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사람에게는 누구나 욕망(慾望)이란 것이 있다.
명예에 대한 욕망, 부(富)에 대한 욕망, 강자(强者)가 되고 싶어하는 욕망, 또 원하는 것을 가지고자 하는 탐(貪)에 대한 욕망.......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공통적이며 원초적인 욕망을 꼽으라면 그것은 색(色)에 대한 욕망이리라.
욕망관(慾望關).
천우는 네 번째 관문 앞에 이르렀다. 그는 무사히 삼화를 꺾었다. 욕망관 앞에서 녹상은 단언했다.
"상공은 결코 욕망지화(欲望之花) 만큼은 꺾을 수 없을 거예요.""욕망화?"
천우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콧등을 씰룩였다.
"이상한 이름인데? 그녀가 욕망이 많다는 뜻이오? 아니면 그녀를 보면 욕망이 일어난다는 뜻이오?"녹상은 비밀스럽게 웃었다.
"뭐라고 말씀드릴 수가 없어요. 직접 만나 보세요. 상공은 욕망의 화신(化身)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될 거예요."천우는 히죽 웃었다.
"후훗... 욕망의 화신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 아니오? 내게도 있으며 낭자에게도 있지 않소? 낭자가 이곳에 들어온 것도 어떤 욕망을 성취하기 위한 동기가 있듯이 말이오.""......!"
녹상의 안색이 변했다. 그러나 천우는 욕망지문을 열고 이미 들어가고 있었다.
"하하하...! 또 봅시다. 녹상낭자!"
쿵......!
욕망의 문이 닫혔다. 녹상은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혹시 그가......?'
그녀는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아냐! 그럴 리가 없어. 절대로 눈치챌 리가 없어.......'그곳은 이름 그대로 욕망의 거리였다. 욕망관 안은 하나의 작은 도시였다. 그곳에서는 인간으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도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벌어져 있었다. 만일 직접 눈으로 보지 않고 누군가의 입을 통해 들었다면 절대로 믿지 않았을 것이다.
천우.
그는 욕망의 거리에 들어선 순간 갑자기 배가 몹시 고파지는 것을 느꼈다.
'빌어먹을...! 냄새가 창자를 온통 뒤집어 놓는군!'
청석(靑石)으로 꾸며진 길을 걷다가 한쪽 꺾어진 모퉁이에 조그마한 반점이 하나 있었다. 그 반점으로부터 창자를 온통 몸부림치게 할 정도의 맛있는 음식냄새가 풍겨나오는 것을 후각으로 느꼈다.
자신도 모르게 그의 발걸음은 반점으로 향해졌다.
'그러고 보니 하루가 지난 것 같군. 그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지.'그는 삼화를 차례로 만났다.
그때 걸린 시간을 그는 정확히 계산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아주 잠깐인 것도 같았고 어떻게 생각하면 며칠이 걸린 것도 같았다.
지하 속에서는 시간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그는 하루 반나절을 보냈다. 그러니 배가 고픈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
반점 안으로 들어선 순간 천우는 깜짝 놀랐다. 그곳에는 뜻밖에도 사람들이 꽉 차 있었던 것이었다. 식탁마다 김이 무럭무럭 나는 보기에도 먹음직스런 음식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그리고 줄잡아 삼십여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식탁에 앉아 있었다. 천우는 그 광경에 의아함을 느꼈으나 배가 너무나 고팠기에 잘 살펴보지도 않고 그 중 빈 자리를 찾아 앉았다.
막 뜨거운 김을 무럭무럭 내는 구운 통오리를 빠르게 거머쥐려던 그는 굳어지고 말았다.
그의 앞에 한 장의 종이쪽지가 놓여져 있는 것이 아닌가?주의(注意)-- 극독(劇毒)이 가미되어 있음.
"빌어먹을!"
쾅!
천우는 주먹으로 냅다 식탁을 쳤다. 마치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화가 잔뜩 나 생각 같아서는 식탁이든 요리든 냅다 집어 던지고 싶었다.
그러나 주위를 둘러보던 그는 다시 깜짝 놀라야 했다. 반점에 꽉 찬 사람들은 알고보니 모두 죽은 사람이 아닌가?그들의 모습은 한결 같았다. 각각 손에 닭이나 생선, 또는 갖가지 요리를 들고 있었다. 어떤 자는 입에 막 넣은 참이고, 어떤 자는 우적거리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 상태 그대로 그들은 죽어 있었다.
