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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다섯 송이의 꽃은 아름다웠다. 다섯 송이의 꽃은 석대(石臺) 위에 꽂혀 있었다.
첫 번째 꽃은 순금으로 만들어진 금화(金花)였다. 그것은 찬란한 광채를 내며 빛나고 있었다. 그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기연과 만나게 해 줄 황금총의 신물이었다. 이름하여 만재화(萬財花)라고 한다. 이 금화를 손에 넣는 자가 바로 황금총의 주인이 됨을 의미한다.
두 번째의 것은 순은으로 정교하게 연꽃 무늬가 음각되어 있는 은화(銀花)였다. 그러나 약간이라도 무림고사에 대한 안목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장 이백 년 전에 사라진 신비의 집단, 파천맹(破千盟)을 떠올릴 것이다.
그들은 선계의 무공을 사용하는 집단이라는 말만 전해져 올 뿐 아무도 그들의 진면목을 본 적은 없다고 한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이 은화에 어떤 내력이 숨어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청동으로 만들어진 괴상하게 생긴 동화(銅花)이다. 열쇠 같기도 하고 암기 같기도 한 끝부분이 아주 예리하게 만들어진 꽃이다. 천우는 도무지 이 꽃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었다.
목화(木花).
무슨 나무인지는 몰라도 신비한 자색을 띈 나무로 깎아 만든 꽃이다. 불길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 목화에 천우는 이상한 친밀감을 느끼고 있었다.
다섯 번째 꽃은 생화(生花)였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그저 평범한 꽃이었다. 중원에서 볼 수 있는 꽃이 아닌 것만은 분명했다. 꽃잎과 꽃판의 구분이 없어 다소 연약해 보이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제사장은 바퀴 달린 의자를 손수 밀고 다섯 송이의 꽃이 놓여져 있는 석대 앞으로 나아갔다. 그는 팔대전시를 대동하지 않았다.
천우는 눈을 크게 뜨고 석대 위에 피어 있는 다섯 송이의 꽃을 신기한 듯이 바라보았다.
"제 오관은 자네의 판단에 달려 있네."
"......?"
"이 다섯 개의 꽃은 각각 의미가 깃들어 있네. 각 꽃마다 천하제일의 내력이 깃들어 있네. 자네는 이들 중 하나를 고르게. 선택은 자유이며 틀림없이 그 중 하나에 관련된 것을 얻을 수가 있네.""그것 뿐이오?"
천우는 의아한 듯 물었다.
제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 노부는 마음 속으로 하나의 꽃을 정(定)하고 있네. 만일 자네가 그 꽃을 선택한다면 자네는 군방오화를 모두 꺾은 것이네."천우는 흥미로운 시선으로 꽃을 바라보았다.
제사장은 엄숙한 어조로 말했다.
"금화(金花)는 부(富)의 총화이네. 금화를 얻으면 천하제일의 부를 얻을 수가 있네. 이 황금대총에는 진자방이 평생에 걸쳐 모은 황금보화가 산처럼 쌓여 있네. 금화를 얻으면 그것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네."천우는 이상한 듯 물었다.
"아무런 조건도 없이 말이오?"
제사장의 눈에서 기광이 솟구쳤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네. 대신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어 주어야 하네.""그것이 무엇이오?"
"그것은 지금 말할 수 없네."
천우는 히죽 웃으며 물었다.
"만일 거절한다면?"
제사장은 문득 웃음을 터뜨렸다.
"으하하하핫......!"
천우는 전신이 어떤 무형의 강기에 의해 짓눌려짐을 느끼고 단전에 힘을 끌어모았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단순한 웃음에 지나지 않았다. 기이한 일이었다. 단순한 웃음으로 인해 천우의 기혈이 들끓고 사방의 석벽이 갈라지고 있었다.
도저히 그의 내공의 깊이를 가늠할 수가 없었다. 만약 그가 두 다리만 잃지 않았더라면 현 무림의 신인 무황에 버금갈 무공의 소유자일 것이다.
제사장은 과연 천우의 말대로 진자방보다 더 고강한 상승무공의 소유자였다. 그가 만약 진자방이라면 이토록 무지막한 내공강기를 발할 수는 없을 것이었다.
'무서운 공력이다.......'
제사장은 광천소(狂天笑)를 뚝 그치더니 천우에게 대갈을 토했다.
"노부가 그렇게 어리석은 위인이라고 보는가? 자네는 이곳에서 빠져나갈 수가 없네.""......?"
