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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선한목자교회 청개구리식당
부천 선한목자교회(담임 김명현 목사)는 작지만 강한 교회다. 교인이 불과 10명이나, 지역사회를 섬기는 사역을 보면 큰 교회 못지 않다. 이 교회는 가출 청소년을 돕는 청개구리 식당, 다문화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 무료 식당, 아이들과 부모들을 위한 식당 마루, 장애 청소년을 돌보는 사역 등 일반 교회가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하는 사역에 뛰어들어 열정적으로 섬기고 있다. 김 목사 내외를 비롯해서 헌신된 성도들이 이뤄 가는 놀라운 사역의 비결이 궁금해 지난 10월 25일 부천역 부근에 위치한 ‘청개구리식당’에서 김 목사를 만나 사역 이야기를 들었다.
어린이·청소년 섬김 사역에 헌신김 목사는 대학 입학 후 구로공단에서 어린 여성 근로자들을 위한 야간학교 교사 활동을 계기로 목회의 길로 들어섰다. 부천의 작은 교회에서 목회를 하며 청소년 사역을 시작했다. 주민센터의 주선으로 3명의 가출 청소년을 만났고, 이들을 돌보면서 야간학교도 운영했다. 그런데 정작 청소년들은 공부에는 관심이 없었다. 축구를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축구 모임을 시작했는데 매주 40-50명의 아이들이 모였다. IMF가 되자 공원 노숙자들에게 무료 급식을 시작했다.
그런데 교인들은 김 목사가 목양에 집중해 줄 것을 원했다. 이웃 섬김과 목회를 병행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한 김 목사는 교회를 사임했다. 건강한 목회와 실천에 대한 고민을 하던 중 워싱턴 D.C.에 위치한 세이비어교회를 알게 됐다. 김 목사는 그 지역의 신학교에서 교육 과정을 이수할 때마다 세이비어교회를 방문했다. 이웃과 함께하는 공동체가 진정한 교회이며, 철저히 소명을 받은 이들만이 이런 공동체를 이뤄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김 목사에게 세이비어교회는 꿈의 교회였다.
“세이비어교회는 제가 꿈꾸는 사역을 하고 있었습니다. 일반 교회가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사역이 아닌데 세이비어교회는 하고 있었습니다. 교인들이 자신의 소명을 일터에서 풀어내고 있었고, 교회는 이들이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훈련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교회란 소명을 확신한 사람들이 소명을 중심으로 공동체를 만들고 이를 위해서 헌신하는 공동체라고 생각합니다. 성숙한 교인들이 헌신하는 공동체를 지향하는 교회가 바로 제가 지향하는 교회의 모습입니다. 세이비어교회를 찾아가 사역을 배웠고, 아내는 교회가 운영하는 선한목자사역(이민자 자녀들을 위한 방과 후 교육 사역)에 5개월간 직접 참여했어요. 이를 통해서 한국에서 어떻게 사역을 하면 좋을지 방향을 잡게 됐어요.”
청소년 돌봄 사역을 시작하다이후 김 목사는 2003년 부천 송내동에서 선한목자교회를 개척했다. 우선 발달장애인 청소년 돌봄인 ‘쉴터’ 사역으로 시작했다. 발달장애인 아이들을 책임지는 부모들에게 쉼의 시간을 주기 위해서였다. 먼저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아이들과 함께 매주 토요일에 등산을 시작했다. 이것이 교회 주변 지역 가정에서 방치된 아이들을 위한 방과 후 돌봄 사역으로 발전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쉼터에서 씻기고, 저녁 먹이고, 다음날 등교 준비까지 시켜 집으로 돌려 보냈다.
이어서 ‘샬롬빌리지’ 사역도 시작했다. 이는 가정이 없는 아이들과 함께 살면서 돌보는 사역이다. “부모가 없는 아이들은 시설에서 집단 돌봄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유엔 아동인권 선언에서는 아이들이 가정에서 자라야 한다고 명시했기에, 우리나라의 시설도 점차 소그룹 케어 형태로 돌봄을 받고 있지만 아직 충분하지는 않아요. 샬롬빌리지에서는 보호자가 1-2명의 아이들을 돌보는 형식으로 함께 살면서 지냅니다. 보호자는 지역 신학생들의 지원을 받았어요. 이들이 아이들과 한 방에서 지내면서 집중 돌봄을 합니다.”
