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검은 봉지
저는 평범한 가정주부입니다.
오래전 저희 가족은 한 아파트로 이사 오게 되었고
이사 기념으로 만든 떡을 이웃 주민과 나눴습니다.
이웃 중 할아버지 한 분이 유독 고마워하시며
현관문 손잡이에 작은 호박 두 덩이와 호박잎이 담긴
검은 봉지로 답례를 하셨습니다.
이후에도 손수 만든 음식을 가지고 찾아가면
얼마 후 저희 집 현관에는 검은 봉지가 걸려있었습니다.
할아버지의 봉지에는 김부각, 깻잎과 콩잎 등
소박한 답례와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었고
그렇게 저희 가족은 노부부와 소소한 인연으로
가까워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위층에서 '쿵' 소리가 들렸고
평소 거동이 불편하던 할머니가 생각나서
급한 마음에 올라가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러나 인기척이 없었고 불안해진 저는
곧장 119에 신고했습니다.
구급대원과 함께 문을 뜯고 들어간 집에는
할머니가 쓰러져 있었습니다.
다행히 할머니는 빠른 발견으로 위급한 상황은 넘겼고
뒤늦게 병원으로 달려온 할아버지는
저의 두 손을 꼭 잡으며 고맙다는 인사를
계속하셨습니다.
그리곤 그날부터 할아버지는 매일 새벽마다
저희 집 차를 몰래 세차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실을 알고는 깜짝 놀라 차를 숨기기도 했지만
할아버지는 어떻게든 찾아내 깨끗하게
세차를 해 놓으셨습니다.
저희 남편까지 나서 할아버지를 겨우 설득해
세차를 멈추게 했지만, 대신 문고리엔 검은 봉지가
더 자주 걸렸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셨고
할아버지는 자식과 함께 지내기 위해 이사를 하게 되셨는데
이사하는 날, 할아버지는 저희 집에 찾아와서는
옥가락지 하나와 은가락지 하나를 내밀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아들만 둘인데 막내딸 생긴 기분이어서 좋았어.
그리고 이삿짐 정리를 하다 보니 이거를 발견했는데
아마도 먼저 간 그 사람이 막내딸에게 주라고
남겨둔 것 같아서 들고 내려왔어."
저는 할아버지의 마음을 너무도 잘 알기에
주신 가락지를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이후 제법 긴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문득문득
할아버지와 검은 봉지가 떠오릅니다.
# 따뜻한 하루의 글.
.......................
의지로 되지 않는 것에 대한 고찰(考察)
아침이면 한 잔의 커피를 마시고
수도꼭지를 틀어 물을 채우고 다시 비워낸다.
성질이 다른 것을 담고 비워 내는 것이
이렇게도 쉬운 것을,
하지만 비워내지 못하는 것도 있다.
사람의 마음에 쌓여진 추억이란 것과 욕심만큼은
절대로 비워낼 수 없을 것이다.
지난 몇 달 동안 비워내는 방법을 찾고자
이것저것 안 해본 것이 없다.
이어폰을 귀에 꼽고 음악을 들으며 무작정 걷거나
아무도 오르지 않은 산길을 새로 내듯이
잡풀이 우거진 산골짜기를 기듯이
오르기도 했었고,
하루 종일 책을 읽거나
또는 종일 TV 드라마나 영화를 보기도 했었으며,
먹을 것을 탁자에 수복이 쌓아놓고
먹다 죽은 귀신이든 사람처럼 먹기를 하다가
거식증 환자처럼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봤다
심지어 죽은 듯이 종일 잠도 자봤지만
비워낼 수가 없었다.
그런대도
도인 같은 분들이 TV에 나와 강의를 하거나
책 속에 한 결 같이 흐르는 내용들
마음을 비우라 한다.
비워내는 방법을 찾지 못하는데
어떻게 비워야 하는지를 알려주질 않는다.
시간이 약이란 말도 있지만
긴긴 시간동안 비워내지 못하고 살아가야 할 삶이
얼마나 무의미하고 힘들 것인지를 말이다.
삶에서 마음을 비워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것일 것이란 생각을 해보며
나름의 방법이란 것은 문제 해결을 위해
피하는 것보다는 부딪쳐 깨지는 것이 어떻게 보면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삶에 정답은 없을 것이기 때문!
流雲의 글 중에서...
첫댓글 할아버지의 검은봉지 이야기 깊은 감동입니다
짠한 아픔도 있구요..
비어냄은 세월이 답인거 같습니다.
죽을거 같았던 아픔도 세월따라 희석 되더라구요.
아픈것은 내것이 아님을 기억하시고 내것을 찾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강건하시길 기도합니다.
각박한 세상이라 하지만
아직은 선하고 좋은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네요.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그 마음이
비움의 삶이 아닐까 합니다.
아픔이란 것
비워낼 수 있는 성질은 아니기에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드리며, 같이 갈 때
마음이 편해지기도 할 것이지요.
늘 건강 행복하여요, 행복행진 고문님.^-^
건강하셔요
오래만입니다. "올레올래길"님
그동안 무탈하고 건강한 삶에 있으시지요.
이리 안부 주시님 더없이 감사합니다.
늘 건강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가슴 뭉클한 이야기네요
따뜻한 이야기에
감동 흠뻑 가슴에 담아 가네요 ^~^
울 봉사방 회원님 모두가
남을 먼저 생각하는 분들이 아닐까 하네요,
늘 건강 행복하심요, 회장님^-^
아침부터 눈물이 나네요
ㅠㅠ
마음이 여린 "흐르는믈"님
울지 마심요, 그 선한 마음이 여기까지 전해옵니다.
웃는 얼굴로 내 주변의 어려움에 마음을
전한다면 그것이 행복일 것을요,
늘 건강 행복하여요.^-^
마음을 비워낸다는 거
말만 쉬울뿐...
추억이 있고 함께한 시간이
있기에 생각과 마음이 지워지지 않는한 쉽지 안음을 배워가는 중입니다.
사람과 시람사이의 감정들
각자의 생각들...
살아가는 동안 아프고
살아가는 동안 추억하며
그렇게 살다가 가는것이
아닐까 생각해보며...
따뜻함이 전해지는 글
잘 보고 갑니다.
휴일 좋은 시간들 되십시요~^^
비워낼 수 없는 것을 비우고자 하는 것이
더 담는 것은 아닐까 합니다. 그냥 내 삶의 일부분으로
마음에 담아 놓는다면, 그것이 비워내는 효과로
마음을 가볍게 만들지 않을까 생각해보네요.
내가 걷는 길이 아님을 알면서도 걸어가는 것이 사람이지요.
신이 아닌 것에 신이 되고자 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그냥 밝게 웃으며 걸어가요,
그럼, 늘 건강 행복한 삶에 있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