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이었다. 그리고 싱싱한 태양이 조용한 바다에 금빛으로 번쩍였다. 기슭에서 약간 떨어진 앞 바다에서는 한 척의 어선이 고기를 모으기 위한 미끼를 바다에 뿌리기 시작한다. 그러자 그것을 옆에서 가로채려는 (조반모임)의 알림이 하늘의 갈매기 떼 사이에 재빨리 퍼지며, 이윽고 몰려온 수많은 갈매기 떼가 이리저리 날며 서로 다투어 먹이 조각을 쪼아 먹는다. 오늘도 또 이리하여 살기 위한 부산한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소란을 외면하고,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은 혼자 어선에서도 기슭에서도 멀리 떨어져 연습에 열중하고 있었다.
공중 약 30미터의 높이에서 그는 물갈퀴 달린 두 발을 아래로 내린다. 그리고 부리를 쳐들고 양쪽 날개를 비틀듯이 구부린 괴롭고 힘든 자세를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날개의 커브가 급하면 급할수록 저속으로 날 수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제 그는 볼을 애무하는 바람 소리가 속삭이듯이 낮아지고, 발밑에서 바다가 잔잔하게 누워 있는 듯이 보이는 극한점까지 스피드를 줄여 간다. 극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느라고 눈을 가늘게 뜨고, 숨을 모으고, 억지로 ……. 이제 ……. 더 ……. 몇 미터만 …….
날개의 커브를 더하려 한다. 그 순간, 깃털이 곤두서며 그는 중심을 잃고 떨어졌다. 말할 것도 없는 일이지만, 대체로 갈매기라는 놈은 공중에서 비틀거리거나 중심을 잃고 속도를 늦추는 법이 없다. 비행 중에 비틀거린다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 체면을 깎는 일 일뿐만 아니라 수치스러운 일이며 불명예이다. 그러나 조나단은 부끄러워하지 않고 날아오르더니 다시금 날개가 떨릴 만큼 급한 커브를 유지하며, 천천히 속도를 낮춰 가는 것이었다.
천천히, 천천히, 더욱 천천히……. 그리하여 그는 또 다시 중심을 잃고 바다에 떨어졌다.
아무래도 조나단은 보통 새가 아니었다. 대부분의 갈매기들은 난다는 행위를 지극히 간단하게 생각하여, 그 이상의 것을 굳이 배우려 하지 않았다. 즉 어떻게 해서 기슭에서 먹이가 있는데 까지 날아가 또 돌아오는가, 그것만 알면 충분한 것이다. 모든 갈매기들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나는 일이 아니라 먹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 별난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먹는 일보다도 나는 일 그 자체였다. 그 밖의 어떤 일보다도 그는 나는 일을 좋아했다. 그런 종류의 생각을 하고 있으면 동료들이 묘한 눈으로 보리라는 것을 그도 알고 있었다. 아무튼 그의 부모들조차도 그가 매일같이 혼자서 아침부터 밤까지 수백 번이나 저공 활공을 되풀이하여 시도하는 것을 보고는 당황하고 있었다. 예컨대 해면으로부터의 높이가 자기 날개 길이의 절반 이하라는 초 저공에서 날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면 왠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높은 데를 날 때보다도 힘이 덜 들고, 공중에 머무는 시간도 길어지는 것이다. 또한, 그가 활공을 끝내고 착수할 때에는 두 발로 물을 차 물보라를 일으키는 보통 방식이 아니라, 두 발을 몸통에 찰싹 유선형으로 달라붙게 하여 수면에 닿기 때문에, 해면에는 길고 예쁜 항적이 남는 것이었다. 그가 발을 쳐든 채로 해변에 몸통 착륙을 하여, 모래 위에 생긴 자기의 활강 자국을 보측(步測)하는 듯한 흉내까지 냈을 때는 그의 부모들도 당황해 했다.
"왜 그러니, 존, 대체 왜 그래?" 어머니는 아들에게 물었다. "왜 너는 다른 갈매기 떼들처럼 행동하지 못하니?" 저공비행 따위는 펠리컨이나 신천옹(거위보다 살쪘으며, 무인도 등에 서식함)에게 맡겨 두면 되잖니? 그리고 왜 너는 먹지 않니? 바짝 말라 뼈와 깃털뿐이잖아!"
"뼈와 깃털뿐이라도 괜찮아요, 엄마. 나는 내가 공중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를 알고 싶을 뿐이에요. 단지 그것 뿐이에요." "이봐라, 조나단"하고 타이르는 듯한 어조로 아버지가 말했다. "머지않아 겨울이 닥쳐온다. 그렇게 되면 어선도 적어질 것이고, 얕은 데 있는 고기도 점점 깊이 헤엄쳐 들어갈 것이다. 만약 네가 연구해야 한다면 먹이를 연구하고, 그것을 어떻게 얻는지를 연구해라. 물론 너의 그 비행술인가 하는 것도 좋지만, 그러나 너도 알다시피 공중활주를 먹고 살 수는 없지 않니? 안 그래? 우리가 나는 이유는 먹기 위해서라는 걸 잊지 말아라. 알겠지?"
조나단은 유순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후 며칠 동안 그는 다른 갈매기들처럼 행동해 보려고 이를 썼다. 정말 그는 해본 것이다. 선창가와 어선 주위를 다른 갈매기 떼와 함께 꽥꽥 소리 지르고 다투면서 맴돌고 빵 조각과 고기 조각을 향해 급강하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그에게는 역시 무리한 짓이었다.
"이런 일이 대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하고, 그는 생각하면서 애써 잡은 안초비(멸치의 일종)를 뒤쫓아 오는 배고픈 늙은 갈매기에게 휙 떨어뜨려 주었다. 하려고만 들면 이런 일을 하고 있는 동안에 나는 연구를 얼마든지 할 수 있을 텐데. 배울 건 그야말로 산더미처럼 많지 않은가! 조나단은 다시금 갈매기 떼를 떠났다. 혼자서 바다 멀리 나가 굶주리면서도 행복한 마음으로 연습을 다시 시작했다. 당면한 과제는 스피드였다. 1주일 남짓한 연습으로 그는 세계에서 제일 빠른 갈매기보다도 스피드에 관해서 더 많은 것을 배웠다.
그는 300미터의 높이에서 힘을 다해 격렬히 날개 치면서 파도를 향해 맹렬한 급강하를 했다.그 결과 어째서 보통 갈매기들이 강렬한 가속 급강하를 못하는가 하는 이유를 알았다.그것을 하면 불과 6초 후에는 시속 110킬로미터를 날아 버리고, 그 스피드로는 날개를 위로 치켜올리자마자 안정을 잃게 되는 것이다.몇 번이고 같은 사태가 발생했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능력의 한계를 다하려 하기 때문에, 고속도에 있어 컨트롤을 잃게 되는 것이다. 우선 300미터까지 올라간다. 그리고 처음에는 전력을 다해 수평으로 직진하고, 날개를 치면서 수직 급강하로 옮아간다. 그러면 반드시 왼쪽 날개를 위로 쳐올리려는 데서 움직이지 않게 되고 왼쪽으로 기우뚱하며 흔들린다. 그래서 오른쪽 날개도 위로 치켜올려 균형을 잡으려 하면, 번개처럼 일순 격렬히 요동하며 오른쪽으로 나선 상태가 되어 낙하하는 것이다.그는 더 이상 신중히 할 수 없을 만큼 신중하게 양쪽 날개를 쳐 올려 보았다. 그러나 열 번 시도하여 열 번 다 시속 110킬로미터를 넘어선 순간, 회전하는 깃털 덩어리가 되어 컨트롤을 잃고 수면에 거꾸로 처박혀 버렸다.
"이 문제를 푸는 열쇠는……."하고 그는 물에 흠뻑 젖은 채 생각했다. 중요한 점은 고속 강하하는 동안에 날개를 움직이지 않고 있는 일이다. 그렇다, 시속 80킬로미터까지는 날개를 쳐도 그 이상이 되었을 때는 날개를 편 채로 가만히 놓아두면 된다!600미터 상공에서 그는 다시 해보았다. 몸을 기울여 강하하고 이어 시속 80킬로미터를 돌파하자, 그는 부리를 곧장 아래로 향하고 날개를 완전히 편 채 고정시켰다. 이렇게 하기에는 굉장한 힘이 필요했지만, 효과는 만점이었다. 10초쯤 되자 시속 140킬로미터 이상에 달하고 머리가 멍해졌다. 바로 그 순간, 조나단 리빙스턴은 갈매기의 세계에서 신기록을 세우고 있었던 것이다.그러나 그 승리는 순간적인 것이었다. 급강하한 후 수면과 평행으로 날고자 했을 때, 고정시킨 양쪽 날개의 각도를 바꾸려고 한 순간에, 그는 먼젓번과 같은 그 위험한 조종불능의 재난에 빠져든 것이다.그것은 시속 140킬로미터라는 스피드 속에서 다이너마이트 같은 타격을 그에게 안겨 주었다. 그리하여 조나단은 파열한 것같이 되어 벽돌처럼 단단한 해면에 세차게 곤두박질친 것이다.그가 의식을 되찾은 것은 해가 지고 나서 한참 후의 일이었다. 그는 달빛을 받으며 바다 위를 표류하고 있었다. 양쪽 날개는 납덩어리 같았지만, 그보다도 등을 내리누르는 패배감의 중압감 쪽이 더욱 무거웠다.그는 좌절된 심정으로 "차라리 그 무게가 자기를 바다 밑까지 부드럽게 끌어내려 그것으로 만사가 끝나게 해주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생각했다.
이윽고 그는 물 속에 흠뻑 잠긴 채 공허하게 울리는 이상한 목소리를 자기 내부에서 들었다. 어찌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는 한 마리의 갈매기일 뿐이다. 원래 네가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만약 네가 나는 일에 관해 보통 이상의 것을 배우도록 정해져 있었다면, 눈을 감고도 정확히 날 수 있을 것이다. 네가 더욱 빨리 날도록 타고났다면, 매 같은 짧은 날개를 갖고 물고기 대신 쥐를 먹고 살았을 것이다. 네 아버지가 옳았던 것이다. 어리석음을 잊어야 한다. 갈매기 떼가 있는 데로 돌아가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에 만족해야 한다. 능력에 한계가 있는 불쌍한 갈매기로서의 자신에…….
그 목소리는 점차 흐려져 갔지만, 조나단은 정말 그렇다고 생각했다. 밤에 갈매기에게 어울리는 곳은 해변이다. 지금 이 순간부터 나는 평범한 갈매기가 되어 보겠다. 이렇게 그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그러면 누구나 더욱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는 어두운 수면으로부터 간신히 날아올라 육지로 향했다. 보통보다 편한 저공 비행법을 배워 두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곧 그는 "아 이래서는 안 되겠다"라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나는 지금까지의 자신과는 인연을 끊은 거야, 배워 둔 비행법과도 작별을 해야지. 나는 다른 갈매기들과 똑같은 갈매기이고, 그들처럼 날아야 한다.그래서 그는 고통을 견디며 30미터의 고도까지 올라갔고, 다시 세차게 날개를 파닥이며 해변으로 향했다.갈매기 떼 중의 평범한 한 마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해 버리니, 아주 편안한 기분이 되었다.이제부터는 자기를 비행 연습에로 몰아붙인 그 맹목적 충동으로부터도 해방되고, 두 번 다시 한계에 도전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이리하여 잠시 동안 생각을 중단하고, 해안에 반짝이는 불빛을 향해 어둠 속으로 날아가자 몹시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어둡다! 그때 공허한 목소리가 경고하듯 들려 왔다. 보통 갈매기는 결코 어둠 속을 날지 않는다! 조나단은 멍해져서 그 목소리에 주위를 기울이지 않았다. "멋있다"라고 그는 생각하며 황홀해져 있었다.달도 먼 불빛도 반짝반짝 물위에 흔들리며, 밤 속으로 희미한 빛줄기를 던지고 있다.모든 것이 평화롭고 고요하기만 하다.
내려가라! 또 공허한 목소리가 들렸다. 갈매기는 결코 어둠 속을 날지 않는다! 만약 네가 어둠 속을 날도록 타고났다면, 올빼미 같은 눈을 갖고 있어야 한다! 눈을 감고도 정확히 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매의 짧은 날개를 갖고 있어야 한다!
밤중에, 30미터의 높이로 날면서 조나단은 갑자기 눈을 깜빡거렸다. 조금 전까지의 고통과 결심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짧은 날개, 매의 오므라진 짧은 날개! 그것이 해답이다!
나는 얼마나 어리석었던가! 필요한 것은 짧은 날개뿐이다. 날개의 대부분을 접고, 남겨진 그 끝으로만 난다! 짧은 날개! 그것이 전부다!
그는 어두운 바다 위를 단숨에 600미터 상공까지 날아올랐다. 그리고 날개를 몸에 착 붙이고는 그 날개 끝만을 가는 단검 모양 바람 속에 내밀고, 실패나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별안간 수직 급강하를 했다.바람은 괴물처럼 으르렁거리며 그의 머리에 부딪쳐 왔다.시속 110킬로미터에서 140킬로미터로, 다시 190킬로미터로 그리고 그 속도는 더욱더 올라갔다. 이윽고 시속은 220킬로미터에 달했다. 하지만 그 속도조차도 이런 방식으로 110킬로미터로 날 때보다 훨씬 편했다.그리고 날개 끝을 조금 틀면 급강하로부터 수월하게 탈출할 수 있어서 달빛 아래를 나는 회색 탄환처럼 파도 위로 돌진해 갔다. 눈을 가늘게 뜨고 바람에 맞서면서, 그는 기쁨에 온 몸을 떨었다.시속 224킬로미터! 그것도 컨트롤을 유지하면서! 만약 600미터가 아니라 1천 5백 미터 상공에서 강하한다면 대체 어느 정도의 스피드가…….
이제 한 시간 전에 결심한 일은 격렬한 바람에 날려 잊혀져 버렸다. 그리고 그는 자기가 결정한 약속을 깨고도 전혀 가책을 느끼지 않았다. 그런 약속은 세상의 범용한 갈매기들을 위한 것이다. 진지하게 배우고 탁월한 경지에 도달한 갈매기에게는 그런 약속이 필요 없다. 해가 뜰 무렵에, 조나단은 다시 비행 연습을 하고 있었다. 1천 5백 미터 상공에서 내려다보니, 어선들은 평평한 푸른 수면에 흐트러진 작은 반점에 지나지 않았고, 예의 '조반 모임'에 찾아드는 갈매기 떼도 조그만 티끌로 이루어진 안개처럼 눈 밑에서 맴돌고 있었다.
그는 생기에 넘치고 기쁨에 들떠 몸을 떨며 자기가 공포심을 이겨낸 데 대해 자부심을 느꼈다. 이윽고 그는 아무렇게나 날개를 접어, 짧고 모난 날개 끝을 펴더니 해면을 향해 곧장 내리꽂혔다. 1천 2백 미터를 지날 무렵에는 그는 이미 한계속도에 이르러 있었다.바람은 그가 이제 그 이상의 속도로는 나아갈 수 없을 만큼 세차게 때리는 단단한 소리의 벽이 되었다. 지금 그는 바로 시속 340킬로미터 이상으로 일직선으로 강하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 스피드에서 양쪽 날개를 펼치면 순식간에 폭발하여 산산조각이 날 것임을 알면서 강하했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 스피드는 힘이었다. 스피드는 기쁨이었다.그리고 그것은 순수한 아름다움이기도 했다. 300미터 상공에서 그는 수평 비행을 시작했다. 날개 끝은 세찬 바람 속에서 윙윙거리고, 감각이 마비되어 왔다. 어선과 갈매기 떼가 유성처럼 빠르게 그의 진로로 곧바로 뛰어들어 순식간에 부풀어 올랐다. 그는 정지할 수가 없었다. 그런 속도에서 어떻게 하면 방향 전환이 되는지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 격돌하면 즉사할 것이다. 그는 눈을 감았다. 그때 뭔가 일어났다.
마침 해가 뜬 직후였다. 조나단은 '조반 모임'에 찾아든 갈매기 떼의 한가운데를 곧장 뚫고 지나간 것이다. 시속 340킬로미터의 스피드로, 눈을 감고, 바람과 깃털이 부딪쳐 윙윙거리는 노호(怒號)같은 금속음에 싸여……. 행운의 여신이 그에게 미소 지은 것일까. 단 한 마리도 죽지는 않았다. 상승으로 이행, 하늘 쪽으로 부리를 곧장 치켜올릴 무렵이 되어서도 그는 여전히 시속 250킬로미터로 함부로 날고 있었다. 이윽고 30킬로미터까지 스피드를 줄이고 마침내 그의 날개를 폈을 때, 어선들은 1천 2백 미터 아래의 바다 위에 빵 부스러기처럼 흩어져 있었다. 그의 생각이 이긴 것이다.
극한 속도! 한 마리의 갈매기가 시속 342킬로미터로 난 것이다! 그것은 하나의 "한계 돌파"이며, 갈매기 떼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순간이었다.그리고 그 순간이야말로 조나단에게 있어 새로운 시대의 개막이었던 것이다. 그는 곧 아무도 없는 자기만의 연습 영역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이번에는 3천 4백 미터 상공에서 강하를 위해 양쪽 날개를 접고, 재빨리 방향 전환하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날개 끝을 단 하나만 약간 움직이면 맹렬한 스피드에서도 유연한 커브를 그리며 날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알았다.그러나 그것을 발견하기 전에, 그 스피드에서 다른 날개를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이내 라이플의 탄환처럼 나선 상태로 추락한다는 것을 그는 몸으로써 알지 않으면 안되었다.하지만, 그 결과 마침내 조나단은 갈매기 역사상 첫 곡예비행의 제 1인자가 된 것이다.그는 다른 갈매기들과 이야기하는 시간도 아껴 해가 진 뒤에도 계속 날았다.그리하여 그는 마침내 공중회전, 느린 횡전, 분할 횡전, 배면 맴돌기 강하하기, 바람개비처럼 돌기 등 숱한 고등 비행 기술을 발견했다.
조나단이 해변에 있는 갈매기 떼에게 돌아왔을 때는 한밤중이었다. 그는 너무 피로해서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하지만 가슴에 넘치는 기쁨을 억제할 수 없어 그는 착륙 직전에 급회전을 겸한 공중회전 착륙을 했다.
"모두들 이 이야기를 들으면"하고 그는 생각했다. 나의 이 "한계 돌파"에 대해 들으면 기뻐 날뛸 것이다. 바야흐로 얼마나 풍부한 의의가 생활에 주어진 것인가! 어선과 해변 사이를 어정어정 오가는 대신, 살기 위한 목적이 생긴 것이다. 우리는 무지로부터 벗어나 자기를 향상시킬 수도 있으며, 지성과 특수기술을 지닌 고등생물임을 자인할 수도 있다!
우리는 자유로워질 수 있다! 어떻게 나는가를 배울 수 있다!
