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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강정운동장에서 열린 평화대축제미사에서 강론 중인 강우일 천주교제주교구장. ⓒ제주의소리 |
“우리는 강정해군기지에 근무할 군인들을 배격하거나 미워할 마음은 없습니다”
제주도 전역과 국내외에서 모인 천주교 성직자, 신도들 앞에서 강우일 주교(천주교 제주교구장)은 이렇게 말했다.
유일한 분단국가이자 동족을 적으로 마주하고 있는 한국, 그리고 군사기지 건설로 수년 째 갈등의 홍역을 앓고 있는 제주도를 향해 강 주교는 무력 증강이 ‘파괴와 살상’만을 보장하는 최악의 선택임을 강조하며 국가지도자들은 최우선적으로 평화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주교 제주교구, 예수교 한국관구가 주최하고 제주교구평화의섬특별위원회·예수회인권연대연구센터가 주관하는 평화대축제미사가 27일 오후 4시 30분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운동장에서 열렸다.
미사에 앞서 강우일 주교를 비롯한 300여명은 오후 3시 십자가상을 앞세워 강정포구부터 운동장까지 평화행진을 진행했다. 평화행진, 미사 모두 26일부터 28일까지 강정마을·서귀포성당에서 열리는 ‘2014 강정 평화컨퍼런스와 평화대회’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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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포구에서 강정운동장까지 진행된 평화행진의 모습. ⓒ제주의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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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천주교 제주교구, 예수회 한국관구가 주최한 평화대축제미사. ⓒ제주의소리 |
이 날 강 주교는 평화대축제 미사의 강론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폭격, 중동국가 시리아의 내전과 인질 참수사건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IS조직 등 최근 국제적인 분쟁 및 무력사태를 언급하며 평화의 의미를 조명했다.
강 주교는 “김일성은 조국해방이라는 목적으로 전쟁을 시작했고, 그 결과 남북한 합쳐 300만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온 국토가 잿더미로 변했다. 이것이 ‘전쟁’의 결과”라며 “전쟁은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우매(愚昧)한 비극이다. 전쟁의 현실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인명을 무참히 학살하고 모든 피조물과 생명을 뿌리채 불태워 버린다”고 표현했다.
특히 최근 방한했던 교황 프란치스코 1세가 언급한 “어떤 이념이나 어떤 그럴듯한 명분을 앞세워도 전쟁은 결코 정당화하고 용납될 수 없다”는 말을 인용하며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되는 이유와 평화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강 주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방비를 투입하지만 세계 곳곳에서 전쟁을 중단시키기는커녕 확대하는 미국과 함께 중국, 일본, 한국 모두 국방예산을 결코 줄이지 않고 꾸준히 늘린다고 안타까워 했다.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지닌 미군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전시작전통제권의 이양을 미루는 정부는 결국 평화를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세울 생각은 하지 않고 전쟁이 일어날 때를 대비해 군비증강에만 집중한다”고 비판했다.
북한 또한 열악한 경제상황에서도 핵무기를 개발하고 휴전선 인근에 전력 배치하는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며, 이런 남북한의 모습은 "두 명이 서로 주먹을 불끈 쥐고서 어떻게 싸움을 그치고 화해할 지 고민하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상대를 단숨에 쓰러뜨릴지 고민하는 모습과 같다"고 비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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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일 주교(가운데). ⓒ제주의소리 |
강 주교는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존재한다. 국가의 지도자는 먼저 사람을 죽이기보다는 살리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그들의 소임이고 책임”이라는 말과 함께 국내 정치지도자들에게 “남북한 백성이 한 민족으로 화합하고 공존하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평화를 이룰 수 있을까를 가장 우선적으로 고심하고 진력하는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 주교는 “우리는 앞으로 강정 제주해군기지에 들어와서 근무할 군인들을 배격하거나 미워할 마음은 없다”며 “그들도 국토방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국가권력에 의해 소집된 우리의 아들, 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장병을 강정해군기지로 파견하고 지휘할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정책 결정과 명령에 무한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며 “상상할 수 없는 파괴와 살상만을 보장하는 무력 증강이란 최악의 수에 의존하지 말고 남북한 전체 행복과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먼저 고민하고 탐구하고 과감하게 행동으로 보여야한다”고 정치지도자들의 변화를 촉구했다.
25일 시작해 28일까지 진행되는 2014 강정 평화컨퍼런스·평화대회에서는 ‘동북아 군축평화-신학적 성찰과 상황분석’이란 주제로 국내외 성직자, 평화활동가들의 주제발표 및 의견발표가 진행됐며, 28일 오전 9시 군축 평화기원 퍼포먼스를 끝으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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