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운송시장제도 개선, 갈 길 멀다
이해 달리하는 시장 주체들, 정부안 놓고 심각한 대립상 보여
2008년 12월 13일 (토) 11:12:47 장지웅 기자 j2w2165@klnews.co.kr
정부가 화물운송시장 제도 개선을 위해 반년 가까이 고생해 안을 내놓았으나 이에 대한 이
해를 달리하는 시장 주체들간의 의견차가 심해 이를 조율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이 요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 정부가 가능하면 원안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
이고 있어 제도개선안이 확정되더라도 이를 시행하는 데 어려움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12일 10시 교통연구원 대강당에서 지난 6개월 간 화물운송시장 선진화를 위해 연구
해 온 제도방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공청회에는 300여 명이 넘는 화물운송시장 종사자가 참석, 이번 제도개선이 그들의 생존권
과 직결됨을 반증했다.
이날 공청회는 화물운송시장 선진화 방안에 대한 교통연구원 정승주 연구위원의 주제발표
와 지정토론형태로 진행됐다.
지정토론은 강승필 서울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권오경 인하대 교수, 김흥진 국토해
양부 화물운송제도개선팀장, 신한춘 부산화물자동차운송사업협회장, 심동진 화물연대 사
무국장, 장원석 부산화물자동차운송주선사업협회장, 한덕식 컨테이너운송사업자협의회
사무국장 등이 패널로 참석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대부분의 패널들은 정부의 큰 방향성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는 바이나 세부적인 방안들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패널들의 토론이 끝난 후 객석의 의견을 받는 시간에는 주선사, 운송사, 화물차주들
이 주체 간 상반된 의견을 제시할 때마다 서로에게 욕설을 퍼붓는 등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공청회에 참석했던 국토해양부 김흥진 화물운송제도개선팀장과 곽인섭 국장
은 제도개선 방안에 대한 자신들의 확고한 입장을 표명, 원안을 수정할 뜻이 없음을 시사
했다.
이번 제도 개선안은 화물운송시장의 급격한 변화는 물론 각 주체별 생존과 밀접하게 연관
되는 것들이 많아 당분간 마찰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화물운송시장의 각 주체별 대표로 참석한 지정토론자들의 의견을 간략하게 요약해 보았
다.
[운송사업자] 직접운송의무제, 시장경쟁 악화시켜
신한춘 부산화물자동차운송사업협회장 : 지금껏 정부는 화물운송시장을 고려하지 않은 정
책을 수립하고 힘으로 몰아 부쳐왔다.
그에 따라 화물운송종사자들은 엄청난 혼란을 겪어왔고 그에 따른 극심한 진통에 시달리
기도 했다. 하지만 이처럼 실패한 정책에 대해 정부는 그 누구도 책임을 진 사람이 없다.
우선 해보다 아니면 말지라는 무책임한 행동으로 일관해 왔다.
정부는 직접운송 의무화를 통해 각 운송사별 화물확보 노력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학연, 지연 등으로 인해 폐쇄적으로 변해버린 화물운송시장의 물동량을 아무
런 지원도 없이 확보하라고 하는 것은 또다시 피비린내 나는 살육의 장으로 만드는 것으
로, 모든 운송사를 공멸로 몰아넣는 제도가 될 것이다.
오늘 발표된 제도개선방안 중 가장 큰 문제는 대형운송사나 협력업체의 용차 사용을 허가
하여 물량확보의 기회를 상실시키고 있다는데 있다. 정부가 운송기능을 회복시키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용차사용을 금지시키고 운송업체가 커나갈 수 있도록 운송업체 중심으로
의 제도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현행 화물운송시장의 근간을 보호하면서
안정을 유지하는 가운데 물동량 정보의 공급, 물류인프라의 구축, 세제 등의 제도적 지원
강화 등을 통해 제반여건을 마련하고 단계별로 속도를 조절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화물운송시장 선진화방안의 근본취지는 충분히 인정한다. 국가 경제와 산
업발전을 위해 화물운송시장 정착을 도모하고 물류제도의 혁신을 추구하고자 하는 정부관
계자들의 충정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하지만 그 개선책이 현실과 맞지 않고 개선이 아닌
대안 정도의 방안은 문제가 있다. 향후 정부가 화물운송시장의 발전을 위한 지원과 배려
를 아끼지 않는다면 정부당국이 바라는 방향으로 환골탈퇴 해 나가겠다.