그의 마음에 떠오르는 미래의 나날은 희망에 넘쳐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가 착륙했을 때, 갈매기들은 '평의 집회'의 대형으로 늘어서 있었다. 한참 동안 그렇게 모여 있었음이 분명했다. 사실 모두들 기다리고 있었다.'조나단 리빙스턴! 중앙으로 나와라.' 연장자 갈매기의 말은 가장 격식적인 어조였다. 중앙으로 나오라는 것은 굉장한 불명예나 혹은 굉장한 영예의 어느 한쪽을 의미한다. 영예를 받기 위해 중앙으로 나가는 것은 갈매기의 최고 간부가 임명될 때의 관례인 것이다.
'물론 오늘 아침의 조반 모임 때의 일이겠지'하고 그는 생각했다. 모두들 그때 나의 '한계 돌파' 보았다! 하지만 나는 영예 따위를 바라지 않는다. 간부가 되려는 생각도 없다. 나는 다만, 자신이 발견한 것을 그들과 나누어 갖고 우리 전원의 앞길에 펼쳐진 무한한 지평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
그는 앞으로 걸어 나갔다. '조나단 리빙스턴'하고 연장자가 말했다. '불명예의 조목으로 중앙에 나와라, 네 동료 갈매기들 앞으로.' 몽둥이로 한 대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무릎에서 힘이 쑥 빠지고, 깃털은 맥없이 처졌으며, 귓속이 윙윙 울렸다. 불명예의 조목으로 중앙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계 돌파'야! 그들은 모른단 말인가! 그들이 잘못이다. 그들이 잘못이다!
'…….분별없는 무책임한 행위로…….'
억양을 붙인 엄숙한 목소리가 띄엄띄엄 들려 왔다. '너는 갈매기 족의 존엄과 전통을 더럽혔다…….' 불명예의 조목으로 중앙에 끌려 나온다는 것은 갈매기 사회로부터 추방되어 '먼 벼랑'에서 혼자 살아가도록 유형에 처해지는 것을 의미했다.'조나단 리빙스턴, 너도 언젠가는 깨닫게 될 것이다. 무책임한 행위는 보상받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의 삶은 알 수 없는 것이다. 알고 있는 것은 다만 우리가 먹이를 찾고, 그래서 가능한 한 살아 남도록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뿐이다.''평의 집회'에서는 결코 대꾸를 해서는 안 되는 것이지만, 조나단은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무책임하다고요?' 그는 외쳤다. '여러분, 삶을 위한 의미나 생활의 더 높은 목적을 발견하고 그것을 행하는 그런 갈매기야말로 가장 책임감이 강한 갈매기가 아니겠습니까? 수천 년 동안 우리는 물고기를 쫓아다니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삶의 목적을 갖게 되었습니다.
배우는 일, 발견하는 일, 그리고 자유로이 되는 일이 그것입니다! 나에게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내가 발견한 것을 여러분 앞에 피력할 그 기회를 한 번만 주십시오.' 갈매기 떼는 돌처럼 침묵에 싸여 있었다.
'동포의 인연은 끊어졌다.' 갈매기들은 서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일제히 거드름을 피며 귀를 막더니 그에게 등을 돌렸다.조나단은 그날부터 내내 남은 생애를 혼자 보내게 되었다.그러나 그는 유형의 장소인 '먼 벼랑'에 머무르지 않고 더욱 멀리까지 날아갔다. 그의 유일한 슬픔은 고독이 아니라, 빛나는 비행에의 길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데, 그것을 동료들이 믿으려 하지 않는 일이었다. 그들이 눈을 감은 채 그것을 보려고 하지 않는 일이었다.그러나 그는 그러한 나날을 보내는 동안에 잇달아 새로운 것을 배워 갔다. 그는 유선형의 고속 강하로 해면 3미터 밑에 모여 사는 진귀한 물고기를 발견할 수 있음을 알았다. 이제 살아남기 위해 어선이나 썩어 가는 빵 부스러기는 필요하지 않았다.
앞 바다로 부는 바람을 이용하는 야간 비행 코스를 정하여, 해 질 때부터 해 뜰 때까지 160킬로미터의 여행을 하면서 공중에서 잠자는 법도 그는 배웠다.그것은 단순한 육체적 기술이 아니라, 그 자신의 정신력을 컨트롤함으로써 가능해진 것이다.그는 그 방법으로 옛 동료 갈매기들이 모두 안개와 비에 갇혀 지상에 웅크리고 있을 때에도 바다 위의 짙은 안개를 뚫고, 그 위의 눈부실 만큼 맑은 하늘로 올라갔다.그는 또 강풍을 타고 내륙 깊숙이 날아가 거기서 맛있는 곤충을 먹을 줄도 알게 되었다.
전에는 동료 전부를 위해 찾던 것을 지금 그는 자기 혼자를 위해 손에 넣은 것이다. 그는 또 비행의 여러 가지 방법을 배웠다. 그 때문에 치른 대가를 그는 조금도 아까워하지 않았다. 이윽고 조나단은 갈매기의 일생이 그토록 짧은 것은 권태와 공포와 분노 때문이라는 걸 발견하기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그 세 가지가 그의 마음에서 사라져 버린 뒤, 그는 참으로 길고 훌륭한 생애를 보내게 되었다.세월이 흘러, 어느 날 저녁때 그들이 찾아왔다.
그들은 조나단이 혼자서 사랑하는 하늘을 조용히 활공하고 있는 걸 발견하고 다가온 것이다. 조나단의 양쪽 날개 옆에 나타난 그 두 마리의 갈매기는 별빛처럼 맑고, 높은 밤하늘에 부드럽고 온화한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훌륭한 것은 그들의 비행 기술이었다. 두 마리의 날개 끝은 조나단의 날개 끝으로부터 정확히 2센티미터 떨어진 위치를 시종 유지하면서 미끄러져 갔다.
조나단은 말없이 그들을 시험해 보았다. 지금까지 어떤 갈매기도 합격한 일이 없는 테스트였다. 그는 양쪽 날개를 뒤틀어, 시속 1.6킬로미터로 속도를 아주 낮추었다. 눈부시게 빛나는 두 마리의 새들은 그에 맞추어 스피드를 낮추고 유연하게 정해진 위치를 유지하며 날았다. 그들은 저속 비행법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조나단은 양쪽 날개를 접어 횡전하고, 시속 300킬로미터의 급강하를 했다. 두 마리는 그에 맞추어 완벽한 편대를 지어 번개처럼 강하했다. 마침내 그는 그 속도를 유지한 채 별안간 상승하여 긴 수직 완만 횡전으로 옮아갔다.두 마리도 그를 따라 미소마저 띄우면서 함께 횡전했다. 조나단은 수평 비행으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잠시 말이 없더니, 이윽고 입을 열었다.
"굉장하군."하고 그는 말했다. "그런데 너희들은 누구지?" "너와 같은 무리에서 왔어, 조나단, 우리는 너의 형제들이야." 그 말은 힘 있고 침착했다.
"우리는 너를 더 높은 데로, 너의 진정한 고향으로 데려 가려고 온 거야." "나는 고향이 없어. 동료도 없어. 나는 추방당했어. 그리고 우리는 지금 '성스러운 산바람'의 가장 높은 데를 날고 있는데, 나는 이제 더 이상 몇 백 미터도 이 늙어빠진 몸으로는 더 높이 날 수가 없어." "하지만 할 수 있어, 조나단. 너는 나는 것을 배웠으니까 이 교육 과정은 끝났어. 새로운 교육 과정을 시작할 때가 온 거야."
지금까지 언제나 그의 머리 속에는 뭔가 곧잘 순간적으로 번뜩였는데, 이때도 조나단은 이내 깨달았다. 그들의 말이 옳다. 자기는 더 높이 날 수 있다. 자기의 진정한 고향으로 갈 때가 온 것이다. 그는 마지막 긴 시선을, 자기가 그렇게도 많은 것을 배운 하늘과 장엄한 은빛 대지에 보냈다. "좋아, 가자." 마침내 그는 말했다.그리하여 조나단 리빙스턴은 별처럼 빛나는 두 갈매기와 함께 높이 떠올라 어두운 하늘 저쪽으로 사라져 갔다.
제2부: 가장 높이 나는 갈매기가 가장 멀리 본다.
이곳이 천국인가 하고 그는 생각하고, 그리고 그런 자신에 저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별안간 날아올라 들어선 순간에 천국을 이러쿵저러쿵 말한다는 것은 별로 예의바른 일이 못 될 듯하다.그는 방금 지상에서 구름 위로 빛나는 갈매기들과 똑바로 편대를 지어 올라왔는데, 문득 알고 보니 그 자신의 몸도 다른 두 갈매기들처럼 점차 빛나기 시작하고 있었다. 바로 거기에는 금빛 눈을 반짝이며 열성적으로 살고 있었던 그 젊은 조나단의 모습이 있었다. 하긴 겉모양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지만. 모습은 갈매기의 모양을 하고 있는 듯하지만 나는 방식은 달랐다. 이미 이전의 그보다도 훨씬 훌륭히 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왜 그럴까! 왜 절반쯤밖에 힘을 내지 않는데, 지상에서의 자기 전성시대보다도 배나 빠르고 훨씬 선명하게 날수 있는 것일까!
그의 깃털은 이제 순백으로 빛나기 시작했고, 양쪽 날개는 잘 닦은 은처럼 매끄럽고 완벽했다. 그는 가슴을 두근거리면서 이 새로운 날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어떻게 하면 가속시킬 수 있을까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시속 400킬로미터에 이르자, 그는 이제 자기가 수평 비행의 한계 속도에 접근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440킬로미터쯤에 이르자, 그것이 새로운 자기가 낼 수 있는 최대 속도임을 알고 약간 실망했다. 이 새로운 육체가 해낼 수 있는 스피드에는 역시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옛 수평 비행 때의 최고 기록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해도 여전히 거기에는 한계가 있고, 그것을 돌파하려면 굉장한 노력을 필요로 하는 모양이다.천국에는 한계 따위가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때 갑자기 구름이 갈라지고, 호위역 갈매기가 말했다.
"무사히 착륙하길 빈다, 조나단." 그렇게 말하고, 그들은 공기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는 바다를 건너 톱니 모양의 해안선을 향해 계속 날아갔다. 웬일인지 벼랑 위에서 상승 기류를 타고 날아오르는 갈매기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멀리 떨어진 북쪽 수평선 근처에 약간의 갈매기들이 날고 있을 뿐이다. 기이한 풍경이었다. 뜻하지 않은 생각이 마음을 혼란시키고, 새로운 의문이 끓어올랐다. 왜 갈매기가 이렇게 적을까? 천국에는 갈매기가 군집해 있어야 했는데! 그리고 나는 왜 이처럼 금새 피로할까? 그러나 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가? 땅에서의 생활에 대한 기억은 거의 사라져 가고 있었다. 물론 땅은 그가 많은 것을 배운 곳이지만 세밀한 점은 흐릿했다. 뭔가 먹이를 잡기 위해 싸운 일이라든지, 추방의 괴로움을 맛본 일들도…….
열두 마리의 갈매기가 해안선이 있는 데까지 그를 마중하기 위해 나타났다. 어느 갈매기나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자기가 환영받고 있는 듯하다는 것, 그리고 여기야말로 자기의 진정한 고향이라는 것을 곧 느꼈다. 그것은 실로 굉장한 하루였다. 그날 아침, 언제쯤 해가 떴는지조차도 이미 기억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는 해안에의 착륙 태세로 옮아갔다. 날개를 치며 지상 몇 센티미터 되는 곳에서 정지한 뒤 가볍게 모래 위에 내려앉았다.다른 갈매기들도 이어 착륙했는데, 그들은 단 한 마리도 깃을 치지 않았다.
그들은 흐르듯 수월히 바람을 타고, 빛나는 날개를 펴서 어떤 방법으로 깃의 커브 각도를 바꾸었으며, 발이 땅에 닿는 것과 동시에 정지했다. 실로 훌륭한 컨트롤이었지만, 지금의 조나단은 그걸 시험해 보기에는 이미 너무 피곤했다. 그는 해안의 그 장소에 선 채로 아무 말도 없이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그로부터 며칠 동안 조나단은, 이곳에서는 지금까지 그의 일생에 있었던 것만큼 비행에 관해 배울 것이 많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지금까지의 것과는 달랐다. 여기에는 그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갈매기들이 있었다. 그들 각자에게 있어 생활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가 제일 해보고 싶은 것을 추구하여, 그것을 완성시키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하늘을 나는 일이었다.그들은 모두 참으로 훌륭한 새들이었고 매일같이 비행 연습을 계속하며 더욱 앞선 고등 비행법의 테스트를 되풀이하며 지냈다.
조나단은 오랫동안 자기가 떠나 온 세계의 일을 잊고 있었다. 그곳은 갈매기 떼가 비상(飛翔)의 기쁨에 대해 완고히 눈을 감고, 먹이를 찾아 그것을 서로 빼앗기 위해서만 그 날개를 사용하며 살고 있는 세계이다.그러나 때때로, 순간적이긴 했지만, 그 세계의 일이 마음을 스치는 적도 있었다. 어느 날 아침, 날개를 접은 채 급회전하기 수업을 끝내고, 해변에서 쉬고 있을 때의 일이다.그는 교사 셜리반과 약간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문득 옛일을 생각해 냈다.
"모두들 어디 있어요, 셜리반?" 그는 말없이 물었다. 이미 그는 꽥꽥거리는 갈매기 말 대신 이곳 갈매기들이 사용하는 간단한 마음의 대화법에 익숙해져 있었던 것이다. "왜 여기에는 동료들이 이렇게 적어요? 내가 성장한 곳에는……."
"…….수천수만 마리의 갈매기가 있단 말이지? 알고 있어." 셜리반은 머리를 흔들었다. "그 해답은 말야, 조나단. 너는 아마 백만 마리 중의 하나인 희귀한 새라는 거야. 여기 있는 갈매기들 대부분은 무척 오랜 시간이 걸려 이곳에 왔어. 하나의 세계에서 그것과 거의 똑같은 또 하나의 세계로 천천히 옮겨왔어. 그리고 자신들이 어디에서 왔는지도 금방 잊어버리며, 앞으로 어디로 향해 갈지조차 생각하지 않고, 단지 그 순간의 일만을 생각하며 살아왔어. 인생에는 먹기, 다투기, 또는 권력 싸움 따위 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 있었다고 비로소 깨달을 때까지, 갈매기들은 얼마나 오랜 세월을 지내 와야 했던 것일까. 넌 그걸 알 수 있지? 몇 천 년, 몇 만 년이라는 세월이야! 그리고 또 이 세상에 완전무결이라 할 수 있는 지복의 상태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기 시작하기까지 다시 100년의 세월이 걸리고, 그리고 마침내 우리 생의 목적이 그 완전함을 발견하고 그것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라고 생가하기까지는 또 100년이 필요했던 거야. 물론 똑같은 말을 지금의 우리에게도 할 수 있지. 우리는 여기서 배우고 있는 것을 통해서 다음의 새로운 세계를 선택하는 거야. 만약 여기서 아무것도 안 배우면, 다음 세계도 똑같은 것이 돼. 그것은 즉 극복해야 할 한계, 제거해야 할 납의 중하를 그대로 이끌고 가는 일이야." 그는 날개를 펴서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하지만 존, 너는 말이지……."하고 그는 말했다. "굉장히 많은 것을 한꺼번에 배워 버렸기 때문에 여기 오는 데 몇 천 년이나 걸리지 않아도 되었어." 그들은 곧 또 하늘로 날아올라 훈련을 시작했다. 편대를 지은 채로 분할 회전하는 것은 몹시 어려웠다. 왜냐하면 뒤집혀져 있는 동안 조나단은 상하의 관념을 반대로 생각해야 했기 때문이다.즉 날개를 굽힐 때도 보통과는 반대로 하고, 교사의 움직임에 대응하여 정확히 반대로 움직일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다시 한번 해봐" 셜리반은 몇 번이고 되풀이했다. "다시 한번." 그리고 마침내 말했다. "좋아" 그 다음 그들은 공중 곡예를 연습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저녁때의 일이었다. 야간 비행을 하지 않는 갈매기들은 모래 위에 모여서 사색에 잠겨 있었다. 조나단은 있는 용기를 다해 노선배 갈매기에게 다가갔다. 소문에 의하면, 그는 곧 이곳을 떠나 한층 위의 세계로 옮아가게 될 것이라는, 치앙이라는 이름의 갈매기이다.
"치앙……."하고 그는 약간 두려운 듯한 어조로 말했다. 늙은 갈매기는 다정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뭐지?" 이 노선 배는 나이를 더함에 따라 노쇠하기는커녕 도리어 높은 능력을 더해 가고 있었다. 그는 갈매기 떼 중의 어떤 갈매기보다도 빠르게 날 수 있었고, 다른 갈매기들이 겨우 배우기 시작한 기술을 이미 다 알고 있었다.
"치앙, 여기는 천국이 아니죠, 그렇죠?" 노선 배는 달빛 속에서 미소 지었다. "꽤 알게 된 것 같군, 조나단." "이 생활 다음에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그리고 우리는 어디로 갈까요? 천국이라는 곳이 사실은 아무데도 없는 것 아니에요?"
"맞았어. 조나단, 그런 곳은 없어. 천국이란 장소나 시간이 아니라 완전한 경지를 가르키는 것이니까." 그는 잠시 말이 없다가 물었다. "너는 굉장히 빠르게 날지. 안 그래?" "나는……. 나는 다만 스피드를 좋아해요."
조나단은 대답했다.노선배가 자기를 알아주었다는데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또 자랑스런 기분이기도 했다.
"알겠니. 조나단? 네가 정말 완전한 스피드에 이르렀을 때, 너는 바로 천국에 닿으려 하고 있는 거야. 그리고 완전한 스피드라는 건 시속 수천 킬로미터로 나는 일도, 백만 킬로미터로 나는 일도, 또 빛의 속도는 나는 일도 아니야. 왜냐하면 아무리 숫자가 커져도 거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야. 하지만 완전한 것은 한계가 없지. 완전한 스피드란, 알겠니. 그건 곧 거기에 있다는 거야."
뜻밖에 치앙의 모습이 사라지더니, 별안간 150미터쯤 떨어진 바닷가에 나타났다.섬광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그리고 다시금 그의 모습은 사라져서 아까처럼 1천분의 1초 동안에 조나단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 있었다.
"어때 재미있지?"하고 그는 말했다. 조나단은 현기증을 느꼈다. 천국에 관해 물어 볼 셈이지만 완전히 잊어버렸다. "대체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어요? 그 느낌이 어떠세요? 그 방식으로 얼마나 멀리 날 수 있어요?" "어디에든 언제든 바라는 대로 갈 수가 있어" 노선 배는 말했다. "나는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곳에 그리고 언제라도 갔었지" 그는 바다 저쪽을 바라보았다.
"묘한 일이야. 이동하는 일밖에 염두에 없고, 완전할 걸 경멸하고 있는 갈매기들은 느려서 아무데도 못가. 완전한 것을 구하기 때문에 이동하는 일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자들은 순식간에 어떤 곳이든 가거든. 잘 기억해 두어라, 조나단. 하늘은 어떤 장소 혹은 어떤 시간이 아니야. 시간과 장소란 전혀 의미 없는 것이니까 말야. 하늘은……."
