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종결어미 ‘-더라’와 중국어 ‘来着’에 대한 대조 분석 연구*
1)서만**
**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한국어교육전공 박사과정.
* 본 논문은 2017년 한국언어문화교육학회 제25차 전국학술대회에서 발표한 개인발표 문을 보완.수정한 것이다.
한국어 종결어미 ‘-더라’와 중국어 ‘来着’에 대한 대조 분석 연구
차 례
I. 서론
II. ‘-더라’와 ‘来着’의 기본 의미에 대한 대조 분석
III. ‘-더라’와 ‘来着’의 통사적.화용적 특성에 대한 대조 분석
IV. ‘-더라’와 ‘来着’의 담화기능에 대한 대조 분석
V. 결론
【국문초록】
한국어 종결어미 ‘-더라’는 복잡한 통사적.화용적 제약을 지니고 있어 학습자들의 습득이 쉽지 않다. 또한 담화 맥락에 따라 다양한 담화기능을 드러낸다. 본고에서 중국인 학습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더라’와 중국어 ‘来着’에 대한 대조 분석을 하였다. 그 결과 ‘-더라’와 ‘来着’는 기본 의미와 화용적 제약에 있어 유사성을 지닌다. 그러나 ‘-더라’ 의 통사적 제약이 ‘来着’에 발견되지 못했다. 담화기능을 분석하기 위해 ‘의도’, ‘지각’, ‘회상’, ‘화제 및 배경’ 네 가지 영역을 설정했다. ‘회상’, ‘화제 및 배경’ 관련 영역에서 ‘-더라’와 ‘来着’가 유사한 담화기능을 드러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도’, ‘지각’ 관련 영역 에서 ‘-더라’가 드러내는 담화기능은 ‘来着’에 발견되지 못하였다. 이러한 대조분석 결과 가 중국인 한국어 학습자와 한국인 중국어 학습자들의 이해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주제어:‘-더라’, ‘来着’, 대조분석, 화용적 제약, 담화기능
I. 서론
1. 연구목적
본 연구는 한국어 종결어미 ‘-더라’와 중국어 ‘来着’를 대조 분석을 하는 데에 목적을 둔다. 한국어 ‘-더라’는 종결어미로서 시제적 의미, 상적 의미, 양태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 통사적 규칙이 복잡하며 실제 사용에서 화 용적으로도 제약을 많이 받는다. 또한 맥락에 따라 다양한 담화기능을 드 러내고 있다. 목표언어 환경에 노출되지 않은 학습자가 ‘-더라’의 화용적 특성이나 모국어 화자 사이에서 오랜 시간을 거쳐 형성되어온 사회적 약속 인 담화기능에 대한 습득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조민정.강현화. 박동호, 2007).
본고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기존 연구에서 주안점을 두었던 ‘-더라’의 기본 의미와 통사적 특성에 대한 분석과 더불어 ‘-더라’의 화용적 특성과 담화기능에도 주목하여 분석하였다. 한국어 ‘-더라’가 기본 의미와 화용적 특성, 담화기능 등 면에서 중국어 ‘来着’와 유사성을 지닌다. 따라서 ‘-더라’와 ‘来着’에 대한 대조 분석은 학습자들의 이해에 기여할 것이라는 믿음 하에 본 연구를 진행하였다. ‘-더라’와 ‘来着’의 기본 의미, 통사적.화 용적 특성, 담화기능에 대한 대조 분석을 함으로써 중국인 한국어 학습자와 한국인 중국어 학습자들의 ‘-더라’와 ‘来着’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아울러 한.중 대조 분석을 연구하는 학자들과 한국어교육 현장에서 활동하는 교사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2. 선행연구
‘-더라’와 외국어를 대조 분석하는 연구로는 모리모토 가츠히코(2002), 왕방(2007), 강홍(2010), 왕파(2013), 진관초(2015ᄀ) 등이 있다. 이들 연 구에서 각각 양태 범주, 시제 범주, 회상 표현 범주, 증거성 범주에서 ‘-더 (라)’와 일본어.중국어를 대조 분석하였다.2) 이들 논의에서 ‘-더(라)’의 범주의 설정에 있어 차이점을 보였지만 연구의 출발점은 모두 한국어 ‘-더 (라)’와 타 언어 대응 표현에 대한 대조 분석을 함으로써 ‘-더(라)’와 타 언어 대응 표현 간의 의미 대응 관계와 사용 제약을 밝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연구들은 ‘-더라’와 타 언어 대응 표현의 기본 의미와 통사 적 제약을 분석하는 것에 머물러 있다. 실제 사용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 하는 화용적 특성과 담화기능에 대한 분석은 만족스러운 성과를 이루지 못하였다. 이에 본고에서 기존 연구에서 다뤘던 ‘-더라’와 ‘来着’를 의미 적.통사적 차원에서의 대조 분석과 더불어 ‘-더라’와 ‘来着’의 화용적 특 성 및 담화기능에 대한 대조 분석을 하고자 한다.
