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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6가지 루머와 팩트 확인' 기사를 검증한다 - 2
제2편 - 세월호 ‘에어포켓’존재설
(WWW.SURPRISE.OR.KR / 신상철 / 2014-05-21)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고 제가 첫 번째로 썼던 글이 <Air Pocket - 생존의 가능성을 높인다> 였습니다. 에어포켓(Air Pocket) 형성가능성과 함께 알파잠수 이종인 대표의 다이빙벨(Diving Bell)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던 그 글은 아고라에서 하루만에 5만명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많은 관심을 끌었으나 실제 세월호 구조업무에는 거의 반영이 되지 않았던 기록으로 남고 말았습니다.
한겨레신문은 지난 5월 12일자 '6가지 루머와 팩트 확인'이라는 기사의 두 번째 타이틀로 <세월호 ‘에어포켓’ 존재설>을 다루면서 ‘에어포켓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결론내리는 기획기사를 내 보낸 바 있습니다. 저는 그 기사내용에 대한 시시비비와는 별개로 상당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습니다. 하여, 오늘은 박기용 기자의 기사에 대해 검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한겨레 박기용 기자의 기사 - 세월호 ‘에어포켓’존재설
②‘에어포켓’ 존재? 뱃머리 떠있어 수색 우선순위 | 사실은 평형수 안 채운 공간
세월호 사고 초기, 실종자 가족들과 온 국민을 애타게 만들었던 것 가운데 하나는 ‘에어포켓’(선체 내 공기층 )의 존재를 두고 벌어진 ‘희망 고문’이었다. 선박이 침몰하더라도 뒤집힌 선체 격실 등에 물이 들이차지 않은 빈 공간이 일부 생길 수 있다. 이곳에 선체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은 공기가 남아 있을 수 있는데, 이게 에어포켓이다. 바다 밑으로 급속히 가라앉은 세월호 선체 안에도 이런 공간이 생겼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리고, 배 안에 갇힌 생존자들이 에어포켓에 모여 있을 것이라는 기대 가 사고 초기 상황을 지배했다.
세월호 침몰 직후 언론과 전문가 등은 에어포켓의 존재 가능성을 매우 높게 봤다. 세월호 뱃머리 일부가 사고 발생 3일째인 18일 낮까지도 수면 위로 솟아올라 있었기 때문이다. 선체를 물 위로 띄우는 부력의 존재는 선체 내 공기층 때문에 가능하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게다가 지난해 선박 전복 사고로 대서양 바다 밑에 갇혔던 선원이 3일 만에 구조됐다는 외국 사례가 반 복 보도되면서 에어포켓의 존재는 ‘기정사실’이 됐다. 일부 매체는 에어포켓 안에 33명이 생존해 있다는 식의 ‘확인할 수 없는 구 체적 보도’까지 쏟아냈다.
에어포켓에 대한 믿음은 한시가 급한 수색·구조의 ‘우선순위’까지 바꿔놓았다. 공기가 차 있는 뱃머리 쪽에 생존자가 있을 수 있으니 이곳부터 수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일부 민간 전문가들은 사고 다음날인 17일부터 언론 인터뷰에서 “뱃머리 쪽에 배에 남아 있던 공기가 차 있다.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이 있으니 여기부터 수색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 했다.