"그렇게 나는 법을 저에게 가르쳐 줄 수 있으신지요?" 조나단 갈매기는 또다른 미지의 것을 정복하고 싶어 몸을 떨었다. "배우고 싶다면 물론 가르쳐 주지." "배우고 싶어요. 언제 시작할 수 있을까요?" "좋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저도 그렇게 나는 법을 배우고 싶어요." 하고 조나단이 말했다. 그의 두눈은 이상하게 빛났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해 주세요." 치앙은 천천히 이야기를 하며 이 젊은 갈매기를 주의 깊게 뜯어 보았다. "생각하는 것처럼 빨리, 어느 곳에나 다 날아갈 수 있기 위해서는 네가 이미 어디엔가 도착해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치앙의 이야기에 의하면 그 비결은 조나단이 자신을 제한된 육체 속에 얽매어 있는 존재로, 일 미터 남짓한 날개 길이와 도면 위에 그려 넣을 수 있는 동작을 하는 제한된 육체 속에 얽매어 있는 존재라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또 진정한 본질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동시에 어느 곳에서나, 기록되지 않은 숫자가 완벽한 것처럼 완벽하게 살고 있음을 깨닫는데 비결은 있었다. 조나단은 매일같이 꼭두새벽부터 자정이 넘도록 맹렬히 그 비결에 열중했다. 그의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그는 선 자리에서 단 한 치도 움직여지지 않았다.
"신념 같은 것은 잊어 버려라!" 치앙은 기회 있을 때마다 그런 말을 했다. "나는 일에는 신념이 필요 없단다. 나는 일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지. 이해하는 것과 나는 것은 같은 것이야. 자 다시 해 봐라……." 그러던 어느 날, 해변에 서서 눈을 감고,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던 조나단은 치앙이 자기에게 들려주던 말의 참듯을 불현듯이 깨달았다.
"아, 그렇지! 나는 한계에 얽매이지 않는 완벽한 존재다!" 그는 대단히 충격적인 환희를 느꼈다. "바로 그거다!"하고 치앙이 기쁜 어조로 말했다. 조나단은 눈을 떴다. 그는 원로 갈매기와 단 둘이 전혀 낯선 해안에 서 있는 것이 아닌가 -- 물가에는 나무들이 늘어서 있었고, 두개의 노란 태양이 머리 위에서 돌아가고 있었다.
"드디어 너는 깨달은 거다, 허나 좀더 노력을 해야 제대로 조정이 될 것이다……."고 치앙이 말했다. 조나단은 깜짝 놀랐다.
"도대체 여기가 어딥니까?" 낯선 주위 광경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으며, 원로 갈매기는 조나단의 질문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우리는 분명히 초록빛 하늘과 태양 역할을 하는 두개의 쌍동이 별이 있는 어느 유성에 와 있는 거다." 조나단은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그것은 그가 지구를 떠난 이래 최초로 낸 소리였다. "되는구나!" "그럼, 언제나 되는 거다, 존." 치앙이 말했다. "네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깨닫고 있을 때는 언제나 되는 것다. 자 이제는 제대로 조정하는 일에 관해서 ……." 그들이 돌아왔을 때는, 날은 이미 저물어 있었다. 다른 갈매기들이 놀라움이 역력한 금빛 눈으로 조나단을 바라 보았다. 왜냐 하면 그들은 그가 그렇게 오랫동안 못박힌 듯이 서 있던 곳에서 (순식간에 어디론가) 없어져 버린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잠시 서서 친구들의 축하를 받은 후 말을 꺼냈다.
"나는 여기 신입생인데! 이제 시작인걸! 너희들에게서 배워야 할 건 오히려 난데!" "아냐, 그렇지 않아, 존." 가까이 서 있던 설리반이 말했다. "내가 지난 만 년 동안 보아 온 어느 갈매기보다도 너는 배우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구나." 갈매기들은 말이 없었고, 조나단은 안절부절 못 하고 어쩔 줄 몰라 했다.
"네가 원한다면 우리는 시간에 관한 문제부터 연구를 시작할 수 있다." 치앙이 말했다. "자네가 과거와 미래를 날 수 있게 될 때까지 말이야. 그리고 나서 자네는 가장 어려운, 가장 힘찬, 가장 재미있는 것을 시작할 수 있게 될 거야. 날아올라서 친절과 사랑의 의미를 알게 되기 시작하는 것이지." 한 달이 지나갔다. 아니 한 달처럼 느껴지는 기간이 지나갔는지도 모른다. 조나단은 놀라운 속도로 배워 나갔다. 그는 언제나 평범한 경험 가운데서 쉽사리 무엇인가를 깨달아 왔는데, 원로 갈매기의 특별 지도를 받게 된 지금 마치 깃털이 달린 유선형의 컴퓨터와도 같이 그는 새로운 생각들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제 치앙이 떠나가야 할 날이 왔다. 그는 그들에게 배우기와 연습하기, 그리고 모든 삶의 보이지 않는 완벽한 원리를 더욱 잘 이해하려는 노력을 결코 중단하지 말라고 당부하면서, 그들 모두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그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안, 그의 깃털은 점덤 더 밝게 빛나 갔고, 그리고 마침내는 어느 갈매기도 바로 볼 수 없을 만큼 눈부시게 빛났다.
"조나단, 끊임없이 사랑을 실천하라." 이것이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 그들이 다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을 때, 치앙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하루하루가 지남에 따라 조나단은 자기가 되에 남기고 떠나온 지구에 관해 거듭거듭 생각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지상에 있을 대 만약 자신이 이곳에서 안 것의 단 십분의 일만이라도, 백분의 일만이라도 알았었다면, 삶이 얼마나 많은 것을 의미할 수 있었겠는가! 그는 모래 위에 서서 생각해 보는 것이었다. 그곳 지상에도 자신의 한계를 깨고 나오기 위해 고군 분투하는 어떤 갈매기가 있을 것이 아닌가. 고깃배가 빵 부스러기를 얻으로 가는 수단 이상의 것에서 비상의 의미를 찾으려고 몸부림치고 있는 어떤 갈매기가 그곳 지구에 있을 것이 아닌가. 어쩌면 그곳에는 갈매기 떼들 앞에서 진실을 말했기 때문에 추방당한 갈매기조차 있을지 모르는 것이었다.
조나단이 친절을 실행하면 실행할수록, 사랑의 본질을 알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그는 지구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더욱더 간절했다. 왜냐하면 조나단 갈매기는 그의 외로왔던 과거에도 불구하고 가르치는 자가 되도록 태어난 몸이었고, 그리고 스스로 진리를 찾을 수 있는 기회만이라도 주어지기를 기원하는 어느 갈매기에게 자기가 발견한 진리의 일부를 나누어 주는 것이야말로 사랑을 실천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생각하는 속도[思念速度]로 나는 비행법에 명수가 되어 다른 갈매기들의 연습을 도와 주고 있는 설리반은 조나단의 그런 생각에 회의적이었다.
"존, 너는 추방당한 자야. 어째서 너는 그 옛날 갈매기들이 이제 새삼스럽게 네 말에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 거냐? '가장 높이 나는 갈매기가 가장 멀리 본다'는 속담도 있지 않아, 그건 사실야. 네가 버리고 떠나 온 갈매기들은 저희들끼리 꽥꽥대고 싸우면서 땅위에 서 있는 거야. 그들은 하늘로 부터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데 -- 그들을 그냥 거기에 세워 두고 그들에게 하늘을 보여 주고 싶다 이말이지! 존, 그들은 자기들 자신의 날깨 끝조차 볼 수 없어! 여기 그냥 남아있어. 새로 오는 갈매기들, 네가 말해야 되는 것을 볼 수 있을 만큼 높이 올라온 갈매기들을 여기에서 도와 줘." 설리반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말했다. "치앙이 '자신의' 옛 세상을 갔었다면 어떻게 되었겠어? 오늘의 네가 있을 법이나 하냐 이 말야?"
마지막 설리반의 이야기는 정곡을 찌른 것이었고, 옳았다. '가장 높이 나는 갈매기가 가장 멀리 본다.'
조나단은 떠나지 않고 남아서 이 세계로 들어오는 새로운 갈매기들과 함께 일을 했는데, 그들은 모두 매우 총명했고 학습에 진척이 빨랐다. 그러나 지상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다시 일어났고, 그곳 지상에도 배울 능력이 있는 한두 마리의 갈매기가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조나단이 추방되던 그날 만약 치앙이 찾아와 주었다면 조나단은 지금 얼마나 더 많은 것을 알고 있겠는가!
"설리(설리반의 애칭), 나 돌아가야겠어." 그는 마침내 말했다. "네가 가르치는 갈매기들은 잘 하고 있어. 그들은 새로 오는 갈매기를 이끌어 가는 데 너에게 많은 도움을 줄 거야." 설리반은 한숨을 쉬었을 뿐 입씨름을 하지는 않았다.
"네가 없어지면 섭섭하게 될 거야, 조나단."라고만 말했다. "설리, 그게 무슨 말이야!" 조나단이 책망하듯 말했다. "바보 같은 소리마! 우리가 매일 연습하려고 하는게 뭐지? 만약 우리의 우정이 시간이니 공간이니 하는 것에 달려 있다면, 우리가 시간과 공간을 극복했을 때는, 스스로의 형제애를 깨쳐 버리게 되다는 건가? 우리가 일단 공간을 극복하면 우리에게 남는 건 '여기'뿐이고, 시간을 극복하면 남는건 '지금'뿐이야. 그러니까 '여기'와 '지금'의 한가운데서 우리는 서로를 한두 번쯤은 만나게 되지 않겠어?"
갈매기 설리반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웃음이 나왔다.
"야, 이 돌아 버린 친구야." 그는 부드럽게 말했다. "땅 위에 있는 갈매기에게 천 마일 밖을 보여 줄 수 있는 자가 있다면 그건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 정도밖엔 없겠지!" 그는 모래를 바라보았다. "나의 친구 존, 잘가"
"잘있어, 설리. 우린 다시 만나게 될 거야." 이런 말을 하면서 조나단은 지난 날의 해변에 있던 굉장한 갈매기 떼의 모습을 생각 속에 그려 보았다. 그리고 자신은 뼈와 깃털만 앙상한 존재가 아니라, 무엇에 의해서도 제한 받지 않는 비상과 자유의 완전한 이념 자체임을 늘 그렇듯이 자연스럽게 깨닫고 있었다. 갈매기 플레처 린드는 아직 나이가 매우 어리긴 했어도 이미 깨닫고 있었다. 어느 갈매기 떼에서도 그토록 가혹한, 그토록 부당한 처사를 당한 갈매기는 일찌기 없었다는 것을…….
"그들이 무슨 말을 해도 상관 없어." 그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리고 먼 벼랑을 향해 날아갈 때 그는 눈물이 글썽거려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나는 일에는 이곳에서 저곳으로 날개를 치며 그냥 돌아다니는 것 이상의 것이 있는걸! 그러니까……, 그러니까……,'모기'도 그런 건 할 수 있지! 그냥 장난삼아 우두머리 갈매기 주위로 한 바퀴 짧게 횡전(橫轉)했을 뿐인데, 그래서 추방당해야 되다니! 눈들이 멀었단 말인가? 보이지도 않는 모양이지? 나는 법을 진정으로 배웠을 때 오게될 그 영광 같은 건 생각조차 못하는 모양이지?"
"그들이야 무슨 생각을 하든 상관없어. 나는 나는게 무엇인지를 그들에게 보여 줄 테야. 그들이 원하는게 그거라면 난 철저히 법을 어기는 자가 될 테야. 그래서 그들이 몹시 후회하도록 해 줄 테야……." (이때) 그의 머리 속으로 다음과 같은 목소리가 흘러 들어왔다. 그 소리는 아주 부드러웠지만 그는 하도 놀라서 공중에서 멈칫하고 비틀거렸다.
"플레처 갈매기야, 그들에게 너무 가혹해서야 쓰나. 너는 쫓아 냄으로써 그들은 그들 자신을 해쳤을 뿐이야, 그리고 어느 날엔가 그들이 그것을 알 날이 있을 게고, 네가 본 것을 그들도 보게 될 때가 있을 거야. 그들을 용서하고, 그리고 그들이 이해하도록 도와 주어라." 그의 오른쪽 날깨 끝에서 한 치쯤 떨어져서 이 세상에서 가장 찬란한 흰빛의 갈매기가, 깃털 하나 까딱치 않으며, 조금도 힘들이지 않고, 플래처의 최고 속도에 가까운 빠르기로 미끄러지듯 날고 있었다.
이 나이 어린 갈매기는 잠시 정신이 혼란되었다.
"이게 무슨 일일까? 내가 돌았나? 저승에라도 왔단 말인가? 무슨 일인가?" 조용하고 나즈막한, 아까의 그 목소리가 그의 마음속으로 들려 왔다. 대답을 요구하고 있었다.
"갈매기 플레처 린드야, 너는 정말 날기를 원하느냐?" "네, 날고 싶어요." "갈매기 플레처 린드야, 갈매기 떼들을 용서할 수 있을 만큼, 그래서 날기를 배운 뒤에 어느 날엔가 그들에게로 돌아가서 그들이 깨닫도록 도와 줄 수 있을 만큼 그렇게 간절히 배우기를 원하느냐?"
플레처 갈매기가 얼마나 자랑스러움을 느꼈든 혹은 얼마나 가분이 상했든, 여하튼 이 절묘한 기술을 가진 갈매기가 거짓말을 할 리는 만무였다.
"정말 배우고 싶어요." 그는 부드럽게 말했다. "그렇다면 플레처야." 그 빛나는 갈매기가 말했다. 그 목소리는 아주 상냥했다. "수평 비행부터 시작하자……."
제 3 부
<먼 벼랑>위 하늘에서, 조나단은 그를 지켜보면서, 천천히 선회하고 있었다. 이 거친 어린 플레처 갈매기는 비행법을 배우기에 안성마춤이었다. 그는 힘이 있으면서 몸이 가볍고, 그리고 허공중에서 동작이 잽쌌다. 그러나 이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그가 배움에 대해 타는 듯한 의욕을 품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가 지금 이 순간 급강하하여 윤곽이 흐릿한 회색의 물체처럼 윙윙 소리를 내며 시속 백 사십 킬로미터로 스승을 스치듯 지나 번개같이 날아 내려왔다. 그는 갑자기 16개 방위점 수직 저속 횡전(橫轉)을 다시 해 보았다. 한 바퀴 한 바퀴 크게 헤아려 보며,
플레처가 최고 속도에서 딱 멈추는 일은 자신의 실패에 대한 울화와 분통으로 더욱 잘 안되었다. 그는 뒤로 넘어지며 딩굴었고, 거꾸로 사정없이 뱅글뱅글 돌면서 떨어졌다. 그러다가 스승보다 삼십 미터 가량 밑으로 떨어진 곳에서 겨우 몸의 균형을 되찾고 숨을 할딱이고 있었다.
"선생님은 저 때문에 시간만 낭비하고 계시네요. 조나단! 저는 너무 머리가 멍청하고, 바보인 모양이에요! 해 보고 또 해 봐도 안 되네요!" 갈매기 조나단은 그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억지로 급하게 상승하려고 하는 한 절대로 되지 않을 거야. 플레처, 너는 방향을 바꾸는 순간에 이미 시속 육십 킬로미터나 되는 속력을 잃었다. 부드럽게 '해야'돼! 확고 부동하게, 그러나 부드럽게, 알았어?" 삼 개월이 지날 때쯤에는 조나단은 여섯 명의 또 다른 제자들을 거느리게 되었는데, 그들은 모두 추방당한 갈매기들로서, 나는 기쁨을 위해 난다는, 이 새롭고 희한한 생각에 호기심들이 대단했다.하지만, 그들에게는 고도의 비행 기술을 연습하는 일이, 왜 연습을 해야 하는가 하는 이유를 이해하는 일보다 오히려 더 쉬웠다.
"우리들 각자는 실제로 위대한 갈매기의 이념, 즉 무한한 자유의 이념 그 자체란다." 모래톱 위에서 조나단은 저녁마다 이런 이야길 하곤 했다.
"그리고 정확한 비행은 우리의 진정한 본질을 표현키 위해 내딛는 한 걸음인 것이다. 우리는 우리를 제한하는 모든 것을 물리쳐야 하는 거다. 그래서 우리는 이러한 고속 비행, 저속 비행, 공중 곡에 따위를 하고 있는 거란다……." 그러나 제자들은 그 날의 비행으로 기진 맥진하여 꾸벅꾸벅 졸기가 일쑤였다. 그들은 연습하기를 좋아했다. 연습은 재빠르고 신나는 일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것을 배울 때마다 더욱 커지는 배움에 대한 갈망을 채워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들 가운데 아무도, 플레처 린드마저도, 생각의 속도를 난다는 것이 과연 바람과 깃털로 나는 것처럼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라고는 믿지를 못했다.
"너희들의 몸 전체는, 이 날개 끝에서 저 날개 끝까지……." 또 다른 때 조나단은 말하곤 했다.
"모두 너희들의 생각 그 자체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즉 생각이 눈에 보이는 형체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 생각의 사슬을 끊어 버리면, 너희들은 육체의 사슬도 또한 끊어 버리는 셈이지……." 그러나 그가 어떤 식으로 설명하든, 그들에게 그것은 재미있는 소설 이야기처럼 들렸고, 그래서 그들은 더욱 잠이 왔다. 한 달쯤이 지났을까 했을 때, 조나단은 갈매기 떼에게로 돌아갈 때가 왔다고 말했다.
"우리는 아직 각오가 돼 있지 않아요!"하고 갈매기 헨리 칼빈이 말했다. "우리는 환영받지 못해요! 우리는 추방당한 갈매긴 걸요! 환영받지도 못할 곳에 억지로 갈 수는 없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우리에겐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있는 자유와 우리들 자신이 우리들일 자유가 있는 거란다." 조나단이 대답했다. 그리고 그는 모래톱으로부터 날아올라 갈매기 떼의 본거지가 있는 동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그의 제자들은 잠시 고뇌에 사로잡혔다. 왜냐하면, 갈매기 떼의 법에 의하면 추방당한 자는 결코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었고, 그 법은 수만 년 동안 한 번도 어겨진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법은 가지 말 것을 요구했고, 조나단은 가자고 했다. 그리고 벌써 조나단은 저 앞 바다까지 날아가고 있었다. 만약 그들이 더 이상 지체한다면, 조나단은 적의에 찬 갈매기 떼속으로 혼자 가게 될 것이었다.
"하기야, 우리 자신이 갈매기 떼에 속해 있는 게 아니니까 그 법을 지킬 필요가 없는 것 아니겠어, 그렇지 않아?" 플레처가 열적어하면서 말했다.
"더군다나, 싸움이라도 난다면 여기 있는 것보다 거기에 있는 게 더 도움이 될 것 아니겠어." 그렇게 해서 그들은 그 날 아침, 날개 끝과 날깨 끝이 거의 겹친 상태로, 여덟이서 두 개의 다이아몬드 대형으로 편대를 지어서 동쪽으로 날아갔다. 그들은 시속 이백 이십 킬로미터의 속도로 갈매기 떼가 회의장으로 쓰는 해변에 이르렀다. 조나단이 앞장이었고, 그 오른쪽에는 플레처가 부드럽게 날고 있었고, 왼쪽에는 헨리 칼빈이 사기 충천하여 따르고 있었다. 그 전체 편대가 마치 한 마리의 새처럼 천천히 오른쪽으로 횡전했고……, 다시 수평으로……, 거꾸로……, 다시 수평으로 비행했다. 바람은 그들 모두의 위로 채찍질이나 하듯 불어 오고 있었다.
