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방문객도 없고 뜨거워서 밭 일을 못하는 한 낮 시간에는
비료푸대에 보관해왔던 오래 묵은(5년이상된) 황토로 낡은 옷이나 타올을 염색하기도 하고
아궁이부엌 효소방 황토벽을 칠하기도 한다
10년 전 사랑방 벽을 칠했던 황토색과 제월리분교 벽돌찍는데서 가져온 황토색과
충주외곽을 지나다 지나가다 붉은 색이 좋아 야산해서 퍼온 황토와
작년 구들공사때 두 차 실어온 것과 모두 색상이 다르고 오래묵힌 황토색 역시 달라진다
사랑방벽을 칠했던 황토는 못질한 흠을 메꾸거나
겨울나며 결로현상으로 지저분해진 창가를 덧칠할 일이 생길 때를 대비해
신주모시듯 소중히 보관해왔다
황토빛도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금년 봄 부엌을 내면서 난로위치가 바뀌어 기존 창호지문을 메우는데도 유용하게 쓰였다
이 출토지?가 각기 다른 황토들을 섞으면 더 오묘한 색조를 이루고
특히 오래된 황토는 흙속 미생물이 분해되어서인지 소위 발효된?색상이 난다
뭔가 좀 더 부드러운 파스텔조로 변한다고 할까
안채구들공사할 때도 방바닥의 갈라진 틈속을 숲속의 부엽토아래 흙을 퍼다 채우라는 충고대로 했더니
연기도 새지않고 성공적인 마감이 되었는데
그 흙 역시 보이지않는 수많은 미생물들의 분해작용으로 흙이 곱고 가벼워져서
균열을 채우는데 생각보다 많은 양이 들어갔다
천연염색할 때도 염재를 발효시켜 염색하고
황토염색할 때 역시 염색할 천을 미리 지장수에 담근 후 말려서 본 염색을 하는 것도
미생물을 이용해 흡착을 돕는 게 아닐까 한다
효소발효할 때도 미생물의 밥인 설탕성분이 다 소모되면 맛의 변화(물질변화)가 정지되고
미생물은 사라지고 효소성분만 남는 것처럼
(분해시키는 균은 공기 중에서 무한 리필된다는데 먹이가 없으면 이동을 멈추고)
제한된 비료푸대 공간안에서 황토는 작은 입자로 분해되어 색상도 미세하게 변화되는 듯하다
아무튼 그 미세한 색상의 변화엔 자연미학,,뭔가 신비스러움이 있다
모래를 가라앉히면 도배붓으로도 부드럽게 잘 칠해진다
울퉁불퉁한, 100년 가까이 버티고 선 정지벽을 칠하는 작업은 행복한 일상이 된지 오래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
마른 후 드러나는 그 자연스런 참빛..의 유혹
하고싶은 일만 하고 살 수 없는 일생이랄까
휴가철이라 먼 곳에서 반가운 친구가 찾아와 벽칠하는 일도 미루고
안채마루 들기름 칠질도 자꾸 미뤄진다
사람만나는 일보다 일을 더 사랑하고 집착하게 되는 이 나쁜? 성향은
아름다운 골짜기삶의 가장 큰 부작용이다...
첫댓글 일을 더 사랑하고 집착...
사람만나는 일 보다!!
그 어느쪽도 자유로울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어여쁜 돌자갈 위로 떨어지는 낙숫물소리~
ㅎ 마루마을임다...
그래요 욕심무한입니다 좀 더 자유로와져야지요
산골에서 얻은 지식대로 살어가시는 삶의 진리가
매우 특이하다면 잘못일까요?
그래도 사람사는곳에 사람이 온다는것이
행복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제 더위도 물러가고 생활능률이 배가 되시길 바랍니다~~
과유불급입니다
언제 한번 방문기회가 되면 다락골의 새로운? 모습을 볼수있기를 기대합니다.
소박한 삶이좋아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