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5월2일
오는 12일 심포지움 등 가을까지 다채로운 행사 열어
‘전쟁의 폐허를 딛고 존재를 탐색했던 작가들.’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문인들의 생애를 압축한 말이다.
왼쪽부터 김응교 기획위원장, 윤정모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이정화 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
2일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과 한국작가회의(이사장 윤정모)는 이달 12일부터 가을까지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는
문학인 기념 문학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2001년부터 시작된 이 행사는 올해로 22년째를 맞았다.
올해의 문인으로 김춘수·선우휘·손창섭·김구용·김차영·여석기·유정·정병욱·정한숙, 총 9명이 선정됐다. 행사 기획위원장을
맡은 김응교 숙명여대 교수는 선정 기준이 “삶이나 약력이 아닌 작품에 대한 평가”였다며 “그 시대를 대표하는
‘문제적 작품’을 발표한 이들로 선정했다”고 했다.
주최측은 이들에게 ‘폐허의 청년들, 존재와 탐색’이란 수식어를 붙였다. 100년 전 이들이 겪은 시대적 배경 때문.
“1922년 당시 태어나 일제강점기를, 아홉 살엔 만주사변을 겪었고, 스무 살엔 태평양 전쟁이 일어났으며, 서른 살을
맞았을 때 비로소 휴전이 됐다”는 것이다.
김춘수 시인. /대산문화재단 제공
올해 선정 문인들은 대중과의 접점이 많았던 이들이기도 하다. 특히 김춘수 시인이 1952년 발표한 시 ‘꽃’은 교과서에도
실려 전국 수험생을 비롯한 많은 이들에게 기억됐다. 인기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이 곡 ‘세렌디피티’에서 이 시의 일부를
가사에 차용하기도 했다.
김춘수 시인은 사연 많은 생으로도 유명했다. 통영의 만석꾼집 손자로 태어났던 그는 영남대 터줏대감 교수로 시론 강의를
펼쳤다. 명강의로 소문나 학생이 몰린 탓에 다음 시간 교수를 복도에 세워놓은 일화도 유명하다. 하지만 1981년 돌연
학교를 떠나 11대 민정당 전국구 국회의원(비례대표)이 됐다. 시인은 당시를 “징용됐다”고 표현했고, 두고두고 의원이
된 것을 후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설가·언론인 선우휘. /대산문화재단
1957년 단편 ‘귀신’으로 등단했던 선우휘 소설가는 단편집 ‘불꽃’, ‘반역’, 장편 ‘노다지’ 등으로 이름을 알렸다. 권력에
의한 인간성 상실을 강하게 비판하는 동시에 인간 본성을 존중하는 문체로 사랑받았다. 1946년 조선일보 사회부 기자로
입사해 주필, 논설고문 등을 거쳐 언론계에도 큰 족적을 남겼다. 젊은 층 사이에선 밴드 잔나비의 곡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뮤직비디오 속 소품으로 그의 소설집 ‘쓸쓸한 사람’이 잘 알려져 있다.
소설가 손창섭. /대산문화재단
평양 출신 소설가 손창섭은 ‘사연기’ ‘혈서’ ‘인간교실’ ‘삼부녀’ 등 활발한 집필 활동을 했다. 특히 전쟁 후 사회상을 다룬
단편 ‘잉여인간’은 1964년 유현목 감독의 동명 영화로도 제작됐다.
이밖에도 국문학자 정병욱은 윤동주 시인과 함께 하숙집 생활을 했던 연희전문학교 동문 후배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원고를 후대에 전한 인물로 유명하다.
유정 시인은 필명 유유정으로 ‘상실의 시대’ 등 여러 작품을 번역하며 독자들을 만났다.
올해 기념문학제의 가장 첫 행사는 오는 12일 오전 10시에 열리는 심포지엄이다. 교보빌딩 23층 교보컨벤션홀에서 곽효환
한국문학번역원장의 사회로 김응교 교수 등 여러 평론가들이 올해의 문인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망한다. 특히 이경수 중앙대
교수는 여기서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김춘수 시인의 작품 세계 속 시인의 고향 ‘통영’이 녹아든 부분들을 집중 조명한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각종 부대행사가 가을까지 이어진다. 고려대에선 ‘탄생 100주년 시인 기념 학술대회’(6월 25일),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화가 권기범 등이 참여하는 ‘김춘수 탄생 100주년 시그림전’(9월~10월), 대구문화예술회관 비슬홀에서
이기철 시인이 꾸린 시 창작 공간을 활용한 ‘김춘수 시인 탄생 100주년 기념 문학콘서트’(10월 15일) 등이 개최된다.
윤정모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은 “모든 예술이 그러하듯 문학도 작가가 당대 현실과 맞부딪히며 갈등과 고민을 거듭한
끝에 창작의 결실을 맺는다”며 “이번 문학제가 젊은 세대와 함께 한국 문학의 전통을 진지하게 돌아보고 소통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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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김춘수 시인의 '꽃'시는 여고시절 많이 읽혔던 시였고, 선우휘 씨는 제가 젊을 때
조선일보 선우휘 칼럼으로 당시에 엄청
인기가 많았던 분이었어요. 어느날 갑자기 소천하셔서...
두 분만 알겠네요.
아마 다른 분들도 손창섭 소설가는 모를 거예요. 저도 공부(?)하다가 겨우 조금 안 정돕니다.
동명의 영화는 유명한 유현목님이 감독을, 각본은 신봉승 선생이.
그리고 이 영화에는 김진규 신영균 도금봉 황정순 태현실 박암 복혜숙 씨등
당대의 명배우들이 출연했답니다.
소설은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에 대한 지적과 함께 부정적 시각 속에서
인간에 대한 신뢰와 애착을 담았다는 평도 있습니다.
참고로 윤동주 시인이 일본에서 손 소설가의 '흔적'을 많이 찾아냈다고 하네요.
젊은이들 사이에 '덕후'라는 말이 잉여인간과 같다고도 하는군요.
애궁~ '쥐뿔'도 모르면서 길었네요. ㅠㅠ
잉여인간 영화 포스터 찾아 띄웁니다.
@이같또로따 아하,그렇군요.
새삼스럽게 알게 되었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