이 갈매기 편대는 마치 거대한 한 자루의 칼이기라도 되는 듯, 갈매기 떼의 매일매일의 생활에서 들리는 깩깩끽끽하는 소리들을 한칼에 베어 침묵시키는 듯했다. 팔 천 마리의 갈매기 눈들이 깜빡도 하지 않고 주시해 보고 있었다. 이들 여덟 마리의 갈매기는 한 마리씩 한 마리씩 날쌔게 공중으로 솟아올라 크게 한 바퀴 원을 그리며 천천히 날아 내려오다가 속력을 딱 죽이고 모래 위에 사뿐이 내려 앉았다.
그리고 마치 이런 일은 매일 하는 일상사이기라도 하다는 듯, 조나단은 그 비행에 대한 평을 하기 시작했다.
"우선,"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너희들은 함께 모이는 과정에서 모두 다 조금씩 늦었다." 저것들은 추방당한 갈매기들이 아닌가! 그런데 돌아왔단 말이지! 그럴 수가……, 그러수가! 하는 생각이 갈매기 떼의 머리 속으로 번개같이 스치고 지나갔다. 싸움이 있으리라던 플레처의 예상은 갈매기 떼속에서 일어난 혼란에 휩싸여서 녹아 없어졌다.
"그래, 틀림없어, 저들은 추방당한 자들야." 몇몇 어린 갈매기들이 말했다. "하지만, 이봐, 저들은 어디서 저렇게 나는 것을 배웠을까?" 우두머리 갈매기의 말이 갈매기 떼에서 완전히 전달되기까지는 거의 한 시간이나 걸렸다. 그들은 못 본 체 무시해 버려라. 추방된 자에게 말을 거는 갈매기는 그 자신이 이미 추방당한 줄 알아라. 추방된 자를 자세히 관찰하는 갈매기는 갈매기 떼의 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그 순간부터 그들은 조나단에게 회색 깃털의 등들을 돌려 버렸다. 그러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는 갈매기 떼의 회의장인 해변 바로 상공에서 비행연습을 행하고, 처음으로 제자들에게 능력을 다하도록 다그치기 시작했다.
"마아틴 갈매기!" 그가 하늘이 쩡쩡 울리도록 외쳤다.
"저속 비행을 할 줄 안댔지. 실제로 증명해 봐라! 날아 봐!" 그래서 얌전하고 작은 갈매기 마아틴 윌리암은 선생의 불같은 정열에 질겁한 나머지 저속 비행의 명수가 되었다. 가장 희미한 바람결 속에서도 그는 날개를 한번도 치지 않고 깃털을 구부려 모래 사장에서 구름 위로 솟아올라갔다가 다시 아래로 내려왔다. 마찬가지로 갈매기 찰즈 롤린드는 큰 산맥 바람이 불어가는 칠천 미터 상공까지 날아올랐다가, 희박하고 차가운 대기로부터 새파랗게 얼어서 내려왔지만, 놀랍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해서 내일은 더 높이 올라가겠다고 결심하는 것이었다.
어느 누구보다 공중 곡예를 좋아하는 플레처는 16개 방위점 수직 저속 횡전을 드디어 해냈고, 다음날은 그것을 해 내고서 옆으로 세 바퀴 재주를 넘어 마지막을 장식했는데, 그의 깃털에 반사된 새하얀 햇살이 많은 갈매기들의 눈이 그것을 몰래 훔쳐 보고 있는 해변에 번쩍번쩍 빛났다. 조나단은 언제나 각 제자들의 옆을 날면서 시범을 보여 주고, 충고를 하고, 다그치고, 지도를 했다. 그는 재미삼아 폭풍우와 구름과 밤의 어둠을 뚫고 제자들과 함께 날았다. 그럴 때 갈매기 떼는 땅 위에서 비참하게 이리 몰리고 저리 몰리며 복닥대고 있었다.
비행이 끝나면 제자들은 모래톱에서 쉬었고, 또 때가 되면 조나단에게 더욱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 그는 그들이 이해할 수 없는 어떤 유별난 생각을 가졌는가 하면,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훌륭한 생각도 갖고 있었다. 점차 밤이면, 제자들이 둥그렇게 둘러앉은 주위로 또한 겹의 원을 그리며 갈매기들이 둥그렇게 모여들었다. 이들은 어둠 속에서 몇 시간이고 귀를 기울이고 있는 호기심 많은 갈매기들이었는데, 서로 보려고도 하지 않고 남의 눈에 띄고 싶지도 않아서 날이 밝기 전에 모두 사라져 버리는 것이었다. 갈매기 떼에서 한 마리의 갈매기가 이탈하여 나와 비행법을 가르쳐 달라고 요청한 것은 그들이 돌아온 지 한 달쯤 지난 뒤의 일이었다.
그렇게 요청함으로써 갈매기 테렌스 로웰은 추방된 자라는 낙인이 찍힌 저주받은 새가 되었고, 그리고 조나단의 여덟번째 제자가 되었다. 그 다음 날 밤 갈매기 커크 메이나아드가 왼쪽 날개를 질질 끌며 모래톱을 비틀비틀 가로질러와서 조나단의 발아래 쓰러졌다.
"도와주세요." 그는 다 죽어 가는 자의 목소리로 아주 조용히 말했다. "이 세상에서 다른 무엇보다도 날고 싶어요……." "그러면 따라 오너라." 하고 조나단이 말했다. "나와 함께 공중으로 올라가서 시작해 보자." "이해하지 못하시는 군요. 제 날개를 좀 보세요. 날개를 움직일 수 없어요." "메이나아드 갈매기야. 너는 지금 여기서 네 자신이 될, 너의 진정한 자신이 될 자유가 있다. 아무것도 너를 방해할 수는 없다. 그것이 위대한 갈매기의 법칙이고 실재하는 유일한 법칙이야."
"제가 날 수 있다는 말씀입니까?" "너는 자유롭다는 말이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재빨리 갈매기 커크 메이나아드는 힘들이지 않고, 그의 두 날개를 펼치고, 그리고 어두운 밤하늘로 날아올랐다. 그가 백 오십 미터 상공에서 마음껏 소리내여 외치는 바람에 갈매기 떼가 잠에서 깨었다. -- "나는 날 수 있다! 자 들어 보시오! 나는 날 수 있다!" 해가 뜰 무렵에는 천 마리 가까운 새들이 조나단의 제자들 둘레에 모여들어서 호기심에 찬 눈으로 메이나아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남들이 보든지 말든지 상관치 않았고 조나단 갈매기의 말을 이해하려고 애쓰면서 귀를 기울였다. 그는 매우 간단한 것들에 대해 -- 갈매기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것, 갈매기의 본질은 바로 자유라는 것, 갈매기의 본질은 바로 자유라는 것, 그 자유를 방해하는 것은 그것이 어떠한 형태의 의식(儀式)이든 미신이든 제약이든, 여하튼 물리쳐 버려야 한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물리쳐 버려야 된다구요?" 군중 속에서 누군가가 외쳤다. "그것이 갈매기 떼의 법률일 경우에도 말입니까?" "자유로 이끌어 가는 법만이 참된 법이다. 그 밖에 다른 법이란 없다."고 조나단이 말했다. "당신은 어떻게 우리들이 당신처럼 날 수 있다고 기대하십니까? 당신은 다른 새들보다 뛰어난, 특별하고 재주있고 그리고 신성한 새입니다."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플레처를 보아라! 로웰을! 찰즈 롤런드를! 쥬디리를! 그들 역시 특별하고 재주 있고 신성하단 말이냐? 너희들보다 뛰어난 것이 없고, 나보다 뛰어난 것도 없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은 그들 자신의 진정한 본질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기 시작했다는 것뿐이다." 플레처만을 제외하고 그의 제자들은 불안하게 몸을 뒤척혔다. 그들은 자기들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깨닫지를 못하고 있었다. 질문하러 오는 새들, 숭배해 오는 새들, 경멸하러 오는 새들 등으로 매일같이 군중은 늘어 갔다.
어느 날 아침, 고등 고속 비행 훈련을 마친 뒤 플레처가 조나단에게 말했다. "갈매기들이 그러는데, 당신은 위대한 갈매기 그분의 아들이거나, 아니면 당신의 시대보다 천 년이나 앞선 갈매기라는 거예요." 조나단은 한숨을 쉬었다. 오해로 얻은 이름이구나 하고 그는 생각했다. 그들은 나를 악마 아니면 신이라고 부르는구나.
"네 생각은 어떠냐, 플레처? 우리들이 우리의 시대보다 앞서 있는 것이냐?" 한 동안 대답이 없었다. "글쎄요, 이런 식의 비행법은 언제나 여기에 있어 왔고 그것을 발견하려고 원하는 자는 누구나 배울 수 있는 것이지요. 그것은 시간과는 관계없는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유행에 앞서 있는지 모르지요. 대부분의 갈매기가 나는 식보다 앞선 식으로 날고 있다고나 할까요."
"그거 근사한 이야기군." 잠시 몸을 뒤집은 자세로 날기 위해 회전하면서 조나단이 말했다. "시대에 앞선다는 말보다 훨씬 듣기 좋은데."
그 후 꼭 일 주일 뒤에, 다음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플레처가 한 학급의 새 제자들에게 고속 비행의 요령등을 시범으로 보여 주고 있었다. 그는 이천 미터 상공으로부터 급강하하여 지상에서 불과 몇 치 안되는 지점에서 방향을 틀어 회색의 긴 줄을 긋듯 총알처럼 수평으로 날고 있었다. 이때 처음 날아보는 어린 갈매기 한 마리가 어미새를 부르면서 플레처의 정면으로 곧장 날아왔다. 이 어린 갈매기를 피하기 위하여 플레처는 시속 삼백 이십 킬로미터 정도의 속도로 날다가 순간적으로 왼쪽을 홱 방향을 틀어, 단단한 화강암 절벽에 꼰아 박았다.
그에게 그 바위는 마치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딱딱하고 거대한 하나의 문처럼 느껴졌다. 그가 충돌하는 순간에, 두려움과 충격과 암흑이 왈칵 밀어닥쳤고, 그리고 그는 기억이 가물가물한 가운데, 두렵고 슬프고 안타까운, 말할 수 없이 안타까운 가운데 어딘가 낯선 세계에서 둥둥 떠 가고 있었다. 이윽고 어떤 목소리가 들려 왔다. 그것은 그가 처음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을 만났던 날 들은 그 목소리였다.
"플레처, 우리가 참을성 있게 순서에 따라 우리의 한계들을 넘어서려고 노력하는 거기에 비결은 있는 것이다. 우리의 계획에서 바위를 뚫고 지나 나는 일은 얼마뒤에 할 과정이다."
"조나단이구나!" "위대한 갈매기의 아들로도 알려진 몸이지." 그의 스승(조나단)이 무표정하게 말했다. "여기서 무엇을 하고 계시는 거죠? 그 절벽! 나는 죽지……, 죽지 않았던가요?" "아, 플레처, 진정하고, 생각해 봐라. 지금 네가 내게말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 너는 분명히 죽은 게 아니지, 그렇지? 네가 우연히도 해 낸 일은 너의 의식 수준을 뜻밖에 느닷없이 바꾼 것이었어. 여기에 머물면서 이 수준의 것을 계속 배우든지--그런데 그것을 앞서 네가 하던 것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이야. 아니면 다시 돌아가서 갈매기 떼와 함께 일하든, 이제 선택은 네게 달려 있는 거야. 우두머리 갈매기들은 일종의 파국이 있었으면 하고 바라 왔는데, 네가 그렇게도 그들의 마음을 잘 알아 준데 대해 그들은 놀랐을 거야."
"물론 저는 갈매기 떼에게로 돌아가기를 원합니다. 새로운 갈매기들과 이제 막 시작하려던 참이었던 걸요!" "좋다, 플레처. 우리의 육체란 생각 자체에 지나지 않는다던 우리들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겠지……?"
플레처는 모든 갈매기 떼가 절벽 아래서 그를 에워싸고 둥그렇게 둘러서서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머리를 흔들어 보고 두 날개를 펴 보고, 그리고 눈을 떳다. 그가 처음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몰려왔던 갈매기들 사이에서는 끽끽 꽥꽥 야단 법석이 났다.
"그가 살아났다! 죽었던 그가 살아났다!" "한쪽 날개 끝으로 그를 건드리더니! 그를 살려 냈어! 그 위대한 갈매기의 아들이 말야!" "그런데 참! 그는 자기가 위대한 갈매기의 아들임을 부인했지? 그는 악마야 악마! 갈매기 떼를 분열시키러 왔어!"
사천여 마리의 갈매기들이 모여서, 지금 일어난 일에 놀랐고, 그리고 악마라고 외치는 소리가 바다의 폭풍처럼 그들을 뚫고 지나갔다. 눈들이 초점을 잃은 채 빛났고, 부리들을 날카롭게 곤두세우고 조나단과 플레처를 죽여 버리기 위해 바싹 다가섰다.
"이곳을 떠나면 기분이 좀 좋아질 것 같은가, 플레처?" "뭐 떠나도 괜찮겠죠……." 눈깜짝할 사이에 그들은 둘이서 일 킬로쯤 떨어진 곳에 와 있었다. 갈매기 떼의 번득이는 부리들은 빈 하늘만 쪼았을 뿐이었다.
"어째서 그럴까?" 조나단은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한 마리 새에게 너는 자유롭다, 조금만 시간을 들여 연습하면 스스로 그것을 증명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기가 왜 그다지도 힘들단 말인가? 그것이 어째서 그렇게 어려운 일이란 말인가?" 주위의 풍경이 갑자기 바뀐 것에 대해 플레처는 여전히 눈을 깜박이며 어리둥절해 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신 거죠? 어떻게 해서 여기에 왔습니까?" "갈매기 떼에게서 벗어나고 싶다고 말하지 않았었느냐, 그랬었지?" "그랬었지요! 하지만 어떻게 이렇게……."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야, 플레처. 연습을 해." 아침이 되었을 때 갈매기 떼는 이미 전날의 광기를 까맣게 잊고 있었으나, 플레처는 그렇지 않았다.
"조나단, 오래 전에 당신이 한 말, 갈매기 떼에게로 돌아가서 그들이 배우는 것을 도와 줄 수 있을 만큼 그들을 사랑하느냐던 당신의 말, 그것을 아직 기억하고 계시는지요?"
"물론이지!" "당신을 죽이려 했던 바로 그 갈매기의 무리를 어떻게 사랑할 수 있게 되었는지 저는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아, 플레처, 그들을 사랑한다는 말이 아니야! 말할 나위도 없이 미움과 악을 사랑할 수는 없는 거야. 진정한 갈매기를, 모든 갈매기들 속에 깃들어 있는 착함을 연습을 통해 볼 수 있어야 하고, 그리고 그들로 하여금 그들 자신 속에 있는 그것을 볼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하는거야. 그것이 내가 말하는 사랑의 의미지. 그것의 비결을 터득했을 때는 기분이 좋은 거야."
"예를 들어서, 나는 거센 어린 갈매기를 기억하고 있지. 이름은 갈매기 플레처 린드. 막 추방당해서, 먼 벼랑 위에 자신의 절망적인 지옥을 마련하면서, 갈매기 떼와 죽기를 각오하고 싸울 참이었었지. 그런데 오늘 그는 여기에서 지옥이 아니라 천국을 꾸미며, 전체 갈매기 떼를 그리고 이끌어 가고 있는 거야."
플레처는 스승에게로 몸을 돌렸다. 그의 눈에는 잠시 놀란 기색이 어렸다. "'제가' 이끌어 가고 있다고요? 당신이 스승인데, 떠나셔서는 안 됩니다!"
"안 될까? 빛을 향해 가고 있는 이곳의 갈매기 떼보다 더욱더 하나의 스승을 필요로 하는 다른 갈매기 떼들이, 다른 많은 플레처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안 들어?"
"'제가' 어떻게요? 존, 저는 한 마리의 평범한 갈매기인데, 하지만 당신은……." "위대한 갈매기의 독생자라 이 말이지?" 조나단은 한숨을 쉬고 바다를 내다보았다. "너에겐 이제 더 이상 내가 필요 없어. 너는 매일매일 조금씩 더, 네 자신을, 무한한 플레처 갈매기를 발견해나가기만 하면 되는거야. 무한한 플레처 그가 너의 스승이야. 그를 이해하고 그를 본받아 훈련하면 돼." 잠시 후에 조나단의 몸은 대가 중에서 가물가물 반짝이며, 아른아른하는가 싶더니,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그들이 나에 관한 가당찮은 소문을 퍼뜨리거나, 나를 신(神)으로 만들게 하지 말아. 알았지, 플레처! 나는 한 마리의 갈매기야. 나는 날기를 좋아하고, 어쩌면……." "조나단!" "가련한 플레처! 너의 눈이 네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믿지 말아라. 네 눈이 보여 주고 있는 모든 것은 한계뿐이야. 너의 이해력으로 보고, 네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찾아내라. 그러면 나는 법을 알게 될 거다." 아른거리는 모습이 없어졌다. 갈매기 조나단은 허공으로 사라져 버리고 없었다. 얼마 후 갈매기 플레처는 (무거운) 몸을 이끌며 하늘로 솟아올라 아주 새로운 한 무리의 제자들을 만났다. 모두 다 첫 수업에 열심이었다.
"우선……,"엄숙하게 말했다. "너희들은 갈매기란 무한한 자유의 이념이라는 것, 위대한 갈매기의 한 영상(影像)이라는 것, 그리고 너희들의 몸 전체는 날개 끝에서 날개 끝까지, 바로 너희들의 생각 자체라는 것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젊은 갈매기들은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야, 뭐 이래. 공중에서 재주넘는 법칙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잖아, 하고 그들은 생각했다. 플레처는 한숨을 쉬고 위로 날아올라갔다.
"흠, 에…… 좋다."고 말하면서 그는 그들을 눈여겨 뜯어보았다. "수평 비행부터 시작하자." 그렇게 말하는 순간, 그는 조나단이 정말로 자기와 다름없이 신성할 것이 없는 새였다는 것을 불현듯 깨달았던 것이다. 무한하다고 했지, 조나단? 그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내가 희박한 대기를 넘어가서 '당신의' 해변에 모습을 나타내고, 그리고 당신에게 비행법에 관한 새로운 한두 가지 사실을 보여 줄 시간도 멀지 않았지!
플레처는 자기 제자들에게 엄격한 스승으로 보이려고 애를 썼으나, 그는 불현듯, 한순간이나마 제자들 모두의 참모습을 발견했고, 그들의 참모습에 호의 정도가 아니라 사랑조차 느꼈다. 한계가 없다고 했지요, 조나단? 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미소를 지었다. 배움을 향한 그의 줄달음이 이미 시작된 것이었다.
