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즌 전 예상
- 기아 타이거즈는 2019 시즌 김기태를 경질한 후 딱 5할 정도의 승률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꼴등에서 7위로
성적을 끌어올렸습니다. 그렇게 나름 봐줄만한 마무리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번 시즌도 5할 정도 승률을 기록할 수 있을 지는 자신할 수 없었습니다.
'탈락이 확정된 후 성적에 속지 말라'는 야구 격언이 있습니다. 시즌 초중반에 워낙 못한 탓에 일치감치
포스트시즌 탈락이 결정된 후에 유독 잘하는 선수들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특히 어린 선수들이 그런 것이 심합니다.
마인드컨트롤이 완전하지 않기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게 되자 마음이 편해져서 실력발휘를
하는 경우인데 이런 케이스는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면 다시 못하기 마련입니다.
기아는 어린 선수들이 많았고 그런 우려가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기아보다 밑에 있을 팀은 롯데, 삼성, 한화 뿐이었죠. 수도권 5개 팀과 엔씨는
너무나 탄탄한 전력으로 보였습니다.
2. 불펜진
- 작년 기아가 괄목상대할 정도로 변한 것은 단연 불펜진입니다. 언제나 역전패의 대명사로 불렸던 기아인데
놀랍게도 문경찬-전상원-박준표-하준영이라는 탄탄한 승리조가 결성되었습니다. 이는 김기태 야구를 거치면서
풀 한 포기 안 남았다고 생각했던 것을 감안할 때 정말 대단한 성과였습니다. 새삼 기아 팬들의 오랜 염원인
이대진 코치 교체의 효과를 알 수 있었습니다. 선진 야구를 경험했고 공부도 많이 했다고 한 서재응 코치의
능력도 치하할 일입니다.
시즌 전 서재응 코치는 그 성과에 전혀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승리조만으로는 부족하고 추격조를 육성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추격조가 강해야 초반에 밀려도 추가 실점을 최소화하여 역전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죠.
그 후보는 현재 이렇습니다.
고영창 -ERA 1.50,
변시원 - ERA 3.60
김명찬 - ERA 0.00
아직 소화 이닝이 적어서 그리 의미는 없는 기록일 수도 있습니다만 일단 구성은 훌륭합니다.
사이드암, 우완, 좌완으로 되어 있습니다. 고영창은 출루허용 등 세부 스탯은 좋지 않아서 아직 배울 데가
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잘 하고 있고 변시원도 두산 시절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들보다 더 중요한 포지션이 좌완 김명찬입니다. 작년 좌완 승리조인 하준영이 2군 시절 혹사의 후유증으로
시즌 아웃이 된 상황에서 반드시 성장해줘야 하는 자원입니다. 그런데 느낌은 꽤 좋습니다. 1.2이닝이지만
공의 움직임이 매우 좋습니다. 좌타자는 치기 어려운 수준이고 롯데 전에서는 만루 위기에서 이대호를 삼진으로
잡아냈습니다.
3. 선발진
- 기아의 선발진은 양현종이라는 축이 있다는 압도적인 메리트가 있어 왔습니다. 용병급 선발투수라는 것은
용병 투수가 셋인 것과 같으니 매치업 상에서 큰 이득이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기아의 프론트는 그 용병 투수를
워낙 못 뽑아서 그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작년과는 다른 듯 합니다.
일단 양현종은 막강한 키움 상대로 부진하긴 했지만 그 후에는 나름 안정감 있는 피칭으로 2승을 챙겼습니다.
2선발 브룩스 역시 제구가 상당히 좋다는 평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타선 지원이 없어 승리는 없지만 에이스 급이라고봐도
손색이 없습니다.
문제는 3~5선발이 그리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점이었는데 그 이민우,가뇽,임기영이 롯데와의 3연전에서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면서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이민우는 첫 두 경기에서는 극초반에 털리는 약점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이 그러면서도 남은 이닝을
무너지지 않고 뚝심 있게 버텼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롯데전에서는 무사히 초반을 넘기자 그야말로 경기 자체를
압살하는 장점으로 이어졌습니다.
가뇽 역시 첫 두 경기는 망쳤지만 압도적인 삼진 능력으로 기대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롯데전에서는 상대를 가지고
노는 듯한 운영을 보였습니다. 현재 16이닝 23삼진입니다.
임기영은 제가 가장 회의적으로 본 투수입니다. 일단 옆구리 투수가 선발투수로 롱런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임기영은 지난 2경기에서 4이닝, 3이닝까지 잘 던지다가 5회, 4회에 급격하게 털렸습니다.
저는 임기영이 한계가 있다고 보고 탬파베이 레이스가 운영하는 오프너 같은 롤로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런데 그런 임기영은 롯데를 만나 8이닝을 90구 미만 투구수로 압살했습니다. 만약 2017 시즌의 모습으로 돌아온다면
대박이겠죠.
4. 타선
- 정말 기대라고는 안 되었던 타선입니다. 컨택과 파워를 겸비했다고 볼 선수는 터커와 최형우 뿐이었죠.
나지완은 1할 타자이고 나머지는 다 똑딱이였습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했던 자원이 여럿 나왔습니다.
일단 나지완이 살아났습니다. 공인구 반발력을 낮추었다가 다시 늘린 듯한 이번 시즌 나지완은 ops 10할을 치며
부활했습니다. 다이어트를 했다고 하는데 그 효과도 있는 듯 합니다.
