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불련 법회를 마치고
언제나 즐겨 가는 칼국수 집으로 향합니다
음식을 시켜 놓고 시계를 보니 일곱시라
아직 유치원 선생님들이 퇴근을 안했으면
불러 저녁을 살 생각으로 전화를 하니
지금 막 나가려던 참인데요 합니다
와서 칼국수를 먹자 하니 예 스님 하고는
댓바람에 원장님을 대동하고 달려 옵니다
마침 우리는 조금 먼저 시작을 하였기에
이차로 곡차를 한잔 하러 가겠다는 법우들에게
이 녀석들 오늘 오계를 공부하고 나서
금방 술집으로 향하느냐 하고 보내 놓고는
유치원 선생님들 식탁에 앉아 잠시 있다가
나는 먼저 올라갈테니 실컷 먹고들 가라며
계산대에 서니
저편쪽 보살님들 상에서 누가 보고
해월 스님 아니시냐 묻습니다
그렇기는 한데 누구신지 하고 물으니
원효 유치원 일회 졸업생 엄마예요 하고
반가이 인사를 합니다
나는 여기 유치원 원장과
선생님들도 있노라며 인사시키고
애기는 지금 무엇을 하는가 물으니
시각 디자인을 배웠는데 올해 취업을 해서
대처로 나갔노라며 자랑스러이 말합니다
아마 90년도에 첫 입학생을 받았으니
그 아가들이 벌써 스물 여섯살이 넘어가고
엊그제는 일회 졸업생 가운데 조리사가 된 친구가
시내에 샤인이라는 레스토랑을 개업했다고
알려 온적도 있습니다
나는 일일이 아가들과
부모님들을 기억하지 못해도
그분들은 원효 유치원을 수료한
자랑스런 원효 가족으로
언제 어디서 만나도 반갑게 인사를 하여 오시니
이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내가 출가를 하여
할수 있는 일 가운데 하나가 이것이다며
유치원을 짓고 개원한 덕분입니다
선생님들과 어머니들 모임에
맛있게 식사 하시라고 인사를 하고 올라 오니
저녁 여덟시 반인데 다음 번에는
일회 졸업생이 이제 막
자기 사업으로 시작한 레스토랑에서
선생님들에게 저녁을 사야 할 듯 합니다
이미 가서 먹어본 동기생 엄마는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있더라며
언제 스님 같이 가시지요 하고 청하였으니
가게 되는 때 연락을 하여
오랜만에 유치원 이십년 역사를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고사리같은 손으로 엄마 손을 잡고
오리 꽥꽥 병아리 삐약삐약 하며
유치원에 들어 왔던 아가들이
이제는 사회의 일각에서 저희들의 특기를 살려
일조를 하고 있음을 보면서
내가 알아야 할 것은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
는 책의 내용이 생각납니다
아마도 원효 유치원 아가들은
어렸을 적에 스님에게 부처님의 이야기며
삼강 오륜이나 소학등의 가르침을
월요일마다 듣고 자랐으므로
아가들의 근본 바탕은 정법에 입각하여
이미 다 이루어진 상태였을 것이라
은근히 자부하면서 아가들의 앞날에
부처님의 가피가 가득하시기를 빕니다
원효사 심우실에서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