……. 아침이었다. 그리고 싱싱한 태양이 조용한 바다에 금빛으로 번쩍였다. 기슭에서 약간 떨어진 앞 바다에서는 한 척의 어선이 고기를 모으기 위한 미끼를 바다에 뿌리기 시작한다. 그러자 그것을 옆에서 가로채려는 (조반모임)의 알림이 하늘의 갈매기 떼 사이에 재빨리 퍼지며, 이윽고 몰려온 수많은 갈매기 떼가 이리저리 날며 서로 다투어 먹이 조각을 쪼아 먹는다. 오늘도 또 이리하여 살기 위한 부산한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소란을 외면하고,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은 혼자 어선에서도 기슭에서도 멀리 떨어져 연습에 열중하고 있었다.
공중 약 30미터의 높이에서 그는 물갈퀴 달린 두 발을 아래로 내린다. 그리고 부리를 쳐들고 양쪽 날개를 비틀듯이 구부린 괴롭고 힘든 자세를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날개의 커브가 급하면 급할수록 저속으로 날 수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제 그는 볼을 애무하는 바람 소리가 속삭이듯이 낮아지고, 발밑에서 바다가 잔잔하게 누워 있는 듯이 보이는 극한점까지 스피드를 줄여 간다. 극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느라고 눈을 가늘게 뜨고, 숨을 모으고, 억지로 ……. 이제 ……. 더 ……. 몇 미터만 …….
날개의 커브를 더하려 한다. 그 순간, 깃털이 곤두서며 그는 중심을 잃고 떨어졌다. 말할 것도 없는 일이지만, 대체로 갈매기라는 놈은 공중에서 비틀거리거나 중심을 잃고 속도를 늦추는 법이 없다. 비행 중에 비틀거린다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 체면을 깎는 일 일뿐만 아니라 수치스러운 일이며 불명예이다. 그러나 조나단은 부끄러워하지 않고 날아오르더니 다시금 날개가 떨릴 만큼 급한 커브를 유지하며, 천천히 속도를 낮춰 가는 것이었다.
천천히, 천천히, 더욱 천천히……. 그리하여 그는 또 다시 중심을 잃고 바다에 떨어졌다.
아무래도 조나단은 보통 새가 아니었다. 대부분의 갈매기들은 난다는 행위를 지극히 간단하게 생각하여, 그 이상의 것을 굳이 배우려 하지 않았다. 즉 어떻게 해서 기슭에서 먹이가 있는데 까지 날아가 또 돌아오는가, 그것만 알면 충분한 것이다. 모든 갈매기들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나는 일이 아니라 먹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 별난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먹는 일보다도 나는 일 그 자체였다. 그 밖의 어떤 일보다도 그는 나는 일을 좋아했다. 그런 종류의 생각을 하고 있으면 동료들이 묘한 눈으로 보리라는 것을 그도 알고 있었다. 아무튼 그의 부모들조차도 그가 매일같이 혼자서 아침부터 밤까지 수백 번이나 저공 활공을 되풀이하여 시도하는 것을 보고는 당황하고 있었다. 예컨대 해면으로부터의 높이가 자기 날개 길이의 절반 이하라는 초 저공에서 날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면 왠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높은 데를 날 때보다도 힘이 덜 들고, 공중에 머무는 시간도 길어지는 것이다. 또한, 그가 활공을 끝내고 착수할 때에는 두 발로 물을 차 물보라를 일으키는 보통 방식이 아니라, 두 발을 몸통에 찰싹 유선형으로 달라붙게 하여 수면에 닿기 때문에, 해면에는 길고 예쁜 항적이 남는 것이었다. 그가 발을 쳐든 채로 해변에 몸통 착륙을 하여, 모래 위에 생긴 자기의 활강 자국을 보측(步測)하는 듯한 흉내까지 냈을 때는 그의 부모들도 당황해 했다.
"왜 그러니, 존, 대체 왜 그래?" 어머니는 아들에게 물었다. "왜 너는 다른 갈매기 떼들처럼 행동하지 못하니?" 저공비행 따위는 펠리컨이나 신천옹(거위보다 살쪘으며, 무인도 등에 서식함)에게 맡겨 두면 되잖니? 그리고 왜 너는 먹지 않니? 바짝 말라 뼈와 깃털뿐이잖아!"
"뼈와 깃털뿐이라도 괜찮아요, 엄마. 나는 내가 공중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를 알고 싶을 뿐이에요. 단지 그것 뿐이에요." "이봐라, 조나단"하고 타이르는 듯한 어조로 아버지가 말했다. "머지않아 겨울이 닥쳐온다. 그렇게 되면 어선도 적어질 것이고, 얕은 데 있는 고기도 점점 깊이 헤엄쳐 들어갈 것이다. 만약 네가 연구해야 한다면 먹이를 연구하고, 그것을 어떻게 얻는지를 연구해라. 물론 너의 그 비행술인가 하는 것도 좋지만, 그러나 너도 알다시피 공중활주를 먹고 살 수는 없지 않니? 안 그래? 우리가 나는 이유는 먹기 위해서라는 걸 잊지 말아라. 알겠지?"
조나단은 유순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후 며칠 동안 그는 다른 갈매기들처럼 행동해 보려고 이를 썼다. 정말 그는 해본 것이다. 선창가와 어선 주위를 다른 갈매기 떼와 함께 꽥꽥 소리 지르고 다투면서 맴돌고 빵 조각과 고기 조각을 향해 급강하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그에게는 역시 무리한 짓이었다.
"이런 일이 대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하고, 그는 생각하면서 애써 잡은 안초비(멸치의 일종)를 뒤쫓아 오는 배고픈 늙은 갈매기에게 휙 떨어뜨려 주었다. 하려고만 들면 이런 일을 하고 있는 동안에 나는 연구를 얼마든지 할 수 있을 텐데. 배울 건 그야말로 산더미처럼 많지 않은가! 조나단은 다시금 갈매기 떼를 떠났다. 혼자서 바다 멀리 나가 굶주리면서도 행복한 마음으로 연습을 다시 시작했다. 당면한 과제는 스피드였다. 1주일 남짓한 연습으로 그는 세계에서 제일 빠른 갈매기보다도 스피드에 관해서 더 많은 것을 배웠다.
그는 300미터의 높이에서 힘을 다해 격렬히 날개 치면서 파도를 향해 맹렬한 급강하를 했다.그 결과 어째서 보통 갈매기들이 강렬한 가속 급강하를 못하는가 하는 이유를 알았다.그것을 하면 불과 6초 후에는 시속 110킬로미터를 날아 버리고, 그 스피드로는 날개를 위로 치켜올리자마자 안정을 잃게 되는 것이다.몇 번이고 같은 사태가 발생했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능력의 한계를 다하려 하기 때문에, 고속도에 있어 컨트롤을 잃게 되는 것이다. 우선 300미터까지 올라간다. 그리고 처음에는 전력을 다해 수평으로 직진하고, 날개를 치면서 수직 급강하로 옮아간다. 그러면 반드시 왼쪽 날개를 위로 쳐올리려는 데서 움직이지 않게 되고 왼쪽으로 기우뚱하며 흔들린다. 그래서 오른쪽 날개도 위로 치켜올려 균형을 잡으려 하면, 번개처럼 일순 격렬히 요동하며 오른쪽으로 나선 상태가 되어 낙하하는 것이다.그는 더 이상 신중히 할 수 없을 만큼 신중하게 양쪽 날개를 쳐 올려 보았다. 그러나 열 번 시도하여 열 번 다 시속 110킬로미터를 넘어선 순간, 회전하는 깃털 덩어리가 되어 컨트롤을 잃고 수면에 거꾸로 처박혀 버렸다.
"이 문제를 푸는 열쇠는……."하고 그는 물에 흠뻑 젖은 채 생각했다. 중요한 점은 고속 강하하는 동안에 날개를 움직이지 않고 있는 일이다. 그렇다, 시속 80킬로미터까지는 날개를 쳐도 그 이상이 되었을 때는 날개를 편 채로 가만히 놓아두면 된다!600미터 상공에서 그는 다시 해보았다. 몸을 기울여 강하하고 이어 시속 80킬로미터를 돌파하자, 그는 부리를 곧장 아래로 향하고 날개를 완전히 편 채 고정시켰다. 이렇게 하기에는 굉장한 힘이 필요했지만, 효과는 만점이었다. 10초쯤 되자 시속 140킬로미터 이상에 달하고 머리가 멍해졌다. 바로 그 순간, 조나단 리빙스턴은 갈매기의 세계에서 신기록을 세우고 있었던 것이다.그러나 그 승리는 순간적인 것이었다. 급강하한 후 수면과 평행으로 날고자 했을 때, 고정시킨 양쪽 날개의 각도를 바꾸려고 한 순간에, 그는 먼젓번과 같은 그 위험한 조종불능의 재난에 빠져든 것이다.그것은 시속 140킬로미터라는 스피드 속에서 다이너마이트 같은 타격을 그에게 안겨 주었다. 그리하여 조나단은 파열한 것같이 되어 벽돌처럼 단단한 해면에 세차게 곤두박질친 것이다.그가 의식을 되찾은 것은 해가 지고 나서 한참 후의 일이었다. 그는 달빛을 받으며 바다 위를 표류하고 있었다. 양쪽 날개는 납덩어리 같았지만, 그보다도 등을 내리누르는 패배감의 중압감 쪽이 더욱 무거웠다.그는 좌절된 심정으로 "차라리 그 무게가 자기를 바다 밑까지 부드럽게 끌어내려 그것으로 만사가 끝나게 해주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생각했다.
이윽고 그는 물 속에 흠뻑 잠긴 채 공허하게 울리는 이상한 목소리를 자기 내부에서 들었다. 어찌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는 한 마리의 갈매기일 뿐이다. 원래 네가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만약 네가 나는 일에 관해 보통 이상의 것을 배우도록 정해져 있었다면, 눈을 감고도 정확히 날 수 있을 것이다. 네가 더욱 빨리 날도록 타고났다면, 매 같은 짧은 날개를 갖고 물고기 대신 쥐를 먹고 살았을 것이다. 네 아버지가 옳았던 것이다. 어리석음을 잊어야 한다. 갈매기 떼가 있는 데로 돌아가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에 만족해야 한다. 능력에 한계가 있는 불쌍한 갈매기로서의 자신에…….
그 목소리는 점차 흐려져 갔지만, 조나단은 정말 그렇다고 생각했다. 밤에 갈매기에게 어울리는 곳은 해변이다. 지금 이 순간부터 나는 평범한 갈매기가 되어 보겠다. 이렇게 그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그러면 누구나 더욱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는 어두운 수면으로부터 간신히 날아올라 육지로 향했다. 보통보다 편한 저공 비행법을 배워 두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곧 그는 "아 이래서는 안 되겠다"라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나는 지금까지의 자신과는 인연을 끊은 거야, 배워 둔 비행법과도 작별을 해야지. 나는 다른 갈매기들과 똑같은 갈매기이고, 그들처럼 날아야 한다.그래서 그는 고통을 견디며 30미터의 고도까지 올라갔고, 다시 세차게 날개를 파닥이며 해변으로 향했다.갈매기 떼 중의 평범한 한 마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해 버리니, 아주 편안한 기분이 되었다.이제부터는 자기를 비행 연습에로 몰아붙인 그 맹목적 충동으로부터도 해방되고, 두 번 다시 한계에 도전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이리하여 잠시 동안 생각을 중단하고, 해안에 반짝이는 불빛을 향해 어둠 속으로 날아가자 몹시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어둡다! 그때 공허한 목소리가 경고하듯 들려 왔다. 보통 갈매기는 결코 어둠 속을 날지 않는다! 조나단은 멍해져서 그 목소리에 주위를 기울이지 않았다. "멋있다"라고 그는 생각하며 황홀해져 있었다.달도 먼 불빛도 반짝반짝 물위에 흔들리며, 밤 속으로 희미한 빛줄기를 던지고 있다.모든 것이 평화롭고 고요하기만 하다.
내려가라! 또 공허한 목소리가 들렸다. 갈매기는 결코 어둠 속을 날지 않는다! 만약 네가 어둠 속을 날도록 타고났다면, 올빼미 같은 눈을 갖고 있어야 한다! 눈을 감고도 정확히 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매의 짧은 날개를 갖고 있어야 한다!
밤중에, 30미터의 높이로 날면서 조나단은 갑자기 눈을 깜빡거렸다. 조금 전까지의 고통과 결심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짧은 날개, 매의 오므라진 짧은 날개! 그것이 해답이다!
나는 얼마나 어리석었던가! 필요한 것은 짧은 날개뿐이다. 날개의 대부분을 접고, 남겨진 그 끝으로만 난다! 짧은 날개! 그것이 전부다!
그는 어두운 바다 위를 단숨에 600미터 상공까지 날아올랐다. 그리고 날개를 몸에 착 붙이고는 그 날개 끝만을 가는 단검 모양 바람 속에 내밀고, 실패나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별안간 수직 급강하를 했다.바람은 괴물처럼 으르렁거리며 그의 머리에 부딪쳐 왔다.시속 110킬로미터에서 140킬로미터로, 다시 190킬로미터로 그리고 그 속도는 더욱더 올라갔다. 이윽고 시속은 220킬로미터에 달했다. 하지만 그 속도조차도 이런 방식으로 110킬로미터로 날 때보다 훨씬 편했다.그리고 날개 끝을 조금 틀면 급강하로부터 수월하게 탈출할 수 있어서 달빛 아래를 나는 회색 탄환처럼 파도 위로 돌진해 갔다. 눈을 가늘게 뜨고 바람에 맞서면서, 그는 기쁨에 온 몸을 떨었다.시속 224킬로미터! 그것도 컨트롤을 유지하면서! 만약 600미터가 아니라 1천 5백 미터 상공에서 강하한다면 대체 어느 정도의 스피드가…….
이제 한 시간 전에 결심한 일은 격렬한 바람에 날려 잊혀져 버렸다. 그리고 그는 자기가 결정한 약속을 깨고도 전혀 가책을 느끼지 않았다. 그런 약속은 세상의 범용한 갈매기들을 위한 것이다. 진지하게 배우고 탁월한 경지에 도달한 갈매기에게는 그런 약속이 필요 없다. 해가 뜰 무렵에, 조나단은 다시 비행 연습을 하고 있었다. 1천 5백 미터 상공에서 내려다보니, 어선들은 평평한 푸른 수면에 흐트러진 작은 반점에 지나지 않았고, 예의 '조반 모임'에 찾아드는 갈매기 떼도 조그만 티끌로 이루어진 안개처럼 눈 밑에서 맴돌고 있었다.
그는 생기에 넘치고 기쁨에 들떠 몸을 떨며 자기가 공포심을 이겨낸 데 대해 자부심을 느꼈다. 이윽고 그는 아무렇게나 날개를 접어, 짧고 모난 날개 끝을 펴더니 해면을 향해 곧장 내리꽂혔다. 1천 2백 미터를 지날 무렵에는 그는 이미 한계속도에 이르러 있었다.바람은 그가 이제 그 이상의 속도로는 나아갈 수 없을 만큼 세차게 때리는 단단한 소리의 벽이 되었다. 지금 그는 바로 시속 340킬로미터 이상으로 일직선으로 강하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 스피드에서 양쪽 날개를 펼치면 순식간에 폭발하여 산산조각이 날 것임을 알면서 강하했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 스피드는 힘이었다. 스피드는 기쁨이었다.그리고 그것은 순수한 아름다움이기도 했다. 300미터 상공에서 그는 수평 비행을 시작했다. 날개 끝은 세찬 바람 속에서 윙윙거리고, 감각이 마비되어 왔다. 어선과 갈매기 떼가 유성처럼 빠르게 그의 진로로 곧바로 뛰어들어 순식간에 부풀어 올랐다. 그는 정지할 수가 없었다. 그런 속도에서 어떻게 하면 방향 전환이 되는지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 격돌하면 즉사할 것이다. 그는 눈을 감았다. 그때 뭔가 일어났다.
마침 해가 뜬 직후였다. 조나단은 '조반 모임'에 찾아든 갈매기 떼의 한가운데를 곧장 뚫고 지나간 것이다. 시속 340킬로미터의 스피드로, 눈을 감고, 바람과 깃털이 부딪쳐 윙윙거리는 노호(怒號)같은 금속음에 싸여……. 행운의 여신이 그에게 미소 지은 것일까. 단 한 마리도 죽지는 않았다. 상승으로 이행, 하늘 쪽으로 부리를 곧장 치켜올릴 무렵이 되어서도 그는 여전히 시속 250킬로미터로 함부로 날고 있었다. 이윽고 30킬로미터까지 스피드를 줄이고 마침내 그의 날개를 폈을 때, 어선들은 1천 2백 미터 아래의 바다 위에 빵 부스러기처럼 흩어져 있었다. 그의 생각이 이긴 것이다.
극한 속도! 한 마리의 갈매기가 시속 342킬로미터로 난 것이다! 그것은 하나의 "한계 돌파"이며, 갈매기 떼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순간이었다.그리고 그 순간이야말로 조나단에게 있어 새로운 시대의 개막이었던 것이다. 그는 곧 아무도 없는 자기만의 연습 영역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이번에는 3천 4백 미터 상공에서 강하를 위해 양쪽 날개를 접고, 재빨리 방향 전환하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날개 끝을 단 하나만 약간 움직이면 맹렬한 스피드에서도 유연한 커브를 그리며 날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알았다.그러나 그것을 발견하기 전에, 그 스피드에서 다른 날개를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이내 라이플의 탄환처럼 나선 상태로 추락한다는 것을 그는 몸으로써 알지 않으면 안되었다.하지만, 그 결과 마침내 조나단은 갈매기 역사상 첫 곡예비행의 제 1인자가 된 것이다.그는 다른 갈매기들과 이야기하는 시간도 아껴 해가 진 뒤에도 계속 날았다.그리하여 그는 마침내 공중회전, 느린 횡전, 분할 횡전, 배면 맴돌기 강하하기, 바람개비처럼 돌기 등 숱한 고등 비행 기술을 발견했다.
조나단이 해변에 있는 갈매기 떼에게 돌아왔을 때는 한밤중이었다. 그는 너무 피로해서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하지만 가슴에 넘치는 기쁨을 억제할 수 없어 그는 착륙 직전에 급회전을 겸한 공중회전 착륙을 했다.
"모두들 이 이야기를 들으면"하고 그는 생각했다. 나의 이 "한계 돌파"에 대해 들으면 기뻐 날뛸 것이다. 바야흐로 얼마나 풍부한 의의가 생활에 주어진 것인가! 어선과 해변 사이를 어정어정 오가는 대신, 살기 위한 목적이 생긴 것이다. 우리는 무지로부터 벗어나 자기를 향상시킬 수도 있으며, 지성과 특수기술을 지닌 고등생물임을 자인할 수도 있다!
우리는 자유로워질 수 있다! 어떻게 나는가를 배울 수 있다!