안색은 시퍼렇게 변해 있었으며 눈동자는 이미 돌아가 있었다.
중독되어 죽은 것이다.
천우는 투덜거렸다.
'젠장, 독이 있는 줄 알면서도 먹고 죽었단 말인가?'
그는 그자들이 한없이 바보스럽다고 생각했다.
'이까짓 음식쯤 안 먹으면 어때서 참지 못하고......!'문득 그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갑자기 주방 쪽으로부터 지글지글 기름끓는 소리가 들리고 무엇을 튀기는지 구수한 향기가 풍겨 온 것이었다.
'화... 환장하겠군!'
그는 벌떡 일어났다. 자신이 이미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느꼈다.
쾅!
그는 주방문을 부수고 튀어 들어갔다.
주방 안에서는 커다란 솥에서 그 환장할 냄새의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었다. 사람은 보이지 않았고 솥에서 나는 냄새는 그의 사고력을 점점 마비시켰다.
그것은 아무리 내공진기가 강한 사람일지라도 그 향내를 조금이라도 맡기만 하면 내공이 급격히 고갈되고 정신이 흡사 최면술에 걸린 듯 몽롱해지며 음식물은 말할 것도 없고 돌, 벌레 옷 따위까지 마구 닥치는 대로 탐식하게 만들어 버린다.
나중에는 제 인육마저 뜯어 먹으면서 죽게 된다는 밀교의 수백 년 동안 단 한 번도 시전된 적이 없는 전설로만 존재하는 귀료향(龜妖香)이라는 독향이었다.
'으윽... 배... 뱃가죽이 등에 들러 붙은 것 같다......!'그는 일찍이 이렇게 지독한 허기를 느껴본 적이 없다. 그 냄새는 그의 창자를 부젓가락으로 온통 휘젓고 있다. 그것은 분명 계산된 함정이었으나 어찌하랴?배고픔이야말로 인간의 최대 약점 중 하나가 아닌가?
'으으윽... 독이고 뭐고.. 몽땅 먹어 치우고 싶다......!'천우는 배를 감싸쥐고 주방을 빠져 나왔다. 입에는 군침이 돌고 눈에는 헛것이 보였다. 앞에는 식탁마다 산해진미가 쌓여 있었다. 손만 뻗으면 그것을 먹을 수가 있으나 독이 들어 있다.
천우의 마음은 흔들렸다.
그는 특수한 수련을 거쳤으며 모체에 있을 때부터 무수한 영약을 복용하였으므로 그 어떤 독도 그를 상하게 할 순 없었다. 따라서 그는 독을 두려워 하지 않아도 되었다.
보기에도 먹음직스런 통으로 구운 오리는 기름이 반지르르 했고 그 연한 고기를 입에 쑤셔 넣고 씹는다면 이 세상 어떤 산해진미보다도 감칠맛이 나리라.
'미치겠구나......!'
그는 침을 꿀꺽 삼켰다. 허기를 자극하는 냄새는 계속 풍겨나오고 있었다.
천우는 망설임도 없이 손을 뻗어 오리를 그는 덥석 움켜쥐었다.
'에라 모르겠다!'
그는 눈 딱 감고 입으로 가져갔다. 그 순간 뇌리를 강타하는 음성이 있었다.
...... 갚아다오. 너의 부친과 이 어미의 원한(怨恨)을...! 배덕자의 더러운 피로 어미의 무덤을 씻어다오......!'어머니......!'
갑자기 퍽하는 소리와 함께 살찐 오리구이가 바닥에 처박혀졌다. 오리구이는 바닥을 뚫고 한 자나 깊숙히 박혔다.
'한낱 식탐(食貪) 따위를 참을 수 없어 굴복해서야 어찌 그를 꺾을 수 있단 말인가?'천우는 몸을 돌려 성큼성큼 반점을 등 뒤로 하고 걸어 나갔다. 이긴 것이다. 식탐의 욕망에서 승리한 것이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즐독 감사합니다
즐독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독입니다
즐~~~~감!
감사합니다...
즐감합니다
즐감
감사합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감사 합니다
즐감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즐독 합니다!
즐독입니다
즐독 입니다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즐감
즐감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