"후후훗...! 설사 천하제일고수일지라도 이곳을 빠져 나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세."천우는 그의 말을 수긍하는 듯 보였다. 말을 잃은 듯 서 있던 천우가 이제까지와는 다른 정중한 자세로 포권의 예를 취하며 제사장에게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오. 그러나 그렇다고 당신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오. 천군만병(千軍萬兵)을 도륙할 순 있을지언정 일개 병사의 마음만은 꺾을 수 없는 법이오.""으음... 그러기를 바라겠네."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이어 제사장은 이번에는 두 번째 꽃을 가리켰다.
"은화는 무공이네. 은화를 얻는다면 천하제일의 무력을 얻을 수가 있네. 곧 천하제일의 무인이 될 수 있다는 뜻이네."천우는 표정이 이상해졌으나 제사장은 개의치 않고 세 번째 꽃을 가리켰다.
"동화, 이것은 권력을 상징하네. 이것을 얻으면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막강한 권력을 얻어 천하를 호령할 수 있지."천우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 그가 아무리 상승무공을 터득했고 황금총의 재부를 떡주무르듯이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권력, 그것도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권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 황제의 자리에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 그는 일개 제사장에 불과하다.
천우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재차 물었다.
"어떤 권력 말이오?"
제사장은 그런 천우의 의중을 꿰뚫어 보고 있는 듯 낮은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왕족이 아닌 사람이 오를 수 있는 지상에서 가장 높은 보좌(寶座)와 권력일세."천우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도 그만한 지위에 오를 수 있겠다고 마음속으로 생각을 고쳤다. 자신의 재능과 노력으로 그만한 지위와 권세를 얻은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한낱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네번 째 목화는 영생불사(永生不死)일세."
천우는 더욱 놀랐다.
"영원히 죽지 않는단 말씀이오?"
"그렇네. 영생불사약을 얻을 수가 있지."
천우는 너무나 놀랍고 한편으론 도저히 믿기지 않는 듯 한동안 말을 잃고 멍한 표정으로 제사장을 바라보았다.
부나 권세나 이 모든 것들을 다 이룬다고 하더라도 인간인 이상 영원한 생을 누릴 수는 없다. 인간사에서 벌어지는 희비극들이 모두 이런 인간의 한계에서부터 촉발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영원한 생명이라니, 일순 그는 어이 없다는 듯이 말했다.
"당신이 미쳤거나 아니면 내가 꿈을 꾸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이오.""허허헛......! 노부는 미치지도 않았거니와 더욱 자네는 꿈을 꾸는 것도 아니네.""어쨌든 좋소이다. 이 평범한 꽃은 무엇이오?"
제사장의 음성이 문득 가라 앉았다.
"아무것도 아니네."
"......?"
"그저 한 송이의 꽃일 뿐이네."
천우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듯 그만 실소를 피식 터뜨리고야 말았다. 이 사람은 분명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세상의 재부와 권력과 영생을 앞에 두고 그 꽃을 택일하기 위해 고민하는 사람은 이 세상엔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당신은 무척 재미있는 사람이오."
"그런가......?"
"아뭏든 나는 이들 중 하나를 골라야 되겠구료?"
"그렇지."
천우는 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불쑥 손을 내밀어 다섯 번째의 꽃을 꺾었다.
"나는 이것을 선택했소."
천우는 담담하게 뇌까렸다. 제사장의 눈이 번쩍 빛났다.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 천우에게 재차 물었다.
"정... 말인가?"
"물론이오."
"후... 후회는?"
"후회할 것은 없소."
천우는 꽃을 코에 대고 킁킁 냄새를 맡았다.
"향기가 좋군."
제사장의 몸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 꽃은...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이네."
"알고 있소."
"그... 그럼 왜......?"
천우는 시큰둥한 눈길로 네 개의 다른 꽃을 바라 보았다.
"나는 도무지 저런 것에는 관심이 없소이다. 아무런 향기가 없지 않소? 꽃은 그저 꽃일 뿐이오. 보시오. 이 꽃에는 향기가 있지 않소? 이것이 진짜 꽃이오.""진짜 꽃......!"
제사장은 잠시 탄복하는 듯 했다. 그런 다음 그는 한참 동안 꿈꾸는 듯한 눈빛으로 무엇인가를 떠올리며 이리저리 생각하다 온화한 얼굴로 돌아와 다시 물었다.
"자네는... 그 꽃의 이름이 무엇인지 아는가?"
"모르오."
"그 꽃은 중원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네. 서장(西藏)과 천축국(天竺國) 사이의 대리국(代理國)에서 피는 꽃으로 대리화(代理花)라고 하는 것이네.""대리화? 이상한 이름이구료?"
"그 꽃에는 한 가지 풍습이 있네......."
