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니콜스 감독 - 울프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보게 된 경위는 회관 수업 때 어느 날 선생님께서 영화에 관련된 강의를 하시다가 우연찮게 마이클 니콜스 감독과 함께 언급한 이 영화의 내용이 인상 깊어서다.
‘약간 공상적이고 SF적이지만 그러면서도 인간의 내면의 야성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회귀본능을 심도 깊게 묘사한 작품‘이라는 대목이 마음에 걸려 나는 그대로 애용하는 다운로드 사이트에 들어가 ’울프‘를 다운받아 보았고, 처음에 영화 포스터를 보면서 할리우드에서 만들어낸 그저 그런 3류 공포영화가 아닌가하고 반심반의하며 동영상의 재생 버튼을 눌렀다.
마침 영화의 시작은 주인공인 월이 자동차를 타고 어느 산골길을 가다가 늑대를 치어 받고 늑대를 묻으려다가 오히려 늑대에게 손을 물리고 도망치게 되는 데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때 불현듯 <레지던트 이블>이나 <언더월드>가 떠올랐다. 그 작품들은 단순한 상업성 영화이지만 괴물이 되어버린 인간, 혹 괴물로 변해가는 인간을 다루는 작품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늑대인간으로 변해가는 인간을 그린 <울프>와 비교된 것이었다.
하지만 <울프>는 그런 괴물로 변해가는 인간을 다룬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유희적 공상이 아닌 인간 내면의 깊은 곳에 있는 야성을 어떻게 하면 스크린에서 깊이 있게 다룰 수 있는가를 보여주었다.
월은 출판사의 파티에 참여하여 상사로부터 해고당할 거라는 말을 듣게 된다. 그리고 그 자리를 자신의 밑에 있던 부하 직원이 차지하게 되면서 침체된 월은 잠만 자게 되는데, 그때부터 늑대의 저주가 월의 영혼을 잠식하기 시작한 듯, 윌은 자신의 아내와 동료들에게 점차 야성적이고 강압적으로 대한다. 그리고 몸에서 털이 자라나기 시작하면서 동물처럼 민감하고 예민한 코와 눈을 가지게 된다. 한편, 월은 우연히 자신의 상사의 딸인 로라와 만나게 되면서 알 수 없는 고독감을 품고 있는 그녀에게 이끌리게 된다.
그러나 늑대의 영혼은 월의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게 그의 영혼을 잠식하여 월에게 남아있던 이성도 마비되고 결국에는 동물을 사냥하게 되고, 인간을 죽이게 된다. 로라는 그런 월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자신도 모르게 월에게 이끌리게 되고 자신의 내면에 월과 같은 늑대의 영혼이 있음을 알게 된다. 결국 월에 의해 늑대인간이 되어버린 부하동료가 월과의 싸움에서 죽게 되고 월은 숲 속으로 도망쳐 늑대가 된다. 그리고 로라는 자신의 저택으로 온 경찰의 앞에 짙게 화장을 하고 냉소적으로 웃으며 맞이하고는 달을 바라보며 그 달을 보고 울부짖는 늑대가 스크린에 비추고 로라가 의미심장하게 미소 짓는 것이 오버랩 되면서 영화는 끝난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늑대인간이나 뱀파이어, 프랑켄슈타인 같은 괴기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어째서 이런 공상적인 요소가 있는 작품들이 고전이나 현대문학에서 자주 인용되고 사용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졌었는데, 그 의문에 더욱 심도 있게 접근해나갈 발판을 울프가 마련해준 것 같다.
잠깐 불쾌한 얘기가 될 지도 모르겠지만, 여기서 윤리의식이나 도덕이라는 것을 완전히 배제하고 야생으로서의 인간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인류가 글자를 만들고 불을 발견한 것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짧은 기간 동안에 이루어진 일이다. 즉 우리 인간의 육체에는 선사시대 전부터 오랜 세월 동안 야생에서 생활에 온 DNA가 축적되어있다. 그리고 야생에서 수많은 맹수들과 자연의 혹독함 속에서 싸워오면서 단련된 야생성과 자유본능이 있다. 지금에 와서 문명시대가 되었지만 선사시대를 거쳐 간 인간의 DNA나 영혼이 이런 문명시대에 완전히 녹아들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고 본다. 어쩌면 도덕이나 윤리의식은 그런 인간의 야수성을 어느 정도 사회에 맞게 정립시키고 정돈하는 틀이 아닐까 싶다. 사실 윤리의식과 도덕의식은 시대에 따라 변하는 일도 있으니까. 그러나 그런 인간의 윤리의식과 도덕의식을 벗겨내고 다시 야생으로 되돌린다는 상상을 우리 인간은 남몰래 해왔고 그런 상상의 결과가 늑대인간이나 뱀파이어 같은 것이 아닐까하는 추측을 해본다. 이 영화를 보면서 인간 내면의 그런 공포성에 대해 생각해보았고 그런 그래서 그런지 공포영화에 난생 처음으로 흥미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