샬롬빌리지 사역은 비인가 시설이라 처음에는 행정당국의 의심을 사서 한때 운영상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오랫동안 꾸준한 사역의 모습을 보이자 지금은 오히려 기관에서 돌봄 사역 관련 의뢰나 문의를 할 정도로 협력적 관계가 됐다.
가출 청소년에게 따뜻한 한끼 식사를, 청개구리식당쉴터와 살롬빌리지 사역을 하던 김 목사는 2010년에 청개구리 밥차 사역을 시작했다. 매주 수요일 부천역 광장에 천막을 치고 가출 청소년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사역이다. 일각에서는 청소년들 가출을 조장할지 모른다고 우려했으나, 김 목사는 아이들과 대화를 하고 정서적인 교감을 하기 위해서는 가정과 같은 공동체가 필요하며, 가족 공동체를 잘 구현할 수 있고 가출 청소년의 마음을 열 수 있는 수단은 밥상 공동체라고 믿었다. 가출 청소년들에게 좋은 밥을 먹이고 고민을 들어주면서 청소년들을 섬겼다.
5년 후에는 아예 부천역 부근에 청개구리식당을 열고 매일 오후 3-7시에 가출 청소년들을 맞이한다. 좋은 재료를 사용하니 입소문을 타고 많은 청소년이 식당을 찾는다. 밥차 사역을 할 때는 일주일에 60-70명이 찾았지만 청개구리식당에는 매일 20-30명의 청소년들이 찾아온다. 가출 청소년뿐 아니라 주변 중고등학교 학생들도 찾아온다. 청개구리식당은 사모인 이정아 대표가 담당하며, 김 목사는 월요일 식사 준비와 배식을 담당한다. 두레생협 봉사팀이 자원봉사자로 함께한다.
청개구리식당에서는 상담도 함께 진행한다. 김 목사는 선입견 없는 경청자로 그 앞에서 청소년들은 고민의 보따리를 어려움 없이 풀어놓는다. 청개구리식당의 소통 능력은 인근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한번은 지역 파출소에서 만삭의 청소년에 대한 도움 요청을 받았다. 하지만 시설에 보낼 수도 없는 형편이라 청개구리식당에 연락이 왔다. 상황이 긴급해 병원에 입원시키고 출산한 후 하루 만에 퇴원을 해야 했다. 퇴원 후 샬롬빌리지에서 지내다가 춘천의 돌봄 시설에 보냈다. 김 목사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에 대한 적절하고 신속한 대응이 매우 필요한 때라고 강조한다.
다양한 어린이 청소년 사역으로 확대청개구리식당 사역을 계기로 선한목자교회는 다양한 형태의 어린이 청소년 섬김 사역을 발전시켰다. 그중 하나가 이주민 노동자 자녀를 위한 무료 어린이 식당이다. 공장지대가 위치해 있어 이주민이 많은 도당동 이주 노동자 인권센터에서 요청이 들어와서 2013년 밥차로 시작했다가 3년 만에 상설화의 필요성이 생겨 무료 어린이 식당 ‘두루두루’를 열었다. 식사 제공뿐 아니라 일하는 부모로 인해 방치된 아이들을 돌보는 식당이다. 두루두루는 어린이 카페 및 쉼터의 역할을 하며,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문을 연다. 경제 수준에 관계 없이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으며, 매일 70-80명, 여름에는 100여 명의 아이들이 와서 식사와 돌봄을 제공받고 있다.
2021년에는 다른 지역에 어린이 식당 ‘마루’를 개업했다. 이 식당은 어린이에게 저렴한 비용을 받는다. 두루두루를 운영하면서 무료 식당에 대해 부모들이 부담을 가져 아이들을 보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식당 마루가 위치한 곳은 거주민의 70%가 중국인이고, 주변에 학교가 있어 매일 100여 명의 아이들이 찾아온다. 어린이 식당이니만큼 어른은 식사를 할 수 없고 어린이만 식사할 수 있다. 후식으로 음료와 아이스크림을 무료로 제공한다. 처음 식당을 열었을 때는 주위로 부터 이단이라는 오해를 받았으나 지금은 부모와 어린이들이 애용하는 식당으로 자리를 잡았다.
