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생활성서 - 소금항아리]
성령께 도움을 청하십시오.
2019/06/09/일
요한 복음 20장 19-23절
19그날 곧 주간 첫날 저녁이 되자, 제자들은 유다인들이 두려워 문을 모두 잠가 놓고 있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오시어 가운데에 서시며, “평화가 너희와 함께!” 하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20이렇게 말씀하시고 나서 당신의 두 손과 옆구리를 그들에게 보여 주셨다. 제자들은 주님을 뵙고 기뻐하였다. 21예수님께서 다시 그들에게 이르셨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 22이렇게 이르시고 나서 그들에게 숨을 불어넣으며 말씀하셨다. “성령을 받아라. 23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첫영성체 이후 한 달에 한 번씩 꼭 고해성사를 보라는 수녀님의 말씀을 너무나 진지하게 받아들인 저는 꼬박꼬박 그 가르침을 실행에 옮겼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고백하는 죄의 내용이 매번 한 자 한 획도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그 후로는 죄를 적어놓은 종이를 버리지 않고 다음번 성사 때에도 들고 들어가 그대로 읽었습니다. 흡족한 마음으로. 과거에 잠깐 그랬다는 것입니다.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 의로움이며 그 관계의 단절을 뜻하는 것이 죄입니다. 누구나 하느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희망하며 살아가지만 모두가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느님과의 관계에는 늘 불안한 요소들이 있습니다. 나 자신이 안고 있는 문제들입니다. 교만, 질투, 분노, 음욕, 탐식, 탐욕, 나태 등등 하느님께 충실치 못한 이 모습으로 인해 나는 하느님 앞에서 죄인으로 살아갑니다. 그렇다고 이 죄의 문제를 나의 굳은 의지로 극복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나에게는 그럴 만한 힘이 없습니다. “나는 육적인 존재, 죄의 종으로 팔린 몸입니다. 나는 내가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나는 내가 바라는 것을 하지 않고 오히려 내가 싫어하는 것을 합니다.”(로마 7,14-15) 나에게는 나의 죄를 끊어버릴 힘이 없습니다. 그것이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성령께서 도와주실 것입니다. 성령께서 나에게 맑은 눈을 주시어 나의 죄와 의로움을 바라보고 올바른 판단을 내리게 해주실 것입니다. 성령께서 나와 함께하실 것입니다.
김효준 신부(의정부교구) |
생활성서 2019년 06월호 '소금항아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