이러다 보니 초기 수색·구조 작업의 초점은 ‘에어포켓 보호’에 맞춰진 측면이 크다. 특히 사고 초기에 객실 유리창을 깨고 선체 내부로 서둘러 진입해야 한다는 적극적인 의견은 ‘에어포켓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의견과 섞이며 힘을 얻지 못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애초부터 에어포켓이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적의 공격을 가정하고 건조되는 군 함이나 2만t 이상 초대형 크루즈 선박 등에는 바닷물 유입을 막는 ‘차수벽’이 충분히 설치돼 있다. 이는 사고 발생시 에어포켓 형 성 가능성을 높인다. 반면 세월호 같은 연안여객선은 차수벽이 충분치 않다. 특히 배 뒤쪽 램프형 출입구를 통해 차량이 직접 진 입하는 세월호 같은 로로선은 바닷물이 한번 들어오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가 없다고 한다. 침몰 초기에 에어포켓이 일부 형성됐 더라도 금세 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에어포켓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부른 ‘세월호 뱃머리’는 원래 배의 균형을 잡아주는 평형수가 채워져야 할 공 간이었다. 검경합동수사본부의 수사 결과, 세월호는 평형수를 권고 기준의 4분의 1 정도만 채운 것으로 드러났다. 평형수가 부족한 사실을 몰랐던 상황에서 배가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이유를 에어포켓에서 찾게 된 셈이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사고 8일째인 지난달 23일 “구조팀이 3·4층 다인실을 집중 수색했지만 에어포켓은 발견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수색작업을 지휘한 해군 고위 간부는 “선체가 왼쪽으로 기울면서 (에어포켓은) 우현 쪽으로 옮겨갔을 텐데 밀폐 공간에 온갖 부유물이 뒤엉켜 있어 공기가 분산되거나 사라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0년 천안함 침몰 때도 에어포켓의 존재가 논란이 돼 실종자 가족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당시 천안함은 배가 반으로 쪼개지면서 가라앉은데다 희생자들의 사망 추정 시간이 모두 비슷해 에어포켓이 애초부터 형성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됐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
2. 한겨레 박기용 기자의 기사의 위험성
한겨레신문 박기용 기자가 쓴 기사의 위험성은 <구조팀이 수색했으나 에어포켓은 발견되지 않았다>라는 결론을 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것도 <침몰후 8일이 지난 시점의 수색> 결과를 예로 들면서 말이지요. 그러면 침몰 후 첫 날은? 둘째 날은? 세째 날은? 그것에 대해 현재 알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당시 어느 누구도 구조를 위해 그 공간에 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8일째 되는 날 수색해보니 에어포켓이 없더라. 그러니 처음부터 구조하겠다고 부지런 떨거나, 독촉할 필요가 없었다>라고 주장하고 싶은 건지 뭔지 모르겠습니다. 기사를 그런 식으로 쓰다니요. 그리고 <침몰하는 배에는 에어포켓이 없으니 인명구조를 하겠다는 생각은 포기하고 바로 인양으로 들어가는 것이 낫다>는 주장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향후 해난구조에 관한 인식에 상당히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금할 수가 없습니다.
선박이 침몰하면 반드시 에어포켓이 형성됩니다. 배가 크든 작든 그렇습니다. 그것이 선박공학입니다. 그것이 궁금하면, 설겆이 할 때 그릇을 물통에 왕창 쏟아 넣고 물을 부어도 그 중에 반드시 에어포켓이 존재할 것이고, 쉽게 할 수 있는 실험으로는 맥주잔 바닥에 종이를 붙이고 맥주잔을 뒤집어 물속으로 밀어넣어도 물이 종이에 닿지 않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게 바로 에어포켓입니다.
문제는 에어포켓이 존재하느냐의 여부가 아니라, 어느 공간에 어느 정도의 에어포켓이 형성되는가의 문제이고, 그것이 얼마나 존재하다가 사라지는가의 문제인 것입니다. 특히 어떤 곳은 인위적으로 빼지 않는 한 영구히 소멸되지 않는 에어포켓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선박이고, 선박이 갖고 있는 구조적 특성입니다.
현대에 선체는 기본적으로 철(Steel)로 만들어집니다. 철과 철을 맞대어 용접으로 이어가며 선박의 형태가 완성됩니다. 용접으로 만들어진 구조물은 물이 새거나 침투하지 못합니다. 문제는 어느 구획, 어느 부분이 개방(Open)되어 있느냐인 것입니다. 출입문, Air Duct, Cable way, Speaker 등등 공기가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들의 존재여부에 달린 문제인 것입니다.
엄밀히 따지면 <에어포켓이 만들어진다>는 표현보다는 <해수가 유입되지 못하는 공간이 남아있게 된다>는 표현이 더 사실에 가까울 것입니다. 다만 그렇게 해서 형성된 공간을 에어포켓(Air Pocket)이라고 부른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입니다.
부력이 중력보다 크면 물에 뜹니다. 선박의 부력은 <선박의 부피 내에 존재하는 공기가 가진 힘>입니다. 그런데, 사고로 선박에 해수가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선체의 중량이 늘어나고, 어느 순간 '중량 > 부력'이 되는 포인트에서 선박은 물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잠수함은 이 원리를 이용하여 수면 위로 떳다 가라앉았다 하며 운항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선박이 물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선박 내에 공기가 제로가 되느냐? 그게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잠수함이 물 속으로 들어간다고 잠수함내 공기가 모두 사라졌다고 말할 사람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비록 중량이 부력보다 커지면서 물 속에 들어가긴 하지만, 선박을 물 위에 떠 있도록 했던 거의 대부분의 공기는 그대로 보유한 채 물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한다는 겁니다.