그의 마음에 떠오르는 미래의 나날은 희망에 넘쳐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가 착륙했을 때, 갈매기들은 '평의 집회'의 대형으로 늘어서 있었다. 한참 동안 그렇게 모여 있었음이 분명했다. 사실 모두들 기다리고 있었다.'조나단 리빙스턴! 중앙으로 나와라.' 연장자 갈매기의 말은 가장 격식적인 어조였다. 중앙으로 나오라는 것은 굉장한 불명예나 혹은 굉장한 영예의 어느 한쪽을 의미한다. 영예를 받기 위해 중앙으로 나가는 것은 갈매기의 최고 간부가 임명될 때의 관례인 것이다.
'물론 오늘 아침의 조반 모임 때의 일이겠지'하고 그는 생각했다. 모두들 그때 나의 '한계 돌파' 보았다! 하지만 나는 영예 따위를 바라지 않는다. 간부가 되려는 생각도 없다. 나는 다만, 자신이 발견한 것을 그들과 나누어 갖고 우리 전원의 앞길에 펼쳐진 무한한 지평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
그는 앞으로 걸어 나갔다. '조나단 리빙스턴'하고 연장자가 말했다. '불명예의 조목으로 중앙에 나와라, 네 동료 갈매기들 앞으로.' 몽둥이로 한 대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무릎에서 힘이 쑥 빠지고, 깃털은 맥없이 처졌으며, 귓속이 윙윙 울렸다. 불명예의 조목으로 중앙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계 돌파'야! 그들은 모른단 말인가! 그들이 잘못이다. 그들이 잘못이다!
'…….분별없는 무책임한 행위로…….'
억양을 붙인 엄숙한 목소리가 띄엄띄엄 들려 왔다. '너는 갈매기 족의 존엄과 전통을 더럽혔다…….' 불명예의 조목으로 중앙에 끌려 나온다는 것은 갈매기 사회로부터 추방되어 '먼 벼랑'에서 혼자 살아가도록 유형에 처해지는 것을 의미했다.'조나단 리빙스턴, 너도 언젠가는 깨닫게 될 것이다. 무책임한 행위는 보상받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의 삶은 알 수 없는 것이다. 알고 있는 것은 다만 우리가 먹이를 찾고, 그래서 가능한 한 살아 남도록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뿐이다.''평의 집회'에서는 결코 대꾸를 해서는 안 되는 것이지만, 조나단은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무책임하다고요?' 그는 외쳤다. '여러분, 삶을 위한 의미나 생활의 더 높은 목적을 발견하고 그것을 행하는 그런 갈매기야말로 가장 책임감이 강한 갈매기가 아니겠습니까? 수천 년 동안 우리는 물고기를 쫓아다니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삶의 목적을 갖게 되었습니다.
배우는 일, 발견하는 일, 그리고 자유로이 되는 일이 그것입니다! 나에게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내가 발견한 것을 여러분 앞에 피력할 그 기회를 한 번만 주십시오.' 갈매기 떼는 돌처럼 침묵에 싸여 있었다.
'동포의 인연은 끊어졌다.' 갈매기들은 서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일제히 거드름을 피며 귀를 막더니 그에게 등을 돌렸다.조나단은 그날부터 내내 남은 생애를 혼자 보내게 되었다.그러나 그는 유형의 장소인 '먼 벼랑'에 머무르지 않고 더욱 멀리까지 날아갔다. 그의 유일한 슬픔은 고독이 아니라, 빛나는 비행에의 길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데, 그것을 동료들이 믿으려 하지 않는 일이었다. 그들이 눈을 감은 채 그것을 보려고 하지 않는 일이었다.그러나 그는 그러한 나날을 보내는 동안에 잇달아 새로운 것을 배워 갔다. 그는 유선형의 고속 강하로 해면 3미터 밑에 모여 사는 진귀한 물고기를 발견할 수 있음을 알았다. 이제 살아남기 위해 어선이나 썩어 가는 빵 부스러기는 필요하지 않았다.
앞 바다로 부는 바람을 이용하는 야간 비행 코스를 정하여, 해 질 때부터 해 뜰 때까지 160킬로미터의 여행을 하면서 공중에서 잠자는 법도 그는 배웠다.그것은 단순한 육체적 기술이 아니라, 그 자신의 정신력을 컨트롤함으로써 가능해진 것이다.그는 그 방법으로 옛 동료 갈매기들이 모두 안개와 비에 갇혀 지상에 웅크리고 있을 때에도 바다 위의 짙은 안개를 뚫고, 그 위의 눈부실 만큼 맑은 하늘로 올라갔다.그는 또 강풍을 타고 내륙 깊숙이 날아가 거기서 맛있는 곤충을 먹을 줄도 알게 되었다.
전에는 동료 전부를 위해 찾던 것을 지금 그는 자기 혼자를 위해 손에 넣은 것이다. 그는 또 비행의 여러 가지 방법을 배웠다. 그 때문에 치른 대가를 그는 조금도 아까워하지 않았다. 이윽고 조나단은 갈매기의 일생이 그토록 짧은 것은 권태와 공포와 분노 때문이라는 걸 발견하기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그 세 가지가 그의 마음에서 사라져 버린 뒤, 그는 참으로 길고 훌륭한 생애를 보내게 되었다.세월이 흘러, 어느 날 저녁때 그들이 찾아왔다.
그들은 조나단이 혼자서 사랑하는 하늘을 조용히 활공하고 있는 걸 발견하고 다가온 것이다. 조나단의 양쪽 날개 옆에 나타난 그 두 마리의 갈매기는 별빛처럼 맑고, 높은 밤하늘에 부드럽고 온화한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훌륭한 것은 그들의 비행 기술이었다. 두 마리의 날개 끝은 조나단의 날개 끝으로부터 정확히 2센티미터 떨어진 위치를 시종 유지하면서 미끄러져 갔다.
조나단은 말없이 그들을 시험해 보았다. 지금까지 어떤 갈매기도 합격한 일이 없는 테스트였다. 그는 양쪽 날개를 뒤틀어, 시속 1.6킬로미터로 속도를 아주 낮추었다. 눈부시게 빛나는 두 마리의 새들은 그에 맞추어 스피드를 낮추고 유연하게 정해진 위치를 유지하며 날았다. 그들은 저속 비행법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조나단은 양쪽 날개를 접어 횡전하고, 시속 300킬로미터의 급강하를 했다. 두 마리는 그에 맞추어 완벽한 편대를 지어 번개처럼 강하했다. 마침내 그는 그 속도를 유지한 채 별안간 상승하여 긴 수직 완만 횡전으로 옮아갔다.두 마리도 그를 따라 미소마저 띄우면서 함께 횡전했다. 조나단은 수평 비행으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잠시 말이 없더니, 이윽고 입을 열었다.
"굉장하군."하고 그는 말했다. "그런데 너희들은 누구지?" "너와 같은 무리에서 왔어, 조나단, 우리는 너의 형제들이야." 그 말은 힘 있고 침착했다.
"우리는 너를 더 높은 데로, 너의 진정한 고향으로 데려 가려고 온 거야." "나는 고향이 없어. 동료도 없어. 나는 추방당했어. 그리고 우리는 지금 '성스러운 산바람'의 가장 높은 데를 날고 있는데, 나는 이제 더 이상 몇 백 미터도 이 늙어빠진 몸으로는 더 높이 날 수가 없어." "하지만 할 수 있어, 조나단. 너는 나는 것을 배웠으니까 이 교육 과정은 끝났어. 새로운 교육 과정을 시작할 때가 온 거야."
지금까지 언제나 그의 머리 속에는 뭔가 곧잘 순간적으로 번뜩였는데, 이때도 조나단은 이내 깨달았다. 그들의 말이 옳다. 자기는 더 높이 날 수 있다. 자기의 진정한 고향으로 갈 때가 온 것이다. 그는 마지막 긴 시선을, 자기가 그렇게도 많은 것을 배운 하늘과 장엄한 은빛 대지에 보냈다. "좋아, 가자." 마침내 그는 말했다.그리하여 조나단 리빙스턴은 별처럼 빛나는 두 갈매기와 함께 높이 떠올라 어두운 하늘 저쪽으로 사라져 갔다.
제2부: 가장 높이 나는 갈매기가 가장 멀리 본다.
이곳이 천국인가 하고 그는 생각하고, 그리고 그런 자신에 저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별안간 날아올라 들어선 순간에 천국을 이러쿵저러쿵 말한다는 것은 별로 예의바른 일이 못 될 듯하다.그는 방금 지상에서 구름 위로 빛나는 갈매기들과 똑바로 편대를 지어 올라왔는데, 문득 알고 보니 그 자신의 몸도 다른 두 갈매기들처럼 점차 빛나기 시작하고 있었다. 바로 거기에는 금빛 눈을 반짝이며 열성적으로 살고 있었던 그 젊은 조나단의 모습이 있었다. 하긴 겉모양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지만. 모습은 갈매기의 모양을 하고 있는 듯하지만 나는 방식은 달랐다. 이미 이전의 그보다도 훨씬 훌륭히 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왜 그럴까! 왜 절반쯤밖에 힘을 내지 않는데, 지상에서의 자기 전성시대보다도 배나 빠르고 훨씬 선명하게 날수 있는 것일까!
그의 깃털은 이제 순백으로 빛나기 시작했고, 양쪽 날개는 잘 닦은 은처럼 매끄럽고 완벽했다. 그는 가슴을 두근거리면서 이 새로운 날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어떻게 하면 가속시킬 수 있을까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시속 400킬로미터에 이르자, 그는 이제 자기가 수평 비행의 한계 속도에 접근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440킬로미터쯤에 이르자, 그것이 새로운 자기가 낼 수 있는 최대 속도임을 알고 약간 실망했다. 이 새로운 육체가 해낼 수 있는 스피드에는 역시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옛 수평 비행 때의 최고 기록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해도 여전히 거기에는 한계가 있고, 그것을 돌파하려면 굉장한 노력을 필요로 하는 모양이다.천국에는 한계 따위가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때 갑자기 구름이 갈라지고, 호위역 갈매기가 말했다.
"무사히 착륙하길 빈다, 조나단." 그렇게 말하고, 그들은 공기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는 바다를 건너 톱니 모양의 해안선을 향해 계속 날아갔다. 웬일인지 벼랑 위에서 상승 기류를 타고 날아오르는 갈매기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멀리 떨어진 북쪽 수평선 근처에 약간의 갈매기들이 날고 있을 뿐이다. 기이한 풍경이었다. 뜻하지 않은 생각이 마음을 혼란시키고, 새로운 의문이 끓어올랐다. 왜 갈매기가 이렇게 적을까? 천국에는 갈매기가 군집해 있어야 했는데! 그리고 나는 왜 이처럼 금새 피로할까? 그러나 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가? 땅에서의 생활에 대한 기억은 거의 사라져 가고 있었다. 물론 땅은 그가 많은 것을 배운 곳이지만 세밀한 점은 흐릿했다. 뭔가 먹이를 잡기 위해 싸운 일이라든지, 추방의 괴로움을 맛본 일들도…….
열두 마리의 갈매기가 해안선이 있는 데까지 그를 마중하기 위해 나타났다. 어느 갈매기나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자기가 환영받고 있는 듯하다는 것, 그리고 여기야말로 자기의 진정한 고향이라는 것을 곧 느꼈다. 그것은 실로 굉장한 하루였다. 그날 아침, 언제쯤 해가 떴는지조차도 이미 기억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는 해안에의 착륙 태세로 옮아갔다. 날개를 치며 지상 몇 센티미터 되는 곳에서 정지한 뒤 가볍게 모래 위에 내려앉았다.다른 갈매기들도 이어 착륙했는데, 그들은 단 한 마리도 깃을 치지 않았다.
그들은 흐르듯 수월히 바람을 타고, 빛나는 날개를 펴서 어떤 방법으로 깃의 커브 각도를 바꾸었으며, 발이 땅에 닿는 것과 동시에 정지했다. 실로 훌륭한 컨트롤이었지만, 지금의 조나단은 그걸 시험해 보기에는 이미 너무 피곤했다. 그는 해안의 그 장소에 선 채로 아무 말도 없이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그로부터 며칠 동안 조나단은, 이곳에서는 지금까지 그의 일생에 있었던 것만큼 비행에 관해 배울 것이 많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지금까지의 것과는 달랐다. 여기에는 그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갈매기들이 있었다. 그들 각자에게 있어 생활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가 제일 해보고 싶은 것을 추구하여, 그것을 완성시키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하늘을 나는 일이었다.그들은 모두 참으로 훌륭한 새들이었고 매일같이 비행 연습을 계속하며 더욱 앞선 고등 비행법의 테스트를 되풀이하며 지냈다.
조나단은 오랫동안 자기가 떠나 온 세계의 일을 잊고 있었다. 그곳은 갈매기 떼가 비상(飛翔)의 기쁨에 대해 완고히 눈을 감고, 먹이를 찾아 그것을 서로 빼앗기 위해서만 그 날개를 사용하며 살고 있는 세계이다.그러나 때때로, 순간적이긴 했지만, 그 세계의 일이 마음을 스치는 적도 있었다. 어느 날 아침, 날개를 접은 채 급회전하기 수업을 끝내고, 해변에서 쉬고 있을 때의 일이다.그는 교사 셜리반과 약간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문득 옛일을 생각해 냈다.
"모두들 어디 있어요, 셜리반?" 그는 말없이 물었다. 이미 그는 꽥꽥거리는 갈매기 말 대신 이곳 갈매기들이 사용하는 간단한 마음의 대화법에 익숙해져 있었던 것이다. "왜 여기에는 동료들이 이렇게 적어요? 내가 성장한 곳에는……."
"…….수천수만 마리의 갈매기가 있단 말이지? 알고 있어." 셜리반은 머리를 흔들었다. "그 해답은 말야, 조나단. 너는 아마 백만 마리 중의 하나인 희귀한 새라는 거야. 여기 있는 갈매기들 대부분은 무척 오랜 시간이 걸려 이곳에 왔어. 하나의 세계에서 그것과 거의 똑같은 또 하나의 세계로 천천히 옮겨왔어. 그리고 자신들이 어디에서 왔는지도 금방 잊어버리며, 앞으로 어디로 향해 갈지조차 생각하지 않고, 단지 그 순간의 일만을 생각하며 살아왔어. 인생에는 먹기, 다투기, 또는 권력 싸움 따위 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 있었다고 비로소 깨달을 때까지, 갈매기들은 얼마나 오랜 세월을 지내 와야 했던 것일까. 넌 그걸 알 수 있지? 몇 천 년, 몇 만 년이라는 세월이야! 그리고 또 이 세상에 완전무결이라 할 수 있는 지복의 상태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기 시작하기까지 다시 100년의 세월이 걸리고, 그리고 마침내 우리 생의 목적이 그 완전함을 발견하고 그것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라고 생가하기까지는 또 100년이 필요했던 거야. 물론 똑같은 말을 지금의 우리에게도 할 수 있지. 우리는 여기서 배우고 있는 것을 통해서 다음의 새로운 세계를 선택하는 거야. 만약 여기서 아무것도 안 배우면, 다음 세계도 똑같은 것이 돼. 그것은 즉 극복해야 할 한계, 제거해야 할 납의 중하를 그대로 이끌고 가는 일이야." 그는 날개를 펴서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하지만 존, 너는 말이지……."하고 그는 말했다. "굉장히 많은 것을 한꺼번에 배워 버렸기 때문에 여기 오는 데 몇 천 년이나 걸리지 않아도 되었어." 그들은 곧 또 하늘로 날아올라 훈련을 시작했다. 편대를 지은 채로 분할 회전하는 것은 몹시 어려웠다. 왜냐하면 뒤집혀져 있는 동안 조나단은 상하의 관념을 반대로 생각해야 했기 때문이다.즉 날개를 굽힐 때도 보통과는 반대로 하고, 교사의 움직임에 대응하여 정확히 반대로 움직일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다시 한번 해봐" 셜리반은 몇 번이고 되풀이했다. "다시 한번." 그리고 마침내 말했다. "좋아" 그 다음 그들은 공중 곡예를 연습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저녁때의 일이었다. 야간 비행을 하지 않는 갈매기들은 모래 위에 모여서 사색에 잠겨 있었다. 조나단은 있는 용기를 다해 노선배 갈매기에게 다가갔다. 소문에 의하면, 그는 곧 이곳을 떠나 한층 위의 세계로 옮아가게 될 것이라는, 치앙이라는 이름의 갈매기이다.
"치앙……."하고 그는 약간 두려운 듯한 어조로 말했다. 늙은 갈매기는 다정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뭐지?" 이 노선 배는 나이를 더함에 따라 노쇠하기는커녕 도리어 높은 능력을 더해 가고 있었다. 그는 갈매기 떼 중의 어떤 갈매기보다도 빠르게 날 수 있었고, 다른 갈매기들이 겨우 배우기 시작한 기술을 이미 다 알고 있었다.
"치앙, 여기는 천국이 아니죠, 그렇죠?" 노선 배는 달빛 속에서 미소 지었다. "꽤 알게 된 것 같군, 조나단." "이 생활 다음에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그리고 우리는 어디로 갈까요? 천국이라는 곳이 사실은 아무데도 없는 것 아니에요?"
"맞았어. 조나단, 그런 곳은 없어. 천국이란 장소나 시간이 아니라 완전한 경지를 가르키는 것이니까." 그는 잠시 말이 없다가 물었다. "너는 굉장히 빠르게 날지. 안 그래?" "나는……. 나는 다만 스피드를 좋아해요."
조나단은 대답했다.노선배가 자기를 알아주었다는데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또 자랑스런 기분이기도 했다.
"알겠니. 조나단? 네가 정말 완전한 스피드에 이르렀을 때, 너는 바로 천국에 닿으려 하고 있는 거야. 그리고 완전한 스피드라는 건 시속 수천 킬로미터로 나는 일도, 백만 킬로미터로 나는 일도, 또 빛의 속도는 나는 일도 아니야. 왜냐하면 아무리 숫자가 커져도 거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야. 하지만 완전한 것은 한계가 없지. 완전한 스피드란, 알겠니. 그건 곧 거기에 있다는 거야."
뜻밖에 치앙의 모습이 사라지더니, 별안간 150미터쯤 떨어진 바닷가에 나타났다.섬광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그리고 다시금 그의 모습은 사라져서 아까처럼 1천분의 1초 동안에 조나단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 있었다.
"어때 재미있지?"하고 그는 말했다. 조나단은 현기증을 느꼈다. 천국에 관해 물어 볼 셈이지만 완전히 잊어버렸다. "대체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어요? 그 느낌이 어떠세요? 그 방식으로 얼마나 멀리 날 수 있어요?" "어디에든 언제든 바라는 대로 갈 수가 있어" 노선 배는 말했다. "나는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곳에 그리고 언제라도 갔었지" 그는 바다 저쪽을 바라보았다.
"묘한 일이야. 이동하는 일밖에 염두에 없고, 완전할 걸 경멸하고 있는 갈매기들은 느려서 아무데도 못가. 완전한 것을 구하기 때문에 이동하는 일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자들은 순식간에 어떤 곳이든 가거든. 잘 기억해 두어라, 조나단. 하늘은 어떤 장소 혹은 어떤 시간이 아니야. 시간과 장소란 전혀 의미 없는 것이니까 말야. 하늘은……."