‘-더라’의 담화기능에 대한 연구는 이숙(2008ᄀ, ᄂ)으로부터 시작하여 김명희(2013), 진관초(2015ᄂ), 강계림(2015)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숙 (2008ᄀ, ᄂ)에서 화자가 ‘-더-’ 종결형 어미를 사용하는 이유는 ‘심리적 거리감’을 나타내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심리적 거리감을 나타냄으로써 1 인칭 문장에서 청자에게 동지의식을 느끼게 하는 담화 효과, 2.3인칭 문 장에서 청자의 체면 욕구를 채워주는 담화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 이다. 김명희(2013)에서 드라마 대본으로 구성한 준구어 말뭉치 자료를 바 탕으로 담화에서 ‘-거든’, ‘-더라’가 드러내는 미시적 기능을 분석하였다.
2) 기존 연구에서 ‘-더라’의 증거성을 양태 범주에서 다루기도 했으나 최근 연구들에서 는 증거성을 별도의 범주로 설정하여 다루고 있는 경향이 드러나고 있다. 본고에서 선행연구로 살핀 진관초(2015ᄀ)와 같은 경우도 역시 ‘-더라’를 증거성 범주에서 다루 고있다. 익명의심사선생님께서지적하신바와같이증거성범주는다른세범주와 차원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본고에서 논의의 편의를 위해 선행연구 내용을 위와 같이 정리하였다.
진관초(2015ᄂ)에서 역시 준구어 말뭉치 자료를 바탕으로 의사소통적 상 황과 비의사소통적 상황에서 혼잣말에 쓰이는 ‘-더라’의 담화기능을 분석 하였다. 강계림(2015)에서 ‘-더라’의 화용론적 추론 의미를 비의도성, 공손 성으로 분석하였다. 비의도성은 1인칭 주어와 ‘-더-’ 종결형 어미가 공기 하는 환경에서 드러나는 것이고, 공손성은 상대방의 체면을 위협할 수 있 다고 판단되는 상황에서 체면 위협 요소에 대한 보상적 전략으로 ‘-더라’ 를 사용하여 나타내는 것이다. 후자는 이숙(2008 ᄀ, ᄂ)에서 분석한 ‘-더 라’의 담화 효과와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3. 연구방법
본 연구에서 2장과 3장은 기존 논의에서 제시된 예문을 중심으로 ‘-더 라’와 ‘来着’를 의미적.통사적.화용적으로 대조 분석을 한다. 4장에서 말 뭉치 자료를 중심으로 ‘-더라’와 ‘来着’의 담화기능을 분석하고자 한다.
