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퇴근 중 장을 보러 들린다던가 어린이집에 아이를 등·하원시키는 경우에 일어난 사고는 산재 보상을 받을 수 있다.
* 한우의 고장 횡성에 들린 이들은 소고기 등심을 샀다.
* 자가 격리 중 PC방에 들린 남성에게 벌금 300만원이 선고됐다.
이 문장들은 최근 언론에 보도된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보이지만, 틀린 낱말이 있답니다.
첫 문장의 '들린다던가'는 '들른다던가'로, 둘째·셋째 문장의 '들린'은 '들른'으로 고쳐 써야 맞지요. 일상생활에서 "오늘 꼭 삼촌 집에 들려라" "집에 들려서 밥 먹고 가라" 같은 말을 많이 들어봤을 거예요. 이 또한 '들러라' '들러서'라고 해야 맞아요.
사람들이 많이 헷갈리는 '들르다'와 '들리다'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들르다'는 '지나는 길에 잠깐 들어가 머무르다'라는 뜻이 있어요. 예를 들면 '친구 집에 들르다' '동생은 하굣길에 으레 분식집에 들른다'와 같이 써요. 유의어로는 '거치다' '경유하다' 등이 있죠.
'들리다'는 '병에 걸리다' '귀신이나 넋 따위가 덮치다'라는 뜻이 있어요. 예를 들면 '감기가 들리다' '신들린 연기(演技)'와 같이 써요. '들리다'는 '듣다'의 피동사이기도 해요. '소문이 내 귀에 들리다'처럼 쓰죠. 또'들다'의 피동사(사동사)로, '손에 가지게 되다(하다)'는 뜻으로도 쓰여요. '해녀 손에 들린 전복' '음식을 잔뜩 들려 보내다' 같이 씁니다.
'들르다'는 어간 '들르-' 뒤에 어미 '-어'가 붙으면 '으'가 탈락해 '들러'가 되고, '들리다'는 '들리-' 뒤에 어미 '어'가 붙으면 '들려'가 됩니다.
류덕엽 교육학박사· 서울양진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