이후 해수가 들어오는 만큼 선박은 더 빨리 해저로 가라앉게 되고 동시에 수압의 영향까지 더해져 선박내 공기가 존재하는 공간을 해수가 채우게 되겠지만, 해수가 더 이상 공기를 밀어내지 못하는 공간(에어포켓)은 선박 어디에든 반드시 존재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그곳에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 여부에 달린 것이고, 그 에어포켓에 존재하는 산소가 소진되기 전에 구조를 할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인 것입니다.
박기용 기자도 그의 기사에서 언급을 했지만, 지난 해 대서양에 침몰한 배에 갇힌 20대 나이지리아 남성이 에어포켓 공간에서 탄산음료를 마시며 60시간을 버티다가 구조된 사례가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에어포켓의 존재와 생존가능성 여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인 것입니다.
4. 천안함의 경우 - Air Pocket은 급속히 사라진다
우리가 에어포켓의 존재여부를 고민하는 공간은 생존자들이 가장 많이 있을 수 있는 공간을 대상으로 합니다. 그것도 밀폐성 혹은 수밀성이 높은 공간이 우선일 수밖에 없습니다. 침실, 사무실, 작업실 등의 순서로 말이지요. 원초적으로 탁 트인 공간인 화물창 혹은 통상 승객이 접근할 수 없는 발라스트나 유류 탱크 등의 에어포켓은 거론할 이유도 없는 겁니다.
2010년 3월 26일 천안함이 서해 백령도 인근 해역에 반파 침몰하고 정부와 군은 ‘에어포켓’의 존재가능성을 거론하며 69시간 정도는 생존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하자 가족분들 뿐만아니라 전 국민이 애를 태우며 지켜보았습니다만, 저는 당시 <안타깝지만 5분 이내 전원 사망하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선체의 구조적 특성을 보면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천안함 함미의 경우 길이가 37m입니다. 그것이 47m 해저에 가라앉은 것입니다. 함수와 함미가 분리되는 순간의 TOD 영상에서도 잘 나타나 있지만, 함미가 침몰할 당시 엔진 등으로 인해 중량이 무거운 앞쪽 부분이 먼저 물속으로 빨려들어가게 됩니다.
따라서 수심 47m의 해저에 가라앉은 37m길이의 천안함 함미는 해저에서 바로 앉은 모습이거나 좌현 또는 우현으로 드러누운 형태로 안정 자세를 취하게 되는데 이럴 경우, 대원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공간인 침실의 구조적 특성을 따져보면 왜 천안함의 경우 에어포켓 형성이 어려웠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벽의 상부와 천정인 것이지요.
군함 침실의 천정에는 Air Duct(공기순환통로), 방송스피커, 전등시설 및 Cable way(전선통로) 등이 있 어 그곳을 통해 공기가 빠져나가고, 공기가 빠져나간 만큼 하부의 틈새로 들어온 해수가 공간을 채워버리기 때문에 침실 내의 대원들은 불과 5분을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그러한 저의 분석은 천안함 함미가 인양되 후 시신에 대한 군의관 검안 결과 <전원 동시간대 익사>라 결론내린 것으로 입증되었습니다.
5. 세월호는 '에어포켓'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세월호 침몰형태는 천안함과 상황이 완전히 다릅니다. 서있던 자세 그대로 해저에 가라앉았던 천안함과는 달리, 세월호는 이미 과적으로 복원력을 상실한 상태에다가 갑판화물에 대한 고박의 부실까지 겹쳐 급속하게 좌현으로 기울었고, 선체가 옆으로 드러눕기 시작한 이후 좌현선미 램프(화물출입구)로 유입된 해수로 인해 불과 십수 분만에 전복되었습니다.
이처럼 선박이 배를 드러내고 완전히 전복되는 경우, 그것도 빠른 시간 내에 전복된 경우, 각 구획안에 존재하는 공기를 그대로 안고 바다속으로 들어가게 될 뿐만아니라 공기가 쉽게 빠져나갈 수 있는 Air Duct, 전등, 스피커 등이 있는 천정이 바닥으로 변하고, 물이 침투하기 어려운 바닥과 벽이 천정으로 변함에 따라 Air Pocket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만큼 선내 승객들의 생존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는 것입니다.
한겨레는 인용한 그래픽과 함께 해수면 위로 선수가 떠 있는 것이 <평형수 공간에 공기유입 탓>이라고 적시했는데, 이것은 사실도 아닐 뿐더러 사실관계를 심각하게 왜곡하는 표현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첫째, 발라스트 탱크가 Full이 아닌 이상, 탱크 내에 해수를 제외한 공간에 공기가 차 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그리고 <공기유입>은 가능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없던 공기가 새로 만들어지지도 않는 것입니다. 물을 넣고 뺌에 따라 생기는 공기일 뿐입니다.