"그렇게 나는 법을 저에게 가르쳐 줄 수 있으신지요?" 조나단 갈매기는 또다른 미지의 것을 정복하고 싶어 몸을 떨었다. "배우고 싶다면 물론 가르쳐 주지." "배우고 싶어요. 언제 시작할 수 있을까요?" "좋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저도 그렇게 나는 법을 배우고 싶어요." 하고 조나단이 말했다. 그의 두눈은 이상하게 빛났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해 주세요." 치앙은 천천히 이야기를 하며 이 젊은 갈매기를 주의 깊게 뜯어 보았다. "생각하는 것처럼 빨리, 어느 곳에나 다 날아갈 수 있기 위해서는 네가 이미 어디엔가 도착해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치앙의 이야기에 의하면 그 비결은 조나단이 자신을 제한된 육체 속에 얽매어 있는 존재로, 일 미터 남짓한 날개 길이와 도면 위에 그려 넣을 수 있는 동작을 하는 제한된 육체 속에 얽매어 있는 존재라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또 진정한 본질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동시에 어느 곳에서나, 기록되지 않은 숫자가 완벽한 것처럼 완벽하게 살고 있음을 깨닫는데 비결은 있었다. 조나단은 매일같이 꼭두새벽부터 자정이 넘도록 맹렬히 그 비결에 열중했다. 그의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그는 선 자리에서 단 한 치도 움직여지지 않았다.
"신념 같은 것은 잊어 버려라!" 치앙은 기회 있을 때마다 그런 말을 했다. "나는 일에는 신념이 필요 없단다. 나는 일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지. 이해하는 것과 나는 것은 같은 것이야. 자 다시 해 봐라……." 그러던 어느 날, 해변에 서서 눈을 감고,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던 조나단은 치앙이 자기에게 들려주던 말의 참듯을 불현듯이 깨달았다.
"아, 그렇지! 나는 한계에 얽매이지 않는 완벽한 존재다!" 그는 대단히 충격적인 환희를 느꼈다. "바로 그거다!"하고 치앙이 기쁜 어조로 말했다. 조나단은 눈을 떴다. 그는 원로 갈매기와 단 둘이 전혀 낯선 해안에 서 있는 것이 아닌가 -- 물가에는 나무들이 늘어서 있었고, 두개의 노란 태양이 머리 위에서 돌아가고 있었다.
"드디어 너는 깨달은 거다, 허나 좀더 노력을 해야 제대로 조정이 될 것이다……."고 치앙이 말했다. 조나단은 깜짝 놀랐다.
"도대체 여기가 어딥니까?" 낯선 주위 광경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으며, 원로 갈매기는 조나단의 질문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우리는 분명히 초록빛 하늘과 태양 역할을 하는 두개의 쌍동이 별이 있는 어느 유성에 와 있는 거다." 조나단은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그것은 그가 지구를 떠난 이래 최초로 낸 소리였다. "되는구나!" "그럼, 언제나 되는 거다, 존." 치앙이 말했다. "네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깨닫고 있을 때는 언제나 되는 것다. 자 이제는 제대로 조정하는 일에 관해서 ……." 그들이 돌아왔을 때는, 날은 이미 저물어 있었다. 다른 갈매기들이 놀라움이 역력한 금빛 눈으로 조나단을 바라 보았다. 왜냐 하면 그들은 그가 그렇게 오랫동안 못박힌 듯이 서 있던 곳에서 (순식간에 어디론가) 없어져 버린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잠시 서서 친구들의 축하를 받은 후 말을 꺼냈다.
"나는 여기 신입생인데! 이제 시작인걸! 너희들에게서 배워야 할 건 오히려 난데!" "아냐, 그렇지 않아, 존." 가까이 서 있던 설리반이 말했다. "내가 지난 만 년 동안 보아 온 어느 갈매기보다도 너는 배우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구나." 갈매기들은 말이 없었고, 조나단은 안절부절 못 하고 어쩔 줄 몰라 했다.
"네가 원한다면 우리는 시간에 관한 문제부터 연구를 시작할 수 있다." 치앙이 말했다. "자네가 과거와 미래를 날 수 있게 될 때까지 말이야. 그리고 나서 자네는 가장 어려운, 가장 힘찬, 가장 재미있는 것을 시작할 수 있게 될 거야. 날아올라서 친절과 사랑의 의미를 알게 되기 시작하는 것이지." 한 달이 지나갔다. 아니 한 달처럼 느껴지는 기간이 지나갔는지도 모른다. 조나단은 놀라운 속도로 배워 나갔다. 그는 언제나 평범한 경험 가운데서 쉽사리 무엇인가를 깨달아 왔는데, 원로 갈매기의 특별 지도를 받게 된 지금 마치 깃털이 달린 유선형의 컴퓨터와도 같이 그는 새로운 생각들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제 치앙이 떠나가야 할 날이 왔다. 그는 그들에게 배우기와 연습하기, 그리고 모든 삶의 보이지 않는 완벽한 원리를 더욱 잘 이해하려는 노력을 결코 중단하지 말라고 당부하면서, 그들 모두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그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안, 그의 깃털은 점덤 더 밝게 빛나 갔고, 그리고 마침내는 어느 갈매기도 바로 볼 수 없을 만큼 눈부시게 빛났다.
"조나단, 끊임없이 사랑을 실천하라." 이것이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 그들이 다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을 때, 치앙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하루하루가 지남에 따라 조나단은 자기가 되에 남기고 떠나온 지구에 관해 거듭거듭 생각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지상에 있을 대 만약 자신이 이곳에서 안 것의 단 십분의 일만이라도, 백분의 일만이라도 알았었다면, 삶이 얼마나 많은 것을 의미할 수 있었겠는가! 그는 모래 위에 서서 생각해 보는 것이었다. 그곳 지상에도 자신의 한계를 깨고 나오기 위해 고군 분투하는 어떤 갈매기가 있을 것이 아닌가. 고깃배가 빵 부스러기를 얻으로 가는 수단 이상의 것에서 비상의 의미를 찾으려고 몸부림치고 있는 어떤 갈매기가 그곳 지구에 있을 것이 아닌가. 어쩌면 그곳에는 갈매기 떼들 앞에서 진실을 말했기 때문에 추방당한 갈매기조차 있을지 모르는 것이었다.
조나단이 친절을 실행하면 실행할수록, 사랑의 본질을 알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그는 지구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더욱더 간절했다. 왜냐하면 조나단 갈매기는 그의 외로왔던 과거에도 불구하고 가르치는 자가 되도록 태어난 몸이었고, 그리고 스스로 진리를 찾을 수 있는 기회만이라도 주어지기를 기원하는 어느 갈매기에게 자기가 발견한 진리의 일부를 나누어 주는 것이야말로 사랑을 실천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생각하는 속도[思念速度]로 나는 비행법에 명수가 되어 다른 갈매기들의 연습을 도와 주고 있는 설리반은 조나단의 그런 생각에 회의적이었다.
"존, 너는 추방당한 자야. 어째서 너는 그 옛날 갈매기들이 이제 새삼스럽게 네 말에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 거냐? '가장 높이 나는 갈매기가 가장 멀리 본다'는 속담도 있지 않아, 그건 사실야. 네가 버리고 떠나 온 갈매기들은 저희들끼리 꽥꽥대고 싸우면서 땅위에 서 있는 거야. 그들은 하늘로 부터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데 -- 그들을 그냥 거기에 세워 두고 그들에게 하늘을 보여 주고 싶다 이말이지! 존, 그들은 자기들 자신의 날깨 끝조차 볼 수 없어! 여기 그냥 남아있어. 새로 오는 갈매기들, 네가 말해야 되는 것을 볼 수 있을 만큼 높이 올라온 갈매기들을 여기에서 도와 줘." 설리반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말했다. "치앙이 '자신의' 옛 세상을 갔었다면 어떻게 되었겠어? 오늘의 네가 있을 법이나 하냐 이 말야?"
마지막 설리반의 이야기는 정곡을 찌른 것이었고, 옳았다. '가장 높이 나는 갈매기가 가장 멀리 본다.'
조나단은 떠나지 않고 남아서 이 세계로 들어오는 새로운 갈매기들과 함께 일을 했는데, 그들은 모두 매우 총명했고 학습에 진척이 빨랐다. 그러나 지상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다시 일어났고, 그곳 지상에도 배울 능력이 있는 한두 마리의 갈매기가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조나단이 추방되던 그날 만약 치앙이 찾아와 주었다면 조나단은 지금 얼마나 더 많은 것을 알고 있겠는가!
"설리(설리반의 애칭), 나 돌아가야겠어." 그는 마침내 말했다. "네가 가르치는 갈매기들은 잘 하고 있어. 그들은 새로 오는 갈매기를 이끌어 가는 데 너에게 많은 도움을 줄 거야." 설리반은 한숨을 쉬었을 뿐 입씨름을 하지는 않았다.
"네가 없어지면 섭섭하게 될 거야, 조나단."라고만 말했다. "설리, 그게 무슨 말이야!" 조나단이 책망하듯 말했다. "바보 같은 소리마! 우리가 매일 연습하려고 하는게 뭐지? 만약 우리의 우정이 시간이니 공간이니 하는 것에 달려 있다면, 우리가 시간과 공간을 극복했을 때는, 스스로의 형제애를 깨쳐 버리게 되다는 건가? 우리가 일단 공간을 극복하면 우리에게 남는 건 '여기'뿐이고, 시간을 극복하면 남는건 '지금'뿐이야. 그러니까 '여기'와 '지금'의 한가운데서 우리는 서로를 한두 번쯤은 만나게 되지 않겠어?"
갈매기 설리반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웃음이 나왔다.
"야, 이 돌아 버린 친구야." 그는 부드럽게 말했다. "땅 위에 있는 갈매기에게 천 마일 밖을 보여 줄 수 있는 자가 있다면 그건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 정도밖엔 없겠지!" 그는 모래를 바라보았다. "나의 친구 존, 잘가"
"잘있어, 설리. 우린 다시 만나게 될 거야." 이런 말을 하면서 조나단은 지난 날의 해변에 있던 굉장한 갈매기 떼의 모습을 생각 속에 그려 보았다. 그리고 자신은 뼈와 깃털만 앙상한 존재가 아니라, 무엇에 의해서도 제한 받지 않는 비상과 자유의 완전한 이념 자체임을 늘 그렇듯이 자연스럽게 깨닫고 있었다. 갈매기 플레처 린드는 아직 나이가 매우 어리긴 했어도 이미 깨닫고 있었다. 어느 갈매기 떼에서도 그토록 가혹한, 그토록 부당한 처사를 당한 갈매기는 일찌기 없었다는 것을…….
"그들이 무슨 말을 해도 상관 없어." 그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리고 먼 벼랑을 향해 날아갈 때 그는 눈물이 글썽거려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나는 일에는 이곳에서 저곳으로 날개를 치며 그냥 돌아다니는 것 이상의 것이 있는걸! 그러니까……, 그러니까……,'모기'도 그런 건 할 수 있지! 그냥 장난삼아 우두머리 갈매기 주위로 한 바퀴 짧게 횡전(橫轉)했을 뿐인데, 그래서 추방당해야 되다니! 눈들이 멀었단 말인가? 보이지도 않는 모양이지? 나는 법을 진정으로 배웠을 때 오게될 그 영광 같은 건 생각조차 못하는 모양이지?"
"그들이야 무슨 생각을 하든 상관없어. 나는 나는게 무엇인지를 그들에게 보여 줄 테야. 그들이 원하는게 그거라면 난 철저히 법을 어기는 자가 될 테야. 그래서 그들이 몹시 후회하도록 해 줄 테야……." (이때) 그의 머리 속으로 다음과 같은 목소리가 흘러 들어왔다. 그 소리는 아주 부드러웠지만 그는 하도 놀라서 공중에서 멈칫하고 비틀거렸다.
"플레처 갈매기야, 그들에게 너무 가혹해서야 쓰나. 너는 쫓아 냄으로써 그들은 그들 자신을 해쳤을 뿐이야, 그리고 어느 날엔가 그들이 그것을 알 날이 있을 게고, 네가 본 것을 그들도 보게 될 때가 있을 거야. 그들을 용서하고, 그리고 그들이 이해하도록 도와 주어라." 그의 오른쪽 날깨 끝에서 한 치쯤 떨어져서 이 세상에서 가장 찬란한 흰빛의 갈매기가, 깃털 하나 까딱치 않으며, 조금도 힘들이지 않고, 플래처의 최고 속도에 가까운 빠르기로 미끄러지듯 날고 있었다.
이 나이 어린 갈매기는 잠시 정신이 혼란되었다.
"이게 무슨 일일까? 내가 돌았나? 저승에라도 왔단 말인가? 무슨 일인가?" 조용하고 나즈막한, 아까의 그 목소리가 그의 마음속으로 들려 왔다. 대답을 요구하고 있었다.
"갈매기 플레처 린드야, 너는 정말 날기를 원하느냐?" "네, 날고 싶어요." "갈매기 플레처 린드야, 갈매기 떼들을 용서할 수 있을 만큼, 그래서 날기를 배운 뒤에 어느 날엔가 그들에게로 돌아가서 그들이 깨닫도록 도와 줄 수 있을 만큼 그렇게 간절히 배우기를 원하느냐?"
플레처 갈매기가 얼마나 자랑스러움을 느꼈든 혹은 얼마나 가분이 상했든, 여하튼 이 절묘한 기술을 가진 갈매기가 거짓말을 할 리는 만무였다.
"정말 배우고 싶어요." 그는 부드럽게 말했다. "그렇다면 플레처야." 그 빛나는 갈매기가 말했다. 그 목소리는 아주 상냥했다. "수평 비행부터 시작하자……."
제 3 부
<먼 벼랑>위 하늘에서, 조나단은 그를 지켜보면서, 천천히 선회하고 있었다. 이 거친 어린 플레처 갈매기는 비행법을 배우기에 안성마춤이었다. 그는 힘이 있으면서 몸이 가볍고, 그리고 허공중에서 동작이 잽쌌다. 그러나 이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그가 배움에 대해 타는 듯한 의욕을 품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가 지금 이 순간 급강하하여 윤곽이 흐릿한 회색의 물체처럼 윙윙 소리를 내며 시속 백 사십 킬로미터로 스승을 스치듯 지나 번개같이 날아 내려왔다. 그는 갑자기 16개 방위점 수직 저속 횡전(橫轉)을 다시 해 보았다. 한 바퀴 한 바퀴 크게 헤아려 보며,
플레처가 최고 속도에서 딱 멈추는 일은 자신의 실패에 대한 울화와 분통으로 더욱 잘 안되었다. 그는 뒤로 넘어지며 딩굴었고, 거꾸로 사정없이 뱅글뱅글 돌면서 떨어졌다. 그러다가 스승보다 삼십 미터 가량 밑으로 떨어진 곳에서 겨우 몸의 균형을 되찾고 숨을 할딱이고 있었다.
"선생님은 저 때문에 시간만 낭비하고 계시네요. 조나단! 저는 너무 머리가 멍청하고, 바보인 모양이에요! 해 보고 또 해 봐도 안 되네요!" 갈매기 조나단은 그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억지로 급하게 상승하려고 하는 한 절대로 되지 않을 거야. 플레처, 너는 방향을 바꾸는 순간에 이미 시속 육십 킬로미터나 되는 속력을 잃었다. 부드럽게 '해야'돼! 확고 부동하게, 그러나 부드럽게, 알았어?" 삼 개월이 지날 때쯤에는 조나단은 여섯 명의 또 다른 제자들을 거느리게 되었는데, 그들은 모두 추방당한 갈매기들로서, 나는 기쁨을 위해 난다는, 이 새롭고 희한한 생각에 호기심들이 대단했다.하지만, 그들에게는 고도의 비행 기술을 연습하는 일이, 왜 연습을 해야 하는가 하는 이유를 이해하는 일보다 오히려 더 쉬웠다.
"우리들 각자는 실제로 위대한 갈매기의 이념, 즉 무한한 자유의 이념 그 자체란다." 모래톱 위에서 조나단은 저녁마다 이런 이야길 하곤 했다.
"그리고 정확한 비행은 우리의 진정한 본질을 표현키 위해 내딛는 한 걸음인 것이다. 우리는 우리를 제한하는 모든 것을 물리쳐야 하는 거다. 그래서 우리는 이러한 고속 비행, 저속 비행, 공중 곡에 따위를 하고 있는 거란다……." 그러나 제자들은 그 날의 비행으로 기진 맥진하여 꾸벅꾸벅 졸기가 일쑤였다. 그들은 연습하기를 좋아했다. 연습은 재빠르고 신나는 일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것을 배울 때마다 더욱 커지는 배움에 대한 갈망을 채워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들 가운데 아무도, 플레처 린드마저도, 생각의 속도를 난다는 것이 과연 바람과 깃털로 나는 것처럼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라고는 믿지를 못했다.
"너희들의 몸 전체는, 이 날개 끝에서 저 날개 끝까지……." 또 다른 때 조나단은 말하곤 했다.
"모두 너희들의 생각 그 자체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즉 생각이 눈에 보이는 형체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 생각의 사슬을 끊어 버리면, 너희들은 육체의 사슬도 또한 끊어 버리는 셈이지……." 그러나 그가 어떤 식으로 설명하든, 그들에게 그것은 재미있는 소설 이야기처럼 들렸고, 그래서 그들은 더욱 잠이 왔다. 한 달쯤이 지났을까 했을 때, 조나단은 갈매기 떼에게로 돌아갈 때가 왔다고 말했다.
"우리는 아직 각오가 돼 있지 않아요!"하고 갈매기 헨리 칼빈이 말했다. "우리는 환영받지 못해요! 우리는 추방당한 갈매긴 걸요! 환영받지도 못할 곳에 억지로 갈 수는 없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우리에겐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있는 자유와 우리들 자신이 우리들일 자유가 있는 거란다." 조나단이 대답했다. 그리고 그는 모래톱으로부터 날아올라 갈매기 떼의 본거지가 있는 동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그의 제자들은 잠시 고뇌에 사로잡혔다. 왜냐하면, 갈매기 떼의 법에 의하면 추방당한 자는 결코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었고, 그 법은 수만 년 동안 한 번도 어겨진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법은 가지 말 것을 요구했고, 조나단은 가자고 했다. 그리고 벌써 조나단은 저 앞 바다까지 날아가고 있었다. 만약 그들이 더 이상 지체한다면, 조나단은 적의에 찬 갈매기 떼속으로 혼자 가게 될 것이었다.
"하기야, 우리 자신이 갈매기 떼에 속해 있는 게 아니니까 그 법을 지킬 필요가 없는 것 아니겠어, 그렇지 않아?" 플레처가 열적어하면서 말했다.
"더군다나, 싸움이라도 난다면 여기 있는 것보다 거기에 있는 게 더 도움이 될 것 아니겠어." 그렇게 해서 그들은 그 날 아침, 날개 끝과 날깨 끝이 거의 겹친 상태로, 여덟이서 두 개의 다이아몬드 대형으로 편대를 지어서 동쪽으로 날아갔다. 그들은 시속 이백 이십 킬로미터의 속도로 갈매기 떼가 회의장으로 쓰는 해변에 이르렀다. 조나단이 앞장이었고, 그 오른쪽에는 플레처가 부드럽게 날고 있었고, 왼쪽에는 헨리 칼빈이 사기 충천하여 따르고 있었다. 그 전체 편대가 마치 한 마리의 새처럼 천천히 오른쪽으로 횡전했고……, 다시 수평으로……, 거꾸로……, 다시 수평으로 비행했다. 바람은 그들 모두의 위로 채찍질이나 하듯 불어 오고 있었다.