제사장의 음성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가슴 속 깊이 묻어온 추억 한 자락을 끄집어 내는 듯이 그의 눈은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대리국의 풍습에 의하면 사랑하는 여인에게 남자가 그 꽃을 바치게 되어 있네. 말하자면 일종의 정표일세. 만일 그 여인이 그의 사랑을 받아들인다면 그 꽃을 가꾸어 이듬해에 많은 꽃을 피우게 되지. 그리고 그 꽃으로 화환을 만들어 남자에게 걸어주게 되네. 그것으로 두 사람은 결합을 하게 되는 것이네."천우는 대리화를 내려다 보며 중얼거렸다.
"아름답고도 특이한 풍습이구료."
"허헛... 그렇지. 그러나 그 꽃으로 인해 사랑을 얻는 사내는 그렇다치고... 여인이 만약 그 꽃을 돌려보내게 되면... 대리국의 사나이가 진정한 사나이라면... 어떻게 하는지 아는가?""글쎄올시다."
"허헛...! 사나이다운 사나이라면 그 꽃을 가지고 그 여인이 사랑하는 남자에게 찾아가 꽃을 전달하지. 만약 그 남자가 그것을 거절하면 그는 죽기 살기로 그 남자와 싸워 그를 죽여야 하네.""......."
"사랑하는 여인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서지. 그 남자를 쳐죽인 후... 여인의 곁으로 와 맹세를 하네. 당신의 곁에서 죽을 때까지 종복이 되겠노라고."천우의 표정이 약간 흔들렸다.
"어리석은 풍습이구료......."
"어리석다고?"
문득 제사장의 음성에 분노가 어렸다.
"자네는 사랑의 힘을 아는가? 사랑에 빠진 사나이의 진정한 마음을 알고서 하는 소리인가?"천우는 머쓱해져 머리를 긁적였다.
"글세, 모르겠소이다."
제사장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만일 그 자와 싸워 그를 죽이지 못하게 되면... 그 사나이는 스스로 자결을 하게 되지. 그러면 여인은 그의 무덤에 대리화를 꽂아주네......."천우는 대리화를 코끝에 대며 중얼거렸다.
"알고 보니 무서운 꽃이었구료"
"허허... 헛... 무서운 꽃이라고? 음, 그럴지도 모르지."제사장의 쇳소리가 섞인 듯한 음성에는 한 가닥 자조가 어려 있었다.
"과거 한 젊은이에게 그런 경우에 처해졌네. 그는 사랑하는 여인에게 대리화를 바쳤으나 거절 당하고 그녀가 사랑한다고 생각한 사내에게 찾아가 그 꽃을 주었네. 그러나 그 사내도 받기를 거절했네. 하나 그 이유가......."그의 음성은 가라앉고 있었다.
"실상 그녀를 좋아하는 젊은이가 네 명 있었네. 그들은 피를 나눈 의형제나 다름없는 사이였지. 그런데 그들이 모두 그녀를 사랑했기에 문제가 일어났네. 사실상 그녀의 마음은 그 한 사내에게 있었는데 그 사내는 정인군자(正人君子)였지. 자신이 그녀와 결합함으로써 친구 세 명이 좌절과 상처를 입을 것이 두려워 그는 항상 냉정한 척하고 있었던 것이네......."천우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에게 마음이 끌리고 있음을 느꼈다.
"우정(友情)이 소중한 줄 아는 사람이었구료?"
"허허... 그렇지. 그는 정말 사나이였네. 결국... 대리화를 갖고 있던 젊은이는 그 사나이와 싸우게 되고... 그는 승부를 내지 못했네. 관례에 따라 그는 자결을 해야 했으나 그는 그러지도 못했네. 그는... 죽을 용기가 나지 않았던 것이지."천우는 궁금해졌다.
"그래서 그는 어떻게 되었소이까?"
"그는... 그 길로 여인과 세 친구 곁을 떠났지. 그들이 영원히 찾을 수 없는 곳으로... 그리고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지."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를 탓할 수만도 없는 일이오."
제사장의 눈이 번쩍 빛났다.
"어째서?"
"사랑만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오. 그는 여인에게 지순한 사랑을 바쳤고 도리를 다했소. 그가 죽지 못한 것은 비겁이 아니라 남자였기 때문이오. 남자란 그런 것이 아니오? 상처 따위로 상심하여 죽는다면 도리어 그것이 비겁한 것이 아니오?""정말... 그렇게 생각하는가?"
"그렇소."
천우는 이상한 감흥에 사로잡혀 대리화를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었다. 그는 직감적으로 그 얘기가 바로 제사장 자신의 얘기라는 것을 느낀 것이었다.
제사장은 격정을 애써 억누르며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자네는... 선택되었네!"
천우는 망연자실해졌다.
"선택되다니, 무엇으로말이오?"
제사장은 대리화를 가리키며 진중한 음성으로 말했다.
