자 계곡이었다면, 여기서부터는 빙하가 만든 전형적인 U자 계곡이다.
다시 빗줄기가 굵어져서 배낭에 넣었던 비옷을 꺼내어 착용하였다
고라테벨라를 넘으면서 고도 3,000m를 넘었다
3,000m는 속계와 선계를 나누는 기준이 되며, 고소증이 생기기 시작하는 높이다
히말라야의 산들은 우리나라의 산들과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전제하고 접근하여야 한다.
먼저 그 높이가 다르다는 것은 그 높이 뒤에 숨어 있는 고소 증세나 고산병에 대한 이해와 준비가 필요하다.
탕샵 Thyangsyap (3,200m)
'탕샵'은 New Bridge라는 뜻인 티벳어라고 한다
이곳의 Potala Hotel에서 젖은 옷가지와 우의를 벗어서 말리며 쉬었다
면과 핏자를 시켜서 점심 식사를 하고 나서 설탕을 듬쁙 넣은 커피를 마셨다
첫댓글 잠시 히말에서 신과 얘기해 본다. 히말의 정기를 품은 커피를 마시면서...
포터들이 없었다면 우리의 트레킹은 성공할 수 없었지요
그들에게 미안하기도 했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습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해 주었으니까요
마땅한 일거리가 없는 그곳에서 포터는 최상의 일자리입니다
숙박지에 도착하면 그들의 땀이 카고백에 흠뻑 배어들어서 젖어버립니다
지금도 그들이 흘렸던 숭고한 땀 냄새가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