이 갈매기 편대는 마치 거대한 한 자루의 칼이기라도 되는 듯, 갈매기 떼의 매일매일의 생활에서 들리는 깩깩끽끽하는 소리들을 한칼에 베어 침묵시키는 듯했다. 팔 천 마리의 갈매기 눈들이 깜빡도 하지 않고 주시해 보고 있었다. 이들 여덟 마리의 갈매기는 한 마리씩 한 마리씩 날쌔게 공중으로 솟아올라 크게 한 바퀴 원을 그리며 천천히 날아 내려오다가 속력을 딱 죽이고 모래 위에 사뿐이 내려 앉았다.
그리고 마치 이런 일은 매일 하는 일상사이기라도 하다는 듯, 조나단은 그 비행에 대한 평을 하기 시작했다.
"우선,"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너희들은 함께 모이는 과정에서 모두 다 조금씩 늦었다." 저것들은 추방당한 갈매기들이 아닌가! 그런데 돌아왔단 말이지! 그럴 수가……, 그러수가! 하는 생각이 갈매기 떼의 머리 속으로 번개같이 스치고 지나갔다. 싸움이 있으리라던 플레처의 예상은 갈매기 떼속에서 일어난 혼란에 휩싸여서 녹아 없어졌다.
"그래, 틀림없어, 저들은 추방당한 자들야." 몇몇 어린 갈매기들이 말했다. "하지만, 이봐, 저들은 어디서 저렇게 나는 것을 배웠을까?" 우두머리 갈매기의 말이 갈매기 떼에서 완전히 전달되기까지는 거의 한 시간이나 걸렸다. 그들은 못 본 체 무시해 버려라. 추방된 자에게 말을 거는 갈매기는 그 자신이 이미 추방당한 줄 알아라. 추방된 자를 자세히 관찰하는 갈매기는 갈매기 떼의 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그 순간부터 그들은 조나단에게 회색 깃털의 등들을 돌려 버렸다. 그러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는 갈매기 떼의 회의장인 해변 바로 상공에서 비행연습을 행하고, 처음으로 제자들에게 능력을 다하도록 다그치기 시작했다.
"마아틴 갈매기!" 그가 하늘이 쩡쩡 울리도록 외쳤다.
"저속 비행을 할 줄 안댔지. 실제로 증명해 봐라! 날아 봐!" 그래서 얌전하고 작은 갈매기 마아틴 윌리암은 선생의 불같은 정열에 질겁한 나머지 저속 비행의 명수가 되었다. 가장 희미한 바람결 속에서도 그는 날개를 한번도 치지 않고 깃털을 구부려 모래 사장에서 구름 위로 솟아올라갔다가 다시 아래로 내려왔다. 마찬가지로 갈매기 찰즈 롤린드는 큰 산맥 바람이 불어가는 칠천 미터 상공까지 날아올랐다가, 희박하고 차가운 대기로부터 새파랗게 얼어서 내려왔지만, 놀랍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해서 내일은 더 높이 올라가겠다고 결심하는 것이었다.
어느 누구보다 공중 곡예를 좋아하는 플레처는 16개 방위점 수직 저속 횡전을 드디어 해냈고, 다음날은 그것을 해 내고서 옆으로 세 바퀴 재주를 넘어 마지막을 장식했는데, 그의 깃털에 반사된 새하얀 햇살이 많은 갈매기들의 눈이 그것을 몰래 훔쳐 보고 있는 해변에 번쩍번쩍 빛났다. 조나단은 언제나 각 제자들의 옆을 날면서 시범을 보여 주고, 충고를 하고, 다그치고, 지도를 했다. 그는 재미삼아 폭풍우와 구름과 밤의 어둠을 뚫고 제자들과 함께 날았다. 그럴 때 갈매기 떼는 땅 위에서 비참하게 이리 몰리고 저리 몰리며 복닥대고 있었다.
비행이 끝나면 제자들은 모래톱에서 쉬었고, 또 때가 되면 조나단에게 더욱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 그는 그들이 이해할 수 없는 어떤 유별난 생각을 가졌는가 하면,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훌륭한 생각도 갖고 있었다. 점차 밤이면, 제자들이 둥그렇게 둘러앉은 주위로 또한 겹의 원을 그리며 갈매기들이 둥그렇게 모여들었다. 이들은 어둠 속에서 몇 시간이고 귀를 기울이고 있는 호기심 많은 갈매기들이었는데, 서로 보려고도 하지 않고 남의 눈에 띄고 싶지도 않아서 날이 밝기 전에 모두 사라져 버리는 것이었다. 갈매기 떼에서 한 마리의 갈매기가 이탈하여 나와 비행법을 가르쳐 달라고 요청한 것은 그들이 돌아온 지 한 달쯤 지난 뒤의 일이었다.
그렇게 요청함으로써 갈매기 테렌스 로웰은 추방된 자라는 낙인이 찍힌 저주받은 새가 되었고, 그리고 조나단의 여덟번째 제자가 되었다. 그 다음 날 밤 갈매기 커크 메이나아드가 왼쪽 날개를 질질 끌며 모래톱을 비틀비틀 가로질러와서 조나단의 발아래 쓰러졌다.
"도와주세요." 그는 다 죽어 가는 자의 목소리로 아주 조용히 말했다. "이 세상에서 다른 무엇보다도 날고 싶어요……." "그러면 따라 오너라." 하고 조나단이 말했다. "나와 함께 공중으로 올라가서 시작해 보자." "이해하지 못하시는 군요. 제 날개를 좀 보세요. 날개를 움직일 수 없어요." "메이나아드 갈매기야. 너는 지금 여기서 네 자신이 될, 너의 진정한 자신이 될 자유가 있다. 아무것도 너를 방해할 수는 없다. 그것이 위대한 갈매기의 법칙이고 실재하는 유일한 법칙이야."
"제가 날 수 있다는 말씀입니까?" "너는 자유롭다는 말이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재빨리 갈매기 커크 메이나아드는 힘들이지 않고, 그의 두 날개를 펼치고, 그리고 어두운 밤하늘로 날아올랐다. 그가 백 오십 미터 상공에서 마음껏 소리내여 외치는 바람에 갈매기 떼가 잠에서 깨었다. -- "나는 날 수 있다! 자 들어 보시오! 나는 날 수 있다!" 해가 뜰 무렵에는 천 마리 가까운 새들이 조나단의 제자들 둘레에 모여들어서 호기심에 찬 눈으로 메이나아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남들이 보든지 말든지 상관치 않았고 조나단 갈매기의 말을 이해하려고 애쓰면서 귀를 기울였다. 그는 매우 간단한 것들에 대해 -- 갈매기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것, 갈매기의 본질은 바로 자유라는 것, 갈매기의 본질은 바로 자유라는 것, 그 자유를 방해하는 것은 그것이 어떠한 형태의 의식(儀式)이든 미신이든 제약이든, 여하튼 물리쳐 버려야 한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물리쳐 버려야 된다구요?" 군중 속에서 누군가가 외쳤다. "그것이 갈매기 떼의 법률일 경우에도 말입니까?" "자유로 이끌어 가는 법만이 참된 법이다. 그 밖에 다른 법이란 없다."고 조나단이 말했다. "당신은 어떻게 우리들이 당신처럼 날 수 있다고 기대하십니까? 당신은 다른 새들보다 뛰어난, 특별하고 재주있고 그리고 신성한 새입니다."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플레처를 보아라! 로웰을! 찰즈 롤런드를! 쥬디리를! 그들 역시 특별하고 재주 있고 신성하단 말이냐? 너희들보다 뛰어난 것이 없고, 나보다 뛰어난 것도 없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은 그들 자신의 진정한 본질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기 시작했다는 것뿐이다." 플레처만을 제외하고 그의 제자들은 불안하게 몸을 뒤척혔다. 그들은 자기들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깨닫지를 못하고 있었다. 질문하러 오는 새들, 숭배해 오는 새들, 경멸하러 오는 새들 등으로 매일같이 군중은 늘어 갔다.
어느 날 아침, 고등 고속 비행 훈련을 마친 뒤 플레처가 조나단에게 말했다. "갈매기들이 그러는데, 당신은 위대한 갈매기 그분의 아들이거나, 아니면 당신의 시대보다 천 년이나 앞선 갈매기라는 거예요." 조나단은 한숨을 쉬었다. 오해로 얻은 이름이구나 하고 그는 생각했다. 그들은 나를 악마 아니면 신이라고 부르는구나.
"네 생각은 어떠냐, 플레처? 우리들이 우리의 시대보다 앞서 있는 것이냐?" 한 동안 대답이 없었다. "글쎄요, 이런 식의 비행법은 언제나 여기에 있어 왔고 그것을 발견하려고 원하는 자는 누구나 배울 수 있는 것이지요. 그것은 시간과는 관계없는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유행에 앞서 있는지 모르지요. 대부분의 갈매기가 나는 식보다 앞선 식으로 날고 있다고나 할까요."
"그거 근사한 이야기군." 잠시 몸을 뒤집은 자세로 날기 위해 회전하면서 조나단이 말했다. "시대에 앞선다는 말보다 훨씬 듣기 좋은데."
그 후 꼭 일 주일 뒤에, 다음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플레처가 한 학급의 새 제자들에게 고속 비행의 요령등을 시범으로 보여 주고 있었다. 그는 이천 미터 상공으로부터 급강하하여 지상에서 불과 몇 치 안되는 지점에서 방향을 틀어 회색의 긴 줄을 긋듯 총알처럼 수평으로 날고 있었다. 이때 처음 날아보는 어린 갈매기 한 마리가 어미새를 부르면서 플레처의 정면으로 곧장 날아왔다. 이 어린 갈매기를 피하기 위하여 플레처는 시속 삼백 이십 킬로미터 정도의 속도로 날다가 순간적으로 왼쪽을 홱 방향을 틀어, 단단한 화강암 절벽에 꼰아 박았다.
그에게 그 바위는 마치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딱딱하고 거대한 하나의 문처럼 느껴졌다. 그가 충돌하는 순간에, 두려움과 충격과 암흑이 왈칵 밀어닥쳤고, 그리고 그는 기억이 가물가물한 가운데, 두렵고 슬프고 안타까운, 말할 수 없이 안타까운 가운데 어딘가 낯선 세계에서 둥둥 떠 가고 있었다. 이윽고 어떤 목소리가 들려 왔다. 그것은 그가 처음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을 만났던 날 들은 그 목소리였다.
"플레처, 우리가 참을성 있게 순서에 따라 우리의 한계들을 넘어서려고 노력하는 거기에 비결은 있는 것이다. 우리의 계획에서 바위를 뚫고 지나 나는 일은 얼마뒤에 할 과정이다."
"조나단이구나!" "위대한 갈매기의 아들로도 알려진 몸이지." 그의 스승(조나단)이 무표정하게 말했다. "여기서 무엇을 하고 계시는 거죠? 그 절벽! 나는 죽지……, 죽지 않았던가요?" "아, 플레처, 진정하고, 생각해 봐라. 지금 네가 내게말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 너는 분명히 죽은 게 아니지, 그렇지? 네가 우연히도 해 낸 일은 너의 의식 수준을 뜻밖에 느닷없이 바꾼 것이었어. 여기에 머물면서 이 수준의 것을 계속 배우든지--그런데 그것을 앞서 네가 하던 것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이야. 아니면 다시 돌아가서 갈매기 떼와 함께 일하든, 이제 선택은 네게 달려 있는 거야. 우두머리 갈매기들은 일종의 파국이 있었으면 하고 바라 왔는데, 네가 그렇게도 그들의 마음을 잘 알아 준데 대해 그들은 놀랐을 거야."
"물론 저는 갈매기 떼에게로 돌아가기를 원합니다. 새로운 갈매기들과 이제 막 시작하려던 참이었던 걸요!" "좋다, 플레처. 우리의 육체란 생각 자체에 지나지 않는다던 우리들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겠지……?"
플레처는 모든 갈매기 떼가 절벽 아래서 그를 에워싸고 둥그렇게 둘러서서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머리를 흔들어 보고 두 날개를 펴 보고, 그리고 눈을 떳다. 그가 처음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몰려왔던 갈매기들 사이에서는 끽끽 꽥꽥 야단 법석이 났다.
"그가 살아났다! 죽었던 그가 살아났다!" "한쪽 날개 끝으로 그를 건드리더니! 그를 살려 냈어! 그 위대한 갈매기의 아들이 말야!" "그런데 참! 그는 자기가 위대한 갈매기의 아들임을 부인했지? 그는 악마야 악마! 갈매기 떼를 분열시키러 왔어!"
사천여 마리의 갈매기들이 모여서, 지금 일어난 일에 놀랐고, 그리고 악마라고 외치는 소리가 바다의 폭풍처럼 그들을 뚫고 지나갔다. 눈들이 초점을 잃은 채 빛났고, 부리들을 날카롭게 곤두세우고 조나단과 플레처를 죽여 버리기 위해 바싹 다가섰다.
"이곳을 떠나면 기분이 좀 좋아질 것 같은가, 플레처?" "뭐 떠나도 괜찮겠죠……." 눈깜짝할 사이에 그들은 둘이서 일 킬로쯤 떨어진 곳에 와 있었다. 갈매기 떼의 번득이는 부리들은 빈 하늘만 쪼았을 뿐이었다.
"어째서 그럴까?" 조나단은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한 마리 새에게 너는 자유롭다, 조금만 시간을 들여 연습하면 스스로 그것을 증명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기가 왜 그다지도 힘들단 말인가? 그것이 어째서 그렇게 어려운 일이란 말인가?" 주위의 풍경이 갑자기 바뀐 것에 대해 플레처는 여전히 눈을 깜박이며 어리둥절해 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신 거죠? 어떻게 해서 여기에 왔습니까?" "갈매기 떼에게서 벗어나고 싶다고 말하지 않았었느냐, 그랬었지?" "그랬었지요! 하지만 어떻게 이렇게……."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야, 플레처. 연습을 해." 아침이 되었을 때 갈매기 떼는 이미 전날의 광기를 까맣게 잊고 있었으나, 플레처는 그렇지 않았다.
"조나단, 오래 전에 당신이 한 말, 갈매기 떼에게로 돌아가서 그들이 배우는 것을 도와 줄 수 있을 만큼 그들을 사랑하느냐던 당신의 말, 그것을 아직 기억하고 계시는지요?"
"물론이지!" "당신을 죽이려 했던 바로 그 갈매기의 무리를 어떻게 사랑할 수 있게 되었는지 저는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아, 플레처, 그들을 사랑한다는 말이 아니야! 말할 나위도 없이 미움과 악을 사랑할 수는 없는 거야. 진정한 갈매기를, 모든 갈매기들 속에 깃들어 있는 착함을 연습을 통해 볼 수 있어야 하고, 그리고 그들로 하여금 그들 자신 속에 있는 그것을 볼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하는거야. 그것이 내가 말하는 사랑의 의미지. 그것의 비결을 터득했을 때는 기분이 좋은 거야."
"예를 들어서, 나는 거센 어린 갈매기를 기억하고 있지. 이름은 갈매기 플레처 린드. 막 추방당해서, 먼 벼랑 위에 자신의 절망적인 지옥을 마련하면서, 갈매기 떼와 죽기를 각오하고 싸울 참이었었지. 그런데 오늘 그는 여기에서 지옥이 아니라 천국을 꾸미며, 전체 갈매기 떼를 그리고 이끌어 가고 있는 거야."
플레처는 스승에게로 몸을 돌렸다. 그의 눈에는 잠시 놀란 기색이 어렸다. "'제가' 이끌어 가고 있다고요? 당신이 스승인데, 떠나셔서는 안 됩니다!"
"안 될까? 빛을 향해 가고 있는 이곳의 갈매기 떼보다 더욱더 하나의 스승을 필요로 하는 다른 갈매기 떼들이, 다른 많은 플레처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안 들어?"
"'제가' 어떻게요? 존, 저는 한 마리의 평범한 갈매기인데, 하지만 당신은……." "위대한 갈매기의 독생자라 이 말이지?" 조나단은 한숨을 쉬고 바다를 내다보았다. "너에겐 이제 더 이상 내가 필요 없어. 너는 매일매일 조금씩 더, 네 자신을, 무한한 플레처 갈매기를 발견해나가기만 하면 되는거야. 무한한 플레처 그가 너의 스승이야. 그를 이해하고 그를 본받아 훈련하면 돼." 잠시 후에 조나단의 몸은 대가 중에서 가물가물 반짝이며, 아른아른하는가 싶더니,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그들이 나에 관한 가당찮은 소문을 퍼뜨리거나, 나를 신(神)으로 만들게 하지 말아. 알았지, 플레처! 나는 한 마리의 갈매기야. 나는 날기를 좋아하고, 어쩌면……." "조나단!" "가련한 플레처! 너의 눈이 네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믿지 말아라. 네 눈이 보여 주고 있는 모든 것은 한계뿐이야. 너의 이해력으로 보고, 네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찾아내라. 그러면 나는 법을 알게 될 거다." 아른거리는 모습이 없어졌다. 갈매기 조나단은 허공으로 사라져 버리고 없었다. 얼마 후 갈매기 플레처는 (무거운) 몸을 이끌며 하늘로 솟아올라 아주 새로운 한 무리의 제자들을 만났다. 모두 다 첫 수업에 열심이었다.
"우선……,"엄숙하게 말했다. "너희들은 갈매기란 무한한 자유의 이념이라는 것, 위대한 갈매기의 한 영상(影像)이라는 것, 그리고 너희들의 몸 전체는 날개 끝에서 날개 끝까지, 바로 너희들의 생각 자체라는 것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젊은 갈매기들은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야, 뭐 이래. 공중에서 재주넘는 법칙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잖아, 하고 그들은 생각했다. 플레처는 한숨을 쉬고 위로 날아올라갔다.
"흠, 에…… 좋다."고 말하면서 그는 그들을 눈여겨 뜯어보았다. "수평 비행부터 시작하자." 그렇게 말하는 순간, 그는 조나단이 정말로 자기와 다름없이 신성할 것이 없는 새였다는 것을 불현듯 깨달았던 것이다. 무한하다고 했지, 조나단? 그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내가 희박한 대기를 넘어가서 '당신의' 해변에 모습을 나타내고, 그리고 당신에게 비행법에 관한 새로운 한두 가지 사실을 보여 줄 시간도 멀지 않았지!
플레처는 자기 제자들에게 엄격한 스승으로 보이려고 애를 썼으나, 그는 불현듯, 한순간이나마 제자들 모두의 참모습을 발견했고, 그들의 참모습에 호의 정도가 아니라 사랑조차 느꼈다. 한계가 없다고 했지요, 조나단? 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미소를 지었다. 배움을 향한 그의 줄달음이 이미 시작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