"노부가 결정한 사실은 그 대리화를 택하는 사람에게 무엇인가를 물려 주겠다는 맹세였네!"천우는 약간 멍해졌다.
그는 한참 동안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다 웃으며 말했다.
"그건 너무나 일방적인 결정이 아니오?"
"뭐래도 좋네. 노부는 노부의 방식대로 할 테니."
"나에겐 나의 방식이 있소."
제사장은 문득 냉혹한 음성으로 물었다.
"거절하겠다는 건가?"
천우는 웃었다.
"거절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오. 나는 당신이 무엇을 걸었는지도 모르오."제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말해 주겠네. 그 전에 결정을 내리게. 노부는 자네에게 노부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주겠네. 그 대신 한 가지 일을 해주게."천우는 적잖이 놀라는 기색이었다.
"이... 황금대총 전체를 말이오?"
제사장은 벌써 결심을 굳힌 듯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뿐이 아니네. 노부의 무공(武功)과 천하인들이 몽매에도 혈안이 되어 얻으려 하는 하나의 물건까지도 주겠네."천우는 점점 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대체 무엇 때문이오? 당신의 능력이라면 내게 맡기려는 일을 직접 해낼 수도 있지 않소이까?"제사장은 탄식했다.
"노부는 두 다리가 불구인 탓이네."
"......!"
"이런 불구의 상태로는 노부의 간절한 염원인 그 일을 결코 해낼 수 없네. 그래서 적임자를 찾기 위해 군방원을 열었고 군방오화의 소문을 천하에 퍼뜨린 것이네."천우는 물었다.
"그 동안 적임자가 없었소이까?"
"도전한 자는 많았지. 그러나 그들은 일화도 넘지 못한 자가 대부분이었고 고작해야 삼화 정도를 넘었을 뿐이네.""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소이까?"
"허허... 그 중 쓸만한 자는 몇 있네. 자네가 승낙하면 그들을 수하로 거느릴 수가 있네."천우는 미간을 좁혔다.
"먼저 그 일이 어떤 일인지 알려 줄 수 없소이까?"
"안되네! 일단 승낙을 하여야 하네."
천우는 그의 완강한 태도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투명한 눈으로 제사장을 바라보며 한자한자 또박또박 말했다.
"그 일이 하늘과 땅, 그 어디에도 역행하지 않는 일이라면 승낙하겠소!""무... 물론 그것만은 약속하네. 그럼......!"
제사장의 음성이 와들와들 떨리고 있었다. 몹시 흥분한 모양이었다. 천우는 염두를 굴렸다,'이런 기회가 내게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어떤 일인지 모르나 거절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그는 이윽고 고개를 끄덕였다.
"승낙하겠소."
순간, 놀랍게도 제사장의 면구 사이 두 눈으로부터 두 줄기 눈물이 주르륵 흘러 내리는 것이 아닌가?"고... 고맙네! 오오...! 하늘이여! 이제야... 이제야 그 더러운 짐승 같은 놈에게 복수의 칼을... 들이 댈 수 있게 되었소이다......!""......!"
그는 제사장의 오열에 찬 목소리를 듣는 순간 몸이 부르르 떨렸다. 무언지 모르나 필연의 운명적인 감동과 함께 한 가닥 뇌전이 자신의 심장을 관통하는 듯한 느낌에 그는 전율을 느끼고 있었다.
예기치 않았던 또 하나의 운명이 그에게 찾아왔다.
신비무쌍한 괴인.
황금대총을 소유한 이름도 내력도 알 수 없는 황금면구의 제사장과의 만남은 과연 그것은 그의 운명에 어떠한 변수를 줄 것인가?그로 인해 장차 무림의 역사가 한바탕 풍운마장의 기록을 남기게 될 줄이야 신이 아닌 이상 아무도 알지 못했다.
도화구(桃花丘)의 명소(名所).
금릉(金陵)의 자랑거리.
천하제일의 기원(妓院).
낙화군방원(落花群芳院)이 갑자기 폐업을 선언하고 문을 닫아버린 사건은 금릉사람들은 물론 천하의 풍류객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군방원은 문을 닫았다. 사람들은 마치 소중한 보물 하나를 잃어버린 듯한 느낌에 빠졌다.
특히 풍류객들은 그 소식을 들은 순간 인생의 의미마저 상실되는 느낌에 허전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어 주점으로 달려가 몇날 며칠을 술독에 빠져 지냈다.
...... 아아! 이제 명기(名妓)들은 모두 사라졌구나!
낙화군방원의 폐업은 작은 사건이었다.
적어도 광활한 강호상에서 그 일은 대수로운 사건이 못 되었고 곧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져 버렸다. 마치 호수에 잠깐 번졌던 파문이 잠시 후 거짓말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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