한국어교육에서 담화기능에 대한 연구가 시작된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연구방법은 준구어 말뭉치에 나타난 예문에 대한 귀납적인 분석을 하는 것이 주를 이루고 있다. 본 연구에서 ‘-더라’의 담화기능을 살펴보기 위해 드라마 대본으로 구성된 준구어 말뭉치 자료에 대해 귀납적인 방법으로 분석하였다. 드라마 대본에 나타난 언어 자료는 자연스러운 대화가 아 니라 대사로 쓰여 각색된 언어라는 단점이 있지만, 인물관계와 상황 맥락 이 명확히 드러나 있고, 담화 참여자들 간의 관계에 따라 ‘-더라’의 사용 양상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에 화용적으로 분석하는 데 유용하다. 중국어 ‘来着’의 담화기능을 분석하기 위해 BCC말뭉치 자료를 이용하였다.3)
3) BCC말뭉치는 ‘BLCU Corpus Center’의 약칭으로서 중국 북경언어대학교에서 구축 한 백억 글자 규모의 말뭉치이다. 심사과정에서 심사 선생님 한 분께서 준구어 말뭉치와 BCC 말뭉치 자료의 등가성 문제를 지적해 주셨다. 심사 선생님께서 지적하신 바와 같이 BCC 말뭉치는 구어와 문어의 말뭉치 자료가 함께 들어가 있다. 드라마 대본으로 구성된 한국어 준구어 말뭉치와의 등가성을 고려하여 중국어 말뭉치도 드라마 대본으 로 구성된 말뭉치 자료나 구어 자료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드라마 대본을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려움이 있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 고 등가성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BCC 말뭉치 중 구어 성격이 강한 대화 자료를 위주로 사용했다.
II. ‘-더라’와 ‘来着’의 기본 의미에 대한 대조 분석
1. ‘-더라’의 기본 의미
그동안 국어학이나 한국어교육에서 ‘-더라’의 의미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 게 펼쳐져 왔다. ‘-더라’의 의미는 국어학에서 회상(최현배, 1937; 김차균, 1980; 고영근, 2004), 보고(서정수, 1977), 지각(장경희, 1983)으로 분석되어 왔다. 최근 한국어교육에서 ‘-더라’에 대한 증거성 논의가 활발하게 펼쳐지 면서 ‘-더라’의 중심적인 의미를 ‘지각’으로 보는 데에 의견이 모아졌다(박재 연, 2006; 임채훈, 2008; 정인아, 2010; 구본관 외, 2014). 이는 ‘회상’, ‘보고’ 등 의미는 ‘-더라’의 변별적인 의미가 되지 못하여 교육 현장에서 학습자들 의 이해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는 데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어교육 현장에서 제시하여야 할 ‘-더라’의 기본 의미를 상정하기 위 해 사전, 문법서 및 범용 한국어교재에서 제시되어 있는 ‘-더라’의 의미를 살펴보겠다.
먼저 사전에서 ‘-더라’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해라할 자리에 쓰여, 화자가 과거에 직접 경험하여 새로이 알게 된 사실을 그대로 옮겨 와 전달한다는 뜻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국립국어원 표준국어 대사전)
“(아주낮춤으로) 직접 경험하여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을 지금 전달함을 나 타내는 종결 어미.”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위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두 사전은 그 사용 대상이 다르기 때문에 ‘-더 라’의 의미에 대한 기술은 다소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부분이 있 다.4) 즉, ‘-더라’를 사용하기 위해서 1발화 정보는 화자가 직접 경험한 것이어야 하고, 2화자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태의 시점과 발화의 시점 간의 관계에 대해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만 언급되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더라’가 과거의 사태를 나타내지만 지금 시점에서 ‘과거 사태를 그대로 옮겨 와 전달한다’. 즉, 화자가 ‘-더라’로 발화할 때 발화의 기준 시각은 사 태가 일어나는 시간이 아닌 화자가 그 사태나 행위를 경험하여 알게 되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한편, 한국어 교사들이 참고서로 삼고 있는 문법서에서는 ‘-더라’의 기본 의미를 ‘회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에서 출판된 한국어 교재는 대부분 ‘직접 경험’과 ‘회상’으로, 중국에서 출판된 한국어 교재는 ‘회상’, ‘직접 경험’ 과 ‘직접 보았거나 들었거나 등 화자가 지각한 사태’로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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