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쯤만 해도 용산 미8군 출입증은 ‘신분의 상징’이었다. 특급호텔 앞에 늘어선 최고급 세단에는 대개 미8군 출입증이 붙어 있곤 했다. ‘US ARMY’라고 씌어 있는 군용차량 번호판도 왠지 ‘권력’의 이미지를 풍겼다. 그럴 만도 했다. 부대 안은 아주 넓고 쾌적하다. 잔디밭과 너른 운동장, 심지어 헬기장까지 갖췄다. 군 부대라지만 극장, 수영장, 레스토랑, 볼링장, 오락실, 사교클럽, 병원 등등 없는 게 없었다. 서울에서 가장 넓은 중심 평지에 도시 속의 도시 100만평, 이제 그곳이 초대형 공원부지로 예정되면서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이미 ‘용산민족역사공원 조성 및 주변지역 정비에 대한 특별법’을 입법예고했다. 다만 공원 활용면적에 있어 건교부와 서울시의 생각이 아직은 상이하다. 공원 조성 관련기관의 대체적인 생각을 종합해보면 미군부대의 메인포스트와 사우스포스트 81만평을 공원으로 조성하는 게 목표인 것 같다. 정부는 미군기지 이전자금 충당을 위해 공원 부지를 한 평이라도 줄여보려는 생각인 듯하다. 현재도 도로로 분리되어 산재한 미군부대 부지, 즉 캠프킴(1만6000평), 수송단(2만6000평), 유엔사(1만6000평) 등은 상업용지로 매각해 미군기지 이전자금으로 충당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 자리에는 주상복합 오피스 빌딩이 들어설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등 재벌그룹 오너들의 주택이 모여있는 한남동, 인근에서 개발 중인 한남뉴타운 입장에서는 ‘병풍효과’를 기대하는 지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