백용환의 존재도 상당합니다. 수비가 경쟁 포수인 한승택에 비해 크게 밀리지 않는데 역시 ops가 10할입니다.
홈런 파워도 매우 좋습니다. 지금 공인구와 잘 어울리는 선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유망주 황대인도 기대했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2년 전에 이미 재능은 입증했지만 고참만 좋아하는 김기태 탓에
기회를 거의 얻지 못했었는데 올해 1루수로 기용되며 대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기대했던 파워에 이어 컨택까지도
좋습니다. 표본이 적긴 한데 ops가 12할이 넘습니다.
지금 기아의 타순을 보면 대단히 전통적입니다. 외국인 감독이라서 기대했던 현대 메이저 추세와는 다른 모습인데요,
제 개인적으로는 이런 타순을 짜면 어떨까 싶습니다.
1. 김선빈 (최고의 출루능력)
2. 터커 (최고의 타자)
3. 황대인 (넘버4 타자)
4. 최형우 (아직까지는 부진하나 넘버2 타자)
5. 나지완 (넘버 3 타자 - 3번에 넣는 것이 맞는데 워낙 민감한 스타일이라 고정)
6. 백용환 (좋은 펀치력)
7. 박찬호 (최고의 도루 능력)
8. 최원준 (컨택은 꽤 좋음)
9. 나주환 (수비용)
지금은 박찬호가 1번으로 나오는 등 전통적인 타순이긴 한데 메이저 올해의 감독 출신인 윌리엄스 감독이
알아서 잘 하실 거라 믿습니다.
5. 그 외
- 모기업인 기아에게 올해는 행운의 해입니다. 그간 기아는 유럽과 미국 시장을 뚫기 위해서 여러 홍보를 했습니다.
nba, 메이저리그는 물론 테니스의 나달 등의 스폰을 했었죠.
그런데 올해 그것들 이상의 홍보 효과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서 전세계가 한국 야구를 보게 된 것입니다.
거기에 며칠 전에는 메이저 출신 용병 터커가 홈런 존에 있는 쏘렌토 차량을 맞추는 행운이 터졌습니다. 이럴 경우
쏘렌토 차량을 터커에게 주게 되는데 터커는 홈런 존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었고 이것이 미국에 대서특필되었습니다.
차량 모델과 이름까지 알려진 완벽한 홍보입니다.
다음날 기아 주식이 7%가 올랐다고 합니다.
종합.
- 사실 김기태의 여파가 워낙 커서 이번 시즌은 5등도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그런데 외국인 감독과 서재응, 최희섭 등
새로운 코칭 스태프의 힘은 상당히 큰 것 같습니다. sk가 상당히 크게 무너지고 있고 kt도 좋지 않은 듯 한데
어쩌면 5위까지는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대대로 해주면 좋겠네요.
첫댓글 ㄱㄱㄱㄱㄱㄱㄱ!!!
잘봤습니다 ㅎㅎ
썬크림 덕지덕지 바르는 얼굴하얀 왼손잡이 투수가
5선발 역할만 잘해줘도 5강은
가지않을까요 ㅎ편한상황에서 등판이긴했지만 문경찬도 컨디션이 올라오는것같고
박준표 전상현 필승조의 안정감이 ㅎㅎ 국밥푸던 최형우도 롯데 경기를 기점으로 살아나서 중심타선도 좋고 최원준 황대인만 성장해주면 소원이 없겠네요...
전 임기영 걱정은 안합니다. 18, 19시즌은 계속 된 잔부상으로 몸이 100%인적이 없었고 작년 막판에 제컨디션이 올라오니 시즌이 끝나버렸습니다. 이번시즌도 처음 2경기는 사실 운이 너무 없었던 거지 피칭이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수비무관 자책점도 3점대 초반 이였고 4, 5회에 흔들린 이유는 몸이 안올라온게 컸습니다. 교류전에 한번도 등판하지 않았고 2군 등판 소식도 없었으니 페이스 올리는 단계였죠. / 나지완은 작년에 어느 누구도 믿음을 안줬습니다. 항상 그렇지만 나지완에게는 기아팬들조차 잔혹 합니다. 조금만 못해도 욕 엄청 먹습니다. 2016년엔 top5에 드는 가치있는 성적을 올렸어도 잘 모르고 13, 14, 16, 17, 18년 정말 잘해줬지만 19년 한해 못했다고 욕이란 욕은 다 먹었죠. 심지어 감독조차 믿음은 개나 줘버렸구요. 나이가 있으니 기량은 내려오겠지만 지금까지 성적으로도 나지완은 역대 타이거즈를 대표하는 선수라 봅니다.
나지완이 살아난게 크고 용병3명 다 준수한듯 싶어요
초반이긴하지만..
박찬호, 김선빈 테이블세터는 거의 고정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미 도루능력은 검증되었고 컨텍능력도 점점 좋아지고 있죠. 리드오프로 나왔을때 타율이 훨씬 좋고요. 추격조로는 김현준이 좋을 것같고, 필승조에서 김명찬이 지난 시즌 하준영역할만 해준다면 전 이번 시즌 3위 이상도 꿈이 아니라고 설레발 까 봅니다.