둘째, 선수쪽 발라스트 탱크 속의 잔존공기의 힘으로 인해 저렇게 선수가 가라앉지 않고 떠 있었느냐..라는 관점에서 따져본다해도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선체의 일부가 가라앉지 않고 수면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선박 전체에 존재하는 공기(에어포켓)의 총합에 의한 부력으로 떠 있는 것입니다.
셋째, 그런데 왜? 선미가 떠 있지 않고 선수가 떠 있느냐.. 하는 문제는 선박에서 선수부분이 가장 가볍기 때문입니다. 선미쪽으로 갈수록 선실구획이 길게 존재하는 것은 물론, 선미쪽에 엔진, 발전기, 프로펠러, 샤프트, 라더 및 각종 기관설비가 집중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세월호 내에 공기층이 선수부터 선미까지 균일하게 존재했다고 하더라도 침몰후 선체의 일부가 남아 있게 된다면 선수부분이 떠있고 나머지는 가라앉는 것이 당연하다는 얘기입니다.
넷째, 세월호의 1등항해사와 기관장을 심문하여 사실관계를 밝혀내거나, 혹은 선체를 인양한 후 발라스트 탱크 내부를 조사하거나, 아니면 세월호를 사고전 상황에서 사고에 이르기까지 다시 시뮬레이션을 해 본다면 명명백백히 드러나겠지만, 선수쪽 보다는 선미쪽 발라스트 탱크가 더 많이 비어 있을 것이라고 저는 판단합니다. 왜냐하면 세월호는 규정보다 세 배에 달하는 화물을 실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고, 그 대부분의 중량화물이 화물창 내에 적재되었으며, 화물창의 구조는 선수보다 선미쪽이 더 넓고 크기 때문에 과적의 영향은 선수보다 선미쪽이 더 많이 받게 됨에 따라 흘수(Draft)와 트림(Trim)을 맞추기 위해서는 선수쪽보다는 선미쪽 발라스트 탱크를 더 비워야 했을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다섯째, 위의 이유 등으로 선수부분이 수면 위로 노출되어 있는 것이고, 따라서 선수가 물 밖으로 나와 있다고 해서 그곳에 생존자가 더 많이 있을 가능성을 생각한다는 논리 또한 사실과 전혀 맞지않는 논리인 것입니다. 생존자가 있을 확률이 높은 곳은 당연히 승객들이 많이 모여 있었던 선실이고, 그곳을 주목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인 것이지요.
6. 박기용 기자께 드리는 취재요청
한겨레 기획기사에 대한 저의 검증 <제1편 - 서영지 기자의 7시20분설>에서 제가 서영지 기자께 추가로 취재하시면 좋을 내용을 말씀드렸는데 마찬가지로 박기용 기자께도 취재요청의 형식으로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1) 세월호 선수를 잡지 않았던 이유에 대한 취재
저는 사고 이틀 후 관련 글을 통해, 그리고 MBN 방송에 출연하여 <세월호의 선수를 잡으라>고 목이 터져라 주장했습니다. 세월호 선수를 잡아야 했던 이유는 ;
첫째, 선체가 완전히 뒤집어진 채 각도 그대로 유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선수가 물위에 떠 있었기 때문입니다. 선미 갑판 끝 부분은 해저에 닿아 있는 상태였고, 비록 공기의 힘으로 떠있는 상태이지만 그나마 선수를 누가 잡아주고 있는 형태를 유지했기 때문에 세월호가 전복된 상태와 각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둘째, 그 각도와 상태를 유지시키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선체 내부에 형성되어 있을 '에어포켓'때문입니다. 어떻든 침몰과 전복후 비교적 안정적인 자세를 취하게 된 세월호가 자신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내부의 에어포켓이 형성된 공간과 그곳에 생존자들이 피신해 있을 환경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셋째, 선수가 물속으로 가라앉게 되면 굴뚝과 선실의 구조적 문제로 세월호는 선체가 좌현 혹은 우현으로 90도 돌아눕게 되므로 기존의 에어포켓이 형성되었던 상황을 크게 변화시키는 것은 물론, 그나마 버티고 있을 생존자들에게는 재앙과도 같은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넷째, 선수를 잡는 것은 의외로 쉽습니다. (1)바지선 두척으로 선수의 좌우에 붙여좋고 와이어로 묶는 방법 (2)군함 두척이 선수 좌우로 붙어 세얼호 바우트러스터의 구멍을 이용 고박을 하는 방법 (3)기왕지사 현장에 출동한 3000톤급 크레인을 돌려보낼 것이 아니라 그 크레인을 이용하여 선수가 더 가라앉지 않도록 잡아 두는 방법 등 얼마든지 수립가능한 대책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결국 선수를 잡지 않았고, 세월호 선수는 해저 바닥에 닿아 선체가 옆으로 드러눕게 방치함으로써 그나마 형성되었을 에어포켓의 상당부분이 소실되도로 하였다고 저는 분석하는데, 이 문제에 대해 취재해 보시기를 강력히 권합니다.