[주선사업자] 직접운송의무제, 다단계거래 구조 고착 우려
장원석 부산화물자동차운송주선사업협회장 : 정부가 제시한 직접운송의무제는 현재 100
대의 화물을 확보하여 직접 운송하던 운송사는 앞으로 30대 물량만 직접운송하고 70대 물
량은 다단계로 운송위탁을 해도 된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일부 시행하고 있는 직거래운송
구조마저 악화시키고 중소형 운송사를 대형운송사의 하청업체로 전락시켜 다단계거래구
조 고착화와 직거래운송을 저해할 것이다.
정부가 제도개선을 하고자 하는 최종의 목적은 화물의 운전자들이 제대로 된 운임을 받도
록 하겠다는 것이나 정부의 이번 정책은 일부 대기업한테 합법적으로 재 주선을 할 수 있
게 해주기 위한 제도라고 밖에 안 보인다.
또한 허가취소를 받지 않으려면 물량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이는 업체간 과당경쟁을 유
발시킬 것이고 이로 인해 시장은 많은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학계] 방향은 맞다, 속도 조절해야 한다
권오경 인하대학교 교수 : 구성원 모두가 만족하는 해답은 없다. 과연 방향이 맞는지 얼마
나 양보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올해 화물운송시장은 고유가로 힘든 한해를 보냈다. 그러나 내년은 더욱 어려울 것으로 예
상된다. 또한 점차 글로벌화 되다보니 과거에 비해 물동량에 대한 민감도는 상당히 예민해
졌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봤을 때 내년도 물류업계의 이런 비상시국을 어떻게 극복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대책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제도방안은 국내 화물운송종사자들이 가져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잘 정리한 것 같다. 하지만 더욱 좋은 제도가 되려면 운송업체가 직접 운송을 할 수 있도
록 하는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 방향성은 맞지만 스피드를 늦추고 보다 현실적인 지원책
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정부가 내놓은 정보망 등의 제도와 관련해서는 이 제도가 효과적으로 잘 운영이 되
고 있는지에 대한 관리 역할의 주체 등에 대해서도 논의가 돼야 할 것이다.
[개별차주] 표준위수탁 계약서 반드시 필요
심동진 화물연대 사무국장 : 정부가 제출한 안은 미흡한 부분이 많다. 핵심적으로 개선돼
야 될 화주운임공개, 주선료상한제 등의 핵심적인 제도개선이 빠져 있다.
하지만 오늘 발표된 정부의 제도개선방안은 턱없이 부족한 연구진들이 모여 최소한의 제
도를 바꾸자고 많은 노력을 기울인 만큼 이에 대해 반발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정부의 제도개선방안에 대해 반대하고 적극 나서는 주체가 있다면
화물연대 역시 이를 제지하고자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다.
주선연합회를 비롯한 주선업계는 이번 정부의 제도와 관련해 반발이 있는 것 같은데 이는
주선료 상한제 도입 등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부의 직접운송의무제 도입과 관련 화물연대는 타당하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100% 직접
운송의무제로 간다면 다단계는 없어질 것이다. 그나마 정부는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처음
에 50%에서 30%까지 낮췄다. 실적이 없는 회사는 퇴출돼야만 하며 이에 대한 처벌방안 등
도 마련해야 한다.
또 표준위수탁 계약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의 개별적으로 작성하는 운송계약서에는
강압적인 계약과 독소조항이 너무 많다. 정부는 이것을 당사자 간에 합의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이런 독소조항이 많이 들어간 경우 무효화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운송사업자] 직영비율, 법으로 규정할 문제 아니다
한덕식 컨테이너운송사업자협의회 사무국장 : 화물운송시장은 구조적으로 일명 하청이라
는 것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의 제도개선안은 다단계 구조만 법으로 막으면
선진화될 수 있는 것처럼 만들어졌다.
시장의 활성화를 막는 제도나 관행이 있다면 막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시장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선진화의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제도방안은 이러한 지원책과 육성방안이 미흡하다. 이를 더욱 보완해 주어야만 할
것이다.
또한 정부는 직접운송에 대해 일정비율로 의무화할 것을 강조하고 있지만 직영비율을 법
으로 규정하기 보다는 차량의 특성별 시현을 통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이밖에도 만약 대형운송사가 시장을 이끌지 못할 경우 운송에 수반되는 인프라 투자 등은
누가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도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