소명과 헌신하는 교인들선한목자교회는 헌신하는 교인들의 사역 공동체다. 다양한 어린이 청소년 돌봄 사역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교인들이 자신의 사역 소명을 구체화하고 헌신한 결과다. 교회는 이들을 ‘서번트 리더’라고 부른다. 이들은 선한목자교회의 예배를 같이 드리며, 각자의 일터에서 헌신하며, 개인 기도 시간을 두고 경건 생활에 힘쓴다. 김 목사를 포함해 4명의 서번트 리더가 섬기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교회로부터 동일한 사례를 받는다.
헌신된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서 김 목사는 개척 때부터 서번트 리더십 과정을 두어 지원자들을 교육하고 있다. 세이비어교회의 리더십 훈련을 바탕으로 만든 3년 10주 과정 훈련인데, 교인은 물론 일반인도 참여가 가능하다. 주로 로버트 K. 그린리프의 《서번트 리더십》, 헨리 나우웬의 《예수님의 이름으로》, 장 바니에의 《공동체와 성장》을 교재로 훈련을 받는다. 헨리 나우웬의 영성을 바탕으로 서번트 리더십과 교회 공동체의 본질에 대해서 공부하며, 훈련 과정을 통해서 참여자는 소명을 확인하게 된다. 스태프와 함께 과정을 이수하면 소명 확인 절차를 거친다. 만약 자신의 소명이 확실하다고 판단되면 교회는 그를 리더로 세우고, 사역을 만들어 가도록 돕는다.
“소명이 청소년들을 위한 것이라면, 그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먼저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자신이 가진 가치관에 따라 청소년들을 보고 인도하려고 합니다.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청소년들을 보는 관점, 관계를 맺는 방법, 지향하는 목표가 다릅니다. 많은 그리스도인이 복음의 증거가 지상 목표라고 생각하는데, 자칫 자기 가치 합리화 도구가 될 수 있어요. 반대로 청소년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을 섬기려 한다면 우리는 같은 비전을 공유하게 될 것입니다.”
선한목자교회의 성도들도 소명을 발견하고 리더로서 어린이 식당 두루두루와 마루, 쉴터 사역에 동참하고 있다. 최근에는 마루 어린이 식당 봉사자들도 이 과정을 공부했다. 하지만 어려움도 있다. 아무리 서번트 리더십을 공부해도 헌신의 결단까지 오는 이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 고민이다. 대부분은 공부를 해도 자신의 활동 범위에서 선을 긋는 경우가 많다.
사역 과제사역적 부분에 있어서 선한목자교회가 운영하는 단체들은 사역의 유연성이 있어서 제도권 시설이 접근하기 어려운 사역과 연계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그래서 초등학교 때 만난 아이들이 중학교 3학년이 돼서도 필요한 돌봄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2005년경에 한 가정을 알게 됐어요. 알코올 중독에 빠진 엄마와 함께 사는 5명의 남매인데 그중 3명은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었지요. 거주 환경도 너무 나빴습니다. 다른 시설에서는 아이들을 분리해야 한다고 했지만 우리가 반대했어요. 그때 우리는 엄마에게 중독 상담을 받고 가정에 수급을 받도록 하고 여성 근로자 주택에서 살도록 도움을 줬고 지금도 돌봄을 지속합니다. 이렇게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일반 사회복지 시설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며 교회만이 할 수 있는 사역입니다.”
돌봄 사역을 하는 데 있어서 복음 전도는 어떻게 할까? 김 목사는 그들에게는 전도가 아닌 사랑이 시급하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돌봄 사역은 예수님의 사랑을 나누는 것입니다. 가정 폭력으로 가정을 떠나 우리와 함께 살던 한 학생은 불안과 불만족에서 오는 식탐을 가지고 있었는데, 우리가 이 아이의 가정이 돼 주고도 그 식탐이 사라지는 데는 5년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자신의 삶을 나누고 희생하려는 아무런 노력도 없이 예수님을 전하는 것만으로 부담감을 벗어나려는 신앙은 너무 가벼운 것입니다. 특히 상처가 깊은 청소년들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친밀하고 지속적인 사랑입니다.”
김 목사는 앞으로 교회를 비롯한 마을 내의 다양한 공동체 연대를 통해서 배려와 사랑이 있는 공동체성을 회복하기를 희망한다. 이를 위해서 협동조합을 통한 지역사회 경제 모델을 만들거나 도시형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연대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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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10명~
와우~정말 작지만 강한교회가 맞네요~
어쩜 저리 할 수 있는지~
우리도 하고 싶네요^^
큰교회들은 정말 반성하며 자신의 삶을 나누고 희생하는 것부터라는걸 배웠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