(2) 세월호 선수가 수면 위에 머물고 있었던 낮과 밤 비교
세월호가 완전히 전복되어 선수의 일부만 남기고 물에 잠긴 후 어느 정도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게 됩니다. 세월호 선수의 낮과 밤의 사진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는 것이 낮과 밤, 무려 12시간 가량 지났음에도 선수가 물 속으로 크게 가라앉지 않고 비슷한 형태가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야간에 한 무리의 요원들이 보트를 타고 선수에 접근하여 뒤집어진 선수하부에 올라 불을 켜놓고 모종의 작업을 하고 있는 장면이 오래도록 노출되었고, 그 다음날 선수가 빠른 속도로 물 속으로 잠기기 시작했다는 사실에 대해 저는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제기에 대해 혹자들과 정부나 해경당국에서는 선체체에 공기를 주입하기 위해서였다거나 선수를 잡아두기 위해서였다는 등의 논리로 변명할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그러한 주장은 전혀 설득력도 없고 실효도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할 것입니다. 아무튼 선수를 잡기는 커녕, 그와는 상관없은 작업을 하였던 그 무리들은 누구이며, 무슨 일을 했는지 밝히는 것은 일반인들이 하기엔 버거운 영역이어서 감히 박기용 기자께 정중히 요청드리오니 취재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맺으며
해난사고와 인명구조에 관한 문제를 놓고 근거도 없이 갑론을박하는 것은 그 자체로 커다란 위험성을 내포하게 됩니다. 따라서 그 문제에 접근하는 것 조차도 신중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자칫, 수많은 인명을 구조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거나, 구조의 방향을 엉뚱한 곳으로 유도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박기용 기자의 기사에 대해 제가 우려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세월호에 대한 인양을 반대합니다. 세월호가 침몰한 그곳에 세월호를 그대로 두고 영구 보존하면서 그 일대를 <세월호 박물관>으로 만드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세월호 사건은 인류역사상 초유의 사태입니다. 선박이 해난 사고를 당하는 경우야 선박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하지만, 연안의 해난사고에서 선박이 물 속에 들어간 후 단 한 사람도 구조하지 못한 사례로서 세계 해난사에 극히 드문 사례로 손꼽힐 참사이기 때문입니다.
2차대전 당시 나치가 저질렀던 아우슈비츠의 비극이 <한 미친 국가가 얼마만큼 잔인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로서 보존하며 교훈을 얻을 가치가 있다면, 세월호 참사야말로 <한 국가가 무능할 경우 얼마나 많은 생명이 억울한 죽음을 맞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로서 전세계인에게 교훈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세월호는 이미 인양을 해야하는 경제적 가치를 상실한 선박입니다. 그 선박을 인양하는데 드는 비용이 그 선박의 가격을 훨씬 상회한다는 얘기가 있고 보면, 세월호를 인양해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습니다. 세월호는 보존되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세월호를 이용하여 참사가 시작된 원인으로부터 침몰과정 그리고 구조의 가능성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검증과 시뮬레이션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 선박이 복원성을 잃고 쓰러지게 되는지, 전복되는 과정에서 해수가 유입되는 형태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에어포켓은 어느 구획에서 어떻게 형성이 되는지, 그곳에서 생존자가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그 생존자를 어떻게 구조하여 수면 밖으로 데리고 나올 수 있는지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반복하며 완벽한 결과를 도출해 내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우리는 세월호 참사로부터 단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을 것입니다. 그 모두를 이루어 내는 것이야말로 하늘나라에 간 어린생명들이 바라는 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남아있는 우리들이 검증해 내는 그 모든 과정이 <세월호 박물관>에 기록되고 전시되도록 할 때, 우리는 두 번 다시 이러한 비극을 되풀이 하지 않을 최소한의 준비를 마치게 되는 것입니다.
선박이 침몰한 이후 에어포켓이 존재했는지 여부, 그 에어포켓이 얼마나 유지될 수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사실관계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인 것입니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선박은 대단히 큰 구조물입니다. 그런 구조물이 바닷속으로 들어간다면, 그것은 사고로 인해 급속하게 해수가 유입되기 때문인 것입니다.
신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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